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나한테 다시 전화를 걸지 않았다.하긴, 오빠에게 연락을 시도했다는 자체가 나를 위한 마지막 배려일지도 모른다.이내 처음으로 심하게 다투었던 때가 문득 떠올랐다.오빠는 핏줄이 불끈 솟아오른 손으로 문밖을 가리켰고, 캄캄한 밤인지라 어두워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임윤설, 이 집에서 나가. 나한테 너 같은 여동생은 없으니까.”나는 눈물을 닦으며 바락바락 외쳤다.“나도 당신 같은 오빠는 원하지 않았어요! 임기택, 저주할 거야!”오빠는 내 뺨을 때렸고, 이내 얼굴이 빨갛게 부어올랐다.그리고 집 밖으로 뛰쳐나와 길가에 웅크리고 숨어서 오빠가 뒤따라오길 은근히 기대했다.쌀쌀한 바람이 부는 밤, 나는 실크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곧이어 입술이 새파랗게 질렸고, 저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찾으러 올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심지어 그는 방문을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다.결국 날씨도 춥고 돈도 없어서 꽤 친하게 지냈던 친구 집으로 찾아갔다.그러다 며칠이 묵고 나니 마침내 오빠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드디어 내가 걱정된 줄 알고 오빠가 데리러 오기만 오매불망 기다렸다.나를 보자마자 꼭 끌어안아 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며칠 전보다 더 세게 따귀를 얻어맞았다.결국 중심을 잃은 나머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그리고 볼을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힘겹게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오빠는 도도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면서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임윤설, 앞으로 또 개수작 부려서 실종한다면 영원히 돌아오지 마. 아빠만 아니었다면 널 데리고 있지도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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