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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윤민준이 나가려는 순간, 나는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나는 한 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민준아, 내 배가 너무 아파. 따뜻한 물 한 잔만 줄 수 있어?”

그런데 그는 나를 거칠게 밀쳐냈다. 내 머리가 벽에 부딪혀 어지러웠다.

윤민준의 눈에 잠깐 후회가 스쳤지만 곧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아림, 그만 좀 해. 이제 물 한 잔도 내가 줘야 해?”

그 말과 함께 문을 박차고 나가 강지연을 쫓아갔다.

결국 첫사랑의 매력이 더 컸다.

그와 함께한 내 8년의 시간마저 무의미해진 기분이다.

갑자기 배가 덜 아픈 것 같았다. 대신 심장에서 느껴지는 아픔이 더 괴로웠다.

주치의는 늘 나에게 화학 요법을 권했다.

“아직 젊은데 어떻게 쉽게 삶을 포기해요?”

하지만 그는 몰랐다. 내 배도, 내 마음도 이미 상처투성이여서 더 이상의 고통을 감당할 수 없었다는 걸.

난 그저 남은 3개월을 조용히 보내고 싶었다.

마지막 순간 머리카락이 다 빠지며 병상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날 나간 이후로 윤민준은 4일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강지연은 매일 SNS에 나를 언급하며 소식을 전했다.

[오늘 우리가 처음 사랑을 나눴던 곳에 갔더니 여기의 나무들이 다 자랐네. 너무 좋아.]

사진에는 구영시 고등학교의 작은 숲이 담겨 있었다. 당시 나는 거기 어느 나무 뒤에 서서 윤민준이 무릎을 꿇고 강지연에게 고백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늘 그와 함께 <전 남자친구 3>를 보러 갔어. 내 전 남자친구는 나를 여전히 소중히 여길까?]

사진에는 영화표 두 장과 손을 맞잡은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내가 먹는 걸 지켜보는 것도 행복하대요!]

사진에는 빨간 샤부샤부이다. 그러나 사실 윤민준은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

...

이런 식으로 강지연은 계속 나한테 도발하고 있었다.

나는 하나하나 좋아요를 눌렀다. 윤민준 아내의 품격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사람을 잃는 건 괜찮지만 품격은 잃고 싶지 않았다.

강지연이 화가 난 목소리로 전화해왔다.

[강아림, 충고하는데 사모님 자리를 빨리 내놔. 네 것이 아니건 8년을 차지해도 네 것이 될 수 없어.]

나는 낮은 소리로 웃었다.

‘내게 어디 8년이 남아 있다고.’

웃음을 멈추고 나는 마음이 한결 시원해졌다.

“강지연, 어머님이 너를 인정해주면 나 바로 이혼해줄게.”

맞은편에 계속 입력중이라고 뜨는데 한 글자도 오지 않았다.

강지연이 윤씨 집안의 승인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했다. 윤씨 집안의 얼굴을 짓밟고 부셔버렸으니까.

그때 두 집안은 이미 윤민준과 강지연의 결혼을 논의하고 있었고, 언론은 두 집안의 성대한 결혼식을 크게 알렸다.

윤민준 어머니는 좋은 것을 여기저기서 모아 강지연에게 줄 예물로 준비하고 있었고, 아버지는 GM그룹의 2% 지분을 선물하며 강지연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누구도 강지연을 부러워하였다. 나조차도 홀로 사람 없는 구석에 숨어서 윤민준을 몰래 바라보며 강지연을 부러워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손에 넣을 수 있는 행복을 강지연이 스스로 버렸다.

결혼식 일주일 전, 강지연은 편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아빠가 편지를 읽고 나서야 강지연이 사랑을 위해 M국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키가 크고 잘생긴 John을 보면서 진정한 설렘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혼혈 아기를 꼭 갖고 싶다며, 윤씨 집안과 윤민준에게 미안함을 전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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