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내 마음을 들은 듯, 오빠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내가 살던 텅 빈 방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전혀 없는 듯 깨끗했다. 하긴, 임리아가 가진 것들을 나는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으니까.“윤설아, 너 아직 여기 있는 거지? 왠지 네가 아직도 여기 있는 것 같아.”오빠는 넋을 잃은 듯 방 안에 앉아 있었다. 이때 강 아주머니가 한쪽에서 나와 한숨을 쉬며 말했다.“기택아, 너도 몸 좀 챙겨야지. 윤설이도 네 걱정 많이 했어.”“네가 술에 취했을 때, 그 해장국이랑 죽은 전부 윤설이가 준비한 거야. 네 책상에 있던 눈 보호하는 물건들도, 네 셔츠랑 옷들도 다 윤설이가 다려준 거고.”임기택은 갑자기 오래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술에 취해 집에 돌아왔을 때, 여동생이 방 한쪽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며 그를 바라보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 임윤설은 중학교에 막 들어갔을 시기였고, 자신은 회사 일로 술자리를 피할 수 없었다.그때 그는 도대체 무슨 말을 했던가? 억지로 기억을 짜내려고 했다.“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고생할 필요도 없잖아.” “네가 미워해, 임윤설.”그는 여동생의 맑고 큰 눈에 서서히 차오르는 눈물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꼈고, 그 뒤에 약간의 죄책감이 밀려왔다. 임윤설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방으로 돌아갔고, 그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책상 위에 놓인 해장국을 보았다. 순간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그때 리아가 뛰어와 그의 목에 안겼다. “오빠, 돌아왔어? 많이 힘들지?”“응, 오빠 힘들었어. 해장국 준비해 줘서 고마워.”임기택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거대한 고통이 몰려와 그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무엇이든 좋으니, 다시 한번 여동생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그 순간, 문득 그는 죽음을 떠올렸고 다량의 수면제를 삼켰다.그리고 마침내, 허공에 떠 있는 임윤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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