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영이 지금 최요섭 몸 안의 사악한 음기를 풀지 않는 이유는 당장 해결보다는 길게 두고 음기의 원천을 찾아내려는 것이었다.최요섭은 정신없는 와중에 벽사부를 받아서 들고 보배처럼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공손히 감사의 말을 전했다.“그럼, 서 선생 잘 부탁해요. 부적이 있으니까 요 이틀 나한테 별일은 없겠죠?”서준영은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최 실장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적어준 벽사부만 잊어버리지 않고 몸에 잘 소지하고 있으면 어떤 악령도 감히 당신에게 다가가지 못할 거예요. 벌써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지 않아요?”최요섭은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톤으로 말했다.“그렇지 않아도 많이 가벼워진 느낌이네요. 서 선생 고마워요.”바로 그때, 방문이 열렸다.잔뜩 긴장한 얼굴의 중년 남자가 회색 정장을 입고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그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실장님, 괜찮으십니까? 방금 보고 받고 달려왔습니다.”최요섭은 싸늘한 눈빛으로 인사를 하는 사람을 보더니 뒷짐을 지고 서서 비서실장의 무게를 잡았다.“진 사장, 마침 잘 왔네.”오션회집의 사장 진건우였다. 그는 강운 시 요식업계에서도 꽤 잘나가는 인물이었다. 그는 요식업뿐만 아니라 부동산, 보석, 여행, 금융투자 등 많은데 사업을 벌여놓은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니 밖에서는 어디를 가든 다들 깍듯이 공손하게 대접받는 사람이 오늘 최요섭 앞에서는 오히려 머리를 숙여야 했다.이것이 신분 격차에서 오는 사회적 서열이다.진건우는 미안한 안색이 가득했다.“최 실장님, 이번 일 꼭 엄격히 조사하겠습니다. 안전에 문제없도록 반드시 정리하고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제가 책임지고 처리하겠습니다. 실장님께서 이번에 부디 너그러이 봐주시길...”최요섭은 진건우의 말을 끊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진 사장의 진심을 봐서 이번 일은 구두 경고로 넘기겠지만, 만에 하나 또 한 번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여기 문을 닫아야 해.”“네네, 그럼요.
최근 들어 진건우가 사업을 너무 확충하다 보니 부동산과 게임 사업에서 형편이 좋지 않아 점점 더 사업이 어려워졌고, 자금력이 달리는지 심지어 요식 사업과 보석사업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하지만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인 진건우는 투자를 더 늘리려 애쓰고 있었다.방금, 그는 살짝 망설여졌다.최요섭은 고개를 돌려 진건우의 표정을 보더니 순간 알아챈 듯 담담하게 말을 건넸다.“진 사장, 내가 저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본인은 틀림없이 이해했을 거로 생각하네. 진 사장도 서 선생의 말을 귀담아들어 보는 게 좋을성싶어.”말을 마치고 최요섭도 자리를 떴다.굳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선 진건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옆 사람에게 물었다.“도 매니저, 아까 한 말이 정말 사실이야? 저 사람 진짜 신선 술을 쓴단 말이지?”도 매니저는 아직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답을 했다.“사장님. 제가 진짜 아까 직접 봤는데요. 서 선생 저 사람이 공중에서 부적을 휘갈겼고 완성되니 금빛이 번쩍였다니깐요.”진건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떠나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도 매니저, 먼저 식당 일을 처리해 줘. 난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그러고 나서 진건우는 걱정거리가 잔뜩 묻어난 얼굴로 식당을 나섰다....차에 탄 유지오가 물었다.“준영 씨, 집으로 가나요?”서준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한약 거리에 자림당 분점으로 가지.”“자림당? 거기는 왜요? 한약이라도 지으려고요?”유지오가 의심스러운 듯이 물었고 서준영은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방금 점을 쳤는데, 거기 누군가 목숨의 위험이 있어 나한테 부탁이 올 거라서. 시간 절약도 할겸 미리 가 있으려고.”쓰읍.유지오는 추앙의 눈빛을 하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칭찬했다.“준영 씨, 진짜 대단해요.”그는 이내 차에 시동을 걸고 한약 거리의 자림당으로 향했다.자림당 분점.전석민은 값비싼 선물을 사 들고 돌아와서는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아무리 부르고 흔들어도 깨어
중독됐다는 말에 전송환은 소스라치게 놀라 하며 소리쳤다.“중독이라뇨, 말도 안 돼. 석민이가 아까 서준영 씨한테 사죄 선물을 한다고 갔다가 돌아오자마자 쓰러졌는데, 어찌 중독됐다는 말인지?”서준영이 물었다.“전 회장님. 잘 되짚어보세요. 아드님이 돌아와서 뭘 먹지는 않았나요? ”전송환은 흠칫하더니 미간을 찡그리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갑자기 소리쳤다.“참. 석민이가 돌아와서 차 한 잔을 마셨어요.”전송환은 말하며 프런트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가리켰다.서준영은 그쪽으로 가서 찻잔을 들고 냄새를 맡아보더니 확신했다.“차에다 독을 탔네요. 누가 석민 씨한테 차를 내줬어요?”서준영의 질문에 옆에 있던 직원 린이가 곧장 내빼며 도망치려 했다. 서준영은 그녀의 움직임을 눈치채고는 재빠르게 손에서 은침을 빼내어 날렸다. 어깨에 꽂힌 은침으로 인해 린이는 바닥에 털썩 넘어진 채, 마치 감전된 사람처럼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아니에요. 저 아니에요... 제가 그런 게 아니라, 협박당해서 어쩔 수 없이 한 것에요. 회장님 제발 살려주세요.”전송환은 분노하며 린이에게 달려와 소리쳤다.“이런 미친년이! 우리가 린이 너를 박하게 대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래? 감히 내 아들한테 독을 타? 애를 죽이려고 작정했네. 내가 오늘 네년을 죽여버릴 거야!”전송환을 이내 지팡이를 들고 린이를 내리치려고 했다. 서준영은 황급히 그를 가로막으며 말려 섰다.“전 회장님. 배후는 따로 있어요. 저 애는 그저 시키는 일만 했을 거예요. 우선은 아드님부터 구하시죠. 나중에 저 친구 심문해서 누구 짓인지 알아내세요.”그 말에 전송환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는 부탁했다.“아아, 우리 석민이. 석민이 살려주세요. 서준영 씨 내 아들 구해만 주면 반드시 후하게 보답할게요.”서준영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돌아서서 침대 옆으로 가서 전석민의 머리, 목, 복부 등 혈 자리에 꽤 많은 은침을 꽂았다. 그러더니 몸의 영기를 끌어내서는 전석민의 몸 안에 주입했다. 조금
서준영의 말을 들은 린이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고 공포에 질린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아... 아뇨! 악마 같은 인가. 말할게요, 다 말할게요...”겁먹었다.린이는 겁에 질렸다.서준영은 덤덤하게 씩 웃더니 말을 이었다.“말해요. 사주 인영 어딨는지? 또 누가 시켰는지?”린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가게 구석에 있는 바닥을 가리켰다. 서준영은 걸어가서 바닥 타일을 젖히고 그 안에서 하얀 인형을 꺼냈다.전송환은 전석민을 부축하여 가까이 가서 서준영의 손에 있는 천 인형을 보고 둘은 깜짝 놀랐다.인형에는 빨간색이 묻혀있었고 그냥 봐도 흉측했다. 거기에 고슴도치처럼 은침이 가득 찔려있었다. 사주 날짜가 적힌 노란색 종이가 인형의 가슴 위치에 놓여있었다. 전송환은 당장에 소스라치며 외쳤다.“우리 석민이 사주팔자 맞네요. 이런 나쁜 년이! 이렇게 악랄하다니!”전송환은 고개를 돌려 린이한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인형을 유심히 보던 서준영은 은침이 찌른 위치가 그저 찌른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아무래도 특별한 위치를 잡고 그에 따라 찌른 거로 보였다. 인형의 가슴 쪽에는 바늘 하나가 남아있었는데, 그것마저 찔렸으면 전석민은 오늘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것이다.“준영 씨, 정말 신의 손이네요. 이것 봐요, 이건 어떻게 해결하면 될까요? 우리는 잘 모르는 것들이라.”결국 아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전송환은 마음이 조급했다.서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전 회장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처리할게요. 여기다 번갯불을 가져다줘요.”서준영의 요구에 따라 전송환은 바로 직원들을 시켜 번갯불을 대령했다.서준영은 손에 인형을 들고 《구천현술》의 퇴마주술을 외우더니 인형을 번갯불에 내던졌다.타는 소리와 함께 인형에 불이 붙더니 검은 살기가 인형에서 새어 나왔다.서준영은 손가락으로 살기를 가리키며 주술을 외웠다!“이얍!”주술을 던지자 보이지 않는 위압이 그대로 검은 살기를 눌러 불 속으로 가뒀다. 그러자 바로 탁탁 타들어 가는 소리가
“역시 서 선생님 답네요. 그 나이에 이런 신과도 같은 수법이 있다니. 전에는 이 노인네가 성급했어요. 부디 준영 씨가 너그럽게 봐주기를 바랍니다.”전송환은 매우 공손하게 일어나서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했고, 서준영은 몸을 일으켜 전송환을 부추겨 일으키며 말했다.“전 회장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석민 씨가 괜찮아졌으니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서 선생님 조심히 들어가요. 여기 카드에 2억 원 들어있어요. 나중에 더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요. 서 선생님 일은 우리 집안에서 언제든지 발 벗고 나설 것입니다!”전송환은 카드 한 장을 건네며 말했고 서준영은 마다치 않고 카드를 받고 생각하더니 말했다.“전 회장님, 그렇지 않아도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만약 백 년산 하수오가 있으면 말씀 주세요.”“백 년산 하수오라? 희귀한 약재인데, 서 선생이 말을 꺼냈으니 우리가 꼭 유념해 둘게요.”전송환은 긍정적으로 답했다.“그럼, 고맙습니다.”서준영은 인사를 하고 떠났다.서준영은 별장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치 선녀 같은 모습으로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하연우가 보였다. 그녀는 문어 구에 서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서준영이 돌아온 걸 본 하연우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옆집 동생처럼 뒷짐 짓고 웃으며 말했다.“왔어?”서준영은 곧바로 작은 보폭으로 빨리 뛰어가서 물었다.“아가씨, 어쩐 일로 왔어?”“왜? 보러오면 안 돼?”하연우는 화를 내는 척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들어 보았고 서준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수줍게 말했다.“아니, 나는...”서준영의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 하연우는 키득 웃었다. 까치발을 하고 서준영의 머리를 살짝 터치하면서 웃으며 말했다.“됐어, 농담이야. 그냥 좀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얘기 좀 하고 싶어서 왔지.”“심란해? 나한테 말해줄 수 있어? 혹시 내가 도움 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서준영은 바로 물었고 하연우는 고개를 돌려 큰 눈을 깜빡이며 그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됐어, 말해도 해결 못
하연우는 살짝 멍하니 있다가 진지한 눈길로 자기를 바라보는 서준영이 갑자기 귀여워 보였다.“고마워. 근데 이일은 준영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내가 방법을 더 찾아볼게.”하연우는 웃으며 손을 내밀어 서준영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한설아를 모델로 세우는 일이 그렇게 쉽게 해결될 수 있었으면, 자회사의 홍보팀이 통째로 잘릴 수가 없었다.서준영은 서둘러 말했다.“연우야, 나를 믿어. 나 진짜 당신 대신 이 일을 해결해 줄 수 있어.”하연우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았어. 믿을게. 시간도 늦었는데 나 먼저 돌아갈게. 얼른 쉬어.”말을 마치고 하연우는 바로 떠났다. 몇 발짝 안 가고 그녀는 갑자기 돌아섰다. 치마가 휘리릭 돌면서 그녀는 맑고 큰 두 눈으로 서 있는 서준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준영아, 만약 어느 날 내가 강운 시를 떠나서 용진에 돌아가면 너는 어떻게 할 거야?”서준영은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하연우, 만약 그런 날이 있으면 나 직접 용진에 가서 너를 찾아갈 거야!”“그런데 그 길이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면? 심지어 목숨도 바쳐야 한다면?”하연우는 물었고 서준영은 살짝 멍하다가 큰소리로 답했다.“앞의 길이 위험하고 험난해도 연우를 찾아갈 거야!”말을 들은 하연우의 눈에는 눈물이 반짝이였다. 마음속으로는 감동했고 다시 물었다.“만약 전 세계가 반대한다면?”“그러면 전 세계를 상대하지! 아무도 내가 연우를 찾아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어!”서준영은 생각도 하지 않고 답했다.이 시각 그의 가슴은 벅차올랐습니다.하연우는 원하는 답을 얻어서 기쁘게 웃었다. 그녀는 서준영을 향해 손을 흔들며 외쳤다.“준영이, 화이팅. 내가 기다릴게!”서준영도 손을 힘차게 흔들며 외쳤다.“연우야, 나 꼭 갈게! 기다려!”떠나는 하연우의 모습을 바라보니 서준영의 마음은 아팠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뜨거운 피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의 목표가 매우 명확했다.하연우, 그녀가 바로 서준영 평생의 한 줄기 빛이었다.모든 세계를 적으
병원에 온 서준영은 곧장 한설아의 병실로 향했다. 병실 안, 한설아는 침대 끝에 기대어 앉아 흥분된 표정을 지으며 옆에 있는 조수에게 자신을 구해 준 사람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날 구해준 사람이 서준영이라고 했지? 구일수의 의술도 그 사람에 못 미치는 거야?”한설아는 감탄과 숭배의 표정을 지으며 들뜬 모습이었다.“그 사람 사진 찍었어? 한번 보여줘 봐.”옆에 있던 몇 명의 조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설아 언니, 몇 번을 물어봐요. 정말 사진 안 찍었다니까요.”“근데, 서준영 씨 외모 나쁘지 않아요. 적어도 못생기지는 않았어요.“설아 언니, 혹시 서준영 씨 좋아하는 건 아니죠? 그건 안 되는 일이에요. 언니는 최고의 스타 한설아예요. 연애는 절대 안 돼요. 기자들과 네티즌들이 알면 물어뜯으려고 난리일 거예요.”그 말에 한설아는 턱을 치켜들며 당당하게 말했다.“좋아하면 뭐 어때서? 이 한설아가 누구를 좋아하든 다른 사람들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까짓거 연예인 그만두면 그뿐이라고.”그 말에 몇 명의 조수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설아 언니, 절대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매니저님께서 아시면 난리 나요.”한설아는 입만 삐죽거릴 뿐 아무 말이 없었고 들뜬 표정으로 서준영의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병실의 문이 열렸고 조수 한 명이 달려와 흥분된 말투로 입을 열었다.“설아 언니, 서 신의께서 언니 보러 왔어요.”‘정말?”그 말에 한설아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이내 소리쳤다.“빨리, 얼른 메이크업해 줘.”몇 명의 조수들은 헐레벌떡 한설아에게 메이크업을 해줬다. 병실 문 앞, 양혜진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서 선생님 덕분이에요. 설아는 지금 많이 회복된 상태입니다. 설아의 상황은 의학계에서도 기적이라고 하던데요. 서 선생님 같은 의술을 가진 분이 이 강운시에 있는건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서준영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혜진 누나, 그런 농담 하지 말아요.”“서 선생님, 누나라니요
“소현아, 혼자 뭘 그렇게 중얼거려?”하연우는 고개를 돌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에요. 스팸 문자예요. 제가 대신 지워버렸어요.”그녀의 물음에 한소현은 빠르게 달려와 웃으며 대답했다. 하연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말이 없었고 심호흡한 뒤 회의실 문을 열었다. 회의실 안에는 자회사의 주주들과 임원들로 가득 찼다. 하연우가 회의실로 들어가자 그들은 하나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하 대표님.”하연우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대표이사 자리에 앉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스킨 케어 신제품의 광고 모델 건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은데요.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맘껏 얘기하셔도 좋습니다.”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자리에 있던 주주들과 임원들은 귓속말로 의논하기 시작했다.“하 대표님, 제 생각에 지금 가장 시급한 건 모델을 바꾸는 일입니다. 더 이상 기업에 손해를 끼칠 수는 없는 일이에요. 저희 쪽에서 지금 연예계에서 꽤 실력 있는 스타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팬들도 적지 않아서 저희 제품의 광고 모델로도 적합할 것입니다.”이때, 한 주주가 반듯하게 앉아있는 정인호를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맞는 말이에요. 한설아 씨 쪽과 계약을 맺을 수 없다면 모델을 바꿔야 합니다. 한 나무에 목을 매어 죽을 수는 없잖아요.”민머리를 하고 있는 한 중년 남자가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한설아 씨가 연예계에서 차세대 톱스타인 건 사실이지만 너무 오만합니다. 우리 제품과는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미간을 찌푸린 채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있던 하연우는 옆에서 아무 말이 없이 앉아있는 정인호를 쳐다보았다.“정 이사님, 이사님 생각은요?”그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던 정인호는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 “하 대표님께서 물으셨으니 그럼 한마디 하겠습니다. 신제품의 홍보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회사에서 초기에 투자한 막대한 자금은 물거품이 되고 말 거예요. 이건 회사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