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허락하지 않았지만 또 거절하지도 않았다.수현의 마음도 그제야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옆으로 누워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불쌍한 척 한 게 아니다...그저 바깥의 온도가 한 자릿수인 데다 홑 옷차림으로 서있었으니 확실히 춥긴 했다. 더구나 얼마 전 위출혈때문에 병원에 갔었는데 아직 다 낫지 않은 것 같았다.그래서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물론 그는 충분히 민재더러 외투 한 벌을 가져오라고 할수 있었지만 시간이 많이 걸렸다.민재도 확실히 그렇게 제안했었다.하지만 그 순간, 수현은 들어가서 윤아의 마음을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만약 남으라고 하면 제일 좋겠지만 말이다.역시나 그의 바람대로 성공적이다.비록 실내도 춥긴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이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수현의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잠시 앉아 있다가 일어나 뜨거운 물을 한 잔 따랐는데 병실 안이 너무 조용한 탓에 물 마시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윤아는 저녁때부터 지금까지 긴장한 탓에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상태라 지금 목이 살짝 말랐다.하지만 수현과는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아 억지로 눈을 감고 참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윤아는 갈증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두 눈을 떴다. 그 상태로 또 한참 기다리다가 결국에는 일어나서 물을 마시려고 했다.자신의 움직임이 작다고 착각한 윤아는 물론 수현이 아까처럼 잠에 들었으리라 생각했다.하여 동작을 최대한 작고 가볍게 일어나려고 했다.생각했던 찰나, 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그래?”그의 목소리에 윤아는 놀란 나머지 몸이 굳어버렸다.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수현이 그녀에게 다가오면서 다시 물었다.“뭐 해줄까? 말해 봐, 내가 도와줄게.”“필요 없어.”윤아는 고민할 새도 없이 그의 말을 거절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던 순간 몸이 갑자기 앞으로 기울었는데 다행히 수현이 재빨리 부축했으니 마련이지 아니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다.머리 위에서 그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
말을 마친 뒤 그녀는 남은 반 잔의 물까지 다 마시고 다시 컵을 그에게 넘겨줬다.수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컵을 건네받고 뜬금없이 물었다.“화장실 갈래?”윤아는 할말을 잃었다.‘왜 또 그걸 물어봐?’그녀는 이번에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젠장, 왠지 마려운 것 같기도 했다...윤아의 얼굴이 순간 검게 변했다.하지만 수현은 여전히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안아서 데려다줄게.”그리고는 다시 그녀를 공주님 안기식으로 화장실까지 데려다주었다.다행히 마침 링거도 다 맞아서 손을 쉽게 사용할 수 있었고 다친 건 이마라 화장실 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었다.화장실에 들어선 뒤 수현은 변기 뚜껑을 열어주고 휴지도 미리 준비해 두고 모든 준비를 다 끝내고 나서야 그녀에게 말했다.“문밖에서 기다릴게, 끝나면 날 불러.”말을 마치고 나가면서 문도 닫아줬다.윤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밖에 있겠다고?” 문밖에서 재빨리 수현의 대답이 들려왔다.“응.”“...”윤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그에게 말했다.“조금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안돼?”그녀는 단지 아무렇게나 가볍게 한마디 했을 뿐인데 뜻밖에도 그에게 들렸던 모양이다. 이렇게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 어떻게 마음놓고 화장실을 쓸 수 있겠는가?잠시 조용해지더니 이내 수현의 낮고 아까보다는 조금 멀리 떨어진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충분해?”윤아는 아예 화장실 문을 열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더 멀리.”수현은 조금 더 멀리 갔다.그가 매우 멀리 떨어진 모습을 보고 나서야 윤아는 화장실 문을 닫을 수 있었다.볼일을 다 본 뒤 손을 씻고 화장실을 나와보니 수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는데 윤아가 나오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다가왔다.“안아줄 필요 없어.”그가 손을 뻗기도 전에 윤아가 말했다.그녀의 말에 수현은 어쩔 수 없이 하려던 동작을 멈추고 물었다. “혼자 갈 수 있겠어? 어디 불편한 곳은 없고?”“없어.”윤아는 그를 힐끔 보면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순간 수현의 눈살이 찌푸려지더니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내가 언제 아이를 안 가지겠다고 했어?”그의 반응에 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쓴 웃음이 났다.“시치미 떼지 마,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네가 한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이 말은 수현의 눈살을 더욱 찌푸리게 했고, 너무 터무니없어서 꼭 해명해야 했다.“그럼 내 입으로 한 말이 아닌데 왜 내가 했다고 단정짓는 거야?”그의 말을 들은 윤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수현 씨, 인정할 용기도 없는 거야?”수현은 너무 괴로웠다.“내 입으로 한 말도 아닌데 왜 내가 인정해야 하냐고?”윤아는 참을 수 없는 비웃음이 또 터져 나왔다.“당신이 이렇게까지 겁쟁이로 변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자기가 했던 일도 인정 못 하고 말장난만 하고 있네.”“내가 언제 말장난을 했어?”윤아가 버럭 화를 냈다.“말장난이 아니면 왜 인정하지 못하냐고.”“아니,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을 어떻게 인정하냐니까?”수현과는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자기 입으로 증거가 없다고 했지만 확실히 그때 당시 그가 직접 말한 게 아니다. 하지만 만약 그가 지금 윤아한테서 아이를 뺏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부인하고 싶을 것이다.윤아는 그가 이런 사람으로 변 줄은 몰랐다.수현은 그녀가 말도 없고 그를 보는 눈빛과 얼굴빛이 돌변하자 참지 못하고 어깨를 움켜쥔 채 이를 악물며 말했다.“좋아, 꼭 그렇게 말해야 한다면 내가 했다고 인정할게. 그럼 당사자의 권한으로 그때 일을 다시 되짚어봐도 될까?”말을 듣고 있던 윤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인정하면 인정했지 왜 되짚어본다고 하지? 설마...’“나에게 죄를 묻더라도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말을 하면서 수현은 이를 너무 세게 악문 나머지 이빨이 부스러질 것 같았다. 정말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윤아는 분명 그가 한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진짜 못 봤어. 내가 그런 중요한 문자를 보고 답장 안 할리가 없잖아.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왔으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몰라?”“맞아, 네 말대로 우린 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서 너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잖아? 어쨌든 소영 씨는 당신 생명의 은인이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당신이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니까.”“설마 내가 그 여자 때문에 너에게 상처줬다고 생각하는거야?”그의 물음에...윤아는 비아냥거리며 답했다.“그런 적 없어?”수현이 물었다.“내가 언제?”‘언제냐고?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지?’그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수현이 대신 입을 먼저 열었다.“만약 이혼에 대해 말하는 거라면 내가 해명할 수 있어.”윤아는 여전히 대꾸하지 않았다.“애초에 우리 혼인은 가짜였다고 말했었지?”그의 말에 윤아는 그를 한번 슬쩍 보았다.수현은 계속 말을 이었다.“그때 나한테 뭐라고 했어? 할머니 수술이 끝나면 이혼한다고 했잖아.”“내가 한 말이 아니야.”윤아가 그의 말을 반박했다.“수현 씨가 그렇게 말했지 난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잊었어?”수현의 웃음은 조금 처량해 보였다.“우리가 관계를 맺은 지 5일째 되는 날 아침, 할머니 수술 끝나면 이혼하자고 네 입으로 직접 얘기했어.”윤아는 그의 말에 멍해졌다. 이미 그녀의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졌기때문이다.수현의 말을 듣고 윤아는 다시 기억을 되짚어보았는데 확실히 그때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그 당시 그들은 처음 관계를 맺었지만 알코올이 그중 큰 역할을 했었다.하여 깨어났을 때 서로 매우 어색했고 특히 대화가 끝나도 수현은 매우 저기압이었다.그녀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닷새째 되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얼굴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수현을 보며 말했다.“하루 종일 그런 표정 짓지 마, 그날 밤 일은 내가 말했잖아, 그냥 사고였어, 그렇게 신경 쓰이면 할머니 수술이 끝나고 바로 이혼하자.”그녀의 말에 수현의 발걸음이
“그때 심씨 가문에 어려움이 있을 때 도와준 건 고맙지만 우리가 결혼하게 된 이유는 잊지 않았지? 할머니가 그때 몸이 안 좋아서...”할머니 얘기가 나오자 윤아는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얼굴도 못 본 일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으나 심호흡하면서 겨우 진정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아무튼 서로가 필요한 걸 주고받았으니깐 비즈니스 사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그래?”수현의 눈빛이 진지해지더니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만약 진짜 비즈니스 사이라면 왜 떠날 때 한푼도 챙기지 않았어? 아이는 왜 또 낳았고?”“이혼한 마당에 내가 당신 돈을 어떻게 가져? 수현 씨가 우리 심씨 가문의 일을 처리해 주고 나는 할머니를 돌봐주는 거로 서로 윈윈했잖아, 근데 내가 왜 당신 돈을 받아야 하지? 그리고 아이를 왜 낳았냐고 물었는데, 웃겨, 내가 같이 자자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서로 합의 하에 관계를 맺은 거잖아. 내 배로 임신한 아인데 당연히 낳을지 말지에 대한 권리가 나한테 있지.”“근데 아이는 내 핏줄이기도 하잖아.”“그게 뭐? 수현 씨 핏줄이 그렇게 대단해? 내가 낳았으니 내 자식이야. 나한테 자식이 있단 사실이 배 아프면 다른 사람한테 가서 낳아달라고 해.”수현은 할말을 잃었다.“...”대화의 주제가 점점 요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수현은 결국에는 문제점을 발견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왜 윤아가 지금 그에게 이렇게까지 큰 오해를 하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했지만, 아이 이야기를 꺼내자 온몸에 가시가 돋친 모습으로 그가 아이를 빼앗아 갈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다.오해를 풀지 않으면 윤아는 영원히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이고 자기가 아이를 뺏어가려는 게 아니라 그저 그녀와 같이 키우고 싶어 하는 마음도 믿지 않을 것이다.오늘의 계획은 가능한 한 빨리 그녀를 안심시켜서 그때의 오해를 풀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그러다가 갑자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자기 핸드폰인 걸 알아챈 윤아는 냉큼 받았지만 수현이 갑자기 말했다.“녹음 기능을 켜.”그의
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분하게 핸드폰에 대고 그녀가 말한 그대로 녹음했다.윤아는 누워서 수현을 보며 말했다. “언젠가 나한테서 아이를 뺏으려는 생각이 들거나, 법적 절차를 밟아서라도 아니면 몰래 내 아이를 뺏으려 하면 나는 꼭 당신을 법정에 세울 거야. 그러면 당신 명의의 모든 재산은 나 심윤아에게 넘겨야 하고.”윤아는 이 말까지는 녹음 못 하겠지 싶었다.이 말을 했다는 것은 법적 효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일단 아이를 데려간다고 해도 아마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하여 윤아는 말을 마치고 기대하지도 않은 채 그쪽에 아예 신경을 꺼뒀다.이때, 갑자기 수현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토씨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그대로 녹음하기 시작했다.윤아는 할말을 잃었다.“...”그리고 복잡해 보이는 눈빛으로 수현을 바라보았다. 진짜로 그 말을 전부 녹음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무슨 뜻이지? 설마 진짜 아이를 뺏지 않을 건가? 정말 나만의 착각이었나? 생각해 보니 요 며칠 너무 의심만 했었나?’수현은 처음부터 그녀와 같이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강조했었다...“이제 안심이 돼?”그녀가 예전처럼 자신을 경계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수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드디어 두 사람 사이의 오해를 마음 놓고 풀 수 있지 않을까?윤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을 저장 후 백업까지 해두었다.앞으로 정말 필요한 순간에 충분히 증거자료로 쓸 수 있어 보였다.수현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녹음파일도 잘 챙기고 핸드폰도 잘 간수해. 다른 사람이 가져가거나 잃어버리면 안 되니깐, 그때 가서 또 내 탓 하지 말고.”“말하지 않아도 알아.”윤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베개 밑에 핸드폰을 밀어 넣었다.“그래서, 이제 나한테 마음이 조금 놓여? 이제야 내가 아이를 빼앗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으니깐?”그의 표정을 보니 지금 분명 자신에게 더할 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할말이
이 문제가 나타나자마자 두 사람은 모두 침묵했다.윤아가 침묵한 이유는 그때 당구 클럽 아래에서 소영의 친구들에게 핸드폰을 뺏겨 자신에게 악의적인 메시지를 보냈던 일이 떠올랐다.그리고 수현의 표정도 그가 지금 윤아와 같은 일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두 사람은 지금 텔레파시가 통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수현은 윤아를 보며 말했다.“어쩌면 핸드폰이 정말 내 손에 있지 않았을 수 있지 않아?”윤아는 입술을 꾹 다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현은 한 줄기의 희망 자락을 잡고 얼른 물었다.“윤아야, 만약... 정말 만약 네가 이 일을 나한테 알려줬을 때 핸드폰이 내 손에 없어서 벌어진 일이라면 넌 그래도 내가 미워?”이 말을 듣자, 윤아도 깊은 침묵에 빠졌다.“만약 핸드폰이 너한테 없었다면 또 누가 가져갔을까?”윤아는 수현은 뚫어져라 보았다.“넌 늘 핸드폰을 갖고 다녔잖아. 만약 정말 너한테 없었다면 그건 아마 네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손에 있었을 거야. 네가 보지 못했더라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그리고 아직 수현이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이런 방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수작이면?어쨌든 모든 일을 제대로 조사해 내기 전엔 절대 쉽게 믿지 않을 생각이었다.윤아의 말에 수현은 또 침묵에 잠겼다.그는 얇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계속 변명 하려고 했으나 윤아는 그의 앞에서 하품했다.“나 조금 힘든데 쉬어도 될까? 나한테 그렇게 많이 물어보는 대신 전에 일을 조사할 생각이나 해. 만약 네가 정말 그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면 말이야.”한참이 지난 후,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넌 먼저 쉬어. 제대로 조사한 다음 너한테 증거를 보여줘서 날 믿게 할 거야.”“뭐, 마음대로 해.”윤아는 별로 신경 쓰지 않으며 대수 응하고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그녀의 이런 모습은 또 수현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다시 힘을 풀고 몸을 일으켜 윤아에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윤아도 수현이 다가올 때 그가 또 그녀
비서는 상사가 부르면 반드시 일해야 했다. 그래서 민재의 핸드폰은 24시간 대기 상태였다.핸드폰이 울리자마자 그는 누가 자신을 찾는지 알았다.하지만 날씨는 너무 추웠고 이불 안은 너무 따뜻했기 때문에 그는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핸드폰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민재는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켜 전화를 받았다.“대표님?”수현은 날짜 하나를 말한 후 민재에게 분부했다.“방법을 생각해서 이 날짜에 핸드폰이 접수한 모든 메시지를 알아내요.”민재: “...”수현이 말한 날짜가 언제인지 알게 된 순간 민재는 멍해 있었다.“아니, 대표님... 이건 너무 오래전 날짜잖아요. 어떻게 조사해요?”“비서잖아요. 방법을 대서 다 찾아내요. 쓰레기 메시지도 빠짐없이.”민재는 뭐라고 더 말하려고 했으나 수현은 이미 전화를 끊은 상태였다. 핸드폰에선 신호음이 들려왔고 민재는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 앉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얼마나 잤을까.아이들이 말하는 소리와 낯선 남자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윤아는 누군가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만지는 것을 느꼈다. 아마 상처를 처리해 주는 것 같았다.그녀는 머리가 너무 무겁고 정신이 흐릿해 또 잠들어 버렸다.한참 후, 큰 손이 윤아를 가볍게 흔들며 잠에서 깨웠다.윤아는 눈을 뜨자마자 걱정으로 가득한 수현과 눈을 마주쳤다.“괜찮아? 너무 오래 자더라.”그를 보니 윤아는 눈앞이 또 흐릿해졌다. “몇 시야?”“아침이야.”“아침? 의사가 다녀간 걸 들었어.”“응.”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의사 선생님께서 네가 깨면 알리라고 하셨어. 어디 불편한 데 없어?”윤아는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없어. 그냥 조금 피곤하고 졸려.”이건 사실이었다. 요즘 거의 매일 수현이 아이들을 뺏을까 봐 두려워했다. 그래서 정신 줄이 빳빳했고 지나치게 긴장했었다. 비록 낮에는 전과 같은 상태처럼 보이긴 했어도 실은 이미 며칠 동안 잠을 설쳤고 매일 밤 수면 시간이 고작 몇 시간에 불과했다.그리고 지금은 다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