윤성아는 아주 긴장해졌다.“이림 씨, 저 연기를 잘 못 해요. 이따 아버님이 만약 처음 언제 만났냐고 물어보시면 어떡하죠? 아이에 대해서는요? 제가 어떻게 대답해야 하죠? 만약 제가 말실수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게다가...”원이림은 다정한 눈길로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괜찮아. 아버지는 잘 속으시는 분이야. 별로 그렇게 신경 쓰진 않으셔. 어쨌든 너무 긴장하지 마. 그냥 나한테 맡기면 돼.”그렇게 두 사람이 탄 차는 원씨 가문 본가로 들어가게 되었다. F국에선 원이림의 가문은 명망이 높은 가문이었다.초기에 원씨 가문은 F국 전체를 장악하는 가문이기도 했었고, F국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대를 잇는 자손 중 망나니가 생기면서 점점 후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이빨 빠진 호랑이에 속했다. 더군다나 원씨 가문에 다시 정상적이고 능력이 뛰어난 자손들이 생기면서 점차 원씨 가문은 F국에서의 위치를 되찾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백 년을 이어온 가문이었고 이런저런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시대가 점점 발전함에 따라 원씨 가문은 또 한 번 멸문의 위기에 놓였었다. 그렇게 그 후로 그들은 은거에 가까운 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원씨 가문의 직계 가족도 점차 적어졌다. 그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은퇴하였고 더는 F국의 모든 것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소소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씨 가문의 권세는 여전히 F국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F국에 있는 원씨 가문 본가는 아주 크고 거대했다. 커다란 정원 안으로 들어가면 몇 세기 전부터 있었는지 모를 거대한 성이 하나 있었고 여러 차례의 보수를 거쳐 여전히 화려하고 역사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 보는 사람마저 감탄하게 했다. 물론, 정원 안에는 현대적인 인테리어도 많이 추가되었다. 인공분수라든지, 정자라든지 말이다. 정원의 경치는 아주 아름다웠고 경호원의 훈련장소와 각종 분야 도우미의 전용 숙소도 있었다. 그리고 사이사이로 인공지능 시스템도 설치되어 있었다.
원승진은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아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당부하듯 윤성아를 향해 말했다.“성아야, 시간만 나면 날 보러 와야 한다.”그는 아주 자상한 아버지였고 고집이 센 어르신이기도 했다. 칠순이 된 그는 젊었을 때보다 더 자손을 돌보는 것을 원했고 아이들이 그의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랐다. “네, 꼭 올게요.”연이은 나날, 윤성아는 줄곧 원이림의 별장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녀가 임신 20주 차가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원이림과 함께 원승진을 만나러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두 부자 사이에 깊은 오해가 있음을 눈치채게 되었다.원승진은 나이가 많았기에 원이림과 다투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 사이의 오해는 풀리지 않았고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오해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원승진을 다시 한번 만나러 가게 된 그 날, 두 사람은 대판 싸우게 되었고 서재에서 나오던 원이림의 안색은 잔뜩 어두워진 채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그녀를 데리고 나와버렸다. 나중에 그녀는 원이림이 어머니와 누나가 뜻밖의 사고 당한 일로 원승진과 싸우게 되었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젊었을 때의 원승진은 지금보다 더 고집이 센 편이었고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 탓에 누군가의 원한을 사게 되었고 보복으로 원이림의 어머니와 누나가 세상을 뜨게 된 것이었다. 원이림은 줄곧 이 일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원승진을 미워하고 있었다.윤성아의 칠흑 같은 두 눈동자가 원이림에 향했다.“이림 씨를 제일 아끼고 사랑했던 어머님과 누나가 아버님의 하나뿐인 아내이자 딸이라는 것은 안 생각해보셨어요?! 아버님의 슬픔이 이림 씨보다 덜하진 않았을 거예요. 게다가 분명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살고 계셨을 거예요.”“...”원이림은 그런 생각을 안 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는 줄곧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고집스러운 결정으로 어머니와 누나가 보복을 당했기 때문이었다.“우리 다시 돌아가요.”윤성아는 따스한 빛을 담은 두 눈으로 그를 보았다.
하지만 안씨 가문에서는 그와 안효연의 사이를 반대한 적이 있었다. 그 탓에 안효연은 집안사람과 싸우게 되었고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었다. 만약 그가 지금 바로 안씨 가문에게 알려 안효연을 데려가게 한다면, 나엽은 두 번 다시 안효연을 만나지 못하게 된다. 그는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저 안효연의 곁에서 안효연을 지켜주고 돌봐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일단 안효연의 기억부터 되찾아 주려고 했다. 그리고 남은 일은 안효연이 기억을 되찾은 후에 다시 해결하려고 했다.윤성아가 말했다.“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요?”나엽은 윤성아에게 말했다.“성아 씨는 효연이랑 똑같이 생겼잖아요. 그 사람들도 쌍둥이라고 생각할 거예요.”나엽은 윤성아를 안효연의 쌍둥이 동생인 척 데려가 안효연을 F국으로 데려올 생각이었다.윤성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나엽의 계획은 안효연을 속이는 것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그건 사기잖아요.”“하지만 성아 씨, 이건 그냥 사기가 아니에요. 하얀 거짓말이죠. 효연이를 여기로 데려오기만 하면 바로 큰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해줄 거예요. 기억을 되찾으면 효연이도 모든 걸 알게 될 거예요. 효연이는 성아 씨를 탓하지 않을 거예요!”나엽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제발 도와줘요. 그냥 딱 한 번만 효연이 동생인 척해줘요. 저랑 같이 효연이를 이곳으로 데려와요, 네?”윤성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제가 같이 가 드릴게요.”비록 그녀는 안효주인 척 연기하는 것이 싫었고 거짓말하는 것도 싫었지만 이 모든 건 나엽과 안효연을 도와주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하기로 했다.“고마워요, 성아 씨.”나엽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더욱더 마음이 조급해졌다.“그럼 우리 지금 바로 운성시로 가요. 가서 효연이를 데리고 와요!”“그래요.”윤성아와 나엽은 그렇게 함께 운성시로 가게 되었다.이때의 운성시는 겨울이었다. 윤성아와 나엽이 비행기에서 내렸을 땐, 운성시에선 눈이 내리고 있었다. 큰 눈이 거위 털처럼 흩날리고 있었고 마치 운성시
기사는 놀라 바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강주환은 바로 문을 열고 익숙한 형체가 보이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하하.”강주환은 씁쓸한 듯 웃었다. 이번에도 환각이 생긴 거라 생각했다. 윤성아를 잃어버린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 그는 윤성아와 닮은 사람만 있으면 바로 달려가 확인했다. 하지만 번마다 그의 허상이었다. 그녀가 너무 그리운 나머지 환각이 생기게 된 것이었다. 강주환은 씁쓸한 얼굴로 몸을 틀어 다시 차에 탔다. 그의 얼굴엔 허탈감과 공허감이 남아있었다.“다시 운전해.”기사는 감히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의 말대로 바로 시동을 걸었다.이때, 강주환이 아까 허상을 보았던 곳에서는 나엽과 윤성아, 그리고 안효연이 밀크티 가게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윤성아와 안효주는 손에 각각 따뜻한 밀크티를 손에 들고 있었고 나엽은 두 사람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애틋하고 그윽한 눈길로 안효연을 보고 있었다. 세 사람은 밀크티 가게에서 나와 계속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높은 건물을 지나쳐 옆으로 방향을 틀자 드디어 나엽이 말한 식당에 도착하게 되었다. 식당 주인은 40대의 여사장이었다. 여사장은 기억력이 아주 좋았다. 비록 나엽과 안효연은 몇 년 동안이나 찾아온 적이 없었지만 바로 한눈에 나엽과 안효연을 알아보았다. 다만 살짝 머뭇거렸다. 여사장은 안효연의 이마에 생긴 흉터 때문에 안효연과 똑같이 생긴 윤성아를 안효연으로 착각하게 된 것이었다.“하하, 그때도 두 사람이 그렇게 사이가 좋더니, 그간 찾아오지 않은 게 이미 결혼한 거였어요? 심지어 아이까지 생겼네요?! 축하해요!”여사장은 넉살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나엽과 안효연이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긴 것에 아주 기뻐했다. 심지어 특별히 축하의 의미로 두 개의 요리를 더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나엽은 바로 안효연의 손을 잡으며 여사장에게 설명했다.“잘 못 보셨어요. 임신한 사람은 효연이 동생이에요. 이 사람이 효연이에요.”여사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
하지만 그는 그래도 안효연의 기억이 돌아오기를 바랐다. 18년간의 기억을 잃고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있으니 어딘가 부족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안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정한 두 사람이 곁에서 걱정하고 있으니 마음속 어딘가가 따스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도 얼른 기억을 되찾고 싶었다. 하지만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가 기억해내려고 하면 할수록 극심한 두통이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두통이 느껴졌다. 안효연은 결국 미간을 찌푸렸고 아프다고 말하지도 않았지만, 나엽은 바로 알아챘다.“효연아, 그만 생각해. 괜찮아, 언젠가는 생각날 거야.”그는 큼지막한 손으로 그녀의 작은 손을 감쌌다.“지금 우리는 그냥 산책하고 있는 거야. 야경만 구경하면 돼.”안효연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곧이어 세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윤성아도 두 사람과 같이 가고 싶었지만 이미 임신 40주 차가 지난 그녀는 배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녀는 결국 더는 걸을 수가 없다고 판단해 자신 때문에 두 사람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바로 나엽에게 말했다.“효연 언니랑 계속 산책하면서 둘러봐요. 난 먼저 호텔로 돌아가 볼게요.”나엽은 바로 윤성아가 힘들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여 그와 안효연도 윤성아와 함께 호텔로 돌아가려 했다.“괜찮아요.”윤성아는 거절했다. 그녀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두 사람은 계속 산책하고 계세요. 여긴 호텔이랑 멀지 않으니 저 혼자서도 찾아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요.”하지만 만삭이 된 그녀의 모습에, 조금 전까지 눈이 내린 탓에 길이 아주 미끄러웠기에 나엽과 안효연은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두 사람은 먼저 윤성아를 호텔로 데려다주기로 했고 다시 나와서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나오기로 했다.“정말로 괜찮아요.”윤성아는 웃으면서 말했다.“제 몸은 제가 더 잘 알아요. 갈 때 조심히 갈 거고, 힘들면 쉬다가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게다가 호텔도 멀지 않잖아요.
행여라도 거리가 부족해 완벽하게 죽이지 못할까 봐 그녀는 일부러 뒤로 후진했다가 액셀을 꾸욱 밟았다. 그녀의 차는 그렇게 윤성아를 향해 무섭게 돌진하게 되었다. 윤성아는 뒤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에 바로 고개를 돌렸다. 무섭게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차를 발견한 윤성아는 바로 옆으로 달려 피해버렸다. 하지만 안효주는 윤성아를 죽일 계획이었다. 넓은 주차장에 안효주의 차는 무섭게 다시 한번 윤성아를 향해 돌진했다. 윤성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차가 일부러 자신을 향해 돌진했다는 것을 눈치채고 다시 한번 피하려고 했지만 무거운 배 탓에 동작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그녀는 뒤에 잇던 풀숲까지 뒷걸음질을 치게 되었고 이번에는 제대로 피하지 못하게 되었다.쿵! 윤성아의 몸은 결국 치어버려 멀리 2, 30M나 되는 곳까지 나가떨어지게 되었다.온몸이 아파졌지만 그중 배가 더욱 아팠다. 그녀의 몸에서는 바로 붉은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하지만 안효주는 멈추지 않았다. 저승사자 같은 얼굴로 살기를 띠며 바닥에 누워있는 윤성아를 보았다. 윤성아의 몸에서 다량의 피가 흘러나오자 그녀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하하, 빌어먹은 년이 이번엔 꼼짝없이 죽겠네!'밤은 어두웠고 안효주의 차는 풀숲 근처에 세워졌다. 마침 윤성아를 가리고 있었다.“살려... 살려주세요. 아이가...”피를 잔뜩 흘리고 있는 윤성아는 안간힘을 쓰며 손을 뻗었다. 그녀는 지나가는 누군가가 그녀와 아이를 살려주길 바랐다.하지만 지금은 이미 어둠이 내린 시각이었고 주차된 차 때문에 그녀는 풀숲에 숨겨지게 되었다. 안효주는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운전석에 앉아 싸늘한 눈빛으로 윤성아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직접 두 눈으로 윤성아가 죽는 모습을 보고 말겠다는 의지였다.그녀는 심지어 계속 후진하면서 윤성아와 배 속에 있는 아이를 깔아 죽이고는 현장을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지금 뭐 하는 거지?'안효주는 윤성아가 힘겹게 바지를 벗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녀의 몸엔 힘이 없었다. 심지어 기어가는 것도 불가능했다.눈보라는 점점 더 심해졌다.윤성아는 지하주차장 근처와 2, 30M 떨어져 있는 풀숲에 쓰러져 있었다. 이곳엔 야외 주차장 입구 외에서는 지하주차장 입구가 있었다. 폭설이 내리는 날씨에 거기다 밤이었으니 지나가는 차량도 적었다. 그나마 지나다니는 차량도 바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살려주세요...”윤성아는 누군가가 자신을 발견해주길 바랐고 배 속에 아이를 구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밤은 어두웠다. 주차장의 은은한 불빛 아래 누구도 풀숲에 쓰러진 그녀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었다...윤성아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추운 눈밭에서 점차 생명이 다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녀는 살아야 했다! 배 속에 남아있는 아이와 함께 살아야 했다!“살려주세요, 제 아이를 살려주세요...”윤성아는 마치 황무지에서 죽어가는 새끼를 품은 동물 같았다. 살고 싶었고, 아이도 살리고 싶었다. 하지만 눈은 점점 그녀의 몸을 덮어갔다. 심지어 풀숲에 쓰러져 있던 터라 쉽게 발견되기도 어려웠다.제일 중요한 건, 이런 날씨에 누구도 야외 주차장에 주차하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은 전부 바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밤은 더더욱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모든 희망에 장막이 드리워지면서 그녀의 끝을 알리는 것 같았다.‘정말 이렇게 죽는 건가? 신이 있다면, 제발 저와 아이를 불쌍히 여기고 살려주세요! 모든 것을 바칠 테니 제발 살려만 주세요! 한 명이라도 절 발견하여 저와 아이를 살려주세요...'하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윤성아의 눈꺼풀은 점점 더 내려오고 있었고 극한의 추위에 언제든 정신을 잃고 죽어갈 준비가 되어있었다.그러나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속으로 계속 누군가가 그녀와 아이를 구해주길 바라며 윤성아는 있는 힘껏 눈밭에서 몸을 움직여 기어갔다. 그녀는 힘겹게 손을 뻗어 주머니에서 빠져버린 핸드폰을 잡으려 했다.핸드폰을 잡자마자 나엽에게 연락하거나
5년 전, 안효연이 사고가 나던 그날, 멀리 영주에 있던 윤성아도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었다.이런 일은 아주 많이 일어났었다.그리고 지금도 안효연은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그녀는 나엽의 손을 꽉 잡았다. “아니야, 내 느낌엔 윤성아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나엽아, 우리 지금 당장 돌아가야 해.”“그래!”나엽은 대답하곤 안효연과 바로 서둘러 돌아왔다.그들은 윤성아와 마찬가지로 빠른 길을 선택했다. 호텔 야외 주차장의 다른 입구로 들어와 주차장을 지나 호텔로 돌아가려 했다.그들은 저 멀리 호텔 풀숲 근처 눈에 덮인 채 누워있는 듯한 사람과 바닥을 흥건히 적신 선홍색의 피를 발견하게 되었다.두 사람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고, 즉시 걸음을 서둘러 가까이 다가갔다.바닥에 쓰러진 채 흰 눈에 덮인 사람이 윤성아라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두 사람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다.“성아 씨!”나엽이 큰소리로 외쳤다.그는 온몸을 떨며 붉은 선혈로 물든 눈밭과 검은색 코트를 입었음에도 이미 얼어가는 윤성아를 보았다.윤성아의 작은 얼굴은 창백했고 숨결은 미약했다.그녀의 몸에는 눈에 띄는 선홍색의 선혈외에 또...조금이라도 늦게 발견되었다면 윤성아는 분명히 이 눈밭에서 죽었을 것이다.그들이 발견한 지금, 윤성아는 아직 살아있지만, 목숨이 위태로웠다. 아직 살려낼 희망이 있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나엽은 윤성아의 창백한 뺨을 조심스레 두드리며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아 씨, 정신 차려봐요.”“제발, 일어나 봐요!”어떻게 해도 윤성아는 깨어나지 못했다.나엽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효연아, 빨리 전화해!”이때.나엽과 함께 달려와 온몸이 피로 물든 윤성아를 본 효연은 너무 놀라 얼이 나간 양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는 혼이 나간 사람처럼 어찌할 줄 몰라 꼼짝할 수 없었다.나엽이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재촉했다. “효연아, 멍하니 있지 말고 빨리 전화 좀 해줘!”안효연은 나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리고는 다시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