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강명훈은 여기에 한 걸음도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었다.비록 이씨 가문의 부귀영화는 매우 매력적이었지만 그는 그것을 누릴 용기가 없었다.‘이씨 가문의 딸들은 역시 다들 무서운 여자들이야...’방윤림은 강명훈이 도망치듯 뛰쳐나오는 것을 보고 안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짐작했다. 그는 걱정이 돼서 이윤미에게 전화를 하려 했지만 그녀가 천천히 안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방윤림이 이윤미를 데리러 왔기 때문에 이윤미는 운전을 하지 않았다.“이 대표님.”당직인 경비원이 이윤미가 나오는 것을 보고 공손히 인사를 했다.그녀는 갑자기 멈춰 서서 당직을 서고 있는 경비원 몇 명을 오랫동안 쳐다보았다.그러자 그중 한 경비원이 대담하게 물었다.“이 대표님, 저희가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아까 뛰쳐나온 그 남자, 보셨어요?”그들은 서로 마주 보더니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경비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강명훈 씨는 정군호 어르신께서 데리고 들어오신 분입니다. 어르신께서 친구라고 하시면서 회사 구경을 시켜주신다고 하더라고요.”“다만 어르신은 물건을 사러 가신다며 먼저 회사를 떠나셨고 아직도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그러자 이윤미가 차가운 눈빛으로 엄숙하게 말했다.“앞으로 제 동의 없이 강명훈 씨를 회사에 들여보내지 마세요. 누가 데리고 오든 회사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하세요.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제가 어떻게 나올지 저조차도 모르거든요.”‘역시 아빠가 회사에 데려온 거였네. 참 아빠 한 명 잘 뒀어. 친 딸한테도 이렇게 대하다니... 윤정이를 편애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정군호는 친 딸이 아닌 이윤정한테는 고현에게 시집가서 편하게 살라고 하면서 친 딸인 이윤미는 강명훈 같은 놈과 엮어줬던 것이었다.경비원들은 또 몇 번이나 서로 마주 보다가 이윤미의 말이 정군호의 말보다 무게가 있다고 생각해서 얼른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이윤미는 그제야 회사를 나왔다.“윤미 씨, 무슨 일이야? 방금 그 남자 강명훈인 것 같던데...”정군호가 이윤미
방윤림은 그녀랑 같이 바람을 쐬러 온 것이었는데 이윤미한테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물어보지도 않았다.그저 운전대가 향하는 곳으로 갔다.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후에야 이윤미는 입을 열었다.“우리 아빠가 나한테 변태 놈을 주선해 줬는데 말이야. 오늘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그놈을 만났어. 내가 가려는 길을 막으면서 나에게 손을 대려고 하더라고. 네가 가르쳐준 대로 그놈을 쓰러뜨리고 세게 걷어찼지만 말이야.”“다시 찾아오진 않을 것 같아.”방윤림은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이었기에 무술 실력도 뛰어났다.이윤미도 싸울 줄은 알았지만 그저 많이 싸워서 알게 된 것이지 실제로 무술을 배운 적은 없었다.그녀에게 잘해주지도 않는 양부모가 돈을 써서 무술을 배우게 했을 리 없었으니 말이다.이윤미 곁으로 온 방윤림이 그녀가 힘이 세다는 것을 발견하고 몇 번 무술을 가르쳐 준 것이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강명훈을 땅에 내동댕이칠 수 있었고 그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방윤림은 눈빛을 흐리며 차갑게 말했다.“윤미 씨, 진작에 말했어야 했어. 그랬다면 내가 그놈 손을 부러뜨릴 건데...”‘감히 윤미 씨를 갖고 놀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정군호 어르신도 너무했네...”정군호는 이씨 집안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었지만 이윤미의 친아버지라는 건 사실이었다.“윤미 씨, 내가 어르신을 찾아가서 따질까?”방윤림이 지켜야 하는 사람은 이윤미뿐이었고 이은화마저도 그를 좌지우지할 수 없었다.정군호 같은 이씨 집안에서 권세가 없는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그러자 이윤미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나 혼자 처리할 수 있거든... 엄마가 며칠 후에 돌아올 거니까.”“몸매는 화끈하지만 생긴 건 천사처럼 착해 보이는 여자 좀 찾아봐. 유흥업소 같은 곳에 틀어박혀서 사는 사람 말이야. 배경도 좋으면 더 좋고. 아버지한테 큰 선물을 해줄 생각이거든.”‘감히 나를 이렇게 대한다고? 똑같은 방식으로 돌려주고 말겠어...’‘배경이 있는 여자를 찾으면 엄마가 돌
그 말을 들은 방윤림이 웃으면서 말했다.“난 윤미 씨를 위해서 존재하니까.”그는 이윤미의 성격을 매우 좋아했다. 연약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독했고 바른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었다.“가주님께서는 관성에서 별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대.”방윤림이 말했다.이윤미가 두어 번 냉소하면서 말했다.“관성은 강성이랑 다르니까. 강성에서도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데 그 명문 세가들이 있는 관성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지. 강성의 고씨 가문이랑도 비교할 수 없잖아.”지금의 강성은 이은화가 가주 자리에 오를 때의 강성이 아니었다.이씨 가문도 예전의 그 이씨 가문이 아니었고 말이다.이윤미는 이은화가 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비즈니스 쪽으로는 그렇게 뛰어나지 못했다.이씨 그룹이 내리막길로 가는 게 빤히 보이는데 이은화는 속수무책이었으니 말이다. 사내 관리에서도 미흡했다.나이가 들고 에너지가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었고 오빠들이 회사의 권력을 분열시킨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은화는 모자간의 정을 생각해서 아들들을 혼내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큰언니한테 손을 댈 수 있었고 동생에게도 똑같이 손을 댈 수 있었지만 자신이 10개월 동안 임신을 해서 낳은 혈육에 대해서는 마음이 약한 것 같았다.“전씨 가문 아가씨께서 임신 중이라던데 내가 직접 가기가 곤란해서 말이야. 선물을 좀 후하게 준비해 줘.”이윤미와 성소현은 동년배였고 하예정은 그녀의 사촌 조카딸이었다. 사촌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고 외조카라고 하는 게 좀 더 친밀해 보이는 듯하지만 말이다.그래서 하예진이 하루 토스트 가게를 열었을 때도 그녀는 방윤림한테 직접 강성에 가서 축하 선물을 주라고 했었다.이번에는 하예정이 임신했으니 당연히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었다.“알겠어.”이윤미는 차창 밖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들이 이미 번화한 시내 중심을 벗어났다는 것을 알았다.“우리 어디 가?”그러자 방윤림이 대답했다.“나도 어디로 가는지 몰라. 그냥 길이 있는 대로 간 거야. 윤미 씨를 데리고 바
“임신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어?”이윤미가 재치 있게 말했다.“그... 그건 진짜 못하는데...”그 말을 들은 이윤미가 깔깔 웃었다.방윤림도 웃으면서 귀를 살짝 빨갛게 물들였다.한편 이씨 가문 본가에서.이윤정이 긴장한 표정으로 정군호에게 물었다.“아빠, 그 강명훈이라는 사람 말이에요. 믿을 만한 사람 맞아요?”“이윤미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한 것 같아. 방윤림도 곁에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정군호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네 어머니가 곧 돌아오실 거야. 강명훈이 성공하게 되면 이윤미의 혼사를 준비할 수 있어. 이윤미가 쓸모없는 남자한테 시집가면 너보다 못 하니까 너도 노력해서 고현을 놓치지 않도록 해.”“아빠,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어요. 전호영이 있는 한, 저한테 기회는 없어요. 엄마가 신신당부했거든요. 전호영을 건드리지 말라고 말이에요. 우리는 전씨 가문의 미움을 살 수 없거든요.”이윤정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다른 사람으로 바꿀까요?”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강성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이윤정이 반한 사람은 고현이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오직 고현만이 자기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정군호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그건 그렇네. 전호영은 너무 까다로운 데다가 고현도 접근하기 쉽지 않은데... 그럼 새로운 타깃이라도 생긴 거야?”“아직 못 골랐어요. 고현 씨에게 뒤처지지 않는 사람을 고르고 싶어요. 하지만 몇몇 명문 세가만 보면 말이에요. 기혼이거나 너무 어리거나 둘 중 하나더라고요. 그렇다고 능력이 없는 사람은 눈에 안 들어와요.”정군호는 그녀를 위로해 주면서 말했다.“천천히 골라. 언젠가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겠지. 너 엄마한테 일러바쳤다고 하지 않았어? 뭐라고 하시던?”이 일을 언급하자 이윤정이 불쾌하게 말했다.“아빠, 엄마 말이에요. 겉으로는 나를 예뻐해 주시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언니를 더 좋아하는 거 같아요. 제가 친 딸이 아니라는 건 저도 알아요. 친 딸을 편애하시는 것도 정상이고요.”“엄마가 절 싫어한다면
“엄마는 저한테 언니의 차 수리비도 배상하라고 하셨어요. 언니는 차 한 대만 있는 것도 아닌데 고장 나면 바꿀 수도 있고 차들이 가득한데 저보고 수리비를 수천만 원이나 배상하라고 한 거 있죠. 지금 제가 적금도 얼마 없는데 수천만 원이나 내놓는다는 건 제 목숨을 내놓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것도 언니에게 주는 건 더 싫어요.”정군호가 말을 이었다.“방법 없어. 윤미는 우리 가문의 친딸이잖아.”정군호 부녀는 모두 이윤미에 대해 불만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그저 능력 없는 강명훈이 힘을 내서 이윤미와 잠자리를 가져 강명훈에게 시집가는 것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이때 집 밖에서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점점 더 격렬하게 싸우다가 손찌검을 한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집사가 그 싸움을 말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정군호 부녀는 눈을 서로 마주치더니 곧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집 밖으로 나갔다.이씨 가문의 큰 사모님 조윤이 남편과 남편의 내연녀가 또 호텔에 간 사실을 들키고 말았다. 하여 조윤 부부가 싸우면서 집으로 돌아왔고 집에 도착하자 싸움이 점점 더 커졌다.조윤은 이 시각 귀부인의 이미지를 전혀 지키지 않고 미친 사람처럼 남편을 붙잡고 때리면서 잡아당기면서 물어뜯기까지 했다.이윤미의 큰오빠는 자신이 잘못한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엇지만 이씨 가문으로 돌아오더니 갑자기 허리를 곧게 펴고는 조윤에게 반격하기 시작했다.집에서까지 남자가 여자에게 맞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조윤은 도리어 남편의 매를 맞아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었다.그녀는 억울해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었다.“정일범! 네가 감히 나를 때리다니! 네가 감히!”사실 정일범의 얼굴 상황도 별로 좋진 않았다. 그의 얼굴과 목에는 모두 조윤의 기다란 손톱자국으로 가득하여 상처투성이로 되었고 고춧가루를 뿌린 듯 아파져 왔다. 그리고 핏자국도 남아있었다.집사는 정일범을 말리며 설득했다.“큰 도련님, 사모님께 손찌검하지 마세요. 큰 아가씨가 돌아오시면 또
강성 이씨 가문의 떠들썩함은 관성에 있는 하예정 일행은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이은화가 성씨 가문으로 방문하러 간 사실을 하예정이 알고 있었다.저녁 휴식 때 전태윤과 잡담을 나누던 중 하예정은 그 사실을 언급했고 두 사람은 이은화가 보름 넘게 관성에 머물면서 수작을 꾸미고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전태윤은 하예정을 위로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예정이 이은화의 행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기에 전태윤도 사람을 지켜 이은화가 관성에서 아무런 사고도 치지 못하게 몰래 지켜보게 했다.하예정은 줄곧 자기 남자를 믿었기에 전태윤의 걱정하지 말라는 한마디에 시름 놓고 잠잘 수 있었다.다행이도 지금 그녀는 입덧하지 않았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토했을 뿐이다.하예정은 자신이 유청하처럼 출산할 때까지 토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그러나 하예정은 여전히 쉽게 졸렸고 잠들기만 하면 온 세상이 어두컴컴한 것만 같아 전태윤이 그녀를 깨우지 않으면 종종 아침부터 저녁까지, 밤부터 아침까지 잠을 잘 수 있었다.그녀도 자신이 왜 이 정도로 잠을 자는지 이해가 안 갔다.하예정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밝았다.눈을 떠보니 아니나 다를까 첫눈에 보이는 사람이 바로 그녀의 남편이었다.전태윤은 빙그레 웃으며 아침 인사했다.“여보, 좋은 아침이야.”그러고는 다가와 아내의 이마에 뽀뽀했다.전태윤이 다가오자 하예정은 눈을 감고 그의 부드러운 아침 키스를 느꼈다.전태윤의 입맞춤이 끝나자 하예정은 눈을 뜨고 자연스럽게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 안고는 입술에 잠자코 뽀뽀하며 미소를 지었다.“여보, 좋은 아침이에요.”두 사람은 그렇게 아침 인사를 나누고 키스도 나누었다.하예정이 물었다.“지금 몇 시예요?”“시계를 못 봤어. 아마도 7시 혹은 8시일걸.”전태윤은 일어나 침대 머리맡에 놓인 휴대전화를 들어보았다.“벌써 9시네.”하예정도 따라서 일어나 앉았다.“늦은 시간인 줄 알았어요. 제가 일어날 시간이면 항상 늦은 시간이거든요. 왜 이렇게 잠이 많을까요? 우리 아
전태윤도 출근할 필요가 없었기에 전태윤 부부는 마치 합체라도 한 듯 매일 붙어 다녔다.두 사람은 방에서 아침을 먹은 후에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전태윤은 다 먹은 그릇들을 잊지 않고 챙겼다.1층 로비에서 장소민 부부는 하예정과 노동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우빈은 장소민 품에 안겨 있었다.하예정은 계단 위에서 장소민이 가슴 아픈 어조로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우빈이가 요즘 살이 좀 빠진 것 같아. 우빈아, 점심밥 먹을 때 많이 먹어야 해. 요 며칠은 집에서 쉬면서 잘 먹고 잘 자야 해. 이렇게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을 보니까 내가 가슴이 다 아파.”하예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살이 안 빠졌어요. 오히려 몇 킬로 더 쪘는걸요.”어르신들은 항상 자손들을 보면 살이 빠졌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몸보신해야 한다면서 늘 많은 보양식을 차려주곤 한다.“우빈이는 뚱뚱하지도 않네요. 어린아이는 살이 좀 찌는 게 더 귀여운데. 난 아이들이 통통하게 살이 찌면 더 귀엽더라고요.”장소민은 다시 우빈의 작은 얼굴에 뽀뽀하고 웃으며 말했다.“우빈아, 엄마 말이 맞지 않아. 너 전혀 뚱뚱하지 않아. 많이 먹어야 키가 더 크게 자랄 수 있어.”우빈이가 앳된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저의 이모보다 더 잘 먹어요.”“그래? 나보다 더 잘 먹어? 그럼 좀 이따가 누가 더 많이 먹는지 겨뤄보지 뭐.”하예정이 우빈의 말을 이었다.우빈은 고개를 들어 이모가 위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더니 바로 장소민의 품에서 나와 기쁜 표정으로 하예정에게 달려갔다.집안 어르신들은 우빈에게 너무 빨리 뛰지 말라고,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연이어 주의를 시키었다.장소민은 하예정에게 걱정하며 말을 건넸다.“예정아, 발밑을 조심해.”하예정은 계단에서 내려와 그녀에게 달려오는 우빈을 보면서 두 팔을 벌려 안으려 했다.하인은 전태윤의 손에 들려 있는 쟁반을 보더니 급히 다가가 전태윤에게서 그 그릇들을 건네받아 부엌으로 가져가 씻었다.하예정이 달려오는 우빈을 안자 전태
우빈은 성실한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전태윤을 빤히 쳐다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이모께서 여동생을 낳지 못해서 화나셨어요?”전태윤은 우빈을 안고 소파에 앉았고 꼬마 녀석을 그의 허벅지에 앉혔다.하예정이 전태윤의 옆에 앉자 그는 비로소 꼬마 녀석의 질문에 대답했다.“화 안 났어. 이모부는 딸이 더 좋지만, 아들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이모가 우빈처럼 귀여운 아들을 낳게 된다면 너무 좋은걸.”사실 전태윤도 감히 희망을 품지 못했다.전씨 할머니께서 모셔 온 그 점쟁이에게 전태윤 부부의 팔자를 보여준 뒤로 전태윤은 조금 희망을 품게 된 것뿐이었다.하예정의 말처럼 두 사람은 1년 동안 서로 사랑하다가 임신했기에 아기가 남자든 여자든 모두 그들의 사랑의 결실이라고 생각했다.우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전태윤의 허벅지에서 내려온 우빈은 하예진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엄마, 이모와 이모부가 화 안 내셨어요. 앞으로 저에게 거짓말을 가르쳐주시면 안 돼요.”집안의 모든 사람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하예진은 웃으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손을 뻗어 아들의 작은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놀러 나가 봐. 멀리 가지 말고.”우빈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저 혼자 너무 재미없어요. 엄마, 놀아줘요.”“엄마가 이모랑 얘기 좀 해야 해. 혼자 놀러 가.”우빈은 여전히 나가고 싶지 않았다. 서원 리조트는 매우 재미있지만, 우빈이 혼자뿐이었기에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있어도 친구가 없어서 재미없다고 느꼈다.전태윤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홉째 삼촌이 이번 주에 휴가라서 쉬고 있을 거야. 이 시간이면 일어났을 텐데 네 삼촌한테 가서 놀아. 아니면 집사 아저씨한테 친구들을 불러 달라고 부탁해서 놀이공원에 놀러 가도 되고.”전씨 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일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다만 평소에 아이들을 리조트에 들여보내 놀이공원에서 놀게 할 엄두를 못 냈다. 주인집이 친절해도 초대를 받지 않는 한 감히 보내지 못했다.예를 들어 우빈
모두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소 대표님한테 매수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소 대표님은 정말 좋은 분이에요. 윤하에게 잘 어울려요.”코치 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소 대표님도 우리 윤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윤하가 주로 만나본 젊은 남자들이 우리 말고는 좋은 남자가 없어서 그래요. 게다가 사장님과 사모님도 얼마나 걱정하세요. 만약 소 대표님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도 반대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소 대표님과 윤하가 잘 지내고 있거든요. 근데 우리 윤하가 왠지 소 대표님께 남녀 간의 정이 없다고 느껴져요. 윤하가 우리를 대한 것처럼 똑같이 소 대표님을 대하는 것 같아요.”정혁주는 코치들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했다.도장에는 여성 후배들도 많지만 유독 정윤하가 정혁주를 무척 걱정시켰다.정윤하는 습관적으로 남자들과 형제 사이로 지냈기에 그들도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다.그들도 정윤하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했지만, 그녀가 상대방이 무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소개를 받을 남자들은 정윤하의 “명성”을 듣더니 심지어 몰래 도장에 가서 정윤하를 지켜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막강한 실력을 보더니 정윤하를 다스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결국 투항하게 되었고 다른 맞선남들과 마찬가지로 감히 나서지 못했다.이로 하여 뒷부분의 맥락은 그대로 뚝 끊기게 되었다.정혁주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너희도 사실 소 대표님의 재력에 넘어간 거야. 나조차도 좋게 느껴지는데 너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소 대표님의 재력이 정말 좋은 건 사실이야. 우리도 자기도 모르게 속아 넘어간 거지. 그런데 소 대표님은 꽤 좋은 사람이긴 해. 우리 윤하와도 너무 잘 어울리고. 너희들도 장난치고 있는 걸 알기에 나도 너희들 탓하지 않아. 우리 전부 윤하를 위해서 하는 소리잖아. 내가 소 대표님을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그분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너희들의 말처럼 윤하 계집
“들어가요. 밖이 너무 추워요.”정윤하는 꽃다발과 보온도시락을 들고는 소지훈을 도장으로 가자고 말했다.소지훈은 그녀를 따라갔다.도장의 사람들은 정윤하가 꽃다발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두 사람이 썸타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그 꼬맹이들조차 정윤하가 안고 있는 그 꽃다발이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정윤하는 학생들에게 다가갔다.“코치님, 이 꽃다발이 정말 아름다워요.”“코치님, 바비큐 드실래요? 우리 거의 다 먹었어요.”“코치님, 지훈 아저씨가 선물한 꽃이죠? 왜 코치님께 꽃을 주세요?”정윤하가 웃으며 대답했다.“많이 먹어. 다 먹어도 돼. 지훈 아저씨가 나에게 따로 준비해 줬거든. 너희 지훈 아저씨가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에 있는 꽃이 너무 예뻐서 나에게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라고 선물해줬어. 어때? 예쁘지? 나도 이 꽃다발이 너무 예뻐서 좋아.”학생들은 꽃다발이 예쁘다고 연신 칭찬했다.정윤하의 사제들은 헤벌쭉한 정윤하를 보고는 또 여우처럼 웃고 있는 소지훈을 보더니 결국 모두 정혁주를 일제히 쳐다보았다.정혁주는 정윤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평소에 앉던 테이블에 앞에 앉아 바비큐를 먹으며 보이차도 곁들여 마셨다.“선배님.”몇몇 코치들이 정혁주에게 다가가더니 그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궁금한 듯 물었다.“소 대표님이 우리 윤하에게 고백한 거예요? 그런데 또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정윤하의 표정을 보면 고백받은 것 같지 않았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소 대표님이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의 꽃이 예쁜 것을 보고 윤하에게 선물했다고 하던데, 이런 어설픈 이유도 윤하가 믿다니, 참! 저렇게 멍청한 꼴을 보니 사람들에게 팔려가도 돈을 세어줄 기세인데.”“윤하가 종일 우리와 함께 지내다 보니 남자답고 털털해서 그래요. 소 대표님만큼 신중하지 못하잖아요. 소 대표님이 윤하에게 직접 고백하지 않는 한 윤하는 분명 별생각 하지 않을걸요.”“어휴, 윤하가 소개팅마다 실패하고 시집을 못 가는 데는 우리 책임도 있어요
정혁주는 아예 보이차 한 병씩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는 보이차를 나누어 주면서 소지훈은 학생들이 정윤하 앞에서 좋은 말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매번 큰돈을 퍼부었다.소지훈은 도장으로 올 때마다 도장의 사람들에게 맛 나는 음식을 가져다주었고 또 각자의 몫도 전부 챙겨주었으며 심지어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사 올 때도 있었다.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려면 돈도 많이 들었도 또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정윤하의 말대로 그녀의 수입으로 전체 도장의 사람들에게 음식을 사주면 몇 번이나 사줄 수 있겠는가!정혁주는 도장의 여러 코치 중에서 수입이 가장 높지만, 소지훈처럼 돈이 많지 않았다.역시 대기업 대표답다!정혁주가 보이차를 나누어 줄 때 밖에 서 있는 두 바보를 유의하여 보며 마음속으로 소지훈은 아마 정윤하에게 첫눈에 반했을 거라고 짐작했다.그래서 연성까지 머나먼 길을 달려서 왔을 것이다.소지훈은 지금 출장 중이지만 저녁에 약속도 없이 도장으로 온 것을 보면 아마 출장할 때 처리해야 할 일들을 다 처리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정씨 저택에 남아서 설을 쇠려고 하는 모양인데...정윤하를 노리고 온 것이 틀림없다.그리고 소지훈은 정윤하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에게서 작은 도움을 받았지만, 소지훈은 기어코 그녀가 자신의 은인이라고 외치며 다녔다.정혁주는 정윤하가 오지랖이 넓고 너무 빨리 움직여 소지훈을 도와주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소지훈의 실력으로 그날 밤 그 건달들 정도는 아주 쉽게 때려눕힐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소지훈의 상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그렇게 정윤하는 소지훈의 생명의 은인으로 되었다.그리고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연애사에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본 소지훈은 천 리 길을 달려와 그녀를 데리고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함께 참석했다.정씨 가문은 관성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관성 전씨 가문의 명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몇 번만 뒤져봐도 관성 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날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사실 시간은 아직 이르다. 다만 겨울에는 낮이 짧고 밤이 길어서 빨리 어두워질 뿐이다.정윤하의 수업도 마침 끝났다.“지훈 아저씨 오셨어.”한 학생이 소지훈의 차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고 그러자 다른 학생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밖으로 나오지 마. 바람이 많이 불어.”소지훈은 웃으면서 소리쳤지만, 학생들은 모두 뛰쳐나갔다.소지훈은 이내 사 온 간식 몇 봉지를 큰 학생들에게 건네고 포장된 바비큐는 조금 작은 학생들에게 건네주어 도장 안으로 들여보냈다.정윤하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면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소지훈을 보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아저씨가 오시기 전에는 제가 도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이제 아저씨가 가장 인기가 많네요.”정혁주도 따라 나와 정윤하의 말을 이었다.“너무 인색한 거 아니야? 소 대표님처럼 시원스럽게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하면 다들 다시 널 좋아하게 될걸.”“내가 인색한 게 아니라 월급이 쥐꼬리밖에 안 되는데 음식을 몇 번 정도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저씨는 회사의 대표잖아. 난 절대로 이 방면에서 아저씨와 다투지 않을 거야. 이런 일들은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잖아... 음? 눈이 오는 것 같아.”정혁주도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다.“눈이 오는 것 같긴 하네. 근데 뭐가 이상해? 겨울이 되면 눈이 자주 올 텐데, 정상이잖아.”“형님, 얼른 오세요. 보이차 몇 상자 드릴게요. 바비큐를 사 왔는데 혹시라도 학생들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될까 봐 몇 상자 사 왔어요.”소지훈은 보이차 상자를 들면서 정혁주에게 자연스럽게 건넸다.정혁주는 차를 향해 다가갔고 조수석에 놓인 꽃다발을 보더니 눈이 번쩍 뜨였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소지훈이 그들 정씨 가문의 저택에 오래 머문 덕분으로 정씨 집안 가족들이 소지훈의 성격과 사람 됨됨이를 잘 알게 되었다.소지훈은 냉혹한 면과 부드러운 면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냉혹한 면을 정씨 가문의 가족들 앞에서 보여준 적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그들도
소지훈은 잠시 일을 멈추고 비서를 올려다보았다.비서가 꽃다발을 안고 걸어왔다.“저기 탁자 위에 올려 주세요.”“알겠습니다.”비서는 꽃다발을 안고 돌아서서 소파로 가더니 그 꽃다발을 탁자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는 몸을 곧게 펴고 소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소 대표님, 또 분부하실 일이 있으십니까?”“당분간 없어요.”“그럼, 일 보러 나가겠습니다.”비서는 소지훈이 머리를 숙이고 서류를 처리하는 것을 보더니 사무실에서 나왂다.소지훈은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꺼버린 뒤 휴대전화와 자동차 키를 챙겼다. 그의 정윤하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새로 차 한 대를 뽑았다.그는 다가가서 장미 꽃다발을 집어 들고 잠시 바라보더니 그가 이전에 성소현에게 아무렇게나 샀던 꽃다발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다음에 그는 직접 꽃을 사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꽃 한 다발만 샀는데 부족하지 않을까?”소지훈은 소정남이 평소에 심효진에게 꽃다발과 액세서리를 자주 선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하지만 지금 정윤하에게 보석을 선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고 또한 정윤하도 그런 선물을 받지 않을 것이다.소지훈은 별장과 차를 정윤하에게 선물하고 싶었지만, 정윤하가 받아줘야 말이지...“먼저 시험해 보지 뭐.”소지훈은 혼자 중얼거렸다.먼저 꽃다발을 선물하여 정윤하의 반응을 보고 그녀가 기뻐하면 천천히 다른 선물을 주려 했다.천천히 다가가야 한다.비록 소지훈과 그의 부모님은 모두 마음이 조급해 정윤하를 빨리 소씨 가문에 데려가고 싶어 하지만 마음이 급하면 아무 일도 성사시키지 못할 게 뻔하다.소지훈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을 나섰다.“소 대표님.”“퇴근할게요. 저녁때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전화하지 마세요.”소지훈과 정윤하가 친분을 쌓는 데 영향을 주지 말라는 의미였다.일이 아무리 중요한들 그의 결혼에 관한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겠는가!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이다.다른 사람들은 연인과 헤어져도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소지훈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심효진이 가끔 소정남의 팔을 물어뜯고 싶다고 말하길래 소정남이 몰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고 알려주었다.하예정은 의아했다.그녀는 닭 다리만 뜯어먹고 싶을 뿐 팔을 물어뜯을 생각은 해본 적 없다.소지훈은 소정남 부부의 달콤한 생활을 무척 부러워하며 자신과 정윤하의 미래가 소정남 부부처럼 행복하기를 바랐다.소정남과 통화를 마친 소지훈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할까? 아니면 이따가 윤하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해 줄까?’소지훈은 꽃다발을 선물하면 정윤하가 그 꽃다발을 먹지도 못하는 데 돈 낭비만 한다고 꾸지람할까 봐 걱정했다.한참 고민하던 소지훈은 결국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회사 비서에게 지시했다.“장미꽃을 사고 싶은데 지금 저를 도와 나가서 사 오세요. 제가 퇴근하면 가져갈게요.”이런 임무를 받은 비서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소지훈이 정윤하를 좋아하는 건 눈 밝은 사람이라면 전부 알 수 있었으니까.단지 정윤하만 여전히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그 꽃다발은 정윤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꽃 사러 가겠습니다.”“그래요.”소지훈은 얼굴을 붉혔지만, 여전히 담담한 척 대답했다.그는 이런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어쩐지 쑥스러웠다.소지훈은 여자에게 꽃을 보낸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 성소현에게 구애하는 척할 때 하루건너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곤 했다.꽃집 사장님에게 부탁해 꽃을 배달한 적도 많았고 직접 선물한 적도 있었다.아마 소지훈은 성소현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성소현에게 꽃을 선물한다고 해서 창피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는 단지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윤하는 다르다. 정윤하는 소지훈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여자로서 결혼하고 싶은 상대였다.그는 엄청나게 긴장했고 또 매우 신중했다.정윤하에게 꽃을 선물하는 의미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그만 빨개지고 말
심효진도 맞장구쳤다.“그럼. 나야 당연히 안목이 뛰어나지. 예정이가 처음에 당신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을 때 내가 정남 씨에 인상이 깊었거든. 태윤 씨 곁의 능력자라면서? 내가 정남 씨와 같은 업계에 있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의 높은 명성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어.”소정남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 우리 두 사람 소개팅할 때 순조롭지 않은 거로 기억했는데.”“그래? 아무튼, 난 정남 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나도. 당신 성격도 나랑 너무 잘 어울려. 우리 두 사람 다 구경거리를 좋아하잖아. 여보, 나는 처음에 당신이 가십거리를 듣기 위해 나와 함께 있는 줄 알았어.”심효진은 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해명했다.“비록 내가 가십거리를 좋아하지만, 평생의 큰일을 어찌 그런 일 때문에 당신에게 시집갈 수 있겠어? 당신을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고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결혼하지 못하지. 사랑은 역시 서로 사랑해야 행복한 법이야.”소정남 부부의 연애사에는 큰 사고 없이 매우 순조로웠다.약간의 비바람도 연적도 없었다.두 집안의 어르신들은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특히 소씨 집안의 어르신들은 심효진을 매우 어여뻐 했다. 두 집안이 결혼 얘기를 나눌 때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심효진을 연신 칭찬했지만, 소정남은 자랑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고 나무랐다.소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심지어 소정남이 심효진보다 못하다고 여겼다.“얼른 운전해. 나 한강에 가고 싶어. 가서 한 바퀴 돌다가 올래. 곧 날이 어두워질 텐데, 집에 늦게 집에 돌아가면 당신 사촌 누나가 또 뭐라고 잔소리할 거야.”최서우는 소정남의 사촌 누나이자 소씨 가문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심효진도 최서우가 그녀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예전에 최서우는 심효진이 소정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싫어했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또 소정남 어머니의 설득을 들은 최서우는 그제야 심효진에 대한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최서우는 소정남을 많이
“너도 어쩌다 휴가 냈는데 제수씨랑 잘 쉬어. 그럼 나도 가봐야겠어. 저녁에 윤하 씨랑 저녁 약속이 있거든.”소정남은 소지훈이 정씨 가문의 저택에서 산다는 것을 알고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형이 그 집에 살게 되었는데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잘해줘. 가족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윤하 씨가 망설인다고 해도 그 집 식구들이 윤하 씨에게 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할 거야.”특히 그의 미래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잘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소정남은 심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소지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심씨 집안 가족들은 전부 날 엄청 좋아하거든.”윤미연은 이미 소지훈을 한 집 식구로 여기고 있다. 만약 소지훈이 정윤하와 함께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윤미연은 한쪽으로 따뜻한 차를 끓여 주면서 한쪽으로 그를 꾸지람하곤 한다.소지훈이 처음 그 집으로 들어갔을 때의 공손함은 온데간데없었다.하긴, 정윤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소지훈의 속내를 발견한 윤미연은 그를 진작 자신의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다.한집안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윤미연은 당연히 꾸지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내 생각도 그래. 난 우리 형을 믿거든. 그럼 힘내. 나도 가봐야겠어. 우리 효진이와 함께 드라이브하러 갈 거야.”“운전 조심해. 제수씨 임신했잖아. 내 조카를 다치게 하지 말고.”소지훈은 신신당부했다.“알았어.”소정남은 늘 조심스러웠다.물론 소정남도 몰래 심효진을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이기 때문에 만약 그의 부모님께 알려지면 혼나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소정남도 심효진을 잘 돌보지 못할까 봐, 너무 빨리 운전하면 그녀를 넘어뜨릴까 봐 항상 걱정하며 다녔다.심효진의 배 속의 아기는 그의 혈육일 뿐만 아니라 소씨 집안 어른들의 작은 보물이다.외출하기 전에 소정남의 사촌 누나 최서우는 심효진을 데리고 밖에서 식사하지 말라고 했다. 밖에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건강에 안 좋다면서 말이다.소정남은 그제야 사랑하는 아내의
“그... 그 당시 제수씨한테 어떻게 고백했어? 네가 고백할 때 제수씨가 받아들였어? 거절한 적이 있어? 거절당하면 창피하지 않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어? 날 비웃지 마. 나도 살면서 처음으로 여자를 좋아해 봐서 그래. 경험이 전혀 없거든. 태윤 씨 부부의 재미있는 연극을 본 적은 있지만, 그들은 나와 다르잖아. 그들은 이미 그때 혼인 신고했을걸.”소지훈은 이런 감정적인 일로 사촌 동생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창피하고 소씨 가문의 장남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소정남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일반적으로 소지훈이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일에 대해 알아보러 다녔지, 그의 개인적인 일이 남들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소정남이 바로 대답했다.“형, 정말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형이 지금 윤하 씨에게 구애하고 있잖아. 내가 보기에 형이 윤하 씨에게 무척 자상하게 대해주는 것 같던데 윤하 씨가 바보도 아닌데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을걸. 어쩌면 형이 그녀에게 고백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와 효진이는 무척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왔어. 태윤이가 주선해 줬는데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순조롭게 걸어왔어. 난 거절당한 적도 없어. 우리는 연애부터 결혼까지 정말 순조로웠거든.”“형은 둔한 것도 아닌데. 평소 윤하 씨와 지내면서 형한테 어떤 태도도 대했어? 그녀도 형에게 태도가 괜찮았다면 분명 형한테 마음이 있다는 증거일 거야. 여자들은 수줍음을 잘 타서 먼저 말하기 거북해하거든. 그러니 우리는 남자로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먼저 가서 고백해야 해. 먼저 한 걸음 다가서야 형과 윤하 씨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될 거야. 난 형처럼 훌륭한 남자가 윤하 씨의 마음을 훔치는 일은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봐. 윤하 씨도 아마 우리 형처럼 훌륭한 남자를 본 적 없을걸.”소지훈은 매우 괴로워하며 말했다.“윤하 씨는 나를 친구로 생각해.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