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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유지영의 당황한 표정을 보고 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녀는 이 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나의 시선은 서서히 유서정에게 향했다.

유서정은 아주 태연해 보였다. 그러나 나보다도 급한 말투로 유지영을 다그쳤다.

“지영아, 네 목소리가 왜 이렇게 들려?”

유지영은 입술을 깨문 채 무언가 생각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연수아 당신 원하는 게 뭐예요? 날 찾아서 어쩌려고요? 어쩌자는 거냐고요?!”

이 말을 들은 순간에는 유서정을 의심하던 마음이 다시 유지영 쪽으로 기울었다.

그녀가 나를 연수아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집사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선양그룹의 연수아 대표님이세요?”

아까까지만 해도 나를 무시하던 집사가 이제는 존칭을 사용하며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나는 집사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이틀간 녹음해 둔 것을 유지영에게 들려주었다.

녹음을 들은 유지영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그녀는 급하게 유서정을 바라봤다. 유서정은 담담하게 달래기만 했다.

“겁먹지 마, 지영아.”

그러고 나서 유서정은 또 몸을 일으키며 나에게 말했다.

“이번 일은 우리 유씨 가문 잘못이에요. 저도 지영이가 이런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어요. 선양 쪽에서 먼저 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면 우리가 책임을 질게요.”

유서정은 아주 쉽게 말했다. 이번 일을 금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내가 필요한 건 돈이 아닌데도 말이다.

나는 잠시 말없이 저택의 정원을 바라봤다. 고풍스러운 가짜 바위와 정자가 잘 꾸며져 있었지만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나를 잘 아는 강해온이 내 생각을 읽고 대신 말했다.

“이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동입니다. 저희가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말이죠. 판단은 경찰에 맡기겠습니다.”

유서정은 놀란 듯 물었다.

“이 정도의 체면도 안 지켜주는 건가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그렇게 너그럽지 못해서요. 은혜를 원수로 갚지만 않으면 사람으로서 할 도리 다 했다고 생각해요.”

나는 또 얼굴이 창백해진 유지영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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