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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들과 마주치기 전에 나는 재빨리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거실에서는 윤민준이 나를 몇 번이나 불렀지만 나는 입을 가리고 눈물을 흘리며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눈물을 닦고 마음을 다잡고 나왔을 때 그들은 이미 식탁에 앉아 내가 끓인 죽을 먹으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

정말로 행복해 보이는 “세 식구”였다.

나는 다급히 식탁 앞으로 걸어가 그들을 노려보았다.

윤민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며 물었다.

“어디 갔었어? 아까 몇 번이나 불렀는데.”

강지연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불렀다. 그러나 눈빛은 도발적이었다.

“언니, 같이 아침 먹어!”

강지연의 말투는 마치 자신이 이 집의 주인이고, 나는 밥을 얻어먹으러 온 사람 같았다.

내 표정은 분명히 일그러졌을 것이다. 가슴 속 분노가 터져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끓인 죽을 나도 먹지 않았는데 너희들에게 줄 수는 없지!’

나는 두 사람이 들고 있던 그릇을 확 빼앗아 식탁 옆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이건 내가 먹으려고 끓인 죽이야. 너희들을 먹으라고 끓인 게 아니야!”

윤민준은 피할 틈도 없이 내가 거칠게 움직인 탓에 소매에 죽이 튀었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강아림, 아침부터 무슨 짓이야?”

나는 고개를 돌려 강지연의 아들 손에 들린 그릇도 빼앗아 던지며 차갑게 윤민준을 바라보았다.

“네가 네 첫사랑이랑 지난 추억을 나누든, 다시 인연을 맺든 상관없어. 그런데 내 눈앞에 데리고 오지 마.”

“내가 끓인 죽을 먹고 싶어? 얘는 그럴 자격이 없어! 그리고 너도 이제 자격 상실이야!”

강지연은 눈가가 빨개진 채 일어나서 힘없이 사과했다.

“언니, 오해하지 마. 나랑 민준은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야. 다른 관계는 없어. 난 아이를 데리고 너를 보러 온 거야.”

나는 강지연을 비꼬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정말 윤민준과 아무 관계도 없고 나를 보러 온 거라면 네가 불러야 할 이름은 '민준'이 아니라 '형부'였겠지.”

강지연은 놀란 듯 몸을 움츠리며 다시 사과했다.

“미안해, 언니. 너무 익숙해서 그만... 다음부터는 꼭 형부라고 부를게.”

그러나 윤민준은 이미 손에 든 휴지를 던져버리고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나에게 소리쳤다.

“그만해, 강아림! 지연은 너를 보러 온 거잖아. 근데 왜 이래? 어이없어!”

나는 윤민준을 무시하고 강지연을 향해 말했다.

“너랑 네 아들, 당장 이 집에서 나가!”

강지연은 눈물을 흘리며 윤민준에게 물었다.

“민준아, 내가 잘못한 거야? 그래서 언니가 나를 이렇게 미워하는 거야?”

윤민준은 나를 밀치고 강지연 곁으로 가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달랬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언니가 제정신이 아닌 거지.”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강아림, 당장 지연한테 사과해!”

나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그들을 보았다. 이런 배신자들 때문에 내가 다시 눈물을 흘릴 가치가 없었다.

나는 서로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둘 다 여기서 나가!”

윤민준은 분노하며 말했다.

“강아림, 정신 차려! 여긴 내 집이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보고 나가라고 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집은 윤씨 집안에서 산 게 맞지만 2년 전 내가 GM그룹을 위해 큰 계약을 따내고 술을 마시다 위출혈로 입원했을 때 시아버지가 보상으로 이 집을 내 이름으로 넘겼다.

그러니 이제 이 집은 내 집이다.

나는 윤민준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부동산 증명서를 가져와서 여기 주인이 누군지 보여줄까?”

그 말을 들은 윤민준은 당시 집을 내 이름으로 넘긴 일을 떠올리며 잠시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나 그는 곧이어 말했다.

“그래서 뭐? 내가 네 남편인데 네 것이면 내 것이기도 한 거지!”

나는 비웃으며 말했다.

“내 남편인 걸 기억은 하네?”

“그럼 물어볼게. 어젯밤 누구랑 있었어? 밤새 안 들어오고 또 누구 침대에서 잔 거야?”

“사진이라도 보여줄까?”

윤민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술 마시고 호텔에서 잤을 뿐이야. 무슨 사진?”

내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강지연이 급하게 나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언니, 나랑 Jason이 갈게. 언니가 우릴 보고 싶지 않다면 이만 갈게.”

강지연은 윤민준에게 눈물을 머금은 채 애처롭게 바라보며 아들의 손을 잡고 급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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