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선물 전하러 오신 분이죠?”“네.”멋대로 대문을 열 수 없었던 도우미는 황급히 말했다.“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집사님한테 소식을 전할게요.”도우미가 집사를 부르러 간 동안, 내 핸드폰은 계속해서 울렸다. 이대로 전화를 받지 않을 수는 없어서, 나는 결국 수락 버튼을 눌렀다.전화 건너편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너 날 조사하고 있더라?”나는 고개를 돌려 유씨 가문의 저택을 바라봤다.커다란 별채가 모여 있는 공간 너머로 보이는 앞마당의 인공 호수에는 금빛 잉어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전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 장면이었다.나는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이런 전화를 받고도 조사 안 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 왜, 내가 임지혜 씨를 조사하는 걸 알고 마음이 급해졌어요?”“네가 날 찾을 수 있을 것 같아?”“그건 두고 보면 알겠죠.”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그 순간, 핸드폰 건너편에서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무시하고 나에게 위협을 가했다.“시한부 주제에 나대지 마. 네 모든 행동이 나한텐 서투르고 멍청해 보여. 넌 정말 불쌍한 인간이야.”그는 항상 나의 건강 문제를 비꼬는 식으로 말했다. 이때 핸드폰 건너편에서 또 다른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수아 대표님이 보낸 사람이 왔습니다.”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유씨 집안사람이 틀림없었다.상대는 당황한 듯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곧이어 집사가 문을 열어주었다.내가 누군지 몰랐던 집사는 강해온에게 물었다.“강 비서님, 이분은 누구신가요?”내가 먼저 나서서 대답했다.“저는 강 비서님의 비서입니다.”강해온은 빠르게 상황을 이해하고 나를 ‘최희연’으로 불렀다. 집사는 내게 별 관심을 두지 않고 강해온에게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회장님은 해외에서 요양 중이라 서당에 계시지 않습니다. 대신 대표님이 집에 계십니다.”나는 의심스럽게 물었다.“회장님은 요즘 회사 일에 잘 관여하지 않으신다 들었습니다. 그러면 가문
유지영의 당황한 표정을 보고 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녀는 이 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나의 시선은 서서히 유서정에게 향했다.유서정은 아주 태연해 보였다. 그러나 나보다도 급한 말투로 유지영을 다그쳤다.“지영아, 네 목소리가 왜 이렇게 들려?”유지영은 입술을 깨문 채 무언가 생각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연수아 당신 원하는 게 뭐예요? 날 찾아서 어쩌려고요? 어쩌자는 거냐고요?!”이 말을 들은 순간에는 유서정을 의심하던 마음이 다시 유지영 쪽으로 기울었다.그녀가 나를 연수아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집사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혹시 선양그룹의 연수아 대표님이세요?”아까까지만 해도 나를 무시하던 집사가 이제는 존칭을 사용하며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나는 집사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이틀간 녹음해 둔 것을 유지영에게 들려주었다.녹음을 들은 유지영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그녀는 급하게 유서정을 바라봤다. 유서정은 담담하게 달래기만 했다.“겁먹지 마, 지영아.”그러고 나서 유서정은 또 몸을 일으키며 나에게 말했다.“이번 일은 우리 유씨 가문 잘못이에요. 저도 지영이가 이런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어요. 선양 쪽에서 먼저 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면 우리가 책임을 질게요.”유서정은 아주 쉽게 말했다. 이번 일을 금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내가 필요한 건 돈이 아닌데도 말이다.나는 잠시 말없이 저택의 정원을 바라봤다. 고풍스러운 가짜 바위와 정자가 잘 꾸며져 있었지만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나를 잘 아는 강해온이 내 생각을 읽고 대신 말했다.“이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동입니다. 저희가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말이죠. 판단은 경찰에 맡기겠습니다.”유서정은 놀란 듯 물었다.“이 정도의 체면도 안 지켜주는 건가요?”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제가 그렇게 너그럽지 못해서요. 은혜를 원수로 갚지만 않으면 사람으로서 할 도리 다 했다고 생각해요.”나는 또 얼굴이 창백해진 유지영을 바라
나는 원래도 의심이 많은 성격이다. 그래서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이 많았다.이번 일은 유서정이 저지르고 유지영에게 덮어씌우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기에 유지영이 가만히 있을 것이다. 일을 빨리 끝내려고 말이다.이런 생각에 나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유서정에게 물었다.“서정 씨 듣기로는 임지혜 씨와 친하다면서요?”반대로 유지영은 임지혜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다.“맞아요, 오래 알고 지낸 친구예요.”유서정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흠잡을 데 없는 태도였다.나는 순간 깨달았다. 유지영은 희생양일 뿐이다. 그러나 핸드폰을 들고 있던 사람은 유지영이고 유서정에 관한 단서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유지영이 범인을 자처하는데 내가 어쩌겠는가? 더군다나 그녀를 통해서 유씨 가문을 경고할 수 있다면 나에게도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이때 내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고현성의 문자였다.[너 유씨 가문에 있어?][이미 알고 있었잖아요.]다음에 그는 답장으로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이어폰을 끼고 그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었다.“출장 간다더니 갑자기 거긴 왜 갔어? 설명할 준비는 됐고?”[제가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요?]고현성은 한동안 답이 없었다. 그러다 다시 문자가 왔을 때 집사가 들어오며 말했다.“고 대표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고현성이 들어오기 전, 나는 몰래 음성 메시지를 클릭했다. 이어폰에서는 그의 슬픈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일은 내가 알아보고 있었어. 근데 왜 갑자기 서당으로 가버린 거야? 수아야, 난 너한테 못 해준 게 너무 많아. 그러니 이제는 나를 조금만 더 의지해 주면 안 될까?”나는 메시지를 들으며 고현성이 성큼성큼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얼굴은 차가웠다. 하지만 날렵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커다란 체구로 이목을 단번에 집중시켰다.그와 눈이 마주친 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그렇게 입고 안 추워?”덤덤한 표정과 달리 화가 난
나는 문득 고현성이 보낸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래서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현성 씨를 못 믿어서 여기까지 온 건 절대 아니에요. 그냥 우연히 단서가 잡혀서 오게 됐어요.”고현성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그럼 거짓말은 왜 했어?”‘거짓말...’나는 출장으로 서당시에 오게 됐다고 했다. 다소 초라한 변명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솔직하게 말했다.“사건의 단서가 유씨 가문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원래는 현성 씨한테 알려주려고 했는데, 강 비서한테서 들으니 유씨 가문의 사모님이 현성 씨 고모라고 하더라고요. 현성 씨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숨겼던 거예요. 미안해요.”말을 마친 나는 그에게 물었다.“그런데 현성 씨는 왜 갑자기 서당에 온 거예요?”고현성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나를 한참 바라봤다. 그의 시선에 나는 얼굴을 만지작대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그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달콤한 말을 했다.“네가 보고 싶어서. 너랑 다른 도시에 있고 싶지 않았어.”그는 곧 말을 이어갔다.“그래서 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널 만나러 왔어. 너한테 연락하기 전에 고모가 먼저 연락할 줄은 몰랐지만. 나도 마침 서당에 있다니까 네가 유씨 가문의 저택에 있다고 알려줬어.”알고 보니 고은경은 거실에 나오기 전에 이미 고현성에게 연락했다.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일부러 고현성에게 전화를 한 건 나를 속이기 위해서였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화났어요? 다음부터는 꼭 솔직하게 말할게요.”내가 이렇게 말하자 고현성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쉬며 물었다.“이제 어디로 갈 거야?”“저는 상주시로 돌아가고 싶어요.”“조민수 때문에?”나는 그의 볼을 콕 찌르며 대답했다.“네, 내일 정기검진이 있어요. 안 가면 민수 오빠가 걱정할 거예요. 운성까지 찾아올지도 모른다니까요.”‘오빠’라는 말을 듣고 고현성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는 손을 뻗어 나를 감쌌다. 무언가 궁금한 모양이었지만 결국 말을 삼켰다.
조민수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던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두 사람 결혼 생각이 없다고?”“적어도 지금은.”조민수의 깊은 눈동자에 내가 담겼다. 그 순간 고현성이 갑자기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올라가자.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힘들었잖아. 올라가서 샤워하고 밥이나 먹자.”이 말을 들은 조민수는 별장 열쇠를 나에게 넘겨줬다.“난 오늘 야근이야. 내일 아침 데리러 올게. 다른 문제 없으면 운성으로 돌아가도 돼. 하지만 아니라면... 여기서 지낼 준비 하고 있어.”조민수는 나를 안고 토닥이다가 밖으로 나갔다. 그가 떠난 다음 고현성이 대뜸 말했다.“둘이 안고 있는 거 난 싫어.”“사랑하는 걸 어떡하겠어요.”“사랑?”나는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말했다.“네, 민수 오빠는 세상에서 저한테 가장 잘해주는 사람이에요. 어머니가 남겨준 사람이니까요.”“그럼 나는?”나는 그를 힐끗 노려보며 말했다.“아직까지만 민수 오빠라고 해두죠.”고현성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는 이제 나와 조민수의 관계가 궁금한 듯했다.“내가 알기로 연씨 가문과 조씨 가문 사이에는 별다른 관계가 없을 텐데? 둘이 어떻게 알게 된 거야?”나는 아무에게도 조민수의 과거를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건 조민수의 비밀이므로 내가 함부로 말할 자격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대충 둘러댔다.“어머니 친구 아들이에요.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죠. 저한테는 그냥 친오빠 같아요.”고현성은 내 대답에 만족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아무 말도 없이 주방으로 들어가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질투하는 모습조차 귀여웠던 나는 웃음을 참으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일단 조민수 애인의 방으로 가서 클렌징을 찾았다.방에는 화장품이 아주 많았다. 예쁜 옷도 많았다. 나와 몸매가 비슷했기에, 나는 아무 옷이나 골라서 새로운 화장품과 함께 내 방으로 들고 갔다.그렇다, 이 별장에는 내 방이 있었다. 그러나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었다.나는 메이크업부터 지우고 씻으러 갔다. 확인
고현성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바다에 비친 은하수와 같은 눈빛이었다. 그의 눈빛이 되냐고 묻고 있었다.나는 큰 결심을 내리고 대답했다.“좋아요.”...아침에 일어났을 때, 고현성은 내 곁에 없었다. 일어난 지 한참 됐는지 이불에서는 그의 체온이 느껴지지 않았다.나는 몸을 일으켜 씻고 나서 옷을 갈아입었다. 언니는 어젯밤 새벽 3시 정도에 답장을 보냈다.[나 금방 깼어. 너 몸은 어때? 참고로 결혼은 당분간 희망 없을 것 같아.][왜요?]‘혹시 둘이 싸웠나?’답장이 바로 없자 나는 밖으로 나왔다. 고현성과 조민수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두 사람은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살금살금 다가가자 조민수가 덤덤하게 협박하는 것이 들렸다.“두 번 다시 수아한테 상처 주지 마요. 안 그러면 내가 데리고 떠날 거예요.”“조민수 씨와는 상관없는 일일 텐데요.”조민수의 안색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나는 소리 내어 그를 불렀다. 내가 내려온 것을 보고 그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가자, 병원에 가야지.”내가 없을 때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차에 오른 다음에도 흉흉했다. 내가 애써 화제를 꺼내도 응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특히 조민수는 아주 피곤해 보였다.검사가 끝난 20분 후, 의사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했다. 다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아 보여서 안정을 취할 것을 제안했다.조민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너 요즘 스트레스받을 일 있었어?”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나도 몰라. 장례식이 끝나고 쉬지 못해서 그런가?”“흠... 운성에 돌아가서는 몸조리 잘해.”운성에 가도 된다고 허락받은 것이었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응!”“약도 제때 먹고.”“알았어.”조민수는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줬다.비행기에서 고현성이 말했다.“조민수 씨는 널 과하게 걱정해.”“오빠니까요.”“여자친구는 그렇게 생각 안 할 텐데?”고현성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혹시
“사모님, 암 말기입니다...”나는 사색이 된 얼굴로 의사에게 물었다.“뭐라고요?”의사는 진단서 위에 팔을 올려놓고 또박또박 말했다.“사모님, 2년 전 유산했을 때 자궁 소파술이 제대로 되지 않은 데다가 후에 감염까지 된 바람에 자궁에 암 덩어리가...”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의사의 말을 가로챘다.“그럼 얼마나 남았나요?”“암세포가 퍼져서 길어야 석 달 정도...”그 후로 의사가 더 뭐라 말했지만 하나도 들리지 않았고 머리가 윙 했다. 머릿속에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는 말만 계속 반복해서 맴돌았다......그날 저녁, 고씨 가문 별장.조금 전 나와 뜨거운 잠자리를 가진 남자가 바로 나의 남편 고현성이다.결혼 3년 동안 그는 매번 별장으로 돌아와 나와 관계를 가진 후 욕실로 들어가서 씻었다. 마치 더러운 뭔가를 만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샤워를 마친 후에는 매정하게 나가버렸다.별장으로 들어와서부터 나갈 때까지 나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오늘도 그는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온 후 양복을 갈아입고 또다시 나가려고 했다.나는 침대에 앉아 고현성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그러자 고현성이 입술을 깨물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그의 무관심한 눈빛과 마주한 순간 나는 하고 싶었던 말들이 전부 목구멍에 막혀 결국 이 한마디만 했다.“조심해서 가요.”아래층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아래층의 검은색 마이바흐를 내려다보면서 고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고현성이 전화를 받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나와 고현성은 올해로 결혼한 지 3년 되었다. 고현성과 결혼할 때 그의 마음속에는 다른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시아버지는 그 여자의 목숨으로 고현성을 협박하면서 나와의 결혼을 강요했다.고현성은 반항도 해봤었지만 결국 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하고 나와 결혼했다.3년 동안 나를 대하는 고현성의 태도는 늘 차가웠고 잔인하기만 했다. 심지어 나와 잠자리를 할 때도 그 여자의 이름 임지혜를 부르곤 했다
고현성이 살짝 멈칫했다.“또 무슨 수작이야?”창밖에 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의 23살 생일까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그날은 섣달 그믐날인데 그때까지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매끈한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현성 씨 좋아하는 거 알잖아요. 나에 대한 모든 편견을 내려놓고 딱 3개월만 연애해요, 우리.”고현성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꿈도 꾸지 마.”휴대전화 너머로 온기라곤 전혀 없는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방 안에 가득한 외로움이 날 덮치는 것 같았다.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고 심장이 저릿할 정도로 아팠다.나는 울고 있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현성 씨, 나랑 이혼하고 싶다면서요? 그럼 이렇게 해요. 나랑 3개월 연애하는 동안에 예뻐해 주고 챙겨줘요. 설령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날 사랑하는 척해요. 만약 3개월 버티면 이혼해 줄게요. 그리고 연씨 가문의 모든 재산도 다 현성 씨한테 줄게요. 생각해봐요. 3개월만 버티면 나랑 이혼할 수 있고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손에 넣을 수 있어요. 그리고 당당하게 임지혜 씨와 결혼할 수도 있고요. 현성 씨한테는 전혀 밑지는 장사가 아니에요.”고현성이 덤덤하게 물었다.“너랑 같이 3개월 동안 연기하라고?”3개월 동안 관중은 나 하나뿐이었다. 결국에는 나 자신을 기만하는 거나 다름없었다.나는 감정을 억누르면서 말했다.“네. 나랑 연애해요.”“허. 역겨운 소리 좀 그만할래?”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고현성은 내가 보는 앞에서 검은색 마이바흐를 몰고 별장을 나가버렸다....이른 아침 눈을 떴을 때 머리가 윙 했고 목이 너무 말라 침을 삼킬 수도 없었다. 아무래도 어젯밤에 너무 많이 운 모양이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의사의 말대로 약을 먹은 다음 준비한 후 회사로 출근했다.고현성의 아내인 것 외에 나는 선양 그룹의 대표였다. 한창 회사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데 고씨 가문 진화 그룹의 회장 고승철에게서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