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도 출근할 필요가 없었기에 전태윤 부부는 마치 합체라도 한 듯 매일 붙어 다녔다.두 사람은 방에서 아침을 먹은 후에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전태윤은 다 먹은 그릇들을 잊지 않고 챙겼다.1층 로비에서 장소민 부부는 하예정과 노동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우빈은 장소민 품에 안겨 있었다.하예정은 계단 위에서 장소민이 가슴 아픈 어조로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우빈이가 요즘 살이 좀 빠진 것 같아. 우빈아, 점심밥 먹을 때 많이 먹어야 해. 요 며칠은 집에서 쉬면서 잘 먹고 잘 자야 해. 이렇게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을 보니까 내가 가슴이 다 아파.”하예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살이 안 빠졌어요. 오히려 몇 킬로 더 쪘는걸요.”어르신들은 항상 자손들을 보면 살이 빠졌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몸보신해야 한다면서 늘 많은 보양식을 차려주곤 한다.“우빈이는 뚱뚱하지도 않네요. 어린아이는 살이 좀 찌는 게 더 귀여운데. 난 아이들이 통통하게 살이 찌면 더 귀엽더라고요.”장소민은 다시 우빈의 작은 얼굴에 뽀뽀하고 웃으며 말했다.“우빈아, 엄마 말이 맞지 않아. 너 전혀 뚱뚱하지 않아. 많이 먹어야 키가 더 크게 자랄 수 있어.”우빈이가 앳된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저의 이모보다 더 잘 먹어요.”“그래? 나보다 더 잘 먹어? 그럼 좀 이따가 누가 더 많이 먹는지 겨뤄보지 뭐.”하예정이 우빈의 말을 이었다.우빈은 고개를 들어 이모가 위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더니 바로 장소민의 품에서 나와 기쁜 표정으로 하예정에게 달려갔다.집안 어르신들은 우빈에게 너무 빨리 뛰지 말라고,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연이어 주의를 시키었다.장소민은 하예정에게 걱정하며 말을 건넸다.“예정아, 발밑을 조심해.”하예정은 계단에서 내려와 그녀에게 달려오는 우빈을 보면서 두 팔을 벌려 안으려 했다.하인은 전태윤의 손에 들려 있는 쟁반을 보더니 급히 다가가 전태윤에게서 그 그릇들을 건네받아 부엌으로 가져가 씻었다.하예정이 달려오는 우빈을 안자 전태
우빈은 성실한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전태윤을 빤히 쳐다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이모께서 여동생을 낳지 못해서 화나셨어요?”전태윤은 우빈을 안고 소파에 앉았고 꼬마 녀석을 그의 허벅지에 앉혔다.하예정이 전태윤의 옆에 앉자 그는 비로소 꼬마 녀석의 질문에 대답했다.“화 안 났어. 이모부는 딸이 더 좋지만, 아들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이모가 우빈처럼 귀여운 아들을 낳게 된다면 너무 좋은걸.”사실 전태윤도 감히 희망을 품지 못했다.전씨 할머니께서 모셔 온 그 점쟁이에게 전태윤 부부의 팔자를 보여준 뒤로 전태윤은 조금 희망을 품게 된 것뿐이었다.하예정의 말처럼 두 사람은 1년 동안 서로 사랑하다가 임신했기에 아기가 남자든 여자든 모두 그들의 사랑의 결실이라고 생각했다.우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전태윤의 허벅지에서 내려온 우빈은 하예진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엄마, 이모와 이모부가 화 안 내셨어요. 앞으로 저에게 거짓말을 가르쳐주시면 안 돼요.”집안의 모든 사람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하예진은 웃으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손을 뻗어 아들의 작은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놀러 나가 봐. 멀리 가지 말고.”우빈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저 혼자 너무 재미없어요. 엄마, 놀아줘요.”“엄마가 이모랑 얘기 좀 해야 해. 혼자 놀러 가.”우빈은 여전히 나가고 싶지 않았다. 서원 리조트는 매우 재미있지만, 우빈이 혼자뿐이었기에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있어도 친구가 없어서 재미없다고 느꼈다.전태윤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홉째 삼촌이 이번 주에 휴가라서 쉬고 있을 거야. 이 시간이면 일어났을 텐데 네 삼촌한테 가서 놀아. 아니면 집사 아저씨한테 친구들을 불러 달라고 부탁해서 놀이공원에 놀러 가도 되고.”전씨 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일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다만 평소에 아이들을 리조트에 들여보내 놀이공원에서 놀게 할 엄두를 못 냈다. 주인집이 친절해도 초대를 받지 않는 한 감히 보내지 못했다.예를 들어 우빈
“저도 바빠서 시간이 없었어요. 태윤아, 너와 예정 씨가 신혼여행 중인데 내가 감히 방해할 수도 없잖아.”전태윤 부부가 신혼여행을 가지 않고 관성에서 자가용 여행을 하고 있었지만, 노동명은 여전히 전태윤 부부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보면, 만약 노동명이 하예진과 결혼하여 신혼여행을 가게 되면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이 좋은 곳에도 많이 놀러 다니면서 노을 지는 풍경도 보고 행복하게 신혼여행을 즐기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집사는 우빈을 전지율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소정남이 심효진과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집사는 별장으로 들어와 전태윤에게 알려주었다.“도련님, 소정남 씨 오셨어요.”그러자 장소민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이어 하예정도 말했다.“다행히도 우리가 정남 씨 험담을 하지 않았네요.”사람들은 또 웃음을 터뜨렸다.소정남은 손에 여러 가방을 들고 심효진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효진아.”친구를 본 하예정은 웃으며 친구에게 손짓했다.전태윤은 일어나서 소정남에게 다가가 소정남 손에 들려 있는 물건들을 건네받으며 말했다.“처음 오는 것도 아닌데 뭘 이렇게 많이 사 들고 왔어.”소정남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이 보신품들은 모두 우리 효진에게 보내온 선물들이야. 효진이가 입이 하나라서 많이 못 먹어. 그래서 예정 씨에게 좀 나눠주기로 했거든. 우리 사촌 누나는 효진에게 보양식을 너무 많이 먹지 못하게 하셔. 정상적인 음식을 먹으라고 하면서 누나가 준비한 식단에 따라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해.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좋지 않다면서 말이야.”소정남은 그의 사촌 누나가 그의 집안의 영양사로 일하고 있었기에 사촌 누나를 무척 신뢰했다.그러나 사촌 누나는 가끔 간섭이 조금 심했다. 그러나 심효진은 남매 사이에 나쁜 영향을 끼칠까 봐 이런 사실들을 소정남에게 알려주지 않았다.하지만 자기 집안일을 소정남이 모를 리 없었다. 다른 집
하예정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태윤 씨를 엄격하게 대하지 않거든요.”“하지만 태윤이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기만 하면 항상 예정 씨 핑계를 대요. 아내가 담배 피우는 거 싫어하느니, 아내가 술을 마시는 거 싫어하느니, 집에 가서 아내 곁에 있어 줘야 한다면서요. 늘 예정 씨 핑계를 대는 거죠.”“정남 씨! 말을 하지 않아도 아무도 정남 씨를 벙어리로 여기지 않거든.”소정남은 크게 웃었다.“사람들이 내가 벙어리인 줄로 알 까봐 그냥 말을 해 본 거야.”노동명도 말을 이었다.“넌 마누라를 방패막이로 삼지 않는다는 듯이 말하네. 관성 사람들이 너희 두 사람 모두 아내에게 잡혀서 산다는 것을 모를 것 같아? 너희들은 유명한 사랑꾼이야.”소정남이 이내 끼어들었다.“도긴개긴이거든. 동명아, 너무 하는 거 아니야? 태윤이와 친척이 될 사이라고 태윤이와 함께 나를 상대하려는 거야?”노동명은 소정남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하예진은 태연하게 앉아있었다.지인들 눈에는 하예진과 노동명 관계는 이미 커플이나 다름없었다.하예진과 노동명을 잘 아는 사람들은 두 사람을 이미 짝으로 보았다.“이제 너희 젊은이들은 밖에 나가서 놀아. 우리는 나이가 많아서 대화에 참견도 못 하는데 너희들이 떠드는 게 싫어.”장소민은 웃으면서 젊은이들을 밖으로 내쫓았다.전태윤은 전이진에게 전화를 걸어 여운초와 함께 오라고 했다.두 사람은 어젯밤에 리조트에서 머물렀다.전태윤 일행은 정자 아래에 앉아서 고급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한가롭게 주말 휴가를 즐겼다.한편 서원 리조트 기슭에 있는 경비실에서 지나가려는 택시를 가로막았다.택시 뒤에 앉은 사람은 창문을 누르고 경비원을 향해 소리쳤다.“어이! 거기 문 지키는 쓸모없는 인간! 빨리 문 열어! 우리 들어갈 거야!”쓸모없는 인간으로 불려지자 경비원은 화가 치밀었다.경비원은 올바른 직업이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존중을 받아야 했으나 소질이 낮은 사람들은 늘 경비원을 능력 없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여겼다.서원 리조
눈앞의 여자가 또 몇몇 도련님의 구애자일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그 젊은 여자는 바로 여운별이었다.차에서 내린 여운별은 곧장 경비실 창가로 걸어가더니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들어 경비원을 마구 때렸다.경비원은 여운별이 사람을 때릴 줄 몰랐기에 무방비로 그녀에게 두들겨 맞았다. 그제야 반응한 경비원은 바로 일어나 뒤로 물러나 여운별의 습격을 피했다.“왜 때려요!”“문이나 지키는 주제야 내가 때리면 안 돼? 잘 들어! 당장 문 열어. 내가 누군지 알아?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 친동생이야! 감히 날 막으려 든다면 내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때릴 거라고!”‘둘째 사모님 여동생이라고?’예전에 이씨 가문은 전씨 가문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여운초와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리조트의 사람들은 대부분 여운초가 남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여동생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했다.경비원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조수석에 타고 있던 남자와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자도 함께 차에서 내렸다.택시기사는 서둘러 말을 건넸다.“차를 타고 산에 갈 수 없다고 하니 저는 올라가지 않을게요. 요금을 계산해 주시고 걸어서 올라가세요.”“안 돼요! 걸어서 산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기다려요. 조금 이따가 우리를 리조트 입구로 데려다줘요. 그때 가서 요금을 결제해 줄게요.”여운별은 걸어서 산에 가고 싶지 않았다.리조트 부근의 산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걸어서 올라가면 무척 힘들었다.그녀는 지금 예전처럼 떠받들리면서 생활하지 않았지만 이미 감옥에서 나와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신분을 되찾았기에 걸어서 산에 올라갈 필요 없었다.전용차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만 해도 여운별은 서럽다고 느꼈다.택시기사는 어쩔 수 없이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여운별은 경비원에게 다시 뻔뻔스럽게 명령했다.“당장 우리를 들여보내 줘. 나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이자 여운초의 친동생이라니까! 잘 들어. 날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내가 운초 언니를 만나 꼭 너에
그러나 여운별의 발은 큰 개들에게 물리고 말았다.여운초가 집에 없었기에 그녀의 동의 없이 집사도 여운별을 집에 들여보내지 못했고 여운별에게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으라고 돈을 건네주었다.여운별은 너무 놀라 집사가 건네준 돈을 집어 들고는 부랴부랴 뛰쳐나왔다.뛰쳐나가면서 다시 여운초를 찾아올 거라면서 경고까지 했다.그리고 오늘 아침 여운별은 또 두 사촌 오빠와 함께 여씨 가문의 별장으로 갔지만, 여운초가 어젯밤에 집에 머물지 않고 전이진을 따라 서원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여운별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녀는 곧장 사촌 오빠들을 데리고 택시를 잡아 서원 리조트로 갔다.여운초를 만나 치료비를 물어내라고 할 겸 전씨 가문의 사모님들에게 여운초의 선하게 생긴 얼굴 밑에 존재하는 악랄함을 보여주려고 했다.자매가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같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자매였다.여운초가 개들을 풀어서 친동생을 물게 하다니, 여운별은 이토록 악랄한 며느리를 전씨 가문에게 고자질하고 싶었다.김씨 집안의 장남 김양훈은 펜을 들고 방문 등록 책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었다.경비원은 그 내용을 본 후에야 그들을 통과시켜 주었다.택시 기사는 곧 세 사람을 태우고 산으로 올라갔다.김양훈은 여운별을 보면서 말했다.“운별아, 여기는 전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질 좀 가라앉혀. 손 좀 대지 말고. 자꾸 사람을 때리면 손해 보는 건 우리뿐이야. 아까 그 경비원이 성격이 좋아서 네가 여자인 것을 보고 반격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이미 경찰에 신고했을걸. 그리고 다른 경비원들을 불러온다면 우리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을 거야.”여운별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나도 개들에게 괴롭힘당해서 그래요. 여운초 때문에 피해를 보아서 그런 거라고요. 여운초와 하예정만 아니었다면 난 지금도 여씨 가문의 고귀한 둘째 아가씨로 지내고 있었다고! 그리고 부모님도 감옥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거고, 저 경비원에게 괴롭힘당할 일도 없었을 텐데.”두 사촌 오빠는
몇 분 후, 택시 기사는 세 사람을 리조트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도착했어요. 요금을 지불하세요.”사촌 오빠들은 차에서 내렸다.그들은 단지 여운별의 경호원이 되어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뿐이었다. 심부름비가 없으면 그만이지만 그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일은 더욱 불가능했다.이제 그들은 더 이상 부잣집 도련님이 아니었다. 돈을 물 쓰듯 쓰던 날과 작별하고 스스로 일을 하여 한 달 월급 수십만 원을 벌어 부모님과 자녀들을 돌봐야 했기에 돈을 아껴야 했다.여운별의 상황과 같지 않았다.여운별은 여운초와 아무리 심하게 다투었어도, 여씨 가문의 별장에 들어갈 수 없어도 여전히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였기에 어느 정도 재산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다.그녀가 여씨 가문에 다시 돌아가면 그녀의 은행 카드와 휴대전화, 그리고 자동차 열쇠만 가져오면 무궁무진한 돈이 있을 것이다.하여 이 차비는 여운별이 내야 했다.두 사촌 오빠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여운별은 그들이 차비를 지급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욕을 몇 마디 하고는 마지못해 차비를 냈다.택시 기사는 요금을 받고 여운별 일행이 차에서 내린 뒤로 서둘러 차를 돌려 산에서 내려갔다.이때 김양훈이 갑자기 소리쳤다.“어이, 기사님! 가지 마세요! 여기서 기다리세요. 우리 잠시 후에 또 기사님 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가야 하거든요.”여기에서 택시를 잡을 수 없었다.전씨 가문은 차량이 많았지만, 그들에게 줄 리가 없었고 그들을 시내로 모셔다드리기에는 더더욱 불가능했다.최성욱과 여운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택시 기사를 남겨두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택시 기사는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갔다. 세 사람을 태워주고 싶지 않았다.“젠장, 뭐가 저렇게 빨라?”택시 기사를 남기지 못한 여운별은 차를 향해 큰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뒤이어 최성욱이 말했다.“됐어. 이따가 온라인 택시를 한 대 더 예약해. 운별아, 너도 성질 좀 죽여.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 지금 우리 큰아버지는 이미 감옥으로 들
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을 돕고 있는 목적이 바로 이런 것들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여운별은 여운초보다 다루기 훨씬 쉬웠다.예전에 그들은 여운초가 꽃만 살 줄 아는 사람으로 여기면서 여운초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그러나 여씨 가문의 세 자식 중에서 여운초가 가장 대단하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운별아, 우리는 당연히 널 돕고 싶지. 우리는 애초에 외삼촌 회사에서 잘 일 하고 있었는데 운초가 어떻게 한동호를 꼬드겼는지 한동호와 협력해 우리를 내쫓았잖아. 그래서 회사가 운초 손에 들어간 거고.”“운초는 네 친언니였고 삼촌과 외숙모가 감옥으로 들어간 뒤로 천우도 아직 어려서 운초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었어. 근데 여씨 가문의 고위층 인사들도 아무런 의견도 제출하지 않은 거 있지. 게다가 한동호도 운초를 돕고 있었잖아.”“외삼촌은 늘 사람을 잘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한동호 손에 무너진 셈이지. 한동호는 우리 외삼촌의 중시를 받으면서 그 자리까지 올라갔거든. 심지어 외삼촌이 너와 한동호를 맺어주려고 했는데 운초랑 손을 맞잡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큰외삼촌이 한동호를 무척 믿고 잘해주셨어. 우리도 예전에는 한동호가 외삼촌 앞에서 우리 나쁜 말을 할까 봐 운초를 보면 잘 보이려고 애쓰면서 예의를 갖추어 인사했거든.”“지금 우리 두 집안이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 운별이 너도 봤잖아. 다만 우린 너를 도와 여씨 그룹을 빼앗아 주고 싶을 뿐이야. 그러나 너는 너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어. 우린 단지 옆에서 너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뿐이지.”최성욱과 김양훈은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듣기 좋은 말을 하고 있었다.“우리도 너와 운초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 다만 지금 우리가 불리한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네가 좀 참고 머리를 숙여 운초의 비위를 맞춰주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다가 운초가 경계심을 풀면 네가 너의 모든 것을 되찾아도 늦지 않았잖아.”여운별은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오빠들의 말에도 일리가
모두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소 대표님한테 매수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소 대표님은 정말 좋은 분이에요. 윤하에게 잘 어울려요.”코치 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소 대표님도 우리 윤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윤하가 주로 만나본 젊은 남자들이 우리 말고는 좋은 남자가 없어서 그래요. 게다가 사장님과 사모님도 얼마나 걱정하세요. 만약 소 대표님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도 반대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소 대표님과 윤하가 잘 지내고 있거든요. 근데 우리 윤하가 왠지 소 대표님께 남녀 간의 정이 없다고 느껴져요. 윤하가 우리를 대한 것처럼 똑같이 소 대표님을 대하는 것 같아요.”정혁주는 코치들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했다.도장에는 여성 후배들도 많지만 유독 정윤하가 정혁주를 무척 걱정시켰다.정윤하는 습관적으로 남자들과 형제 사이로 지냈기에 그들도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다.그들도 정윤하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했지만, 그녀가 상대방이 무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소개를 받을 남자들은 정윤하의 “명성”을 듣더니 심지어 몰래 도장에 가서 정윤하를 지켜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막강한 실력을 보더니 정윤하를 다스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결국 투항하게 되었고 다른 맞선남들과 마찬가지로 감히 나서지 못했다.이로 하여 뒷부분의 맥락은 그대로 뚝 끊기게 되었다.정혁주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너희도 사실 소 대표님의 재력에 넘어간 거야. 나조차도 좋게 느껴지는데 너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소 대표님의 재력이 정말 좋은 건 사실이야. 우리도 자기도 모르게 속아 넘어간 거지. 그런데 소 대표님은 꽤 좋은 사람이긴 해. 우리 윤하와도 너무 잘 어울리고. 너희들도 장난치고 있는 걸 알기에 나도 너희들 탓하지 않아. 우리 전부 윤하를 위해서 하는 소리잖아. 내가 소 대표님을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그분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너희들의 말처럼 윤하 계집
“들어가요. 밖이 너무 추워요.”정윤하는 꽃다발과 보온도시락을 들고는 소지훈을 도장으로 가자고 말했다.소지훈은 그녀를 따라갔다.도장의 사람들은 정윤하가 꽃다발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두 사람이 썸타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그 꼬맹이들조차 정윤하가 안고 있는 그 꽃다발이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정윤하는 학생들에게 다가갔다.“코치님, 이 꽃다발이 정말 아름다워요.”“코치님, 바비큐 드실래요? 우리 거의 다 먹었어요.”“코치님, 지훈 아저씨가 선물한 꽃이죠? 왜 코치님께 꽃을 주세요?”정윤하가 웃으며 대답했다.“많이 먹어. 다 먹어도 돼. 지훈 아저씨가 나에게 따로 준비해 줬거든. 너희 지훈 아저씨가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에 있는 꽃이 너무 예뻐서 나에게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라고 선물해줬어. 어때? 예쁘지? 나도 이 꽃다발이 너무 예뻐서 좋아.”학생들은 꽃다발이 예쁘다고 연신 칭찬했다.정윤하의 사제들은 헤벌쭉한 정윤하를 보고는 또 여우처럼 웃고 있는 소지훈을 보더니 결국 모두 정혁주를 일제히 쳐다보았다.정혁주는 정윤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평소에 앉던 테이블에 앞에 앉아 바비큐를 먹으며 보이차도 곁들여 마셨다.“선배님.”몇몇 코치들이 정혁주에게 다가가더니 그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궁금한 듯 물었다.“소 대표님이 우리 윤하에게 고백한 거예요? 그런데 또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정윤하의 표정을 보면 고백받은 것 같지 않았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소 대표님이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의 꽃이 예쁜 것을 보고 윤하에게 선물했다고 하던데, 이런 어설픈 이유도 윤하가 믿다니, 참! 저렇게 멍청한 꼴을 보니 사람들에게 팔려가도 돈을 세어줄 기세인데.”“윤하가 종일 우리와 함께 지내다 보니 남자답고 털털해서 그래요. 소 대표님만큼 신중하지 못하잖아요. 소 대표님이 윤하에게 직접 고백하지 않는 한 윤하는 분명 별생각 하지 않을걸요.”“어휴, 윤하가 소개팅마다 실패하고 시집을 못 가는 데는 우리 책임도 있어요
정혁주는 아예 보이차 한 병씩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는 보이차를 나누어 주면서 소지훈은 학생들이 정윤하 앞에서 좋은 말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매번 큰돈을 퍼부었다.소지훈은 도장으로 올 때마다 도장의 사람들에게 맛 나는 음식을 가져다주었고 또 각자의 몫도 전부 챙겨주었으며 심지어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사 올 때도 있었다.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려면 돈도 많이 들었도 또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정윤하의 말대로 그녀의 수입으로 전체 도장의 사람들에게 음식을 사주면 몇 번이나 사줄 수 있겠는가!정혁주는 도장의 여러 코치 중에서 수입이 가장 높지만, 소지훈처럼 돈이 많지 않았다.역시 대기업 대표답다!정혁주가 보이차를 나누어 줄 때 밖에 서 있는 두 바보를 유의하여 보며 마음속으로 소지훈은 아마 정윤하에게 첫눈에 반했을 거라고 짐작했다.그래서 연성까지 머나먼 길을 달려서 왔을 것이다.소지훈은 지금 출장 중이지만 저녁에 약속도 없이 도장으로 온 것을 보면 아마 출장할 때 처리해야 할 일들을 다 처리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정씨 저택에 남아서 설을 쇠려고 하는 모양인데...정윤하를 노리고 온 것이 틀림없다.그리고 소지훈은 정윤하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에게서 작은 도움을 받았지만, 소지훈은 기어코 그녀가 자신의 은인이라고 외치며 다녔다.정혁주는 정윤하가 오지랖이 넓고 너무 빨리 움직여 소지훈을 도와주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소지훈의 실력으로 그날 밤 그 건달들 정도는 아주 쉽게 때려눕힐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소지훈의 상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그렇게 정윤하는 소지훈의 생명의 은인으로 되었다.그리고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연애사에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본 소지훈은 천 리 길을 달려와 그녀를 데리고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함께 참석했다.정씨 가문은 관성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관성 전씨 가문의 명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몇 번만 뒤져봐도 관성 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날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사실 시간은 아직 이르다. 다만 겨울에는 낮이 짧고 밤이 길어서 빨리 어두워질 뿐이다.정윤하의 수업도 마침 끝났다.“지훈 아저씨 오셨어.”한 학생이 소지훈의 차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고 그러자 다른 학생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밖으로 나오지 마. 바람이 많이 불어.”소지훈은 웃으면서 소리쳤지만, 학생들은 모두 뛰쳐나갔다.소지훈은 이내 사 온 간식 몇 봉지를 큰 학생들에게 건네고 포장된 바비큐는 조금 작은 학생들에게 건네주어 도장 안으로 들여보냈다.정윤하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면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소지훈을 보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아저씨가 오시기 전에는 제가 도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이제 아저씨가 가장 인기가 많네요.”정혁주도 따라 나와 정윤하의 말을 이었다.“너무 인색한 거 아니야? 소 대표님처럼 시원스럽게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하면 다들 다시 널 좋아하게 될걸.”“내가 인색한 게 아니라 월급이 쥐꼬리밖에 안 되는데 음식을 몇 번 정도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저씨는 회사의 대표잖아. 난 절대로 이 방면에서 아저씨와 다투지 않을 거야. 이런 일들은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잖아... 음? 눈이 오는 것 같아.”정혁주도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다.“눈이 오는 것 같긴 하네. 근데 뭐가 이상해? 겨울이 되면 눈이 자주 올 텐데, 정상이잖아.”“형님, 얼른 오세요. 보이차 몇 상자 드릴게요. 바비큐를 사 왔는데 혹시라도 학생들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될까 봐 몇 상자 사 왔어요.”소지훈은 보이차 상자를 들면서 정혁주에게 자연스럽게 건넸다.정혁주는 차를 향해 다가갔고 조수석에 놓인 꽃다발을 보더니 눈이 번쩍 뜨였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소지훈이 그들 정씨 가문의 저택에 오래 머문 덕분으로 정씨 집안 가족들이 소지훈의 성격과 사람 됨됨이를 잘 알게 되었다.소지훈은 냉혹한 면과 부드러운 면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냉혹한 면을 정씨 가문의 가족들 앞에서 보여준 적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그들도
소지훈은 잠시 일을 멈추고 비서를 올려다보았다.비서가 꽃다발을 안고 걸어왔다.“저기 탁자 위에 올려 주세요.”“알겠습니다.”비서는 꽃다발을 안고 돌아서서 소파로 가더니 그 꽃다발을 탁자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는 몸을 곧게 펴고 소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소 대표님, 또 분부하실 일이 있으십니까?”“당분간 없어요.”“그럼, 일 보러 나가겠습니다.”비서는 소지훈이 머리를 숙이고 서류를 처리하는 것을 보더니 사무실에서 나왂다.소지훈은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꺼버린 뒤 휴대전화와 자동차 키를 챙겼다. 그의 정윤하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새로 차 한 대를 뽑았다.그는 다가가서 장미 꽃다발을 집어 들고 잠시 바라보더니 그가 이전에 성소현에게 아무렇게나 샀던 꽃다발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다음에 그는 직접 꽃을 사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꽃 한 다발만 샀는데 부족하지 않을까?”소지훈은 소정남이 평소에 심효진에게 꽃다발과 액세서리를 자주 선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하지만 지금 정윤하에게 보석을 선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고 또한 정윤하도 그런 선물을 받지 않을 것이다.소지훈은 별장과 차를 정윤하에게 선물하고 싶었지만, 정윤하가 받아줘야 말이지...“먼저 시험해 보지 뭐.”소지훈은 혼자 중얼거렸다.먼저 꽃다발을 선물하여 정윤하의 반응을 보고 그녀가 기뻐하면 천천히 다른 선물을 주려 했다.천천히 다가가야 한다.비록 소지훈과 그의 부모님은 모두 마음이 조급해 정윤하를 빨리 소씨 가문에 데려가고 싶어 하지만 마음이 급하면 아무 일도 성사시키지 못할 게 뻔하다.소지훈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을 나섰다.“소 대표님.”“퇴근할게요. 저녁때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전화하지 마세요.”소지훈과 정윤하가 친분을 쌓는 데 영향을 주지 말라는 의미였다.일이 아무리 중요한들 그의 결혼에 관한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겠는가!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이다.다른 사람들은 연인과 헤어져도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소지훈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심효진이 가끔 소정남의 팔을 물어뜯고 싶다고 말하길래 소정남이 몰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고 알려주었다.하예정은 의아했다.그녀는 닭 다리만 뜯어먹고 싶을 뿐 팔을 물어뜯을 생각은 해본 적 없다.소지훈은 소정남 부부의 달콤한 생활을 무척 부러워하며 자신과 정윤하의 미래가 소정남 부부처럼 행복하기를 바랐다.소정남과 통화를 마친 소지훈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할까? 아니면 이따가 윤하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해 줄까?’소지훈은 꽃다발을 선물하면 정윤하가 그 꽃다발을 먹지도 못하는 데 돈 낭비만 한다고 꾸지람할까 봐 걱정했다.한참 고민하던 소지훈은 결국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회사 비서에게 지시했다.“장미꽃을 사고 싶은데 지금 저를 도와 나가서 사 오세요. 제가 퇴근하면 가져갈게요.”이런 임무를 받은 비서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소지훈이 정윤하를 좋아하는 건 눈 밝은 사람이라면 전부 알 수 있었으니까.단지 정윤하만 여전히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그 꽃다발은 정윤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꽃 사러 가겠습니다.”“그래요.”소지훈은 얼굴을 붉혔지만, 여전히 담담한 척 대답했다.그는 이런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어쩐지 쑥스러웠다.소지훈은 여자에게 꽃을 보낸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 성소현에게 구애하는 척할 때 하루건너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곤 했다.꽃집 사장님에게 부탁해 꽃을 배달한 적도 많았고 직접 선물한 적도 있었다.아마 소지훈은 성소현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성소현에게 꽃을 선물한다고 해서 창피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는 단지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윤하는 다르다. 정윤하는 소지훈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여자로서 결혼하고 싶은 상대였다.그는 엄청나게 긴장했고 또 매우 신중했다.정윤하에게 꽃을 선물하는 의미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그만 빨개지고 말
심효진도 맞장구쳤다.“그럼. 나야 당연히 안목이 뛰어나지. 예정이가 처음에 당신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을 때 내가 정남 씨에 인상이 깊었거든. 태윤 씨 곁의 능력자라면서? 내가 정남 씨와 같은 업계에 있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의 높은 명성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어.”소정남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 우리 두 사람 소개팅할 때 순조롭지 않은 거로 기억했는데.”“그래? 아무튼, 난 정남 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나도. 당신 성격도 나랑 너무 잘 어울려. 우리 두 사람 다 구경거리를 좋아하잖아. 여보, 나는 처음에 당신이 가십거리를 듣기 위해 나와 함께 있는 줄 알았어.”심효진은 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해명했다.“비록 내가 가십거리를 좋아하지만, 평생의 큰일을 어찌 그런 일 때문에 당신에게 시집갈 수 있겠어? 당신을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고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결혼하지 못하지. 사랑은 역시 서로 사랑해야 행복한 법이야.”소정남 부부의 연애사에는 큰 사고 없이 매우 순조로웠다.약간의 비바람도 연적도 없었다.두 집안의 어르신들은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특히 소씨 집안의 어르신들은 심효진을 매우 어여뻐 했다. 두 집안이 결혼 얘기를 나눌 때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심효진을 연신 칭찬했지만, 소정남은 자랑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고 나무랐다.소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심지어 소정남이 심효진보다 못하다고 여겼다.“얼른 운전해. 나 한강에 가고 싶어. 가서 한 바퀴 돌다가 올래. 곧 날이 어두워질 텐데, 집에 늦게 집에 돌아가면 당신 사촌 누나가 또 뭐라고 잔소리할 거야.”최서우는 소정남의 사촌 누나이자 소씨 가문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심효진도 최서우가 그녀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예전에 최서우는 심효진이 소정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싫어했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또 소정남 어머니의 설득을 들은 최서우는 그제야 심효진에 대한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최서우는 소정남을 많이
“너도 어쩌다 휴가 냈는데 제수씨랑 잘 쉬어. 그럼 나도 가봐야겠어. 저녁에 윤하 씨랑 저녁 약속이 있거든.”소정남은 소지훈이 정씨 가문의 저택에서 산다는 것을 알고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형이 그 집에 살게 되었는데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잘해줘. 가족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윤하 씨가 망설인다고 해도 그 집 식구들이 윤하 씨에게 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할 거야.”특히 그의 미래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잘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소정남은 심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소지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심씨 집안 가족들은 전부 날 엄청 좋아하거든.”윤미연은 이미 소지훈을 한 집 식구로 여기고 있다. 만약 소지훈이 정윤하와 함께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윤미연은 한쪽으로 따뜻한 차를 끓여 주면서 한쪽으로 그를 꾸지람하곤 한다.소지훈이 처음 그 집으로 들어갔을 때의 공손함은 온데간데없었다.하긴, 정윤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소지훈의 속내를 발견한 윤미연은 그를 진작 자신의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다.한집안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윤미연은 당연히 꾸지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내 생각도 그래. 난 우리 형을 믿거든. 그럼 힘내. 나도 가봐야겠어. 우리 효진이와 함께 드라이브하러 갈 거야.”“운전 조심해. 제수씨 임신했잖아. 내 조카를 다치게 하지 말고.”소지훈은 신신당부했다.“알았어.”소정남은 늘 조심스러웠다.물론 소정남도 몰래 심효진을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이기 때문에 만약 그의 부모님께 알려지면 혼나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소정남도 심효진을 잘 돌보지 못할까 봐, 너무 빨리 운전하면 그녀를 넘어뜨릴까 봐 항상 걱정하며 다녔다.심효진의 배 속의 아기는 그의 혈육일 뿐만 아니라 소씨 집안 어른들의 작은 보물이다.외출하기 전에 소정남의 사촌 누나 최서우는 심효진을 데리고 밖에서 식사하지 말라고 했다. 밖에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건강에 안 좋다면서 말이다.소정남은 그제야 사랑하는 아내의
“그... 그 당시 제수씨한테 어떻게 고백했어? 네가 고백할 때 제수씨가 받아들였어? 거절한 적이 있어? 거절당하면 창피하지 않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어? 날 비웃지 마. 나도 살면서 처음으로 여자를 좋아해 봐서 그래. 경험이 전혀 없거든. 태윤 씨 부부의 재미있는 연극을 본 적은 있지만, 그들은 나와 다르잖아. 그들은 이미 그때 혼인 신고했을걸.”소지훈은 이런 감정적인 일로 사촌 동생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창피하고 소씨 가문의 장남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소정남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일반적으로 소지훈이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일에 대해 알아보러 다녔지, 그의 개인적인 일이 남들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소정남이 바로 대답했다.“형, 정말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형이 지금 윤하 씨에게 구애하고 있잖아. 내가 보기에 형이 윤하 씨에게 무척 자상하게 대해주는 것 같던데 윤하 씨가 바보도 아닌데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을걸. 어쩌면 형이 그녀에게 고백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와 효진이는 무척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왔어. 태윤이가 주선해 줬는데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순조롭게 걸어왔어. 난 거절당한 적도 없어. 우리는 연애부터 결혼까지 정말 순조로웠거든.”“형은 둔한 것도 아닌데. 평소 윤하 씨와 지내면서 형한테 어떤 태도도 대했어? 그녀도 형에게 태도가 괜찮았다면 분명 형한테 마음이 있다는 증거일 거야. 여자들은 수줍음을 잘 타서 먼저 말하기 거북해하거든. 그러니 우리는 남자로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먼저 가서 고백해야 해. 먼저 한 걸음 다가서야 형과 윤하 씨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될 거야. 난 형처럼 훌륭한 남자가 윤하 씨의 마음을 훔치는 일은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봐. 윤하 씨도 아마 우리 형처럼 훌륭한 남자를 본 적 없을걸.”소지훈은 매우 괴로워하며 말했다.“윤하 씨는 나를 친구로 생각해.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