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 씨, 그러지 말고요. 저 윤미 씨한테 첫눈에 반했거든요. 잠깐 얘기 정도는 나눌 수 있잖아요.”강명훈의 시선은 이윤미의 슈트 넥라인에 떨어졌다.‘시골에서 자랐어도 예쁘네... 몸매도 괜찮고. 역시 이씨 가문의 친자식이야. 역시 이런 귀한 기질은 타고난 거라니까. 자란 환경에 영향받지 않았어.’그녀의 좋은 몸매를 보고 있자니 강명훈은 마음이 근질근질해져서 침을 흘렸다. 그는 당장 이윤미에게 달려들고 싶었고 그녀와 몇 번이고 침대에서 구르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이윤미도 그를 사랑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이렇게 생각한 강명훈은 사양하지 않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이윤미는 그의 건방진 손을 덥석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강명훈은 똑바로 서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지려 했지만 내친김에 두 팔을 벌려 그녀를 꼭 껴안으려 했다.그러자 이윤미가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것이었다.연약해 보이는 이윤미가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쳐 버렸다.땅바닥에 심하게 넘어지자 강명훈은 허리가 부러지는 것 같았고 팔이 아픈 데다가 머리도 어지러워서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땅에 넘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이윤미는 발을 들고 그를 걷어차 버렸다. 그녀는 하이힐을 신었기에 뾰족한 굽으로 몸을 걷어차니 그는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강명훈은 반항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 기회를 놓쳤고 일어나기도 전에 이윤미에게 심하게 걷어차였던 것이다. 그녀는 계속해서 그를 세게 걷어찼고 강명훈은 아파서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얼굴, 입, 손, 그리고 발까지 이윤미에게 안 맞은 곳이 없었다.그녀는 강명훈의 손등을 짓밟았고 그는 너무 아픈 나머지 비명을 질렀다.“때리지 마요, 때리지 마요... 윤미 씨,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제발 때리지 마세요...”강명훈은 끊임없이 용서를 빌었다.‘어르신이 나를 속이신 건가? 분명 윤미 씨는 연약하고 만만하다고 하셨는데... 억지로 들이대면 넘어올 거라고, 나랑 잠자리만 가지면 결혼하게 될 거라고 했었는데...’‘이 여자가
앞으로 강명훈은 여기에 한 걸음도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었다.비록 이씨 가문의 부귀영화는 매우 매력적이었지만 그는 그것을 누릴 용기가 없었다.‘이씨 가문의 딸들은 역시 다들 무서운 여자들이야...’방윤림은 강명훈이 도망치듯 뛰쳐나오는 것을 보고 안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짐작했다. 그는 걱정이 돼서 이윤미에게 전화를 하려 했지만 그녀가 천천히 안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방윤림이 이윤미를 데리러 왔기 때문에 이윤미는 운전을 하지 않았다.“이 대표님.”당직인 경비원이 이윤미가 나오는 것을 보고 공손히 인사를 했다.그녀는 갑자기 멈춰 서서 당직을 서고 있는 경비원 몇 명을 오랫동안 쳐다보았다.그러자 그중 한 경비원이 대담하게 물었다.“이 대표님, 저희가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아까 뛰쳐나온 그 남자, 보셨어요?”그들은 서로 마주 보더니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경비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강명훈 씨는 정군호 어르신께서 데리고 들어오신 분입니다. 어르신께서 친구라고 하시면서 회사 구경을 시켜주신다고 하더라고요.”“다만 어르신은 물건을 사러 가신다며 먼저 회사를 떠나셨고 아직도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그러자 이윤미가 차가운 눈빛으로 엄숙하게 말했다.“앞으로 제 동의 없이 강명훈 씨를 회사에 들여보내지 마세요. 누가 데리고 오든 회사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하세요.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제가 어떻게 나올지 저조차도 모르거든요.”‘역시 아빠가 회사에 데려온 거였네. 참 아빠 한 명 잘 뒀어. 친 딸한테도 이렇게 대하다니... 윤정이를 편애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정군호는 친 딸이 아닌 이윤정한테는 고현에게 시집가서 편하게 살라고 하면서 친 딸인 이윤미는 강명훈 같은 놈과 엮어줬던 것이었다.경비원들은 또 몇 번이나 서로 마주 보다가 이윤미의 말이 정군호의 말보다 무게가 있다고 생각해서 얼른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이윤미는 그제야 회사를 나왔다.“윤미 씨, 무슨 일이야? 방금 그 남자 강명훈인 것 같던데...”정군호가 이윤미
방윤림은 그녀랑 같이 바람을 쐬러 온 것이었는데 이윤미한테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물어보지도 않았다.그저 운전대가 향하는 곳으로 갔다.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후에야 이윤미는 입을 열었다.“우리 아빠가 나한테 변태 놈을 주선해 줬는데 말이야. 오늘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그놈을 만났어. 내가 가려는 길을 막으면서 나에게 손을 대려고 하더라고. 네가 가르쳐준 대로 그놈을 쓰러뜨리고 세게 걷어찼지만 말이야.”“다시 찾아오진 않을 것 같아.”방윤림은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이었기에 무술 실력도 뛰어났다.이윤미도 싸울 줄은 알았지만 그저 많이 싸워서 알게 된 것이지 실제로 무술을 배운 적은 없었다.그녀에게 잘해주지도 않는 양부모가 돈을 써서 무술을 배우게 했을 리 없었으니 말이다.이윤미 곁으로 온 방윤림이 그녀가 힘이 세다는 것을 발견하고 몇 번 무술을 가르쳐 준 것이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강명훈을 땅에 내동댕이칠 수 있었고 그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방윤림은 눈빛을 흐리며 차갑게 말했다.“윤미 씨, 진작에 말했어야 했어. 그랬다면 내가 그놈 손을 부러뜨릴 건데...”‘감히 윤미 씨를 갖고 놀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정군호 어르신도 너무했네...”정군호는 이씨 집안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었지만 이윤미의 친아버지라는 건 사실이었다.“윤미 씨, 내가 어르신을 찾아가서 따질까?”방윤림이 지켜야 하는 사람은 이윤미뿐이었고 이은화마저도 그를 좌지우지할 수 없었다.정군호 같은 이씨 집안에서 권세가 없는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그러자 이윤미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나 혼자 처리할 수 있거든... 엄마가 며칠 후에 돌아올 거니까.”“몸매는 화끈하지만 생긴 건 천사처럼 착해 보이는 여자 좀 찾아봐. 유흥업소 같은 곳에 틀어박혀서 사는 사람 말이야. 배경도 좋으면 더 좋고. 아버지한테 큰 선물을 해줄 생각이거든.”‘감히 나를 이렇게 대한다고? 똑같은 방식으로 돌려주고 말겠어...’‘배경이 있는 여자를 찾으면 엄마가 돌
그 말을 들은 방윤림이 웃으면서 말했다.“난 윤미 씨를 위해서 존재하니까.”그는 이윤미의 성격을 매우 좋아했다. 연약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독했고 바른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었다.“가주님께서는 관성에서 별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대.”방윤림이 말했다.이윤미가 두어 번 냉소하면서 말했다.“관성은 강성이랑 다르니까. 강성에서도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데 그 명문 세가들이 있는 관성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지. 강성의 고씨 가문이랑도 비교할 수 없잖아.”지금의 강성은 이은화가 가주 자리에 오를 때의 강성이 아니었다.이씨 가문도 예전의 그 이씨 가문이 아니었고 말이다.이윤미는 이은화가 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비즈니스 쪽으로는 그렇게 뛰어나지 못했다.이씨 그룹이 내리막길로 가는 게 빤히 보이는데 이은화는 속수무책이었으니 말이다. 사내 관리에서도 미흡했다.나이가 들고 에너지가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었고 오빠들이 회사의 권력을 분열시킨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은화는 모자간의 정을 생각해서 아들들을 혼내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큰언니한테 손을 댈 수 있었고 동생에게도 똑같이 손을 댈 수 있었지만 자신이 10개월 동안 임신을 해서 낳은 혈육에 대해서는 마음이 약한 것 같았다.“전씨 가문 아가씨께서 임신 중이라던데 내가 직접 가기가 곤란해서 말이야. 선물을 좀 후하게 준비해 줘.”이윤미와 성소현은 동년배였고 하예정은 그녀의 사촌 조카딸이었다. 사촌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고 외조카라고 하는 게 좀 더 친밀해 보이는 듯하지만 말이다.그래서 하예진이 하루 토스트 가게를 열었을 때도 그녀는 방윤림한테 직접 강성에 가서 축하 선물을 주라고 했었다.이번에는 하예정이 임신했으니 당연히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었다.“알겠어.”이윤미는 차창 밖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들이 이미 번화한 시내 중심을 벗어났다는 것을 알았다.“우리 어디 가?”그러자 방윤림이 대답했다.“나도 어디로 가는지 몰라. 그냥 길이 있는 대로 간 거야. 윤미 씨를 데리고 바
“임신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어?”이윤미가 재치 있게 말했다.“그... 그건 진짜 못하는데...”그 말을 들은 이윤미가 깔깔 웃었다.방윤림도 웃으면서 귀를 살짝 빨갛게 물들였다.한편 이씨 가문 본가에서.이윤정이 긴장한 표정으로 정군호에게 물었다.“아빠, 그 강명훈이라는 사람 말이에요. 믿을 만한 사람 맞아요?”“이윤미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한 것 같아. 방윤림도 곁에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정군호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네 어머니가 곧 돌아오실 거야. 강명훈이 성공하게 되면 이윤미의 혼사를 준비할 수 있어. 이윤미가 쓸모없는 남자한테 시집가면 너보다 못 하니까 너도 노력해서 고현을 놓치지 않도록 해.”“아빠,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어요. 전호영이 있는 한, 저한테 기회는 없어요. 엄마가 신신당부했거든요. 전호영을 건드리지 말라고 말이에요. 우리는 전씨 가문의 미움을 살 수 없거든요.”이윤정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다른 사람으로 바꿀까요?”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강성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이윤정이 반한 사람은 고현이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오직 고현만이 자기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정군호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그건 그렇네. 전호영은 너무 까다로운 데다가 고현도 접근하기 쉽지 않은데... 그럼 새로운 타깃이라도 생긴 거야?”“아직 못 골랐어요. 고현 씨에게 뒤처지지 않는 사람을 고르고 싶어요. 하지만 몇몇 명문 세가만 보면 말이에요. 기혼이거나 너무 어리거나 둘 중 하나더라고요. 그렇다고 능력이 없는 사람은 눈에 안 들어와요.”정군호는 그녀를 위로해 주면서 말했다.“천천히 골라. 언젠가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겠지. 너 엄마한테 일러바쳤다고 하지 않았어? 뭐라고 하시던?”이 일을 언급하자 이윤정이 불쾌하게 말했다.“아빠, 엄마 말이에요. 겉으로는 나를 예뻐해 주시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언니를 더 좋아하는 거 같아요. 제가 친 딸이 아니라는 건 저도 알아요. 친 딸을 편애하시는 것도 정상이고요.”“엄마가 절 싫어한다면
“엄마는 저한테 언니의 차 수리비도 배상하라고 하셨어요. 언니는 차 한 대만 있는 것도 아닌데 고장 나면 바꿀 수도 있고 차들이 가득한데 저보고 수리비를 수천만 원이나 배상하라고 한 거 있죠. 지금 제가 적금도 얼마 없는데 수천만 원이나 내놓는다는 건 제 목숨을 내놓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것도 언니에게 주는 건 더 싫어요.”정군호가 말을 이었다.“방법 없어. 윤미는 우리 가문의 친딸이잖아.”정군호 부녀는 모두 이윤미에 대해 불만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그저 능력 없는 강명훈이 힘을 내서 이윤미와 잠자리를 가져 강명훈에게 시집가는 것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이때 집 밖에서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점점 더 격렬하게 싸우다가 손찌검을 한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집사가 그 싸움을 말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정군호 부녀는 눈을 서로 마주치더니 곧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집 밖으로 나갔다.이씨 가문의 큰 사모님 조윤이 남편과 남편의 내연녀가 또 호텔에 간 사실을 들키고 말았다. 하여 조윤 부부가 싸우면서 집으로 돌아왔고 집에 도착하자 싸움이 점점 더 커졌다.조윤은 이 시각 귀부인의 이미지를 전혀 지키지 않고 미친 사람처럼 남편을 붙잡고 때리면서 잡아당기면서 물어뜯기까지 했다.이윤미의 큰오빠는 자신이 잘못한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엇지만 이씨 가문으로 돌아오더니 갑자기 허리를 곧게 펴고는 조윤에게 반격하기 시작했다.집에서까지 남자가 여자에게 맞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조윤은 도리어 남편의 매를 맞아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었다.그녀는 억울해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었다.“정일범! 네가 감히 나를 때리다니! 네가 감히!”사실 정일범의 얼굴 상황도 별로 좋진 않았다. 그의 얼굴과 목에는 모두 조윤의 기다란 손톱자국으로 가득하여 상처투성이로 되었고 고춧가루를 뿌린 듯 아파져 왔다. 그리고 핏자국도 남아있었다.집사는 정일범을 말리며 설득했다.“큰 도련님, 사모님께 손찌검하지 마세요. 큰 아가씨가 돌아오시면 또
강성 이씨 가문의 떠들썩함은 관성에 있는 하예정 일행은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이은화가 성씨 가문으로 방문하러 간 사실을 하예정이 알고 있었다.저녁 휴식 때 전태윤과 잡담을 나누던 중 하예정은 그 사실을 언급했고 두 사람은 이은화가 보름 넘게 관성에 머물면서 수작을 꾸미고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전태윤은 하예정을 위로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예정이 이은화의 행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기에 전태윤도 사람을 지켜 이은화가 관성에서 아무런 사고도 치지 못하게 몰래 지켜보게 했다.하예정은 줄곧 자기 남자를 믿었기에 전태윤의 걱정하지 말라는 한마디에 시름 놓고 잠잘 수 있었다.다행이도 지금 그녀는 입덧하지 않았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토했을 뿐이다.하예정은 자신이 유청하처럼 출산할 때까지 토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그러나 하예정은 여전히 쉽게 졸렸고 잠들기만 하면 온 세상이 어두컴컴한 것만 같아 전태윤이 그녀를 깨우지 않으면 종종 아침부터 저녁까지, 밤부터 아침까지 잠을 잘 수 있었다.그녀도 자신이 왜 이 정도로 잠을 자는지 이해가 안 갔다.하예정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밝았다.눈을 떠보니 아니나 다를까 첫눈에 보이는 사람이 바로 그녀의 남편이었다.전태윤은 빙그레 웃으며 아침 인사했다.“여보, 좋은 아침이야.”그러고는 다가와 아내의 이마에 뽀뽀했다.전태윤이 다가오자 하예정은 눈을 감고 그의 부드러운 아침 키스를 느꼈다.전태윤의 입맞춤이 끝나자 하예정은 눈을 뜨고 자연스럽게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 안고는 입술에 잠자코 뽀뽀하며 미소를 지었다.“여보, 좋은 아침이에요.”두 사람은 그렇게 아침 인사를 나누고 키스도 나누었다.하예정이 물었다.“지금 몇 시예요?”“시계를 못 봤어. 아마도 7시 혹은 8시일걸.”전태윤은 일어나 침대 머리맡에 놓인 휴대전화를 들어보았다.“벌써 9시네.”하예정도 따라서 일어나 앉았다.“늦은 시간인 줄 알았어요. 제가 일어날 시간이면 항상 늦은 시간이거든요. 왜 이렇게 잠이 많을까요? 우리 아
전태윤도 출근할 필요가 없었기에 전태윤 부부는 마치 합체라도 한 듯 매일 붙어 다녔다.두 사람은 방에서 아침을 먹은 후에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전태윤은 다 먹은 그릇들을 잊지 않고 챙겼다.1층 로비에서 장소민 부부는 하예정과 노동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우빈은 장소민 품에 안겨 있었다.하예정은 계단 위에서 장소민이 가슴 아픈 어조로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우빈이가 요즘 살이 좀 빠진 것 같아. 우빈아, 점심밥 먹을 때 많이 먹어야 해. 요 며칠은 집에서 쉬면서 잘 먹고 잘 자야 해. 이렇게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을 보니까 내가 가슴이 다 아파.”하예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살이 안 빠졌어요. 오히려 몇 킬로 더 쪘는걸요.”어르신들은 항상 자손들을 보면 살이 빠졌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몸보신해야 한다면서 늘 많은 보양식을 차려주곤 한다.“우빈이는 뚱뚱하지도 않네요. 어린아이는 살이 좀 찌는 게 더 귀여운데. 난 아이들이 통통하게 살이 찌면 더 귀엽더라고요.”장소민은 다시 우빈의 작은 얼굴에 뽀뽀하고 웃으며 말했다.“우빈아, 엄마 말이 맞지 않아. 너 전혀 뚱뚱하지 않아. 많이 먹어야 키가 더 크게 자랄 수 있어.”우빈이가 앳된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저의 이모보다 더 잘 먹어요.”“그래? 나보다 더 잘 먹어? 그럼 좀 이따가 누가 더 많이 먹는지 겨뤄보지 뭐.”하예정이 우빈의 말을 이었다.우빈은 고개를 들어 이모가 위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더니 바로 장소민의 품에서 나와 기쁜 표정으로 하예정에게 달려갔다.집안 어르신들은 우빈에게 너무 빨리 뛰지 말라고,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연이어 주의를 시키었다.장소민은 하예정에게 걱정하며 말을 건넸다.“예정아, 발밑을 조심해.”하예정은 계단에서 내려와 그녀에게 달려오는 우빈을 보면서 두 팔을 벌려 안으려 했다.하인은 전태윤의 손에 들려 있는 쟁반을 보더니 급히 다가가 전태윤에게서 그 그릇들을 건네받아 부엌으로 가져가 씻었다.하예정이 달려오는 우빈을 안자 전태
여운별은 의아했다.“제가 왜 얼굴을 바꿔야 하죠? 저는 저의 자연스러운 얼굴이 마음에 들어요. 바꾸고 싶지 않아요.”용태호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얼굴에 칼을 대는 것이 싫으시면 가면을 쓰고 다니세요. 문을 나설 때마다 인피 가면을 쓰고 다니시면 돼요. 제가 준비해 드린 이 가면을 쓰면 누구도 운별 씨를 알아보지 못할 거에요. 손오공이 온다 해도 운별 씨인 것을 알아보지 못할걸요. 그리고 제가 새로운 신분도 드릴게요. 우리의 협력이 끝날 때까지 운별 씨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신분을 회복할 수 없어요. 제가 장담하건대, 저의 일이 잘 처리되면 당신이 원하는 여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운별 씨에게 드릴게요.”“그리고 운별 씨의 장님 언니는 제가 개미 한 마리 죽이듯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 운별 씨가 저에게 협조하여 저의 일이 잘 처리된다면 제가 운별 씨가 원하는 모든 것을 빼앗아 드릴 수 있어요.”용태호는 마치 그가 전이진을 쥐어 죽이는 것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과 같이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매우 오만방자하게 말했다.이어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태호 씨가 그 정도로 능력이 있다고요? 저의 장님 언니는 이미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거든요. 태호 씨는 관성의 사람이 아니죠? 전씨 가문의 지위를 모르시는 것 같은데. 감옥으로 들어가시기 전에 우리 부모님조차 전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감히 큰소리도 못 치고 조심스럽게 비위를 맞춰야 했단 말이에요.”“전씨 가문은 재력이 풍부하고 인맥이 넓을 뿐만 아니라 친척과 친구들이 모두 재벌가에요. 또한, 그들의 자손도 많기에 관성에서 많은 재벌가가 전씨 가문과 친척 관계를 맺고 있었고 따라서 전씨 가문을 건드린다는 것은 관성의 상위층 재벌가들 전체와 적이 되는 것과 다름없어요.”여운별은 어리고 그녀의 부모님 밑에서 버릇없이 자라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능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씨 가문이 관성에서의 지위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은 옛
여운별은 도도하게 물었다.중년 남자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제 이름은 용태호라고 합니다. 통성명했으니 우리 이제 아는 사이 아닌가요?”그 남자는 건방진 표정으로 여운별에게 다가오더니 그녀의 몸매와 얼굴을 과감하게 훑어보면서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운별 씨, 앉으세요. 앉아서 얘기 좀 해요.”“태호 씨, 여기는 우리 집이에요. 주인인 척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불법 침입이라고요. 아시겠어요? 제가 언제든지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들을 내쫓을 수 있다고요.”용태호의 나이가 40~50대로서 몸 관리도 잘하고 얼굴도 못생긴 편은 아니었으며 품위 있는 중년 남자였다.그러나 용태호의 눈빛이 너무 건방진 탓으로 여운별은 그의 시선이 자신의 몸을 훑으며 사냥감을 살피는 듯한 표정이 싫었다.“네. 저희 잘못이에요. 저희가 사과드릴게요.”용태호는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이때 경호원 한 명이 다가가서 새 가방을 용태호에게 건네주었다.용태호는 그 가방을 건네받더니 다시 여운별에게 건네주며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운별 씨, 이것은 제가 운별 씨한테 사죄 선물입니다. 작은 성의이니 반드시 받으셔야 합니다. 아니면 우리를 용서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요.”“저는 가방이 부족하지 않아요.”여운별의 태도는 여전히 도도했다.여운별을 세상 물정도 모르고 아무나 준 가방이나 들고 다니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단 말인가!그 가방은 에르메스 가방이었다.“저는 운별 씨가 지금 가방이 아닌 돈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용태호는 일어나 그 가방을 여운별의 손에 쥐여 주며 말을 건넸다.“먼저 가방을 받아요. 잠시 후에 우리 다시 협력에 관해 이야기합시다.”“제가 지금 돈도, 힘도, 능력도 없는데, 저와 무슨 일을 협력하고 싶으신지 모르겠네요. 또 정씨 아주머니처럼 저와 연합해서 일하겠다고 하고는 성의도 없이 돈 수백만 원만 던져주며 사라지는 건 아니겠죠? 제가 만만해요?”용태호는 눈동자를 반짝이더니 웃으면서 되물었다.“정씨 사모님 말씀이신가요?”“네.
여운초는 여천우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말을 건넸다.“운별이가 때렸어?”여운별에게 맞은 얼굴을 만지며 여천우가 대답했다.“응. 그 뒤로 또 내 뺨을 때려고 했는데 내가 피했어. 운별 누나가 우리 부모님 뵈러 갔다가 부모님 명의로 된 재산을 전부 나에게 물려준 사실을 알고 나한테 따지러 왔거든. 누나, 운별 누나 신경 쓰지 마. 우리 부모님께서 운별 누나를 응석받이로 키우셔서 버릇이 없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으로 자랐어. 세상의 악랄함을 맛보아야 성숙해질 거야.”여운초는 그의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가슴 아픈 표정으로 만져주면서 말했다.“운별은 미쳤어. 어머니한테 응석받이로 자라서 그래. 평생 지켜줄 능력이 없으면서 사람을 폐인으로 키우셨어. 운별이를 해친 거나 다름없어.”추미자 부부가 운별이를 해친 거나 다름없다.자식들을 응석받이로 키우다니, 자식들을 해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오늘날 여운별의 버릇들은 전부 추미자 부부가 초래한 결과이다.“들어가서 얼음찜질 좀 하자.”“응.”두 사람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욕설을 퍼붓던 여운별은 결국 세 집으로 돌아갔다.문을 열자마자 여운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의 집에는 낯선 사람 열 명이나 있었다. 그중 한 중년 남자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 외,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중년 남자 주위에 조용히 서 있었다.그 중년 남자의 경호원으로 보였다.‘내가 잘못 들어왔나?’“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들어왔네요.”여운별은 정신을 차리고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운별 씨가 잘못 들어온 게 아닙니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초대하지 않았는데 운별 씨 허락도 없이 들어왔어요. 운별 씨가 놀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여운별은 멍하니 서 있었다.그들이 여운별을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그들이 누구인지도 몰랐다.‘왜 내가 출소한 뒤로 항상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오지?’정현숙도 그렇고 지금 이 낯선 중년 남자도 그렇다.“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이리 와서 앉으세요. 제가 운별 씨와 하
하지만 여천우와 여운별 집에서는 여천우가 바로 여씨 가문의 주인이다!여운별은 재빨리 그 100만 원을 확인했다.여천우가 떠나가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그를 잡아끌며 사정했다.“천우야, 조금만 더 줘. 2000만 원, 아니... 1000만 원도 돼. 100만 원으로는 정말 부족하단 말이야. 운초 몰래 내 명의로 된 부동산 소유증과 열쇠를 훔쳐 와도 되고.”여운별은 추미자가 자신에게 집 몇 채를 사준 기억을 떠올렸다.그녀가 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서 자지 않고 추미자가 학교 근처에 집을 사주었다.그러다가 여운별이 학교에 다니지 않자 추미자는 그 집을 세주었고 세 값이 얼마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그러나 여운별은 그것이 그녀에게 사준 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부동산 증서와 열쇠만 가지게 되면, 집을 팔아 큰돈을 벌 수 있었다.여운별 명의로 된 집들은 학교 부근 주택이라 집 한 채가 10억에 달했다.“운초가 무슨 근거로 내 부동산 소유증까지 가져가? 그건 내 재산인데 왜 운초가 가져가?”부동산 소유증은 추미자 부부 방의 금고 안에 있었다.지난번에 여운초가 여운별을 속여 금고를 열게 한 뒤로 그 안의 귀중한 물품들과 일부 현금은 모두 여운초가 가져갔다.여천우는 여운별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내가 엄마 보러 갔을 때 엄마가 나한테 신신당부하셨어. 누나 명의로 된 부동산 소유증을 누나가 팔아넘길까 봐 누나에게 넘겨서는 절대 안 된다고. 그리고 그 부동산은 소유증에는 누나뿐만 아니라 우리 엄마 이름도 쓰여있어. 엄마 사인 없이 누나가 혼자 집을 팔 수 없을 거야. 눈독 들일 생각하지 마.”여운별은 할 말을 잃었다.그랬다.예전에 여운별이 아직 학교에 다녔기에 추미자가 사준 집에는 추미자의 이름이 등록된 것도 아주 당연했다.여천우는 다시 별장으로 돌아갔다.여운별은 또 쫓아가려고 했지만, 여운초가 별장의 입구에 나타난 것을 보더니 그제야 단념하고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여운초 남매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여운초! 여천우! 난 가만
여천우가 바로 거부했다.“누나, 이건 내가 도울 수 없어. 운초 누나의 일은 나도 어쩔 수 없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돈도 전부 운초 누나가 준 돈이니까. 나도 잠시 운초 누나가 먹여 살려줘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운초 누나의 생각을 바꿀 수 있겠어?”설령 여천우는 여운초가 여운별의 정지된 카드를 풀게끔 설득할 수 있다고 해도 여천우는 하지 않을 것이다.여천우와 여운초의 의도가 바로 여운별이 함부로 돈을 써서 재산을 탕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여천우는 여운별을 궁지로 몰아넣어 그녀 스스로 돈을 벌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그렇지 않으면 여운별은 아마도 여운초에게 평생 눌리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어쨌든 여운별과 여운초는 친자매였기 때문에 여천우도 여운별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너도 운초가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 이상 나와 손을 잡고 운초를 상대해야지, 운초의 말에 속아 넘어가 부모님을 만나면 어떡해? 그것도 부모님 재산을 너의 명의로 바꾸라고 한 것도 운초의 생각이지? 운초가 가르쳐준 거지?”“천우야, 운초는 우리 가문의 재산을 독차지하고 싶을 뿐이야. 내가 어떻게 우리 가문의 재산을 탕진할 수 있겠어? 우리 가문에 사업이 그토록 많은데 우리가 우리 재산을 가져오기만 한다면 돈은 떼처럼 굴러올걸. 우리 남매 3대가 쓰기에도 충분할 거라고.”이때 여천우가 또 반박했다.“운별 누나. 우리 집은 누나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돈이 많지 않아. 일부 재산은 운초 누나 소유이고 또 우리 부모님 장사는 법을 어기는 장사야. 일찍 압류당하고 벌금도 낸 거 몰라? 합법적인 사업은 얼마 되지도 않아.”여운별이 말을 이었다.“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나도 알아. 우리 집은 돈이 엄청 많다는걸. 엄마가 알려주셨어. 운초 장님이 뭐가 돈이 있다고... 둘째 삼촌이 돌아가시고 나서 여씨 그룹의 장사는 줄곧 우리 부모님께서 하고 계셨는데. 그 재산도 마땅히 우리 것이어야 해. 쓸데없는 소리 말고 한 가지만 물
여천우에게 엄하게 대하고, 어려서부터 독립시킨 것은 모두 그를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서였다.후계자가 독립할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여씨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단 말인가!다만 여천우가 아직 젊어서 추미자 부부가 대놓고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여천우도 성인이 되었고 여운별이 출소하자마자 난리를 피웠기 때문에 재산을 위해서라도 추미자 부부는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아들 여천우에게 넘겨주기로 했다.여천우는 여운별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여운별이 스스로 돈을 벌어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되면 더는 여운별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시집가게 되면 여천우는 그녀에게 후한 혼수를 줄 것으로 계획했다.여운초도 그깟 재산을 두고 그들과 다투지는 않을 것이다.여운초가 원하는 것은 단지 공평이었다.“엄마와 아빠는 모두 동의하지 않을 거야.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꿈도 꾸지 마!”사실 여운별도 그녀의 부모님이 동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결국, 추미자 부부가 선택한 사람이 그들이 가장 아끼는 친딸 여운별이 아니라 아들 여천우라는 사실을 믿기 싫었을 뿐이다.정녕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여천우에게 물려주려 했는가!여운별에 대한 사랑은 역시 성별을 초월할 수 없었던 건가!추미자 부부는 한 번도 여운별에게 재산을 넘겨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여운별은 이 사실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들이 남자를 더 중히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어릴 때부터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었다.그러나 여천우가 원하는 것은 무언가 대가를 치러야만 얻을 수 있었고 심지어 얻지 못할 때도 있었다.여운별은 추미자 부부의 사랑이 완전히 그녀 쪽으로 기울었다고 생각했다.추미자 부부는 여운초를 아끼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가 죽기를 바랐다.여운별은 그녀의 부모님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여천우가 아닌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여천우는 여운별의 무너지는 모습을 보더니 입술을 오므리다가 말을 이었다.“누나, 누나
“여천우, 이 나쁜 놈아! 이제 다 커서 여운초와 연합해 친누나를 괴롭히려고 들어? 난 네가 감옥으로 가서 단지 우리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찾아간 줄로 알았는데, 우리 부모님 재산을 노리고 간 거였어? 엄마 아빠 재산도 내 몫이니까 혼자 차지하려고 하지 마!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사람은 나야. 우리 부모님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전부 너에게 주지 주지는 않을걸. 그러니까 엄마 아빠 귀찮게 하지 마!”여운별도 면회하러 가서야 여천우가 그날 추미자 부부의 면회를 하러 간 것을 알게 되었다.여천우는 추미자 부부에게 그들이 압류당하지 않은 재산을 여천우 한 사람에게만 물려달라고, 여운별과 여운초에게는 재산을 주지 말자고 제안했다.여운초는 여태웅의 자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재산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운별은 그녀의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딸로서 자산을 가지지 못 가질 리가 없었다.여운별은 이미 변호사와 만나 여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여운초의 모든 재산을 되찾으려고 계획했다.그러나 남동생 여천우가 독점할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겉모습만 봐서는 안 된다는 말이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평소에는 철이 들고 착한 동생인데 이토록 큰 야망을 품고 있었다니!아니, 여미란과 여미정의 말대로 여운초가 꾸민 짓일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정말로 소송을 걸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이 소송 때문에 여운초가 현재 가진 재산 일부를 토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추미자가 그들의 재산을 전부 여천우에게 물려준다면, 여운초와 여천우의 두터운 친분으로 볼 때 그 재산도 여천우의 손에 잠시 머물러 있을 가능성도 아주 크다.여씨 가문의 모든 재산은 결국 여운초의 손에 넘어가고 심지어 여운별이 아무리 소송을 걸어도 이길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여운별의 부모님은 현재 살아계시고 또한 부모님의 재산도 그들의 의향대로 지정된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다. 그리고 여운별도 성인이 다 되었기에 그녀의 부모님도 이제 그녀를 키울 책임이 없다
게다가 우빈이도 장점이 있는 어린이였다.그는 독서와 글씨를 쓰는 데 있어서 용정보다 조금 나은 편이다.용정은 숫자를 많이 읽는다지만 잘 쓰지 못했다. 이 또한 전태윤이 우빈을 칭찬할 때 자주 쓰는 말이었다.그러나 우빈은 전태윤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여겼다. 전태윤이 어른일 뿐만 아니라 전씨 그룹의 대표였기 때문에 그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라고 믿었다.우빈은 이렇게 자신을 설득하더니 더는 입을 삐죽 내밀지 않고 용정을 끌어당기며 말했다.“가자, 우리 들어가서 뭐 먹자. 배고파.”“나도 배고프다.”두 녀석은 또 즐겁게 팔짝팔짝 뛰며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여씨 가문.여운별은 별장 입구에 멀찌감치 서 있다가 여천우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다.한참 후에야 여천우가 집안에서 나왔다.여천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여운별은 어두운 얼굴로 걸어가다가 손을 들어 여천우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짝!여천우는 여운별이 자신을 보자마자 뺨을 때릴 줄은 몰랐다.그는 단지 여운별이 자신이 곧 학교로 돌아갈 것을 알고 특별히 찾으러 온 줄로만 알았지만 만나자마자 뺨을 때릴 줄은 몰랐다.“누나. 왜 때려?”여천우는 맞은 얼굴을 만지며 여운별에게 물었다.여운별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누나라고 부르지 마. 내가 네 누나가 맞긴 한 거야? 어려서부터 너는 여운초를 좋아하고 나와 가깝게 지내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여운초와 연합해서 나를 상대하려고 해? 여천우! 너 미쳤어? 나야말로 너의 친누나거든! 같은 엄마 배에서 나온 친누나라고. 여운초는 네 사촌 누나일 뿐이야!”여천우도 바로 화를 냈다.“내가 미쳤다고? 누나! 누나는 우리 부모님 밑에서 응석받이로 자라면서 못된 것만 배웠잖아! 내가 미쳤다고? 누나가 미친 거 아니야? 운초 누나는 내 사촌 누나이자 내 친누나야. 운초 누나도 나와 같은 엄마 뱃속에서 나온 친누나야! 영원한 내 친누나라고!”여운별은 화가 나서 또 여천우의 뺨을 후려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여천우가 막을 준비를 하고
우빈이가 툭하면 어린이집에 안 가는 데 익숙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명확하게 일러둬야 한다고 하예정은 생각했다. 이번에는 용정이 모처럼 놀러 왔고 또 용정이 관성에서 친구란 우빈이밖에 없으니, 이번만은 응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우빈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을 약속했다.용정도 따라서 말했다.“아주머니, 다음번에는 제가 여름방학 혹은 겨울방학을 하는 틈을 타서 올 게요. 그러면 누구도 휴가를 내지 않아도 되잖아요.”“이모, 지금 당장 엄마한테 전화해서 얘기하면 안 돼요?”우빈이한테는 지금 휴가를 내는 일이 급선무였다.그래야 시름 놓고 놀 수 있을 것 같았다.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전태윤을 째려보았다. 전태윤은 일부러 하예정의 시선을 피하여 고개를 돌려 딴 곳을 쳐다보는 척했다. 하혜정은 속으로 남편이 우빈이의 일을 자신한테 떠밀었다고 투덜댔다.“알았어.”하예정은 마지못해 하예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예진이 전화를 받자 하예정이 말했다.“언니, 우빈이가 할 얘기 있대.”그러고 나서 휴대폰을 우빈이에게 넘겨주면서 말했다.“우빈아, 네가 직접 엄마하고 얘기해.”우빈이는 전화를 받아쥐고 하예진에게 휴가를 내려는 사유를 자초지종 말했다.하예진도 하예정과 똑같은 말을 하고 나서 우빈이가 하루 휴가를 내서 모처럼 찾아온 친구랑 노는 것에 응낙했다.그러자 우빈이는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돌려준 후 용정의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면서 기뻐했다. 그러고는 대결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용정에게 말했다.“용정아, 나 요즘 아주 열심히 무술을 연마했어. 우리 한 번 대결해.”용정이 자신만만해서 말했다.“넌 나한테 질 거야. 나한테 져서 화내면 안 돼. 알았지?”지난 여름방학 때 두 사람이 함께 놀 때 우빈이가 항상 져서 기분이 언짢아했었다.용정은 그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모연정이 용정이보고 우빈이는 손님인데 왜 양보하지 않았냐고 핀잔했다.하지만 용정은 어떻게 양보해야 할지 몰랐다. 아직 자연스럽게 져주는 법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