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마주치기 전에 나는 재빨리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거실에서는 윤민준이 나를 몇 번이나 불렀지만 나는 입을 가리고 눈물을 흘리며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눈물을 닦고 마음을 다잡고 나왔을 때 그들은 이미 식탁에 앉아 내가 끓인 죽을 먹으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 정말로 행복해 보이는 “세 식구”였다. 나는 다급히 식탁 앞으로 걸어가 그들을 노려보았다. 윤민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며 물었다. “어디 갔었어? 아까 몇 번이나 불렀는데.” 강지연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불렀다. 그러나 눈빛은 도발적이었다. “언니, 같이 아침 먹어!” 강지연의 말투는 마치 자신이 이 집의 주인이고, 나는 밥을 얻어먹으러 온 사람 같았다. 내 표정은 분명히 일그러졌을 것이다. 가슴 속 분노가 터져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끓인 죽을 나도 먹지 않았는데 너희들에게 줄 수는 없지!’ 나는 두 사람이 들고 있던 그릇을 확 빼앗아 식탁 옆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이건 내가 먹으려고 끓인 죽이야. 너희들을 먹으라고 끓인 게 아니야!” 윤민준은 피할 틈도 없이 내가 거칠게 움직인 탓에 소매에 죽이 튀었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강아림, 아침부터 무슨 짓이야?” 나는 고개를 돌려 강지연의 아들 손에 들린 그릇도 빼앗아 던지며 차갑게 윤민준을 바라보았다. “네가 네 첫사랑이랑 지난 추억을 나누든, 다시 인연을 맺든 상관없어. 그런데 내 눈앞에 데리고 오지 마.” “내가 끓인 죽을 먹고 싶어? 얘는 그럴 자격이 없어! 그리고 너도 이제 자격 상실이야!” 강지연은 눈가가 빨개진 채 일어나서 힘없이 사과했다. “언니, 오해하지 마. 나랑 민준은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야. 다른 관계는 없어. 난 아이를 데리고 너를 보러 온 거야.” 나는 강지연을 비꼬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정말 윤민준과 아무 관계도 없고 나를 보러 온 거라면 네가 불러야 할 이름은 '민준'이 아니라 '형부'였겠지.” 강지연
윤민준이 나가려는 순간, 나는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나는 한 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민준아, 내 배가 너무 아파. 따뜻한 물 한 잔만 줄 수 있어?” 그런데 그는 나를 거칠게 밀쳐냈다. 내 머리가 벽에 부딪혀 어지러웠다. 윤민준의 눈에 잠깐 후회가 스쳤지만 곧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아림, 그만 좀 해. 이제 물 한 잔도 내가 줘야 해?” 그 말과 함께 문을 박차고 나가 강지연을 쫓아갔다. 결국 첫사랑의 매력이 더 컸다. 그와 함께한 내 8년의 시간마저 무의미해진 기분이다. 갑자기 배가 덜 아픈 것 같았다. 대신 심장에서 느껴지는 아픔이 더 괴로웠다. 주치의는 늘 나에게 화학 요법을 권했다. “아직 젊은데 어떻게 쉽게 삶을 포기해요?” 하지만 그는 몰랐다. 내 배도, 내 마음도 이미 상처투성이여서 더 이상의 고통을 감당할 수 없었다는 걸. 난 그저 남은 3개월을 조용히 보내고 싶었다. 마지막 순간 머리카락이 다 빠지며 병상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날 나간 이후로 윤민준은 4일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강지연은 매일 SNS에 나를 언급하며 소식을 전했다. [오늘 우리가 처음 사랑을 나눴던 곳에 갔더니 여기의 나무들이 다 자랐네. 너무 좋아.] 사진에는 구영시 고등학교의 작은 숲이 담겨 있었다. 당시 나는 거기 어느 나무 뒤에 서서 윤민준이 무릎을 꿇고 강지연에게 고백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늘 그와 함께 를 보러 갔어. 내 전 남자친구는 나를 여전히 소중히 여길까?] 사진에는 영화표 두 장과 손을 맞잡은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내가 먹는 걸 지켜보는 것도 행복하대요!] 사진에는 빨간 샤부샤부이다. 그러나 사실 윤민준은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 ... 이런 식으로 강지연은 계속 나한테 도발하고 있었다. 나는 하나하나 좋아요를 눌렀다. 윤민준 아내의 품격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사람을 잃는 건 괜찮지만
엄마는 그 소식에 화가 나서 쓰러지셨고, 아빠는 분노 속에서도 윤씨 집안에 사과하러 가야 했다. 대연시에서 손꼽히는 재벌이니 SH그룹을 상대한다면 아빠는 감당할 수 없었다. 윤민준은 이 충격으로 우울해하며 매일 술에 취했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위 출혈로 두 번이나 입원했다. 어머님은 눈물을 흘리며 걱정했고, 아버님은 아들이 여자를 위해 이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자 꾸짖었다. 나의 부모님은 윤씨 집안에 미안함을 느끼며 몇 번의 상의를 거쳐 결국 내가 윤민준에게 시집가는 걸로 마무리하였다. 아버님과 어머님은 이 결과에 만족했다. 그때의 나는 이미 SH그룹에서 내 우수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여 아들이 쓸모없으니 GM그룹을 며느리의 힘으로 버틸 것을 바랬다. 하지만 윤민준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술에 취해 우리 집으로 와서 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강아림,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 거 같아? 지연이가 없어도 너와는 절대 결혼하지 않아. 내 아내 자리는 지연이 거야.” “지연이랑 널 비교하면 지연이는 백조고 넌 그냥 미운 오리새끼야. 너같이 돈 냄새만 풍기는 여자를 내가 좋아할 리가 없어.” 나는 가슴이 아픈 것을 참고 그를 평온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너 취했어!” 결국 아버님이 사람을 불러 윤민준을 데려갔다. 그리고 나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사과했다. “아림아, 걱정 마. 우리가 마음에 두는 며느리는 너 밖에 없어. 나와 네 아줌마 다 그렇게 생각해.” 윤민준은 부모님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집을 나가고 단식 투쟁 같은 무의미한 반항을 한 뒤 결국에는 타협하게 되었다. 2년 후, 윤민준은 나랑 결혼식에 서게 되었다. 강지연은 윤민준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전화에서는 나를 비웃었다. ‘나를 윤민준한테 보내고 싶지 않으면서 왜 그를 두고 해외로 떠난 건데?’ 술에 취한 윤민준은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그의 품에 안을 때 그 뜨거운 가슴에 나는 녹을 것만 같았다. 예전에는 상상조
그날 윤민준의 눈빛은 무섭도록 붉었고, 내 목을 잡아당긴 손은 마치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난 정말 윤민준의 손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 윤민준은 나를 놓아주고 일어나서 옷을 입으며 비웃었다. “지연이가 안 갔으면, 네가 내 침대에 누울 수 있었겠어?” 나는 목을 감싸고 기침을 하며 겨우 숨을 돌렸다. 그리고 지지 않겠다는 듯이 말했다. “근데 지연이가 네 침대에서 자고 싶어 하지 않잖아.” 윤민준의 눈빛이 다시 붉어지며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다시 내 목을 조르고 싶어?” 윤민준은 화가 나서 문을 쾅 닫고 나갔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 얼굴이 강지연과 똑같아도 그의 마음 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강지연과 나는 쌍둥이 자매다. 내가 강지연보다 2분 먼저 태어나서 언니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다른 쌍둥이들은 항상 함께하고, 똑같은 옷을 입고, 같은 스타일로 꾸미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 둘은 달랐다. 강지연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나와 똑같이 꾸미지 말라고 떼를 썼다. 세상 하나뿐인 강지연이라며 얼굴은 바꿀 수 없지만 옷이나 신발, 가방 같은 건 나와 다르게 하고 싶다고 했다.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더니 말 잘 듣고 얌전한 나보다 영리하고 장난꾸러기인 강지연이 집안의 귀염둥이가 되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촌들까지 강지연을 다 좋아했다. 하루 종일 공부에 열중하는 나는 그들의 ‘착하고 철이 들었다’는 말밖에 듣지 못한다. 적어도 싫어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나는 늘 내 자신을 위로했다. 중학교 때까지 윤민준과는 거의 얽히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고등학교 수석반에 들어가게 되었고, 윤민준은 아버지가 학교에 큰돈을 기부한 덕분에 우리 반에 합류했다. 그러니까 윤민준을 먼저 알게 된 건 나이다. 그러나 감정은 선후 순서로 따질 수 없는 것이다. 아버님이 원하셔서 선생님은 성적이 안 좋고 노는 것만 아는 윤민준을 성적이
그리고 방과 후 윤민준을 끌고 교실에 남아 숙제를 하게 하였다. 그리고 한 시간을 들여서 보충 수업을 해주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영상 통화로 그가 선생님이 준 숙제를 끝내는지 감독했다. 윤민준은 한편으로는 불평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우리 짝꿍의 말을 잘 듣는다니까!” 어쩐지 그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중간고사에서 윤민준의 모든 과목 성적이 60점 이상이었다. 그는 기뻐서 뛰며 나를 안았다. “너 정말 천사야! 나 처음으로 모든 과목을 통과했어!” “뭘 갖고 싶어? 아니면 인해원에서 가서 밥 먹자. 내가 살게, 그곳 음식 진짜 맛있어.” “이걸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내던지는 거야, 그들 눈이 확 돌아가게, 하하!” 윤민준은 아직도 기쁨을 떠들고 있었다. 나는 얼굴이 붉어져서 그의 옆에서 살짝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의자에 앉아 오른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심장이 좀 더 천천히 뛰기를 바랐다. 다음 날 방과 후, 아버님과 어머님이 학교 앞에 와서 나를 인해원으로 데려가겠다고 했을 때 난 그냥 멍하니 그들을 따라 차에 올랐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정신이 들었다. 나는 옆에 있던 윤민준을 살짝 밀치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희 부모님이 왜 나를 초대하는 거야?” 윤민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 덕분에 내가 처음으로 시험을 통과한 걸 감사하기 위해서지.” 상 위에서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아가씨가 있지? 나중에 내 며느리가 되어주면 좋겠어!”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고, 그 순간 윤민준도 얼굴이 붉어졌다. ‘설마 민준이도 나를 좋아하는 건 걸까?’ 회상에서 현실로 돌아오고, 나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어머님 바람에 따라 내가 이 집 며느리가 되었지만 그때 얼굴이 붉었던 사람은 나를 싫어하고 있었다. 근데 민준이를 버린 건 강지연이고, 나와 결혼하게 강요한 것은 그의 부모
강지연이 나만 볼 수 있게 윤민준과의 베드 사진을 올렸다. 나는 역겨움이 치밀어 올라 화장실로 달려가서 삼 분 동안 토했다. 거울 속에서 고인 물처럼 잔잔한 내 눈과 젊지 않은 얼굴을 보면서 몇 년 동안 GM그룹과 윤민준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았고, 나 자신은 전혀 돌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 나는 윤민준이 강지연과의 관계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이혼을 제안하지 않는 한 남은 몇 개월을 이렇게 보낼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나니 정말 역겹고 더 이상 그와 어떤 관계도 있고 싶지 않다. 이젠 사람까지 더러워졌으니 놓아줄 때가 온 것 같다. 이혼 계약서를 작성해 윤민준에게 보내려고 했는데 그가 다시 강지연을 데리고 돌아왔다. 들어오자마자 윤민준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나를 보고는 반대편에 쿵 앉았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나에게 명령했다. “마침 우리도 저녁을 안 먹었어. 강아림, 가서 밥 좀 가져와. 다 먹고 너한테 할 말이 있어.” 그 말을 듣고 나는 멈칫하며 젓가락을 놓았다. 얼마나 뻔뻔하면 이런 말이 나올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연녀를 집에 데려와서 나보고 밥을 준비하라고?’ 나는 그냥 젓가락과 그릇을 던지고 일어나서 음식을 모두 쓰레기통에 쏟아버렸다. 어차피 배불렀으니 남은 음식은 버려도 개한테 주고 싶지 않았다. 윤민준은 소리치며 나에게 따졌다. “강아림, 뭐하는 거야? 나는 아직 안 먹었는데 왜 음식을 버려?” 모든 음식을 쏟고 난 후, 기분이 조금 나아진 나는 손을 닦으며 대답했다. “네가 밥을 먹든 못 먹던 나랑 무슨 상관인데? 이건 내가 만든 거야. 내가 버리고 싶으면 버리는 거지. 네가 왜 참견해?” 강지연은 나를 위로하는 척하며 불을 붙였다. “언니, 이건 민준이 좋아하는 음식들이잖아. 어떻게 버릴 수 있어?” 윤민준은 그 말을 듣고 더 화가 나서 말했다. “강아림, 음식을 버려도 나한테는 안 줄 거다 이거지? 너 이렇게 변했어
“너랑 지연이 정말 똑같이 생겼지만 지연은 너보다 훨씬 부드럽고 달콤해 보여. 친구. 앞으로는 자주 웃어.” 그 말은 칼처럼 내 마음에 꽂아졌다. ‘부드럽고 달콤하다고? 그럼 날 지켜주겠다고 할 때 왜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나는 나무 뒤에 숨어 그가 무릎을 꿇고 강지연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 윤민준과 나는 영원히 친구밖에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 강지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내 회상을 끊어 놓았다. “언니, 이리 와서 앉아봐. 민준이 할 말이 있어.” 내가 앉자마자 윤민준은 가방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 나에게 던져주었다. 보니 이혼 서류였다. 서랍의 내가 준비한 이혼 서류를 떠오르며 우리가 처음으로 이렇게 뜻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윤민준은 소파에 앉아 진지하게 말했다. “열어보고 문제없으면 서명해.” 윤민준의 눈에는 절박함이 가득했다. 나는 그걸 보고 갑자기 이혼하고 싶지 않아졌다. 내가 GM그룹을 위해 이렇게 애썼는데 8년 동안 한가롭게 지낸 윤민준이 강지연을 위해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니 그들 마음에 따라 꺼져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서류를 보지도 않고 윤민준에게 냉담하게 물었다. “네 부모님은 네가 나랑 이혼하고 강지연과 결혼하려는 걸 알아?” 윤민준은 마치 꼬리 잡힌 고양이처럼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이혼은 내가 하는데 그분들과 무슨 상관이야?” “부모님을 핑계로 날 협박할 생각하지 마. 난 그렇게 쉽게 물러나지 않아.” “네가 지연의 자리를 차지했어. 이제 지연이가 돌아왔으니 너도 그 자리를 돌려줘야 해.” 나는 그 말에 화가 나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강지연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역시 사랑에 미친 정신 나간 새끼만이 이런 말을 할 수 있구나.’ 옆에 있던 강지연이 얄밉게 말했다. “미안해 언니, 8년 동안 민준과 함께해 준 거 알아. 그러니 떠나고 싶지 않겠지.” “근데 민준이가 나한테 말했어. 8년 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은행에서 대출할 때 GM그룹의 유동자금 부족을 이유로 아버님께 프로젝트를 담보로 대출받으라고 했지만 아버님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으셨다. 아버님이 걱정이 가득해 밥을 못 먹겠으면서도 자꾸 많이 먹으라고 권하는 걸 보고 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와주자 했다.예전에 난 QZ그룹 대표를 구해준 적이 있다. 차가 그를 향해 질주할 때 난 그를 밀치고 함께 길가로 굴렀다. 이 일로 QZ그룹 대표는 나한테 세 가지 일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첫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GM그룹이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였다.전화를 끊자 아버님과 어머님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님은 내 손을 잡고 윤민준이랑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시며, 얼른 손주를 보여달라고 재촉했다. 난 그저 얼버무리고 싶었지만 강지연이 보내준 영상을 보고 끝내 웃지 못했다.나는 배를 움켜쥐고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마치 숨이 멈출 것만 같았다.어머니는 내 핸드폰을 가져가 내용을 확인한 후 얼굴이 굳어지며 소리를 질렀다. “이 뻔뻔한 년, 8년이나 떠나 있었으면서 감히 다시 돌아와서 남의 남편을 꼬셔?!” “윤민준 그놈도 미쳤지. 그때 버림받았을 때를 다 잊었나? 지금 와서 굽실거리며 붙어 다녀?!” 어머님이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정말 처음이다. 강지연이 파혼하고 해외로 떠났을 때도 그저 우아함을 잃지 않으며 아버지를 몇 마디 비꼬셨을 뿐이었다. 아버님은 영상을 보고 나서 바로 윤민준에게 전화를 걸어 본가로 오라고 했다. 나는 그들이 눈치채지 못할 때를 틈타 주방으로 가서 약을 먹었다. 곧 벌어질 전투에 대비해야 했으니까. 윤민준은 금방 돌아왔고, 강지연도 함께 따라왔다. 두 사람이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아버님은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윤민준에게 날렸다. 물컵은 그의 머리를 때리며 깨졌고, 피가 묻은 채로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강지연은 비명을 지르며 다가가 윤민준의 이마를 감쌌다. 어머님은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강지연의 머리채를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