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봄이 올까?

나에게도 봄이 올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8
By:  기달림  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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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나를 죽도록 원망했다. 내가 울면서 물었다. “난 오빠의 친여동생이 아닌가요?” 이내 남자는 싸늘하게 비웃었다. “나한테 여동생은 없어.” 그날 밤, 난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해 죽게 되었다. 하지만 오빠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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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내 이름은 임윤설, 18살이라는 창창한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났다.극심한 고통이 한순간에 덮쳤고, 그나마 빨리 죽어서 다행이었다.하지만 시신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흉할 정도였다.나는 공중에 둥둥 떠다니며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탄식하는 행인들을 내려다보았다.이내 시체를 따라 병원에 도착했다.관계자들은 대충 확인하고 곧장 시신을 영안실로 끌고 갔다.의사가 너덜너덜해진 내 옷을 뒤적거렸다.안팎을 샅샅이 뒤졌지만 신원을 증명할 만한 물건을 찾지 못했다.“딱하군. 얼굴도 예쁘장하니 아직 미성년자 같은데, 집에서 알면 얼마나 속상할지...”아, 참!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과 휴대폰은 오빠랑 말다툼하고 나서 뛰쳐나왔다가 어떤 남자에게 모조리 빼앗겼다.그리고 잃어버린 게 또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간호사가 내 몸에 묻은 피를 조심스럽게 닦아주며 눈물을 흘렸다.나는 문득 오빠가 알게 되면 얼마나 좋아할지 궁금했다.그리고 시체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오빠는 대체 언제쯤이면 날 찾으러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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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내 이름은 임윤설, 18살이라는 창창한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났다.극심한 고통이 한순간에 덮쳤고, 그나마 빨리 죽어서 다행이었다.하지만 시신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흉할 정도였다.나는 공중에 둥둥 떠다니며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탄식하는 행인들을 내려다보았다.이내 시체를 따라 병원에 도착했다.관계자들은 대충 확인하고 곧장 시신을 영안실로 끌고 갔다.의사가 너덜너덜해진 내 옷을 뒤적거렸다.안팎을 샅샅이 뒤졌지만 신원을 증명할 만한 물건을 찾지 못했다.“딱하군. 얼굴도 예쁘장하니 아직 미성년자 같은데, 집에서 알면 얼마나 속상할지...”아, 참!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과 휴대폰은 오빠랑 말다툼하고 나서 뛰쳐나왔다가 어떤 남자에게 모조리 빼앗겼다.그리고 잃어버린 게 또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간호사가 내 몸에 묻은 피를 조심스럽게 닦아주며 눈물을 흘렸다.나는 문득 오빠가 알게 되면 얼마나 좋아할지 궁금했다.그리고 시체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오빠는 대체 언제쯤이면 날 찾으러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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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외곽에 우뚝 솟은 으리으리한 별장은 마치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맹수처럼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스탠드 조명의 불빛이 남자의 싸늘한 얼굴을 포근하게 비춰주었다. 오빠는 눈살을 찌푸린 채 한창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이내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화가 난 듯 짜증을 살짝 냈다.잠시 후 화면을 켜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통화가 실패하여 짧은 욕설과 함께 종료 버튼을 누르더니 책상 위의 물건을 몽땅 쓸어버렸다.오빠의 성격이 유별난 건 나도 잘 알고 있다.“임윤설, 배짱이 대단하구나. 감히 내 연락처랑 카톡까지 차단해?”오빠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물건을 마구 던졌다.“어디 한 번 평생 밖에서 싸돌아다녀 보던가? 이참에 그냥 죽어버려!”나는 코가 찡했다.이미 죽었다고 한들 이런 말을 들으니까 속상하기 마련이다.‘오빠, 소원을 이뤘네? 오빠 동생이 진짜 죽었어.’이때, 저 멀리 조금씩 사라지는 노을의 잔상이 눈에 들어왔고 마치 내 몸의 마지막 온기까지 빼앗아 가는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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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오빠가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엄마를 죽이고, 아빠도 죽인 범인이 바로 나라는 게 오빠의 주장이었다.출산을 앞둔 엄마가 문득 나를 입힐 옷을 사러 쇼핑몰에 갔다가 차에 치여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목숨이 간당간당했다. 결국 제왕절개로 나는 구사일생했지만 엄마를 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즉, 내가 태어난 날에 엄마는 돌아가셨다.엄마는 숨이 끊기기 직전에 아빠의 귓가에 대고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윤설을 잘 부탁해요. 엄마가 사랑한다고 꼭 전해줘요.”아빠는 술에 취해 이 사실을 나한테 알려주었다.하지만 정작 평소에는 나를 보는 체도 안 했다.가끔 술에 취했을 때 다정하게 말을 거는 것을 제외하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마치 집에 나 같은 존재는 없는 듯 공기 취급하는 게 일상이다.그리고 얼마 전, 나를 무시했던 무뚝뚝한 아빠도 자살로 죽었다.아빠는 편지를 한 통 남겼지만 오빠는 나한테 비밀로 했다.게다가 아빠의 장례식에도 못 가게 했다.어차피 상관은 없었다.아빠는 죽어서도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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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보다 10살 많은 오빠는 고생을 꽤 많이 했다. 왜냐하면 아빠가 우울증에 걸린 이후로 집안 사업이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공부를 워낙 잘하는 오빠는 항상 월반했고, 20살이 되자 곧바로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서 일하기 시작했다.사회에 발을 들인지 얼마 안 된 초년생에서 이제는 어엿한 LS그룹의 CEO로 승진했다.물론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오빠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오빠가 접대 때문에 밤늦게 술 마시고 돌아오면 나는 해장국을 끓여서 몰래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왔다.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위에 좋은 죽을 끓여주기도 했다.행여나 오빠가 피곤해서 눈을 비빌 때면 한 달 동안 모아둔 용돈으로 책상 위의 눈 부신 스탠드를 교체해주었고, 안약과 비타민을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또한,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빨래를 마친 오빠의 셔츠를 다림질도 해주었다.나는 묵묵히 오빠를 챙겨주고 싶었다.어떻게 보면 내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덜어주려는 의도였다.오빠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큰 집에서 살 일도 없었을 테니까.하지만 집의 크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내가 가장 아끼는 건 가족이자 오빠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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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오빠는 나한테 다시 전화를 걸지 않았다.하긴, 오빠에게 연락을 시도했다는 자체가 나를 위한 마지막 배려일지도 모른다.이내 처음으로 심하게 다투었던 때가 문득 떠올랐다.오빠는 핏줄이 불끈 솟아오른 손으로 문밖을 가리켰고, 캄캄한 밤인지라 어두워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임윤설, 이 집에서 나가. 나한테 너 같은 여동생은 없으니까.”나는 눈물을 닦으며 바락바락 외쳤다.“나도 당신 같은 오빠는 원하지 않았어요! 임기택, 저주할 거야!”오빠는 내 뺨을 때렸고, 이내 얼굴이 빨갛게 부어올랐다.그리고 집 밖으로 뛰쳐나와 길가에 웅크리고 숨어서 오빠가 뒤따라오길 은근히 기대했다.쌀쌀한 바람이 부는 밤, 나는 실크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곧이어 입술이 새파랗게 질렸고, 저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찾으러 올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심지어 그는 방문을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다.결국 날씨도 춥고 돈도 없어서 꽤 친하게 지냈던 친구 집으로 찾아갔다.그러다 며칠이 묵고 나니 마침내 오빠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드디어 내가 걱정된 줄 알고 오빠가 데리러 오기만 오매불망 기다렸다.나를 보자마자 꼭 끌어안아 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며칠 전보다 더 세게 따귀를 얻어맞았다.결국 중심을 잃은 나머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그리고 볼을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힘겹게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오빠는 도도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면서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임윤설, 앞으로 또 개수작 부려서 실종한다면 영원히 돌아오지 마. 아빠만 아니었다면 널 데리고 있지도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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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소파에 앉아 있던 오빠의 딱딱한 얼굴에 마침내 미소가 번졌다.나는 여동생이 하교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초등학교 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여동생이 우리 집에 왔다.돌아가신 엄마와 사뭇 닮았다고 이유로 오빠는 그녀를 유난히 예뻐했다.그래서 나도 엄마를 닮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최소한 아빠와 오빠가 지금처럼 나를 미워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임리아는 신이 나서 오빠의 차를 향해 뛰어갔다. 새하얀 공주풍 드레스를 입고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는 그녀는 코끝이 살짝 빨개진 채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 모습은 누가 봐도 애지중지 자란 공주님을 연상케 했다.오빠는 물론 아빠의 환심을 사는 데 능숙한지라 다른 사람의 호감도 쉽게 얻었다.물론 나처럼 말주변이 없고 겁이 많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왜냐하면 나는 감히 엄두가 안 났다.매번 딴지 걸거나 떼를 쓰면 오빠의 폭언과 폭력은 점점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오빠는 임리아를 끌어안고 허벅지에 앉히더니 볼을 비비적거렸다.“역시 우리 리아가 착하군. 재수탱이 임윤설은 벌써 하루가 지났는데도 집에 돌아오지 않는데 말이야. 계집애가 자중할 줄도 모르고.”자중할 줄 모르다니.졸지에 난 방탕한 여자가 되었다.단지 오빠의 생일 파티에서 친구라는 남자가 내 몸을 쓰다듬을 때 무서워서 밀어내고 뺨을 한 대 때렸을 뿐인데...하지만 오빠는 즉시 나한테 따귀를 날렸다.“네 꼬락서니 좀 봐. 친구 말로는 네가 먼저 유혹했다고 하더라. 자중할 줄도 모르고 거짓말까지 해? 임윤설, 너만 보면 역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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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언니는 단지 홧김에 그랬을 거예요. 이게 다 내 탓이에요. 만약 내가 아니었다면 언니도 오빠한테 그렇게 화를 내지 않았을 텐데.”이건 임리아의 필살기였다. 겉으로 순수한 척해도 속에는 여우 한 마리가 들어 있다.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눈앞의 여자가 사진 속 온화한 어머니와 닮았다는 게 납득이 안 갔다.진짜 닮은 거 맞나?“역시 우리 리아는 마음도 넓네. 임윤설이 그렇게 못되게 굴어도 항상 언니 편을 들어주다니.”오빠는 임리아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아빠가 유언장에 임윤설과 나한테 재산을 반반씩 나눠준다고 했는데 제정신도 아닌 사람이 어찌 내 동생이 될 자격이 있겠어? 그래서 유언장에 적힌 상속인을 리아로 바꾸려고 해.”이루 형용할 수 없는 울렁거림이 위에서 솟구쳐 올랐다.나는 당장 떠나고 싶었지만 영혼이 마치 이곳에 갇힌 듯 꼼짝할 수 없었다.이내 머리가 어질거렸다.곧이어 귓가에 오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사실 아빠가 응급 처치를 받고 깨어났을 때 임윤설을 보고 싶어 하셨어. 게다가 나한테 여동생을 잘 보살펴 주라고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했지. 아빠는 쉽게 용서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야.”...임리아는 오빠의 팔을 껴안고 키득키득 웃었다.해맑은 웃음소리가 귀에 들어오자 유난히 신경이 거슬렸다.나는 티 없이 깨끗한 그녀의 얼굴과 투명한 눈동자에서 악의를 어렴풋이 보아냈다.머릿속에는 그녀가 다른 여학생들을 데리고 학교에서 나를 괴롭히던 장면이 떠올랐다.이내 허리를 숙이고 헛구역질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하긴, 죽은 사람이 토를 어떻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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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임리아가 처음 왔을 때 우리는 꽤 잘 지냈다.적어도 집에서는 아무 문제 없었다.소심한 얼굴로 내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는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언니’라고 불러주었다.그리고 나를 무시하는 아빠와 푸대접하는 오빠를 발견하고 나서 서서히 돌변하기 시작했다.그제야 나는 임리아가 웃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어느 날 학교 화장실에 나를 막아선 그녀는 다른 여학생들을 불러 내 머리카락을 뜯고, 바닥에 쓰러뜨린 채 옷이 가려진 곳만 찾아서 두들겨 패게 했다.고통은 고통대로 받고 상처는 남기지 않겠다는 의도였다.설령 옷을 벗고 확인한다고 해도 멍조차 찾을 수 없다.“언니, 날 미워하지 마. 굳이 탓하고 싶으면 오빠를 탓해. 언니를 괴롭히는 것도 어느 정도 묵인한 셈이니까. 아니면 수양딸 주제에 어떻게 감히 건방지게 굴 수 있겠어?”하긴, 만약 오빠의 허락이 없었더라면 어찌 감히 대놓고 폭력을 행사하겠는가?오빠는 정말 내가 죽기를 바랐던 것이다.나중에는 오빠가 나를 구해줄 거라는 기대조차 안 했고, 단지 손만 대지 말아 달라고 기도했을 뿐이다.‘아파.’나는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찍소리조차 내지 못했다.어쩌면 오빠의 여동생으로서 임리아가 더욱 적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똑같이 잔인하고 매정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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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매번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지저분한 옷차림으로 집에 돌아갈 때면 오빠는 무심한 얼굴로 흘긋 쳐다보고는 비아냥거렸다.“임윤설, 또 밖에서 남자 만나고 온 거야? 아직 18살도 안 된 계집애가 엄마한테 미안하지도 않니?”나는 눈물을 참고 입을 꾹 닫았고, 몸과 마음이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비록 오빠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임리아와 같은 반 남자애가 내 옷을 벗기고 저질스러운 사진을 찍었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무해한 미소가 번졌다.“오빠한테 얘기하는 순간 이 사진을 퍼뜨릴 거야. 과연 이걸 보고도 널 이해해줄까?”사실 말하든 말든 나한테 큰 의미는 없었다.결국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졌다.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나중에 심리상담사를 찾아갔더니 선생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걱정해주셨는데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관심과 배려였다.나는 코가 찡하며 눈물이 흘러내렸다.이런 친절과 걱정은 처음이지 않은가?“윤설아, 넌 아직 어려서 앞날이 창창하니까 극복하지 못할 장애물은 없을 거야. 만약 가족들에게 털어놓기 힘든 고민이라면 나한테 얘기해.”나는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자해하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애를 썼다.사실 칼로 팔과 손목을 베고 싶은 충동이 수도 없이 들었다.하지만 엄마의 목숨과 맞바꾼 생명인데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엄마가 하늘에서 지켜본다면 얼마나 속상하겠는가?그래서 난 사랑받아 마땅한 아이라고 항상 속으로 되뇌었다.나도 공주님 대접이 아깝지 않은 착한 사람이라고 여겼지만 현실은 가혹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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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나는 아프고 나니 예전보다 성격이 까칠하게 변했다.임리아와 임기택을 대하는 태도도 사뭇 달라졌다.월말 평가에서 컨디션이 안 좋은 탓에 성적이 조금 떨어졌지만 그래도 임리아보다 시험을 잘 봐서 나름대로 기분은 좋았다.적어도 공부만큼은 내가 더 잘했으니까.그리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증오로 이글거리는 임리아의 눈동자를 맞닥뜨렸고, 곧이어 그녀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무슨 의미인지 눈치채지 못했다.나중에 친구들을 몇 명 데리고 나가더니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에서 내가 어머니를 죽인 범인이라는 소문이 쫙 퍼졌다.쉬는 시간이 끝나서 자리에 와 보니 책상에 죽은 뱀과 독거미가 가득 쌓여 있었다.책상과 의자는 고장 나서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교체되었다.육체적 괴롭힘은 성에 안 차는지 이제는 정신적 고통까지 줄 작정인 것 같았다.교문을 나서는 길에 임리아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사슴 같은 눈망울에 어떻게 이런 검은 속내가 숨어 있단 말이지?나는 화가 난 나머지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리고 젖 먹던 힘을 다해 손에 있던 교과서를 집어던졌는데 마침 그녀의 머리를 강타했다.임리아는 즉시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고 통곡했다.하지만 나는 왠지 모를 쾌감이 느껴졌다.이 모든 걸 지켜본 오빠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나를 바닥에 밀치고 큰 소리로 호통쳤다. 준수한 얼굴에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이게 바로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린다는 건가?“임윤설, 왜 이렇게 악랄하게 구는 거야!”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마음이 답답한 게 곧 발작을 일으킬 듯싶었다.이제 스스로 통제할 수가 없었다.“맞아요. 나 원래 악녀예요. 임리아를 때려죽이지 못 한 게 아쉬울 뿐이죠.”마치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담은 울분을 토해내는 것 같았다.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찼으면 전봇대 위에 있던 참새들도 깜짝 놀라 도망갔고, 모든 행인의 귀에 똑똑히 들릴 정도였다.임기택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리고 주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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