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어머님이 한숨을 내쉬며 말씀하셨다. “정말 아림이랑 화해하고 싶다면 가서 찾아와.”윤민준은 어머님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다 얼떨결에 물었다. “아림이가 나를 다시 용서할까요?”나는 고개를 저었다. 강지연이 쓰던 물건 따위는 전혀 필요하지 않으니까. 어머님은 아들 등을 쳐내며 화를 내셨다. “해보지도 않고 아림의 생각을 어떻게 알아?”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민준은 급히 일어나 외투를 대충 걸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도 서둘러 뒤따랐다. 차에 앉아 나는 윤민준이 전화를 치며 아는 사람들에게 내 행방을 알아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았다. 돈을 써가며 여기저기 묻더니 결국 작은 언덕에서 내 무덤을 찾았다. 그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표정이 가득했고, 마을 이장을 붙잡고 물었다. “이게 정말 아림이 무덤인가요? 날 속이려는 거 아니죠?”이장은 그를 밀쳐내며 소리쳤다. “미쳤어요? 누가 이런 걸 가지고 장난을 쳐요? 당신이 누구라고 강 선생님이랑 짜고 속여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이장은 돌아서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병신새끼를 데려와서 강 선생님을 시끄럽게 하는 게 아니었어! 강 선생님이 화내지는 않겠지?”나는 이장님에게 말하고 싶었다. 원망하지 않는다고. 그가 윤민준을 데려오지 않아도 윤민준은 어차피 날 찾으러 올 거니까. 나무 그늘 아래가 아니어서 햇살에 눈이 아픈 건지 윤민준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보았다.‘날 위해 울고 있는 걸까? 분명 날 사랑하지 않았는데!’이어서 윤민준이 무릎을 꿇고 내 무덤 앞에 엎드린 걸 보았다. 그 모습에 나는 놀라서 하마터면 무덤에서 튀어나올 뻔하였다. 그는 내 무덤을 쓰다듬으며 울부짖었다. “강아림, 제발 죽지 마! 네가 보고 싶어!”“나 후회해, 강지연 때문에 너를 잃어버리지 말아야 했어.”“네가 돌아오면 난 다시는 다른 여자를 보지 않을 거야. 너만 보며 살 거야.”“제발 돌아와줘!”...윤민준이 울면서 소리쳤다. 그 애절한 모습과
그러나 그들이 강지연과 윤민준의 관계를 받아들이기로 선택한 이후 그들 모두 내 마음속에서 지워졌다. 그 후 윤민준은 병원에 가서 내 주치의를 찾았다. 내가 위암에 걸렸고, 입원 치료를 거부했다는 말까지 들었다. 집에 돌아온 그는 술병을 끌어안고 크게 취한 상태로 중얼거렸다. “네가 정말로 석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면 난...”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잠이 들었다. ‘만약 알았다면? 강지연을 버리고 나와 함께 했을 건가?’ 다음 날, 윤민준을 동영상을 보며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가끔 손가락을 베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밴드를 붙이고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요리를 태워버리면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팬을 올렸다. 그는 채소를 썰며 중얼거렸다. “그때 날 위해 네가 이렇게 여러 번이고 배우고 있었던 거야?”그 밖에 마사지도 배우고, 케이크도 만들고, 꽃꽂이 수업까지 등록했다. 매일 집에 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를 놓을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사람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미 죽은 사람인데 이런 걸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서? 아니면 누군가에게 사죄하고 싶어서?’어차피 나는 죽었고, 그런 것들은 더 이상 내게 의미가 없다. ‘쇼 하고 싶으면 마음껏 해.’ 어머님이 또 사람들을 데리고 별장을 찾아와서 윤민준의 뺨을 때리며 소리쳤다. “살아 있을 때 소중히 여기지 않고, 죽고 나서 왜 이러는 거야? 쇼야 뭐야? 그렇게 쇼하고 싶으면 GM그룹에 들어가서 아림이가 널 위해 8년간 싸워온 회사를 잘 지켜!”어머님이야말로 윤씨 집안에서 가장 깨어 있는 사람이다. 어머님은 윤민준에게 언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항상 알고 있었다. 다음 날, 윤민준은 정장 차림으로 GM그룹에 출근했고, 퇴근 후에는 꼭 내 무덤에 가서 GM그룹을 잘 지키겠다고, 내 힘든 수고를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나는 더 이상 연기하는 윤민준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환생하고 싶었고
저녁 식탁에 앉아 점점 식어가는 음식을 바라보며 나는 핸드폰을 들어 “알았어”라는 짧은 답장을 보냈다. 30분 전, 윤민준은 퇴근 중이라며 곧 집에 도착할 거라는 메시지를 보냈었다. 윤민준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서 상에 올렸지만 내 핸드폰에는 “갑자기 회식이 생겼으니 먼저 먹어”라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내 마음은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사실 회식은 핑계일 뿐이고 윤민준이 만난 사람은 내 여동생이자 그의 첫사랑인 강지연이었다. 지연은 아이를 데리고 해외에서 돌아왔고, 윤민준은 강지연을 위해 친구들과 환영파티를 열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알았냐 하면 강지연이 나만 볼 수 있게 SNS에 게시물을 올렸기 때문이다.사진 속 윤민준은 지연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만약 강지연이 조금만 더 뻔뻔했더라면 나를 그 자리에 불러서 직접 보여줬을지도 모른다. 결혼할 때도 그랬다. M국에 있던 강지연은 직접 전화를 걸어 나에게 말했다. [언니, 아무리 우리가 닮았어도 민준이 마음속엔 나 밖에 없어.] 그때 강지연은 M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2년이 되었고, 바라던 혼혈아까지 낳았다. 그런데도 굳이 나한테 자신이 윤민준의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싶었던 거다. 그러나 강지연의 한 말은 사실이었다. 윤민준의 마음속엔 언제나 강지연뿐이었다. 첫날밤, 윤민준은 내 이름 대신 강지연의 이름을 부르며 나를 껴안았다. 하지만 나는 강아림이다. 나는 차갑게 식어버린 음식을 입안에 밀어 넣으며 억지로 삼켰다. 목이 꽉 메이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제대로 먹지 않고 불규칙한 식습관 때문에 병이 더 악화되어 이제는 반드시 시간을 지켜가며 제대로 먹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날 난 윤민준을 위해 하루 종일 굶으며 일하고 밤늦게야 겨우 한 끼를 먹곤 했다. 오늘도 그를 기다리며 한 시간을 넘게 굶었다. 이제 윤민준을 위해 1분이라도 굶고 싶지 않다. 밥을 먹고 집안을 정리한 후
그들과 마주치기 전에 나는 재빨리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거실에서는 윤민준이 나를 몇 번이나 불렀지만 나는 입을 가리고 눈물을 흘리며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눈물을 닦고 마음을 다잡고 나왔을 때 그들은 이미 식탁에 앉아 내가 끓인 죽을 먹으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 정말로 행복해 보이는 “세 식구”였다. 나는 다급히 식탁 앞으로 걸어가 그들을 노려보았다. 윤민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며 물었다. “어디 갔었어? 아까 몇 번이나 불렀는데.” 강지연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불렀다. 그러나 눈빛은 도발적이었다. “언니, 같이 아침 먹어!” 강지연의 말투는 마치 자신이 이 집의 주인이고, 나는 밥을 얻어먹으러 온 사람 같았다. 내 표정은 분명히 일그러졌을 것이다. 가슴 속 분노가 터져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끓인 죽을 나도 먹지 않았는데 너희들에게 줄 수는 없지!’ 나는 두 사람이 들고 있던 그릇을 확 빼앗아 식탁 옆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이건 내가 먹으려고 끓인 죽이야. 너희들을 먹으라고 끓인 게 아니야!” 윤민준은 피할 틈도 없이 내가 거칠게 움직인 탓에 소매에 죽이 튀었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강아림, 아침부터 무슨 짓이야?” 나는 고개를 돌려 강지연의 아들 손에 들린 그릇도 빼앗아 던지며 차갑게 윤민준을 바라보았다. “네가 네 첫사랑이랑 지난 추억을 나누든, 다시 인연을 맺든 상관없어. 그런데 내 눈앞에 데리고 오지 마.” “내가 끓인 죽을 먹고 싶어? 얘는 그럴 자격이 없어! 그리고 너도 이제 자격 상실이야!” 강지연은 눈가가 빨개진 채 일어나서 힘없이 사과했다. “언니, 오해하지 마. 나랑 민준은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야. 다른 관계는 없어. 난 아이를 데리고 너를 보러 온 거야.” 나는 강지연을 비꼬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정말 윤민준과 아무 관계도 없고 나를 보러 온 거라면 네가 불러야 할 이름은 '민준'이 아니라 '형부'였겠지.” 강지연
윤민준이 나가려는 순간, 나는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나는 한 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민준아, 내 배가 너무 아파. 따뜻한 물 한 잔만 줄 수 있어?” 그런데 그는 나를 거칠게 밀쳐냈다. 내 머리가 벽에 부딪혀 어지러웠다. 윤민준의 눈에 잠깐 후회가 스쳤지만 곧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아림, 그만 좀 해. 이제 물 한 잔도 내가 줘야 해?” 그 말과 함께 문을 박차고 나가 강지연을 쫓아갔다. 결국 첫사랑의 매력이 더 컸다. 그와 함께한 내 8년의 시간마저 무의미해진 기분이다. 갑자기 배가 덜 아픈 것 같았다. 대신 심장에서 느껴지는 아픔이 더 괴로웠다. 주치의는 늘 나에게 화학 요법을 권했다. “아직 젊은데 어떻게 쉽게 삶을 포기해요?” 하지만 그는 몰랐다. 내 배도, 내 마음도 이미 상처투성이여서 더 이상의 고통을 감당할 수 없었다는 걸. 난 그저 남은 3개월을 조용히 보내고 싶었다. 마지막 순간 머리카락이 다 빠지며 병상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날 나간 이후로 윤민준은 4일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강지연은 매일 SNS에 나를 언급하며 소식을 전했다. [오늘 우리가 처음 사랑을 나눴던 곳에 갔더니 여기의 나무들이 다 자랐네. 너무 좋아.] 사진에는 구영시 고등학교의 작은 숲이 담겨 있었다. 당시 나는 거기 어느 나무 뒤에 서서 윤민준이 무릎을 꿇고 강지연에게 고백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늘 그와 함께 를 보러 갔어. 내 전 남자친구는 나를 여전히 소중히 여길까?] 사진에는 영화표 두 장과 손을 맞잡은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내가 먹는 걸 지켜보는 것도 행복하대요!] 사진에는 빨간 샤부샤부이다. 그러나 사실 윤민준은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 ... 이런 식으로 강지연은 계속 나한테 도발하고 있었다. 나는 하나하나 좋아요를 눌렀다. 윤민준 아내의 품격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사람을 잃는 건 괜찮지만
엄마는 그 소식에 화가 나서 쓰러지셨고, 아빠는 분노 속에서도 윤씨 집안에 사과하러 가야 했다. 대연시에서 손꼽히는 재벌이니 SH그룹을 상대한다면 아빠는 감당할 수 없었다. 윤민준은 이 충격으로 우울해하며 매일 술에 취했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위 출혈로 두 번이나 입원했다. 어머님은 눈물을 흘리며 걱정했고, 아버님은 아들이 여자를 위해 이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자 꾸짖었다. 나의 부모님은 윤씨 집안에 미안함을 느끼며 몇 번의 상의를 거쳐 결국 내가 윤민준에게 시집가는 걸로 마무리하였다. 아버님과 어머님은 이 결과에 만족했다. 그때의 나는 이미 SH그룹에서 내 우수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여 아들이 쓸모없으니 GM그룹을 며느리의 힘으로 버틸 것을 바랬다. 하지만 윤민준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술에 취해 우리 집으로 와서 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강아림,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 거 같아? 지연이가 없어도 너와는 절대 결혼하지 않아. 내 아내 자리는 지연이 거야.” “지연이랑 널 비교하면 지연이는 백조고 넌 그냥 미운 오리새끼야. 너같이 돈 냄새만 풍기는 여자를 내가 좋아할 리가 없어.” 나는 가슴이 아픈 것을 참고 그를 평온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너 취했어!” 결국 아버님이 사람을 불러 윤민준을 데려갔다. 그리고 나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사과했다. “아림아, 걱정 마. 우리가 마음에 두는 며느리는 너 밖에 없어. 나와 네 아줌마 다 그렇게 생각해.” 윤민준은 부모님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집을 나가고 단식 투쟁 같은 무의미한 반항을 한 뒤 결국에는 타협하게 되었다. 2년 후, 윤민준은 나랑 결혼식에 서게 되었다. 강지연은 윤민준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전화에서는 나를 비웃었다. ‘나를 윤민준한테 보내고 싶지 않으면서 왜 그를 두고 해외로 떠난 건데?’ 술에 취한 윤민준은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그의 품에 안을 때 그 뜨거운 가슴에 나는 녹을 것만 같았다. 예전에는 상상조
그날 윤민준의 눈빛은 무섭도록 붉었고, 내 목을 잡아당긴 손은 마치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난 정말 윤민준의 손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 윤민준은 나를 놓아주고 일어나서 옷을 입으며 비웃었다. “지연이가 안 갔으면, 네가 내 침대에 누울 수 있었겠어?” 나는 목을 감싸고 기침을 하며 겨우 숨을 돌렸다. 그리고 지지 않겠다는 듯이 말했다. “근데 지연이가 네 침대에서 자고 싶어 하지 않잖아.” 윤민준의 눈빛이 다시 붉어지며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다시 내 목을 조르고 싶어?” 윤민준은 화가 나서 문을 쾅 닫고 나갔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 얼굴이 강지연과 똑같아도 그의 마음 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강지연과 나는 쌍둥이 자매다. 내가 강지연보다 2분 먼저 태어나서 언니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다른 쌍둥이들은 항상 함께하고, 똑같은 옷을 입고, 같은 스타일로 꾸미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 둘은 달랐다. 강지연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나와 똑같이 꾸미지 말라고 떼를 썼다. 세상 하나뿐인 강지연이라며 얼굴은 바꿀 수 없지만 옷이나 신발, 가방 같은 건 나와 다르게 하고 싶다고 했다.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더니 말 잘 듣고 얌전한 나보다 영리하고 장난꾸러기인 강지연이 집안의 귀염둥이가 되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촌들까지 강지연을 다 좋아했다. 하루 종일 공부에 열중하는 나는 그들의 ‘착하고 철이 들었다’는 말밖에 듣지 못한다. 적어도 싫어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나는 늘 내 자신을 위로했다. 중학교 때까지 윤민준과는 거의 얽히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고등학교 수석반에 들어가게 되었고, 윤민준은 아버지가 학교에 큰돈을 기부한 덕분에 우리 반에 합류했다. 그러니까 윤민준을 먼저 알게 된 건 나이다. 그러나 감정은 선후 순서로 따질 수 없는 것이다. 아버님이 원하셔서 선생님은 성적이 안 좋고 노는 것만 아는 윤민준을 성적이
그리고 방과 후 윤민준을 끌고 교실에 남아 숙제를 하게 하였다. 그리고 한 시간을 들여서 보충 수업을 해주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영상 통화로 그가 선생님이 준 숙제를 끝내는지 감독했다. 윤민준은 한편으로는 불평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우리 짝꿍의 말을 잘 듣는다니까!” 어쩐지 그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중간고사에서 윤민준의 모든 과목 성적이 60점 이상이었다. 그는 기뻐서 뛰며 나를 안았다. “너 정말 천사야! 나 처음으로 모든 과목을 통과했어!” “뭘 갖고 싶어? 아니면 인해원에서 가서 밥 먹자. 내가 살게, 그곳 음식 진짜 맛있어.” “이걸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내던지는 거야, 그들 눈이 확 돌아가게, 하하!” 윤민준은 아직도 기쁨을 떠들고 있었다. 나는 얼굴이 붉어져서 그의 옆에서 살짝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의자에 앉아 오른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심장이 좀 더 천천히 뛰기를 바랐다. 다음 날 방과 후, 아버님과 어머님이 학교 앞에 와서 나를 인해원으로 데려가겠다고 했을 때 난 그냥 멍하니 그들을 따라 차에 올랐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정신이 들었다. 나는 옆에 있던 윤민준을 살짝 밀치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희 부모님이 왜 나를 초대하는 거야?” 윤민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 덕분에 내가 처음으로 시험을 통과한 걸 감사하기 위해서지.” 상 위에서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아가씨가 있지? 나중에 내 며느리가 되어주면 좋겠어!”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고, 그 순간 윤민준도 얼굴이 붉어졌다. ‘설마 민준이도 나를 좋아하는 건 걸까?’ 회상에서 현실로 돌아오고, 나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어머님 바람에 따라 내가 이 집 며느리가 되었지만 그때 얼굴이 붉었던 사람은 나를 싫어하고 있었다. 근데 민준이를 버린 건 강지연이고, 나와 결혼하게 강요한 것은 그의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