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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아, 선물 전하러 오신 분이죠?”

“네.”

멋대로 대문을 열 수 없었던 도우미는 황급히 말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집사님한테 소식을 전할게요.”

도우미가 집사를 부르러 간 동안, 내 핸드폰은 계속해서 울렸다. 이대로 전화를 받지 않을 수는 없어서, 나는 결국 수락 버튼을 눌렀다.

전화 건너편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너 날 조사하고 있더라?”

나는 고개를 돌려 유씨 가문의 저택을 바라봤다.

커다란 별채가 모여 있는 공간 너머로 보이는 앞마당의 인공 호수에는 금빛 잉어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전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 장면이었다.

나는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이런 전화를 받고도 조사 안 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 왜, 내가 임지혜 씨를 조사하는 걸 알고 마음이 급해졌어요?”

“네가 날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두고 보면 알겠죠.”

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 순간, 핸드폰 건너편에서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무시하고 나에게 위협을 가했다.

“시한부 주제에 나대지 마. 네 모든 행동이 나한텐 서투르고 멍청해 보여. 넌 정말 불쌍한 인간이야.”

그는 항상 나의 건강 문제를 비꼬는 식으로 말했다. 이때 핸드폰 건너편에서 또 다른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수아 대표님이 보낸 사람이 왔습니다.”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유씨 집안사람이 틀림없었다.

상대는 당황한 듯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곧이어 집사가 문을 열어주었다.

내가 누군지 몰랐던 집사는 강해온에게 물었다.

“강 비서님, 이분은 누구신가요?”

내가 먼저 나서서 대답했다.

“저는 강 비서님의 비서입니다.”

강해온은 빠르게 상황을 이해하고 나를 ‘최희연’으로 불렀다. 집사는 내게 별 관심을 두지 않고 강해온에게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회장님은 해외에서 요양 중이라 서당에 계시지 않습니다. 대신 대표님이 집에 계십니다.”

나는 의심스럽게 물었다.

“회장님은 요즘 회사 일에 잘 관여하지 않으신다 들었습니다. 그러면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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