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2화

전화는 아주 신속하게 끊겼다. 갑자기 남자 목소리가 들려서 그런 건지, 아니면 고현성이 정답을 말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나는 고현성이 대뜸 임지혜의 이름을 말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는 이 장난 전화에 관해 무언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고현성은 전화를 돌려주며 나를 껴안았다.

“내가 아직 지혜랑 만나고 있을 때, 일이 바빠서 데이트도 별로 못 하고 그랬어. 대부분 시간은 나한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지. 지혜는 기분이 나쁠 때마다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맞혀보라고 했어. 물론 난 상대해 주지 않았지만.”

잠시 말을 멈춘 그는 훨씬 어두워진 눈빛으로 말했다.

“이 일은 내가 조사할게. 임지혜가 한 짓이라고 해도... 내가 확실하게 답을 줄 거야.”

2달 전 최희연이 임지혜에게 단단히 화가 나서 차로 들이받은 적 있다. 그때의 고현성은 임지혜에게 답을 주겠다고 했다.

“난 지혜를 위해 진실을 밝힐 거야. 네가 다쳤어도 똑같아. 그리고 내가 가만히 있으면 지혜가 시끄럽게 굴 거야. 남자친구가 돼서 아무것도 안 한다고.”

고현성은 정말 좋은 남자다. 단 사랑하는 사람에 한해서 말이다.

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믿을게요.”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그의 품에 기대어 몸을 더 가까이 밀착시켰다. 그러나 그가 팔을 벌려 더 가까이 끌어안을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찔했다.

“움직이지 마, 그냥 가만히 있어 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부의 뜻을 알아챈 그는 더 이상 강요하지도, 어떤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잠시 후 그는 나를 내려놓고 욕실로 들어갔다. 나는 침대에 편하게 엎어져 있었다.

머리를 말리고 난 고현성은 어젯밤 입었던 정장을 다시 입었다. 구겨진 셔츠를 본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나에게 말했다.

“선양그룹은 내 집이랑 더 가까워. 괜찮으면 거기서 살아도 돼.”

나는 그의 집에서 보낸 3년을 기억했다. 혼자 텅 빈 별장에서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지내던 시절을 말이다.

다시 돌아가고 싶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