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대출할 때 GM그룹의 유동자금 부족을 이유로 아버님께 프로젝트를 담보로 대출받으라고 했지만 아버님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으셨다. 아버님이 걱정이 가득해 밥을 못 먹겠으면서도 자꾸 많이 먹으라고 권하는 걸 보고 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와주자 했다.예전에 난 QZ그룹 대표를 구해준 적이 있다. 차가 그를 향해 질주할 때 난 그를 밀치고 함께 길가로 굴렀다. 이 일로 QZ그룹 대표는 나한테 세 가지 일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첫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GM그룹이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였다.전화를 끊자 아버님과 어머님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님은 내 손을 잡고 윤민준이랑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시며, 얼른 손주를 보여달라고 재촉했다. 난 그저 얼버무리고 싶었지만 강지연이 보내준 영상을 보고 끝내 웃지 못했다.나는 배를 움켜쥐고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마치 숨이 멈출 것만 같았다.어머니는 내 핸드폰을 가져가 내용을 확인한 후 얼굴이 굳어지며 소리를 질렀다. “이 뻔뻔한 년, 8년이나 떠나 있었으면서 감히 다시 돌아와서 남의 남편을 꼬셔?!” “윤민준 그놈도 미쳤지. 그때 버림받았을 때를 다 잊었나? 지금 와서 굽실거리며 붙어 다녀?!” 어머님이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정말 처음이다. 강지연이 파혼하고 해외로 떠났을 때도 그저 우아함을 잃지 않으며 아버지를 몇 마디 비꼬셨을 뿐이었다. 아버님은 영상을 보고 나서 바로 윤민준에게 전화를 걸어 본가로 오라고 했다. 나는 그들이 눈치채지 못할 때를 틈타 주방으로 가서 약을 먹었다. 곧 벌어질 전투에 대비해야 했으니까. 윤민준은 금방 돌아왔고, 강지연도 함께 따라왔다. 두 사람이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아버님은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윤민준에게 날렸다. 물컵은 그의 머리를 때리며 깨졌고, 피가 묻은 채로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강지연은 비명을 지르며 다가가 윤민준의 이마를 감쌌다. 어머님은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강지연의 머리채를 잡고
이번 소동은 결국 윤민준이 아버님께 맞고 기절하는 걸로 끝났다. 의사 선생님이 와서 윤민준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고, 강지연은 윤씨 집안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나는 2층 객실에서 잠을 청했다. 이 소동에서 모든 사람이 다쳤다. 가장 슬픈 건 아마 아버님과 어머님이었을 것이다. 이런 아들을 둔 부모님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GM그룹의 미래가 정말 걱정된다.윤민준의 부상이 심각한 것을 보면 아버님이 진짜로 세게 때린 것 같다. 하여 어쩔 수 없이 본가에서 치료했다. 어머님은 나를 붙잡고 윤민준을 잘 돌보라고 했다. 우리를 이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나도 윤민준도 더 이상은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윤민준은 나를 보고 악담을 퍼붓었다. 만약 그가 다치지 않았다면 분명 나에게 몇 대 더 때렸을 것이다. 그는 매일 강지연과 통화하며 사랑을 나누면서 나보고 둘을 갈라놓은 범인이라고 욕했다.나는 침대 앞에 앉아 궁금해서 물었다. “너를 버리고 해외로 간 건 강지연이잖아? 왜 내가 너희 둘을 갈라 놓았다고 해?”윤민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네가 뭘 알아. 그때 젊어서 지연이가 남에게 속은 거야. 지연은 속으로 날 잊지 않았다고 했어.”나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래, 그렇게 속아서 8년을 보냈구나.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하면서 이제야 돌아온 거야?”윤민준은 입을 다물고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도 스스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강지연이 한 말은 그저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는 여전히 믿고 싶어 했다. “어쨌든 지금은 지연과 다시 만났으니 넌 빨리 이혼 서류에 서명해.”나는 윤민준의 말을 잇지 않고 다른 걸 물었다. “너 정말 지금까지 날 좋아한 적이 없어? 학교 다닐 때 너 나보면 얼굴이 빨개졌잖아.”윤민준은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저 사춘기의 감정일 뿐이야.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어.”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럼 8년 동안 하루
나는 그곳에 중학교를 하나 더 짓고 싶었다. 최고의 교육 시설과 교사 조건을 갖추면 아마 여기서 대학생 몇 명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다.지역 정부 관계자들이 내 생각을 알고 전폭적인 지지와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이를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글썽이며 집에 있는 계란, 배추, 베이컨을 들고 와서는 고맙다고 말했다. 어떤 어르신들은 특별한 선물이 없다고 무릎을 꿇고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이런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을 보며 내 마음은 조금씩 다시 살아났다. 지금 하는 일과 비교하면 사랑이나 감정 따위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마을 주민 집에 머물렀다. 낮에는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수업을 하고, 노래를 가르쳐 주며, 가끔 게임도 하곤 했다. 그 덕분에 내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내 주치의는 나에게 이런 즐거운 마음을 계속 유지하고,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으라고 말했다. 그러면 내 생명이 3개월 이상 갈지도 모른다고 했다.어느새 여기서 한 달이 지났다. 이 한 달 동안 나는 윤민준과 강지연을 잊었고, 내 마음은 오직 지식에 목말라 있는 이 아이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의 의존보다 더 중요한 게 없을 정도로 말이다.강지연의 전화가 왔을 때 나는 아이들과 함께 “내일은 더 좋을 거야”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나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노력하고 믿는 다면 우리의 내일은 반드시 더 좋아질 거라고 말했다.아이들은 신나서 점점 더 큰 소리로 노래했다. 마치 좋은 앞날이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강지연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화를 걸었다. 나는 할 수 없이 잠시 멈추고, 한쪽으로 가서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강아림, 지금 어디야?”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강지연이 따지듯 물었다.나는 얘기가 길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여 담담하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강지연은 조롱하듯 웃으며 말했다. “나 임신했어. 민준의 아이야. 그러니까 빨리 돌아와서 정리해. 나와 내 아기한테 자리를 비켜줘야지.”나는 입을 막고 구역질
나는 핸드폰을 꺼내 변호사에게 서명한 이혼 서류를 윤민준에게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윤민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네가 바라는 대로야! 잘 가!”사실 윤민준이 뭘 잘못한 건 아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 했을 뿐이고,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뿐이다. 내가 이 잘못된 결혼에서 더 일찍 깨닫고 우리 서로를 놓아주었더라면 예전 그대로 지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윤민준도 자기만의 고집이 있었고, 나도 나만의 집착이 있었다. 다른 건 윤민준은 지키고 싶었던 걸 얻었고, 나는 놓아주었다는 것이다. 강지연이 윤민준과 결혼식 사진을 보내주기를 계속 기다렸지만 내가 죽을 때까지도 그녀의 소식은 오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이 내 관을 둘러싸고 울부짖는 모습을 보며, 정말로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울지 마, 난 원래 죽을 목숨이었어.”하지만 마치 누군가 나를 붙잡고 있는 듯 나는 윤민준 곁으로 돌아갔다. ‘내가 윤민준에게 대한 집착이 너무 깊어서 죽은 후에도 그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걸까?’ ‘근데 죽기 전에 난 분명 윤민준을 사랑하지 않았는데, 강지연한테 돌려줬잖아.’ 윤민준을 보았을 때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눈앞의 초췌하고 수염이 덥수룩한 사람이 정말 내가 아는 윤민준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항상 머리카락 하나도 세심하게 다듬어야 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그는 맥주 캔에 둘러싸여 앉아 술을 마시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부르는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들었다. “강아림.” ‘이혼 서류를 받고 나서야 사랑하는 사람이 강지연이 아니라 나라는 걸 깨달은 걸까?’ 정말 그렇다면 나는 윤민준의 머리를 내리치며 미친 놈이라고 욕할 것이다. 윤민준 곁에 일주일 동안 있으면서 그의 어머니와 형제들에게서 그가 음주에 빠진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를 사랑하게 된 게 아니라 단순히 강지연에게 또 한 번 버림받은 것뿐이었다. 강지연의 전 남편, 키 크고 건장한 Mr. John이 M국에서 날아와 강지연과 다시 합치겠다
윤민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어머님이 한숨을 내쉬며 말씀하셨다. “정말 아림이랑 화해하고 싶다면 가서 찾아와.”윤민준은 어머님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다 얼떨결에 물었다. “아림이가 나를 다시 용서할까요?”나는 고개를 저었다. 강지연이 쓰던 물건 따위는 전혀 필요하지 않으니까. 어머님은 아들 등을 쳐내며 화를 내셨다. “해보지도 않고 아림의 생각을 어떻게 알아?”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민준은 급히 일어나 외투를 대충 걸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도 서둘러 뒤따랐다. 차에 앉아 나는 윤민준이 전화를 치며 아는 사람들에게 내 행방을 알아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았다. 돈을 써가며 여기저기 묻더니 결국 작은 언덕에서 내 무덤을 찾았다. 그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표정이 가득했고, 마을 이장을 붙잡고 물었다. “이게 정말 아림이 무덤인가요? 날 속이려는 거 아니죠?”이장은 그를 밀쳐내며 소리쳤다. “미쳤어요? 누가 이런 걸 가지고 장난을 쳐요? 당신이 누구라고 강 선생님이랑 짜고 속여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이장은 돌아서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병신새끼를 데려와서 강 선생님을 시끄럽게 하는 게 아니었어! 강 선생님이 화내지는 않겠지?”나는 이장님에게 말하고 싶었다. 원망하지 않는다고. 그가 윤민준을 데려오지 않아도 윤민준은 어차피 날 찾으러 올 거니까. 나무 그늘 아래가 아니어서 햇살에 눈이 아픈 건지 윤민준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보았다.‘날 위해 울고 있는 걸까? 분명 날 사랑하지 않았는데!’이어서 윤민준이 무릎을 꿇고 내 무덤 앞에 엎드린 걸 보았다. 그 모습에 나는 놀라서 하마터면 무덤에서 튀어나올 뻔하였다. 그는 내 무덤을 쓰다듬으며 울부짖었다. “강아림, 제발 죽지 마! 네가 보고 싶어!”“나 후회해, 강지연 때문에 너를 잃어버리지 말아야 했어.”“네가 돌아오면 난 다시는 다른 여자를 보지 않을 거야. 너만 보며 살 거야.”“제발 돌아와줘!”...윤민준이 울면서 소리쳤다. 그 애절한 모습과
그러나 그들이 강지연과 윤민준의 관계를 받아들이기로 선택한 이후 그들 모두 내 마음속에서 지워졌다. 그 후 윤민준은 병원에 가서 내 주치의를 찾았다. 내가 위암에 걸렸고, 입원 치료를 거부했다는 말까지 들었다. 집에 돌아온 그는 술병을 끌어안고 크게 취한 상태로 중얼거렸다. “네가 정말로 석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면 난...”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잠이 들었다. ‘만약 알았다면? 강지연을 버리고 나와 함께 했을 건가?’ 다음 날, 윤민준을 동영상을 보며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가끔 손가락을 베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밴드를 붙이고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요리를 태워버리면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팬을 올렸다. 그는 채소를 썰며 중얼거렸다. “그때 날 위해 네가 이렇게 여러 번이고 배우고 있었던 거야?”그 밖에 마사지도 배우고, 케이크도 만들고, 꽃꽂이 수업까지 등록했다. 매일 집에 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를 놓을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사람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미 죽은 사람인데 이런 걸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서? 아니면 누군가에게 사죄하고 싶어서?’어차피 나는 죽었고, 그런 것들은 더 이상 내게 의미가 없다. ‘쇼 하고 싶으면 마음껏 해.’ 어머님이 또 사람들을 데리고 별장을 찾아와서 윤민준의 뺨을 때리며 소리쳤다. “살아 있을 때 소중히 여기지 않고, 죽고 나서 왜 이러는 거야? 쇼야 뭐야? 그렇게 쇼하고 싶으면 GM그룹에 들어가서 아림이가 널 위해 8년간 싸워온 회사를 잘 지켜!”어머님이야말로 윤씨 집안에서 가장 깨어 있는 사람이다. 어머님은 윤민준에게 언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항상 알고 있었다. 다음 날, 윤민준은 정장 차림으로 GM그룹에 출근했고, 퇴근 후에는 꼭 내 무덤에 가서 GM그룹을 잘 지키겠다고, 내 힘든 수고를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나는 더 이상 연기하는 윤민준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환생하고 싶었고
저녁 식탁에 앉아 점점 식어가는 음식을 바라보며 나는 핸드폰을 들어 “알았어”라는 짧은 답장을 보냈다. 30분 전, 윤민준은 퇴근 중이라며 곧 집에 도착할 거라는 메시지를 보냈었다. 윤민준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서 상에 올렸지만 내 핸드폰에는 “갑자기 회식이 생겼으니 먼저 먹어”라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내 마음은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사실 회식은 핑계일 뿐이고 윤민준이 만난 사람은 내 여동생이자 그의 첫사랑인 강지연이었다. 지연은 아이를 데리고 해외에서 돌아왔고, 윤민준은 강지연을 위해 친구들과 환영파티를 열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알았냐 하면 강지연이 나만 볼 수 있게 SNS에 게시물을 올렸기 때문이다.사진 속 윤민준은 지연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만약 강지연이 조금만 더 뻔뻔했더라면 나를 그 자리에 불러서 직접 보여줬을지도 모른다. 결혼할 때도 그랬다. M국에 있던 강지연은 직접 전화를 걸어 나에게 말했다. [언니, 아무리 우리가 닮았어도 민준이 마음속엔 나 밖에 없어.] 그때 강지연은 M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2년이 되었고, 바라던 혼혈아까지 낳았다. 그런데도 굳이 나한테 자신이 윤민준의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싶었던 거다. 그러나 강지연의 한 말은 사실이었다. 윤민준의 마음속엔 언제나 강지연뿐이었다. 첫날밤, 윤민준은 내 이름 대신 강지연의 이름을 부르며 나를 껴안았다. 하지만 나는 강아림이다. 나는 차갑게 식어버린 음식을 입안에 밀어 넣으며 억지로 삼켰다. 목이 꽉 메이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제대로 먹지 않고 불규칙한 식습관 때문에 병이 더 악화되어 이제는 반드시 시간을 지켜가며 제대로 먹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날 난 윤민준을 위해 하루 종일 굶으며 일하고 밤늦게야 겨우 한 끼를 먹곤 했다. 오늘도 그를 기다리며 한 시간을 넘게 굶었다. 이제 윤민준을 위해 1분이라도 굶고 싶지 않다. 밥을 먹고 집안을 정리한 후
그들과 마주치기 전에 나는 재빨리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거실에서는 윤민준이 나를 몇 번이나 불렀지만 나는 입을 가리고 눈물을 흘리며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눈물을 닦고 마음을 다잡고 나왔을 때 그들은 이미 식탁에 앉아 내가 끓인 죽을 먹으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 정말로 행복해 보이는 “세 식구”였다. 나는 다급히 식탁 앞으로 걸어가 그들을 노려보았다. 윤민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며 물었다. “어디 갔었어? 아까 몇 번이나 불렀는데.” 강지연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불렀다. 그러나 눈빛은 도발적이었다. “언니, 같이 아침 먹어!” 강지연의 말투는 마치 자신이 이 집의 주인이고, 나는 밥을 얻어먹으러 온 사람 같았다. 내 표정은 분명히 일그러졌을 것이다. 가슴 속 분노가 터져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끓인 죽을 나도 먹지 않았는데 너희들에게 줄 수는 없지!’ 나는 두 사람이 들고 있던 그릇을 확 빼앗아 식탁 옆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이건 내가 먹으려고 끓인 죽이야. 너희들을 먹으라고 끓인 게 아니야!” 윤민준은 피할 틈도 없이 내가 거칠게 움직인 탓에 소매에 죽이 튀었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강아림, 아침부터 무슨 짓이야?” 나는 고개를 돌려 강지연의 아들 손에 들린 그릇도 빼앗아 던지며 차갑게 윤민준을 바라보았다. “네가 네 첫사랑이랑 지난 추억을 나누든, 다시 인연을 맺든 상관없어. 그런데 내 눈앞에 데리고 오지 마.” “내가 끓인 죽을 먹고 싶어? 얘는 그럴 자격이 없어! 그리고 너도 이제 자격 상실이야!” 강지연은 눈가가 빨개진 채 일어나서 힘없이 사과했다. “언니, 오해하지 마. 나랑 민준은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야. 다른 관계는 없어. 난 아이를 데리고 너를 보러 온 거야.” 나는 강지연을 비꼬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정말 윤민준과 아무 관계도 없고 나를 보러 온 거라면 네가 불러야 할 이름은 '민준'이 아니라 '형부'였겠지.” 강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