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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후, 전 남편이 무릎 꿇고 울다
내가 죽은 후, 전 남편이 무릎 꿇고 울다
Author: 물캣

제1화

저녁 식탁에 앉아 점점 식어가는 음식을 바라보며 나는 핸드폰을 들어 “알았어”라는 짧은 답장을 보냈다.

30분 전, 윤민준은 퇴근 중이라며 곧 집에 도착할 거라는 메시지를 보냈었다.

윤민준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서 상에 올렸지만 내 핸드폰에는 “갑자기 회식이 생겼으니 먼저 먹어”라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내 마음은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사실 회식은 핑계일 뿐이고 윤민준이 만난 사람은 내 여동생이자 그의 첫사랑인 강지연이었다. 지연은 아이를 데리고 해외에서 돌아왔고, 윤민준은 강지연을 위해 친구들과 환영파티를 열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알았냐 하면 강지연이 나만 볼 수 있게 SNS에 게시물을 올렸기 때문이다.

사진 속 윤민준은 지연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만약 강지연이 조금만 더 뻔뻔했더라면 나를 그 자리에 불러서 직접 보여줬을지도 모른다.

결혼할 때도 그랬다. M국에 있던 강지연은 직접 전화를 걸어 나에게 말했다.

[언니, 아무리 우리가 닮았어도 민준이 마음속엔 나 밖에 없어.]

그때 강지연은 M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2년이 되었고, 바라던 혼혈아까지 낳았다. 그런데도 굳이 나한테 자신이 윤민준의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싶었던 거다.

그러나 강지연의 한 말은 사실이었다. 윤민준의 마음속엔 언제나 강지연뿐이었다.

첫날밤, 윤민준은 내 이름 대신 강지연의 이름을 부르며 나를 껴안았다.

하지만 나는 강아림이다.

나는 차갑게 식어버린 음식을 입안에 밀어 넣으며 억지로 삼켰다. 목이 꽉 메이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제대로 먹지 않고 불규칙한 식습관 때문에 병이 더 악화되어 이제는 반드시 시간을 지켜가며 제대로 먹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날 난 윤민준을 위해 하루 종일 굶으며 일하고 밤늦게야 겨우 한 끼를 먹곤 했다.

오늘도 그를 기다리며 한 시간을 넘게 굶었다.

이제 윤민준을 위해 1분이라도 굶고 싶지 않다.

밥을 먹고 집안을 정리한 후 침대에 누웠다.

잠들기 전 나는 오늘 윤민준이 몇 시에나 집에 들어올까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그의 자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밤새 돌아오지 않은 게 분명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고 강지연의 SNS를 열었다.

역시나 나만 볼 수 있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그녀와 윤민준이 손을 맞잡은 사진과 함께 “8년 만에 다시 잡은 손, 여전히 따뜻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갑자기 위장이 비틀리는 듯한 통증이 밀려와 숨조차 쉴 수 없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위를 움켜쥔 채 나 자신에게 말했다.

“괜찮아, 강아림. 어차피 너는 곧 죽을 거야. 이젠 다 상관없어.”

그렇다. 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남은 시간은 고작 3개월뿐이다.

과거에 GM그룹의 계약을 따내기 위해, 윤민준의 실수를 수습하기 위해 하루에 겨우 한 끼 먹고, 과도한 술로 내 위장을 망가뜨렸다.

이제는 하루라도 더 살기를 바라면서 더 이상 내 위를 괴롭히고 싶지 않다. 주인을 잘못 만나 충분히 고생했으니까.

그래서 일어나서 아침밥을 준비했다.

그때 윤민준이 강지연과 강지연의 아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왔다.

윤민준이 나에게 거짓말하고 강지연을 만나러 갔을 때도, 밤새 집에 들어오지 않았을 때도, 심지어 강지연의 SNS를 봤을 때도 나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윤민준이 강지연과 강지연의 아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오는 순간, 눈물은 마치 넘쳐나는 홍수처럼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결국 이 집마저 그들의 손에 더럽혀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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