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여자가 또 몇몇 도련님의 구애자일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그 젊은 여자는 바로 여운별이었다.차에서 내린 여운별은 곧장 경비실 창가로 걸어가더니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들어 경비원을 마구 때렸다.경비원은 여운별이 사람을 때릴 줄 몰랐기에 무방비로 그녀에게 두들겨 맞았다. 그제야 반응한 경비원은 바로 일어나 뒤로 물러나 여운별의 습격을 피했다.“왜 때려요!”“문이나 지키는 주제야 내가 때리면 안 돼? 잘 들어! 당장 문 열어. 내가 누군지 알아?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 친동생이야! 감히 날 막으려 든다면 내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때릴 거라고!”‘둘째 사모님 여동생이라고?’예전에 이씨 가문은 전씨 가문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여운초와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리조트의 사람들은 대부분 여운초가 남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여동생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했다.경비원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조수석에 타고 있던 남자와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자도 함께 차에서 내렸다.택시기사는 서둘러 말을 건넸다.“차를 타고 산에 갈 수 없다고 하니 저는 올라가지 않을게요. 요금을 계산해 주시고 걸어서 올라가세요.”“안 돼요! 걸어서 산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기다려요. 조금 이따가 우리를 리조트 입구로 데려다줘요. 그때 가서 요금을 결제해 줄게요.”여운별은 걸어서 산에 가고 싶지 않았다.리조트 부근의 산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걸어서 올라가면 무척 힘들었다.그녀는 지금 예전처럼 떠받들리면서 생활하지 않았지만 이미 감옥에서 나와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신분을 되찾았기에 걸어서 산에 올라갈 필요 없었다.전용차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만 해도 여운별은 서럽다고 느꼈다.택시기사는 어쩔 수 없이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여운별은 경비원에게 다시 뻔뻔스럽게 명령했다.“당장 우리를 들여보내 줘. 나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이자 여운초의 친동생이라니까! 잘 들어. 날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내가 운초 언니를 만나 꼭 너에
그러나 여운별의 발은 큰 개들에게 물리고 말았다.여운초가 집에 없었기에 그녀의 동의 없이 집사도 여운별을 집에 들여보내지 못했고 여운별에게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으라고 돈을 건네주었다.여운별은 너무 놀라 집사가 건네준 돈을 집어 들고는 부랴부랴 뛰쳐나왔다.뛰쳐나가면서 다시 여운초를 찾아올 거라면서 경고까지 했다.그리고 오늘 아침 여운별은 또 두 사촌 오빠와 함께 여씨 가문의 별장으로 갔지만, 여운초가 어젯밤에 집에 머물지 않고 전이진을 따라 서원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여운별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녀는 곧장 사촌 오빠들을 데리고 택시를 잡아 서원 리조트로 갔다.여운초를 만나 치료비를 물어내라고 할 겸 전씨 가문의 사모님들에게 여운초의 선하게 생긴 얼굴 밑에 존재하는 악랄함을 보여주려고 했다.자매가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같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자매였다.여운초가 개들을 풀어서 친동생을 물게 하다니, 여운별은 이토록 악랄한 며느리를 전씨 가문에게 고자질하고 싶었다.김씨 집안의 장남 김양훈은 펜을 들고 방문 등록 책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었다.경비원은 그 내용을 본 후에야 그들을 통과시켜 주었다.택시 기사는 곧 세 사람을 태우고 산으로 올라갔다.김양훈은 여운별을 보면서 말했다.“운별아, 여기는 전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질 좀 가라앉혀. 손 좀 대지 말고. 자꾸 사람을 때리면 손해 보는 건 우리뿐이야. 아까 그 경비원이 성격이 좋아서 네가 여자인 것을 보고 반격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이미 경찰에 신고했을걸. 그리고 다른 경비원들을 불러온다면 우리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을 거야.”여운별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나도 개들에게 괴롭힘당해서 그래요. 여운초 때문에 피해를 보아서 그런 거라고요. 여운초와 하예정만 아니었다면 난 지금도 여씨 가문의 고귀한 둘째 아가씨로 지내고 있었다고! 그리고 부모님도 감옥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거고, 저 경비원에게 괴롭힘당할 일도 없었을 텐데.”두 사촌 오빠는
몇 분 후, 택시 기사는 세 사람을 리조트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도착했어요. 요금을 지불하세요.”사촌 오빠들은 차에서 내렸다.그들은 단지 여운별의 경호원이 되어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뿐이었다. 심부름비가 없으면 그만이지만 그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일은 더욱 불가능했다.이제 그들은 더 이상 부잣집 도련님이 아니었다. 돈을 물 쓰듯 쓰던 날과 작별하고 스스로 일을 하여 한 달 월급 수십만 원을 벌어 부모님과 자녀들을 돌봐야 했기에 돈을 아껴야 했다.여운별의 상황과 같지 않았다.여운별은 여운초와 아무리 심하게 다투었어도, 여씨 가문의 별장에 들어갈 수 없어도 여전히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였기에 어느 정도 재산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다.그녀가 여씨 가문에 다시 돌아가면 그녀의 은행 카드와 휴대전화, 그리고 자동차 열쇠만 가져오면 무궁무진한 돈이 있을 것이다.하여 이 차비는 여운별이 내야 했다.두 사촌 오빠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여운별은 그들이 차비를 지급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욕을 몇 마디 하고는 마지못해 차비를 냈다.택시 기사는 요금을 받고 여운별 일행이 차에서 내린 뒤로 서둘러 차를 돌려 산에서 내려갔다.이때 김양훈이 갑자기 소리쳤다.“어이, 기사님! 가지 마세요! 여기서 기다리세요. 우리 잠시 후에 또 기사님 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가야 하거든요.”여기에서 택시를 잡을 수 없었다.전씨 가문은 차량이 많았지만, 그들에게 줄 리가 없었고 그들을 시내로 모셔다드리기에는 더더욱 불가능했다.최성욱과 여운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택시 기사를 남겨두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택시 기사는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갔다. 세 사람을 태워주고 싶지 않았다.“젠장, 뭐가 저렇게 빨라?”택시 기사를 남기지 못한 여운별은 차를 향해 큰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뒤이어 최성욱이 말했다.“됐어. 이따가 온라인 택시를 한 대 더 예약해. 운별아, 너도 성질 좀 죽여.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 지금 우리 큰아버지는 이미 감옥으로 들
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을 돕고 있는 목적이 바로 이런 것들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여운별은 여운초보다 다루기 훨씬 쉬웠다.예전에 그들은 여운초가 꽃만 살 줄 아는 사람으로 여기면서 여운초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그러나 여씨 가문의 세 자식 중에서 여운초가 가장 대단하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운별아, 우리는 당연히 널 돕고 싶지. 우리는 애초에 외삼촌 회사에서 잘 일 하고 있었는데 운초가 어떻게 한동호를 꼬드겼는지 한동호와 협력해 우리를 내쫓았잖아. 그래서 회사가 운초 손에 들어간 거고.”“운초는 네 친언니였고 삼촌과 외숙모가 감옥으로 들어간 뒤로 천우도 아직 어려서 운초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었어. 근데 여씨 가문의 고위층 인사들도 아무런 의견도 제출하지 않은 거 있지. 게다가 한동호도 운초를 돕고 있었잖아.”“외삼촌은 늘 사람을 잘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한동호 손에 무너진 셈이지. 한동호는 우리 외삼촌의 중시를 받으면서 그 자리까지 올라갔거든. 심지어 외삼촌이 너와 한동호를 맺어주려고 했는데 운초랑 손을 맞잡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큰외삼촌이 한동호를 무척 믿고 잘해주셨어. 우리도 예전에는 한동호가 외삼촌 앞에서 우리 나쁜 말을 할까 봐 운초를 보면 잘 보이려고 애쓰면서 예의를 갖추어 인사했거든.”“지금 우리 두 집안이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 운별이 너도 봤잖아. 다만 우린 너를 도와 여씨 그룹을 빼앗아 주고 싶을 뿐이야. 그러나 너는 너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어. 우린 단지 옆에서 너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뿐이지.”최성욱과 김양훈은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듣기 좋은 말을 하고 있었다.“우리도 너와 운초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 다만 지금 우리가 불리한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네가 좀 참고 머리를 숙여 운초의 비위를 맞춰주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다가 운초가 경계심을 풀면 네가 너의 모든 것을 되찾아도 늦지 않았잖아.”여운별은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오빠들의 말에도 일리가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께서 반년 넘게 여행을 다니다가 오늘에야 돌아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길래 여기로 둘째 사모님을 찾아온 거예요. 열쇠를 좀 가지려고요.”김양훈은 거짓말을 지어냈다.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에 간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당시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갔을 때 상류층 사람들 외 보통 사람들은 잘 몰랐다. 게다가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런 일에 관심도 없었다.하여 김양훈은 여운별이 반년 넘게 여행을 갔다가 막 돌아왔는데, 집에 문이 잠겨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쩔 수 없이 여운초에서 열쇠를 가지려고 찾아왔다고 거짓말을 했다.경비원 두 명은 서로 쳐다보았다.‘둘째 사모님의 친동생이라고?’그들은 여운초가 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여운초의 남동생과 사촌 남매는 본 적이 있지만 눈앞의 사람을 본 적 없었다.여운초에게 세 명의 고모가 있지만 다만 두 명의 고모는 여운초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들었고 여운초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상황만 알고 있었다.하여 여운초는 그들을 절대로 집으로 초대하지 않았고 작은고모의 가족만 서원 리조트로 오면 귀빈 대접해 주었다.“세 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경비원 한 명이 몸을 돌려 경비실로 돌아갔다.또 다른 경비원은 여운별 일행을 앉으라고 의자 세 개를 가져왔다.두 경비원의 태도가 매우 좋았지만, 여운별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앉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 제가 바로 들어가서 여운초... 우리 언니를 찾으면 돼요. 제가 반년 동안 집에 없었는데 나오자마자... 돌아오자마자 언니가 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과 약혼을 했다더군요. 저는 전혀 몰랐어요. 제가 이왕 왔으니 들어가서 사돈도 만나고 예비 형부도 만나봐야죠.”여운별은 감옥에서 나온 뒤로 여운초와 재산을 경쟁할 뿐만 아니라 여운초와 전이진의 관계도 망치려고 계획했다. 여운별은 자신이 여운초보다 젊고 몸매도 예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각장애인이 아니라서 여운초보다 훨씬 낫다고
“운별아, 욱하지 마. 저희 여기에 앉아서 기다릴게요. 괜찮아요. 당신들의 둘째 사모님 동의하시면 우리 다시 들어갈게요.”여운별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하지 않았지만,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여운별이 예전에 함부로 때리고 욕하던 사람이 지금은 만나기도 어려웠다.전씨 가문에 시집가는 여자는 역시 남달랐다.여운초는 아직 전이진과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약혼만 했는데도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지위가 높아 보였다.여운별은 마음속으로 전이진이 여운초를 가지고 놀다가 싫증 나면 그녀를 던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저주하고 있었다. 정말로 실현되면 여운별은 폭죽을 터뜨리면서 축하 파티하리라 생각했다.경비원의 전화를 받은 집사가 회답했다.“둘째 사모님께서 친동생이 있지만 큰 사모님을 괴롭혀서 감옥으로 들여보냈다고 했어요. 지금 나왔어요? 둘째 사모님과 여동생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대요. 여동생이 자주 사모님을 괴롭혔다고 들었는데. 제가 좀 이따가 둘째 사모님께 여동생을 만나실 의향이 있는지 여쭤보고 올게요. 둘째 사모님께서 만나려 하지 않으신다면 그분들을 돌려보내세요.”경비원은 바로 알았다고 대답했다.다행히 그들은 맡은 바 책임을 다해 여운초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듣고도 들여보내지 않았다.눈앞의 여운별은 그들의 큰 사모님을 함정에 빠뜨리고 둘째 사모님을 괴롭힌 사람이었다.감옥살이하고도 여행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면 정직하지 못한, 심보가 나쁜 사람임이 틀림없었다.집사가 직접 정자 밑으로 다가갔다.정자 밑에 앉아서 수다를 떨던 사람들은 집사가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이내 대화를 끊었다.“무슨 일 있으세요?“전이진은 정자로 들어오는 집사에게 물었다.“이진 도련님, 운별 아가씨께서 운초 사모님 뵙겠다고 하세요. 사모님, 만나시겠어요?”전이진이 여운초를 바라보았다.여운초는 손을 뻗어 탁자 위에 있는 차를 마시고는 내려놓으면서 차가 맛있다고 연신 칭찬했다.여운초는 차를 반 컵 정도 마신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능력 있으면 직접 들어가라고 하세요
“내 말은 관성에서 내가 마음만 먹으면 조사할 수 없는 일이 없다는 뜻이야. 여운별 씨가 나랑 상관없는 사람인데 모습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을 내가 알 리가 없잖아.”“알았어. 내가 미안해. 차나 마셔.”심효진은 남편의 차 한 잔을 들어 남편에게 찻 찻잔을 건네면서 말을 하지 말라고 표시했다.소정남은 찻잔을 건네받아 마시고는 전이진에게 물었다.“이진 씨, 그 처제분은 어떻게 된 겁니까?”“안에서 표현이 좋아서 일찍 나왔어요. 어제 나왔는데 여씨 가문의 열쇠가 없어서 들어가지 못해서 저렇게 난리를 치네요.”전이진은 여운별이 그의 처제라는 말을 듣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여운별이 그의 처제라는 사실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여씨 가문의 자매 사이에 정이 깊은지를 막론하고 그들이 친자매라는 사실을 지울 수 없었다.여운초는 담담하게 말했다.“저 사람들은 20년 넘게 우리 아버지가 남겨주신 집에서 살았어요. 저를 괴롭힐 뿐만 아니라 하마터면 저의 목숨까지 앗아갈 뻔했거든요. 여운별은 내 친동생이지만 저를 언니 취급하지 않아요. 운별이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도 다들 잘 아시잖아요.”“10년 전 실명해서 보이지도 않았을 때 운별은 저를 별장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어요. 하인들조차도 문을 열게 하지 못하게 해서 저 스스로 문을 찾아 들어가야 했는데 운별이가 제 열쇠를 빼앗아 들어가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손으로 제가 더듬으며 문을 뛰어넘어 들어가는데 운별이가 사람을 시켜 땅에 유리 조각들을 뿌려놓게 한 거예요.”“저도 사실 너그러운 사람이 아닌가 봐요. 저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제가 마음속에 깊이 새겨두지만, 저를 괴롭히는 사람들도 제가 머릿속에 잘 기억하고 있어요. 앞으로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복수할 거예요.”“여운별은 어젯밤에 두 사촌 오빠를 데리고 우리 별장으로 돌아가서 우리 집을 호위하는 큰 개들을 독살하려고 했는데 그 개들을 못 보아서 포기했나 봐요. 그 뒤로 우리 별장의 대문을 뛰어넘어 들어가려다가 숨어있던 개들이 뛰쳐나와서
이러한 사실들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여운초를 몰랐을 때 여운초가 여씨 가문에서 어떤 날을 보냈는지, 여운별이 여운초를 어떻게 대했는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진실을 알게 된 후로 여운별이 평생 감옥에 갇혀 나오지 못하기를 바랐다.따라서 여운초가 여운별을 상대할 때 모두는 여운초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도가 너무 가볍다고 여겼다.전이진은 약혼녀의 손을 잡고 소리 없이 그녀를 지지했다. 여운초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는 그녀를 지지했다.지금으로 오기까지 여운초는 너무 고생했다.팔자가 세지 않았다면 여운초는 오늘까지 살 수 없었을 것이다.여운초가 여운별을 괴롭히려고 하는 것과 추미자 모녀가 여운초에게 한 짓을 비교하면 여운초의 행동이 아주 가벼운 복수에 불과했다.여운초는 전이진을 흘겨보며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이진의 손을 맞잡았다.그녀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또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사촌 오빠들과 함께 리조트 입구에서 회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밖에 에어컨이 없어서 경비실 입구에 앉아있는데 햇살이 너무 뜨거워 여운별은 너무 덥다고 느꼈다.사람은 더우면 마음이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여운별은 초조해하면서 투덜댔다.“물음 하나만 물었는데 왜 이렇게 답장이 안 와? 이게 무슨 X 같은 날씨야! 11월인데 아직도 이렇게 덥다니.”“조금만 더 기다려. 곧 답장이 올 거야. 관성 날씨는 원래 이렇게 더워. 음력으로 11월이 되어야 덥지 않을 거야.”내년 양력 2월이면 설이 다가온다.하지만 관성에서는 설날에도 춥지 않았다.“여운초가 일부러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 햇볕에 쬐어 죽으라고 괜히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이렇게 햇볕을 쬐는 줄 알았으면 양산을 가지고 올 걸 그랬다.여운별이 화를 내려고 할 때 경비원이 경비실에서 나와 미안한 표정으로 여운별에 말했다.“우리 둘째 사모님께서 운별 씨를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니 어서 돌아가세요.”여운별은 벌떡 일어나 예쁜 얼굴에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
심효진도 말을 건넸다.“그러니까. 낯선 사람이 오면 소씨 가문의 동의를 받아야 해?”소정남이 웃으면서 대답했다.“난 그렇게 말한 적이 없어. 그냥 내 부하들이 전한 소식을 말해줬을 뿐이야.”일반적인 업계 거물들이 오면 소정남은 전태윤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민감한 시기였다.하예진이 강성으로 떠났다.그리고 오래전에 세상을 뜬 이경희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작은 딸로서 하예진의 친어머니이기도 했다.이씨 가문은 여러 재벌가에게 특별한 존재였다.그들은 모두 하예진이 강성으로 가게 된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그런데 이때 갑자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거물이 관성으로 오게 되었다. 아직 상대방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바삐 관성으로 왔다가 급하게 떠났기에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 민감할 수도 있는 인물을 소정남에게 보고한 것이다.소지훈이 아직도 연성 쪽에서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성의 일은 전부 소정남이 맡고 있었다.하여 소씨 가문의 부하들도 무슨 일이 있으면 자연스레 소정남에게 보고했다.소정남이 처리할 수 없는 일만이 소지훈에게 알려주게 된다.“정남 씨, 강성에서 누군가가 왔다고 의심하고 계시는 거예요?”하예정이 갑자기 물었다.전태윤의 눈치를 보던 소정남은 전태윤이 말하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하예정의 물음에 대답했다.“아직은 잘 몰라요. 우리가 그 사람 정체도 파악하지 못한 채 급히 왔다가 급히 돌아가는 바람에 상대방의 모양을 잘 파악하지 못했거든요. 우리 가문의 정보 시스템이 대단하지 못했더라면 그런 사람이 왔는지도 몰랐을 거예요. 제가 이씨 가문에 대해 알아본 바로는 이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씨 가문의 주인은 이 대표님인데 이 대표님은 이미 강성으로 돌아가셨거든요. 우리는 그 신비한 중년 남자의 모양을 포착하지 못했어요.”소정남이 말은 이씨 가문에서 이은화 모녀를 제외하고는 내세울 만한 인물이 없다는 뜻이다.이씨 가문의 남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우빈은 소정남의 목을 껴안고 그의 볼에 뽀뽀해 주었다.소정남은 그제야 만족하며 웃었다.“잘했어. 자, 아저씨가 우빈에게 조종 비행기 한 대를 선물해 줄게.”“감사해요. 아저씨.”우빈은 즐겁게 그 큰 선물 상자를 받았다.소정남은 기회를 보며 우빈을 내려놓았다.“용정아, 우리 비행기 장난감을 놀러 가자.”우빈은 용정을 불러 함께 놀자고 했다.집 안에 있던 용정을 보던 소정남은 그제야 말했다.“용정이도 있는 줄 몰랐네. 다음에 사줄게.”“용정아, 이 새로운 비행기를 너에게 줄게. 내가 가서 한 대 더 가져올게. 우리 밖에 나가서 놀자.”우빈은 흔쾌히 소정남이 준 선물을 용정에게 건네주었다. 우빈에게는 전태윤과 소정남, 그리고 성소현이 준 조종 비행기가 많았다.조종 자동차도 엄청 많이 가지고 있다.바람개비는 더 많았다.노동명은 우빈에게 바람개비만 선물해 주었다.그러나 노동명은 요새 우빈이 바람개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다른 장난감으로 바꾸어서 그에게 선물했다.노동명은 장난감 한 가지를 우빈에게 선물했다가 녀석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매일 똑같은 것으로 선물하곤 한다.다른 사람들처럼 다종다양한 선물을 보내지 않았다.용정도 거절하지 않고 우빈이가 건네준 선물을 받았다.우빈이가 또 다른 장난감 비행기를 가져오자 두 녀석은 아기들과 놀지 않고 정원으로 달려가 비행기를 가지고 놀았다.예준성 부부는 분유를 타서 쌍둥이에게 먹인 뒤에야 한 명씩 아기를 안고 소파에 앉았다.“이 시간이면 아기들이 낮잠을 자야 하거든요. 안고 재우다가 잠이 들면 또 조심스레 침대에 놓아야 해요.”예준성은 딸 예지연을 안은 채로 자애롭게 내려다보았다.소정남은 손을 뻗어 예지연의 작은 얼굴을 살며시 꼬집었다.“살결도 부드럽고 너무 귀엽네요.”이때 예준성이 소정남의 손을 밀쳐냈다.“정남 씨, 제 딸의 얼굴을 만지지 마세요. 아파할 거예요.”“울지 않는데요.”예준성이 말을 이었다.“제 딸이 울면 제가 정남 씨와 싸울 수도 있어요. 우리 딸
“우빈아, 이리 와.”모연정은 우빈을 향해 손짓했다.우빈이 모연정에게 다가갔고 모연정은 그를 끌어안아 자신의 허벅지에 앉혔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용정이랑 싸웠어?”우빈은 싸운 사실을 부인하며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 하지만 용정의 말이 맞는걸요. 지연이는 용정의 여동생이에요. 용정이가 모 아줌마를 엄마라고 부르기 때문에 지연이가 용정의 여동생 맞아요. 저는 지연이가 너무 좋아요. 저도 여동생을 갖고 싶은데 여동생을 저에게 주시면 안 돼요?”모연정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안 돼.”예지연은 예진 리조트에서 보물 같은 존재로 어린 나이에 수많은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사람들이 조금만 더 길게 안아도 예씨 가문 사람들은 예지연을 안아 갈까 봐 걱정했다.“왜 안 돼요? 제가 사면 안 돼요? 모 아줌마, 저에게 돈이 있어요. 저의 모든 돈을 모 아줌마께 드리면 안 돼요?”모연정은 웃으면서 대답했다.“팔 수도 없는걸. 지연이는 물건이 아니기에 팔면 안 돼. 우빈아, 너도 지연이 오빠잖아. 용정이가 하는 헛소리를 믿으면 안 돼. 용정이도 지연이 아빠처럼 지연이를 너무 아껴서 그래.”두 사람은 친부자는 아니지만, 예지연에 대한 사랑은 똑같았다.“모 아줌마는 거짓말쟁이예요. 저보다 어린 여동생들은 모두 저를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걸요. 용정을 부르는 오빠와 다르잖아요.”우빈은 진지하게 대답했다.“모 아줌마. 우리 엄마께서 제가 올해 4살이라고 하셨거든요. 제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저를 놀리면 안 되죠.”우빈은 아주 똑똑했다.“그래, 그래... 우리 우빈은 이미 많이 컸어. 이젠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니 더는 널 놀리지 않을게. 하지만 난 지연이를 팔 수는 없어. 시간이 있을 때마다 아줌마 집에 와서 놀아. 그러면 지연이도 자주 볼 수 있을 거야.”우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더니 말을 건넸다.“하지만 저는 매일 유치원에 가야 하고 주말에도 이틀밖에 못 쉬어요. 우리 엄마도 보고 싶고 동명 아저씨와 놀아주어
몇 개월 된 두 아기는 이미 그들 스스로 몸을 뒤엎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른들과 아기 소리로 교류도 할 수 있었기에 한창 재미있을 때였다.용정이 말했다.“난 지연이와 자주 놀아주기 때문에 지연이가 나를 알아보거든. 그래서 날 보면 잘 웃어. 지연이는 우빈이 너가 잘 놀아주지 않으니까 너를 보아도 잘 웃지 않거든. 넌 지호랑 놀아. 내가 지연이랑 놀아줄 테니까.”예지호는 두 종아리로 우빈이가 유모차 위에 올려놓은 손을 걷어차곤 했다. 그 꼬마 녀석은 매일 잠을 자지 않는 한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울고불고하며 어른들에게 안아달라고 졸랐다.장난감 갖다 주어도 놀다가 몇 분도 안 돼 던지면서 “응애응애” 울었다.예지연은 예전처럼 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만약 예지연 남매가 동시에 누워 있으면 예지호가 끊임없이 울 때 예지연은 자신의 작은 발로 예지호를 차기도 했다. 마치 울보 예지호를 싫어하는 것처럼 말이다.우빈은 몸을 숙여 예지연에게 뽀뽀하려 했지만, 용정이가 즉시 막았다.“뽀뽀하면 안 돼. 아저씨가 그러셨어. 우리 모두 지연에게 뽀뽀하면 안 된다고. 지연이를 지켜주어야 한다고 했거든. 뽀뽀하고 싶으면 지호한테 해. 아저씨가 지호한테 뽀뽀해 주어도 괜찮다고 하셨어.”“왜?“우빈이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용정은 당당하게 대답했다.“무슨 물음이 이렇게 많아!”두 녀석의 대화를 듣던 하예정은 전태윤과 함께 앉아 사업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예준성을 힐끗 쳐다보았다.이를 본 모연정이 어쩔 수 없는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딸이 몇 개월밖에 안 됐는데 애 아빠는 벌써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다니까요. 남의 집에 있는 남자아이들이 지연이를 앗아갈까 봐 어찌나 걱정하는지 참.”하예정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준성 씨도 너무 과하게 생각하시는 거 아니에요? 하긴, 우리 태윤 씨도 그럴걸요. 평소에도 연정 씨가 돌보고 있는 거예요? 다시 출근하셨어요?”“아직요. 가끔 출근해요. 우리 남편은 제가 아기들이 6개월 되고 나서야 출근하기를 바라거든요. 우
용태호는 일부러 말했다.“저는 그딴 일에 관심 없어요. 그런데 운별 씨가 화풀이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사람을 시켜 복수해 드릴 수는 있어요. 저만 믿고 따라오시고 저의 일에 협조 잘하신다면 제가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운별 씨를 괴롭혔던 사람들도 그때 가서 복수 해드리죠.”용태호가 토템을 손에 넣게 되면 진정한 권력자로 되어 모든 것을 가지게 될 것이다.그날이 다가오면 그는 전씨 가문도 안중에 넣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소씨 가문이라면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출 수도 있지만...“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나중에 알게 될 겁니다. 아무튼, 저만 믿고 따라오신다면 행복한 생활만 누리게 될 거에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제가 이곳에 두 사람을 남겨 운별 씨를 보호해 드리게 할게요. 저는 돌아가야 해요. 일이 너무 많아서 바빠요.”용태호는 여운별의 허벅지를 다시 만지더니 일어나 두 경호원에게 남으라고 지시했고 다른 경호원들은 바로 여운별의 셋집을 떠났다.용태호가 떠난 후 경호원 중 한 명이 여운별에게 말했다.“운별 씨, 집주인에게 가서 이 셋집을 반환하겠다고 전하시고 우리와 함께 가요. 용 사장님께서 이미 운별 씨에게 별장을 사고 새 차를 사주셨으니, 오늘부터 별장에 들어가서 생활하시면 됩니다.”“당분간 돌려주지 않고 남겨둘 거예요. 필요할지도 모르니까.”여운별은 인피 가면을 쓰고 하예정과 주우빈에게 접근하려고 했다. 그리고 신임을 얻고 나서 언젠가 하예정과 예씨 가문의 사모님이 만나 주우빈과 용정이 만나게 되면 용정을 유괴하여 용태호에게 넘겨줄 것으로 생각했다.만약 여운별은 갑자기 사라지고 자취를 감춘다면 전태윤 일행의 성격으로 반드시 여운별의 흔적을 찾아다닐 것이 뻔했다.차라리 이 셋방을 그대로 두어 여운별이 하예정 곁에 없을 때마다 인피 가면을 벗고 여운별 모습으로 나타나려고 계획했다.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여운별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관성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믿을 것이고 또한 하예정의 곁에 새로운 얼굴로 나타난다고 해도
여운별은 의아한 표정을 물었다.“A시 예씨 가문의 큰 사모님 양자가 목표라면 왜 직접 A시에서 당신 도와줄 사람을 찾지 않으세요? 관성과 A시는 거리가 너무 멀고 또 하예정 씨와 예씨 가문의 사모님 관계가 가깝다 해도 그분이 하예정 씨와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닐 텐데.”용태호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A시에서는 용정의 소식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용정이 예준성 부부의 양아들이라는 것 외 그 꼬마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외부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게다가 용정은 A시에 거의 있지 않았기에 그가 평소에 어디에 숨어 있는지 잘 몰랐다.예씨 가문 뒤에는 곽씨 가문이 배후에 서 있고 또 만성의 남씨 가문과 혼인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또 예씨 가문의 넷째 사모님은 신의의 제자였기 때문에 용태호는 그들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예전에 경솔하게 용정의 신분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예준성이 누군가가 용정의 뒤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그 뒤로 용태호는 용정에 대한 소식을 잃었다.최근에야 겨우 알아낸 소식인데, 용정은 하예정의 조카 주우빈과 함께 놀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녀석은 나이가 비슷해서 분명 친구로 될 수 있었을 것이다.하여 용태호는 돌고 돌아 하예정의 주위에서부터 착수해 용정을 끌어낼 방법을 궁리했다.용정이 그들이 줄곧 찾던 사람인지 아닌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그리고 토템도 찾고 있었다.“예씨 가문 댁 큰 사모님 친정집은 만성의 남씨 가문이에요. 운별 씨가 아실지 모르지만 남씨 가문은 엄청 대단한 가문이에요. 저는 남씨 가문의 사람의 양자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거든요.”용태호는 그가 정말로 두려워하는 사람이 바로 예씨 가문의 넷째 사모님 정겨울의 배후에 서 있는 그 늙은이, 신비한 고수라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그는 단지 용정을 납치하려고 했다.최대한 정면충돌을 하지 않기로 했다.여운별이 말을 이었다.“하예정 씨 배후에 사람이 없는 줄 아세요? 하예정 씨는 친구를 사귈 때 집안 형편이 아닌 인
용태호는 한바탕 웃더니 여운별의 눈을 보며 말했다.“운별 씨, 그건 제가 허락할 수 없네요. 운별 씨가 동의하면 가장 좋은 선택이겠지만 동의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어요. 제가 이미 이곳으로 찾아왔기 때문에 당신이 나가서 저에 관한 말을 하게 하지 않기 위해 제가 당신을 죽이는 수밖에 없어요. 운별 씨가 아마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네요. 제 부하들을 보셨죠? 열 명도 넘어요.”여운별의 얼굴은 금세 하얗게 변했다.“그럼, 저와 연합하실 건가요? 아니면 죽기를 바라는 거죠? 몇 분 드릴 테니 잘 생각해 보세요.”여운별은 열댓 명의 경호원을 쳐다보고는 또 용태호를 쳐다보았다.그녀는 그 남자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을 품었다.‘자꾸 사람을 죽인다는 소리를 해대다니! 설마 살인마는 아니겠지?’여운별은 갑자기 땅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제발 저를 놓아주세요! 저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 저 이제 겨우 스무 살인데 죽고 싶지 않아요.”여운별의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용태호는 일어나서 그녀의 곁으로 가더니 그녀를 일으켜 세워 가로 안았다.여운별은 그의 뜻을 알고 있었지만, 얼굴이 더 창백해졌을 뿐 반항하지 않았다.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방안에서 나왔다.여운별의 얼굴은 눈물 자국이 가득했고 눈에 원망으로 가득 찼다.용태호는 여운별을 부축하여 소파에 앉게 했고 그녀에게 말했다.“저를 탓하지 마세요. 미워할 거면 운별 씨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사람들을 미워하세요. 그녀들 때문에 운별 씨 존재를 알게 되었고 당신이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했어요.”나쁜 짓을 한 사람은 용태호였지만 그는 여운별을 하예정과 여운초 일행을 원망하라고 설득했다.용태호는 휴지를 뽑아 여운별의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했다.“자, 그만 울어요.”그는 지갑을 꺼내 안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여운별의 손에 쥐여 주며 말을 건넸다.“이 카드 안에 4억 원이 들어있거든요. 저 가방 안의 현금도 운별 씨한테 드리는 거예요.”여운별은 카드를 건네받고 눈물을 훔치더니 용태
여운별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태호 씨, 지금 저더러 당신의 내연녀 노릇을 하라고요?”여운별은 겨우 스무 살인 젊고 아름다웠기에 그녀의 출신으로 보면 부잣집으로 시집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용태호처럼 중년 남자가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여운별의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일 텐데, 그런 그녀를 이 늙은 남자의 내연녀로 연기를 하라고 하다니!너무 어이없는 상황이다.용태호가 허허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운별 씨, 운별 씨는 특기도 없고 현실에 굴복하는 것도 싫어하고 게다가 한 달에 수십만 원의 돈을 버는 일도 성에 차지 않을 텐데, 그러면 어떻게 생활을 할 건가요? 정말 당신 남동생이 주는 백만 원으로 생활할 건가요?”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나와 천우가 사적으로 한 말을 어떻게 알았지? 설마 줄곧 나를 주시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내가 누구를 만났고 무슨 말을 했는지 다 알고 있는 건가?’이 남자는 너무 무서운 사람이다!전태윤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는 하지 못할 것이다.“운별 씨가 예쁘고 젊고 몸매 좋은 것 말고 또 뭐가 있죠?”용태호가 여운별을 보는 눈빛은 여전히 건방졌다.여운별은 마침내 용태호의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용태호는 그녀를 자신의 노리개로 생각할 뿐이다. 왠지 그녀에게 약속한 조건이 그토록 후하더라니!별장에 새 차, 그리고 매달 6000만 원의 용돈을 주려고 하더니, 결국 여운별의 몸을 탐내고 있었다.그녀는 그런 의심을 하긴 했으나 용태호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용태호는 일어나서 여운별의 곁에 앉아 한쪽 손을 여운별의 허벅지에 올려놓았다.“운별 씨, 저를 따라오셔야지만 계속해서 좋은 삶을 계속 살 수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고요. 앞으로 여운초 씨를 발밑에 밟고 싶지 않으세요? 여운초 씨 남편을 운별 씨에게 넘어오게 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이런 관계이긴 하지만 만약 운별 씨가 전씨 가문의 도련님을 꼬실 수만 있다면 저도 흔쾌히 손을 놓
여운별은 의아했다.“제가 왜 얼굴을 바꿔야 하죠? 저는 저의 자연스러운 얼굴이 마음에 들어요. 바꾸고 싶지 않아요.”용태호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얼굴에 칼을 대는 것이 싫으시면 가면을 쓰고 다니세요. 문을 나설 때마다 인피 가면을 쓰고 다니시면 돼요. 제가 준비해 드린 이 가면을 쓰면 누구도 운별 씨를 알아보지 못할 거에요. 손오공이 온다 해도 운별 씨인 것을 알아보지 못할걸요. 그리고 제가 새로운 신분도 드릴게요. 우리의 협력이 끝날 때까지 운별 씨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신분을 회복할 수 없어요. 제가 장담하건대, 저의 일이 잘 처리되면 당신이 원하는 여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운별 씨에게 드릴게요.”“그리고 운별 씨의 장님 언니는 제가 개미 한 마리 죽이듯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 운별 씨가 저에게 협조하여 저의 일이 잘 처리된다면 제가 운별 씨가 원하는 모든 것을 빼앗아 드릴 수 있어요.”용태호는 마치 그가 전이진을 쥐어 죽이는 것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과 같이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매우 오만방자하게 말했다.이어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태호 씨가 그 정도로 능력이 있다고요? 저의 장님 언니는 이미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거든요. 태호 씨는 관성의 사람이 아니죠? 전씨 가문의 지위를 모르시는 것 같은데. 감옥으로 들어가시기 전에 우리 부모님조차 전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감히 큰소리도 못 치고 조심스럽게 비위를 맞춰야 했단 말이에요.”“전씨 가문은 재력이 풍부하고 인맥이 넓을 뿐만 아니라 친척과 친구들이 모두 재벌가에요. 또한, 그들의 자손도 많기에 관성에서 많은 재벌가가 전씨 가문과 친척 관계를 맺고 있었고 따라서 전씨 가문을 건드린다는 것은 관성의 상위층 재벌가들 전체와 적이 되는 것과 다름없어요.”여운별은 어리고 그녀의 부모님 밑에서 버릇없이 자라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능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씨 가문이 관성에서의 지위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은 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