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혁이 더는 입을 열려 하지 않으니 하예정도 더는 캐묻기가 어려웠다.하지만 할머니가 선택한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전이혁과 함께 만나게 될 것이다.할머니께서 전태윤 동생들에게 배우자를 찾아줄 때마다 그녀들이 하예정과 잘 맞는지도 고려해 본다. 그래서 선택받은 이들은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래야만 하예정과 어울릴 수 있으니까. 할머니께서 가장 아끼는 것은 태윤 부부였다.장손이니 지위부터 달랐다.또한, 전태윤은 전씨 가문 현재 주인이고 하예정도 곧 여주인이 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하예정도 노력해서 동서들과 정을 쌓고 덕으로 그들을 복종시켜야만 여주인으로서 진심으로 존경 받을 수 있다.“태윤이 형, 형수님. 그럼 저는 이만 부모님에게 가볼게요. 돌아와도 말 한마디 없다고 야단맞기 전에 인사드리러 갈게요.”전이혁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떴다.그는 하예정이 흥미진진하게 자신을 보는 것이 두려웠다. 형수님이 관심을 보이면 큰형이 눈빛으로 압박하며 그의 이야기를 공유해줄 것이 뻔한 일이었다. 형수님이 워낙 구경하기 좋아하는지라 큰형은 꼭 그런 형수님의 환심을 사려 할 것이다. “말 돌리고 떠나는 걸 보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요.”하예정이 웃으며 전태윤에게 물었다.“태윤 씨, 할머니께서 어느 집 아가씨를 이혁이한테 소개해 줬는지 아세요?”“잘 모르는데, 관심도 없고. 난 당신이 있잖아. 내 맘속과 닿는 시선 속엔 당신밖에 없어. 다른 여잔 나랑 상관없고 시간 낭비하면서 관심할 생각 없어. ”“....” 하예정 남편이 그래 오로지 그녀만 바라보는 사람이지. 많은 사람이 돌아온 서원 리조트는 밤새 떠들썩한 후에야 점차 평정을 되찾았다.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전태윤은 하예정을 데리고 서원 리조트를 떠났다. 오늘은 하예진의 새 가게가 오픈하는 날이라 젊은 부부는 언니를 응원하러 갔다.하루 레스토랑 입구에는 꽃바구니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 하예진의 레스토랑 개업을 축하하기 위해 보내온 것이다.축하하러 온 이들이 하예진을 이젠 하
“알았어, 언니. 거의 다 왔어.”“그리고 태윤 씨가 운전하고 있으니까 안심해. 엄청 안전하다니까.”전태윤이 워낙 듬직한지라 하예진은 비로소 시름이 놓였다.안전을 담보한 뒤 자매는 통화를 종료했다. 노동명은 하예진의 통화가 끝나길 기다린 뒤에야 입을 열었다.“예진 씨, 예정이와 태윤이 거의 다 왔죠?”“아까 5분 걸린다고 했으니까 이삼 분 정도 더 기다리면 도착할 거 같네요. 예배 시간은 놓치지 않을 거니까 걱정 마세요. 그보다 노 대표님, 들어가서 좀 휴식하는 게 어때요?”노동명은 너무 바삐 돌아다니느라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했는지 눈 밑에 다크써클이 아주 선명했다. 그것을 본 하예진이 가슴이 아파 나서 제안한 것이다.노동명은 하루 레스토랑 여는 일을 도와주느라 아주 많이 고생했다. 그녀와 함께 밤을 새우면서 분주히 돌아다녔다.이혼 후 사랑도 혼인도 더는 믿을 수 없었던 하예진은 그녀만을 바라보는 노동명을 만난 뒤 생각을 바꾸었다. 쓰레기 하나 만났다고 이 세상 모든 남자를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되는 일이다.좋은 남자는 있다. 남자들은 누구나 주형인같이 찌질남인것은 아니다. 전태윤처럼 동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좋은 남자가 존재한다.노동명은 주형인 보다 우수했고 현재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해도 전남편보다 수백 배 나았다. 하예진은 할머니께서 그녀를 설득하며 하신 말씀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쩌면 그녀는 다시 한번 사랑을 믿을 수 있고 다시 한번 혼인으로 내기를 걸 수 있을 것 같았다.내기에서 그녀가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예진 씨, 저는 힘들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아요. 아주 기쁘기만 한 걸요. 휴식할 필요도 없어요. 몸이 휴식한다 해도 제 마음은 언제나 예진씨와 함께하고 싶어요.”노동명이 하예진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예진 씨와 함께 기다릴 거예요.”그는 의기양양한 하예진을 좋아한다.하예진이 가게를 하나하나 열어가고 차근차근 그녀만의 음식 왕국을 만들어가는 것을 볼 때마다 심장이 벅차게 요동친다.그녀
하예정은 언니에게 하루 레스토랑에 투자한 뒤로 돈이 부족하지 않으냐고 몇 번이나 물었고 돈이 부족하면 꼭 알려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하예진은 확실히 그동안 벌어들인 돈을 모두 새 가게에 투자했고 적금도 부분적으로 사용했다.하지만 궁지에 몰릴 정도로 돈이 부족하지는 않았다.동생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하예정 부부는 언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하예진은 평소에도 하예정이 주는 돈을 받지 않았기에 하예정 부부는 새 가게를 오픈하는 틈을 타 돈을 보태주려고 했다.하여 하예정 부부는 따로 돈 봉투를 준비했다.“시간이 다 됐어요. 먼저 신께 절을 올립시다!”“네.”하예진은 가게 사장으로서 먼저 향을 피워 앞에 꽂은 뒤 마음속으로 묵상했다.‘아버지, 어머니. 제가 또 새로운 가게를 오픈했어요. 하늘나라에서 저의 사업을 번창하게 만들어주시고 제가 점점 더 강해지도록 저의 뒷받침이 되어 주세요.’부모님께서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을까!두 자매가 모두 사업도 되어가고 생활도 날따라 좋아지는 모습을 본다면 그녀들의 부모님께서는 매우 기뻐하실 것이다.신께 인사드리는 의식이 끝났고 축하하러 가게로 온 손님들이 있는가 하면 진정으로 가게 요리들이 맛있는지 맛보러 온 손님들도 적지 않았다.하루 레스토랑 가게 안은 순간 손님들로 들끓었다.“예진아. 예진아!”주서인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주서인 여사는 항상 이렇게 높은 톤으로 등장했다. 마치 그녀와 하루 레스토랑 사장님이 아는 사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모를까 봐 걱정하는 것처럼 말이다.주서인 부부가 같이 들어왔다.“서인 언니.”옛일이 어떻든 간에 오늘은 가게 오픈일이라 하예진은 축하해주러 오는 주서인 부부한테 예의 갖춰 인사했다..“예진아, 우리가 늦은 건 아니지?”하예정이 붉은 드레스를 입고 옅은 화장을 한 얼굴을 본 주서인은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의 하예진은 결혼 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았다.하예진은 원래 미인이었다.예전에는 너무 뚱뚱해진 탓에 그 미모가 감추어진 것이다.
주서인은 남편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돈 봉투 안에서 60만 원을 꺼내 하예진에게 40만 원만 부조하려 했다.하지만 주서인은 남편에게 하예정 자매와 관계를 회복할 좋은 기회를 망치지 말라고, 부모님께서 부조하실 돈까지 꿀꺽 삼키려 들다니 너무 생각이 짧다고 비난받았다.하여 주서인은 이내 생각을 접고 아픈 가슴을 위로하면서 돈 100만 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하예정에게 건넸다.“이것은 우리 부모님께서 부탁하신 축의금이야. 우리 부모님과 형인이가 축하한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어.”주서인은 마음속으로 하예진이 그 돈 봉투를 받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게 되면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께 하예진이 돈 봉투를 받았다고 거짓말하고 그 돈을 자신이 삼키면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하예진은 그 돈 봉투를 이내 건네받았고 바로 인사했다.“정말 고마워서 어떡해요. 고맙다고 전해주세요.”주서인은 돈 봉투를 건네받은 하예진을 보며 억지웃음을 지었다.“먼저 자리를 찾아 앉으셔서 차 좀 드세요. 제가 다른 손님들께도 인사드려야 해서요.”하예진은 주서인 부부에게 앉으라고 말하고는 몇 마디 인사말을 건넨 뒤 자리를 떠났다.주서인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축하하러 온 사람 중에서 남자들은 모두 양복과 가죽 구두 차림으로, 여자들은 명품으로 옷으로 차려입은 것을 발견했다.한눈에 봐도 모두 지위와 신분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주서인 부부가 아무리 뻔뻔하고 담이 크다 해도 감히 나서서 그들 사이에 끼어들지는 못했다.아는 사람이라고는 단지 전태윤 부부와 노동명이였다.주서인 하예정에게 인사하러 가고 싶었지만 하예정의 성격을 잘 알았기에, 또 전태윤을 두려워한 탓에 결국 인사하러 가지 못했다.주서인은 노동명이 주인처럼 하예진과 함께 손님을 대접하는 모습을 보더니 질투 나서 작은 소리로 남편에게 불만을 토로했다.“예진이가 돈이 이렇게 많으면서도 우리 부모님 돈을 받네요. 우리 부모님도 나이가 많으셔서 돈도 얼마 없는데 예진이는 뻔뻔스럽게도 그 돈을 받네요.”남편은 어이
하예정은 웨이터를 시켜 주서인 부부를 접대하도록 했다.하예정도 언니를 돕고 있었다.하예정은 틈을 타 하예진에게 물었다.“서인 언니를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여기로 스스로 찾아 온 거예요? 아니면 언니가 초대한 거예요?”하예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찾아온 거야. 우빈이 체면을 봐서라도 손님으로 대접해야지.”여자들은 시집갈 때 반드시 눈을 잘 비비고 가야 한다.하예진처럼 찌질남한테 시집가서 자식들이 성품이 바닥난 친척들을 두게 해서는 안 된다.“언니, 서인 언니가 언니한테 돈 봉투를 건넸을 때 표정을 봤어? 정말 주기 싫어하는 표정이더라고. 가슴 아파하는 표정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웃고 싶었는지. 아마 언니가 그 돈을 받지 않을 거로 생각한 것 같더라고.”하예정이 작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하예진도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우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보낸 봉투거든. 서인 언니가 돈 한 푼도 내지 않고 그냥 부모님 축의금만 가져온 것뿐이야. 봉투 안에 들어있는 100만 원을 보면서 구두쇠 본능이 드러난 거지. 가슴 아픈 건 당연한 거야.”“내가 돈 봉투를 받지 않을 줄 알았겠지. 그러면 그 돈을 혼자서 꿀꺽 삼키고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내가 받았다고 거짓말할 속셈이었을 거야.”하예정이 말을 이었다.“설마. 서인 언니가 그렇게 행동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내가 형수님으로 모시면서 살아온 경험으로 보면 그럴 분이시거든. 네가 아무리 잘해줘도, 너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해도 여전히 너에게서 덕을 보려고 하는 사람이야.”강산은 바꾸기 쉬워도 본성은 바꾸기 어렵다더니!하예정이 나지막이 말했다.“애초에 우빈의 양육권을 가져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빈이를 그 집에 남겨두었더라면 얼마나 비뚤어져 있을지 모르는 일이잖아.”주경진 부부가 키워낸 외손자가 어떤 성품인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내 배로 낳은 아이기 때문에 내가 데려가야 해. 그 집안에 남겨서는 절대 안 돼. 주말에 우빈이를 데리고 형인 씨 보러
하예진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앞으로의 일을 누가 알겠어. 우리가 우빈이를 잘 가르치고 나중에 우빈이가 결정하게 할 거야. 형인 씨가 양육비도 주고 있어서 난 우빈이가 주씨 집안과 연락하는 것을 반대하진 않아.”“그래. 오늘 같은 좋은 날 이런 말 하지 말자. 언니 가게가 오픈 첫날인데 우리가 좋은 생각만 하자. 그래야 장사도 잘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어.”하예진이 웃었다.“고마워. 네 말대로 우리 가게가 정말 잘 될 거야.”하예진은 자신의 경영 이념과 요리 솜씨에 대해 자신감이 넘쳤다.“하 사장님.”웨이터가 낯선 남자 한 명을 모시고 밖에서 들어왔다.“하 사장님, 이분이 강성에서 오셨다면서 기어코 사장님을 뵙겠다고 하세요.”‘강성에 왔다고?’하예진 자매는 모두 그 낯선 남자를 바라보았다.상대방은 공손하게 하예진을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하예진과 악수를 한 후 그는 하예진의 옆에 있는 하예정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이분이 바로 관성의 유명한 전씨 가문의 사모님 하예정 씨인가요?”낯선 남자는 말하면서 또 하예정을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하예정도 예의상 손을 내밀어 그 남자와 악수를 했다. 그는 웃으며 말을 건넸다.“예정 씨, 반가워요.”하예정도 웃었다.“성함이 어떻게 되세요?”“방윤림입니다.”“이윤미 씨가 보내신 분입니까?”하예진이 물었다.하예진은 강성에서 올 수 있는 사람은 이윤미밖에 없을 것이다.이씨 가문에서 수십 년 전 이 가주의 자매 사이 권력 다툼 사건을 조사할 의향 있는 사람은 이윤미뿐이었다.지난번 이윤미가 성씨 가문으로 이경혜를 찾아왔을 때 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중요한 얘기만 나누고 이내 자리를 떠났기에 성씨 가문에 머무른 시간이 아주 짧았다.그 후로 이경혜는 이윤미가 남긴 피를 가지고 DNA 검사를 해 본 결과 모두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이경혜와 이윤미 사이에 혈연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은 사촌지간으로 추정되었다.
하예진이 대답했다.“윤미 씨께 감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하예진은 결국 손을 내밀어 그 돈 봉투를 건네받았다.그리고 나중에 강성에 갈 때 그 돈 봉투를 직접 이윤미에게 돌려주어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하 사장님 말씀을 저희 아가씨께 전해드릴게요. 저는 그럼 이만 가볼게요. 가게 오픈한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식사하고 가세요.”방윤림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아가씨가 지금 이씨 가문에서 뿌리를 깊게 박지 못하셨거든요. 우리가 하는 일마다 유난히 조심해야 해서 먼저 가볼게요.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방윤림은 하예정 자매를 향해 손을 저었고 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방윤림의 뒷모습은 반듯하고 몸가짐이 꼿꼿했으며 걸음걸이가 매우 안정 되었다. 이윤미가 하예진의 가게로 방윤임을 몰래 보낸 것으로 보면 이윤미가 이 남자를 매우 믿고 있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다.“윤미 씨 심복일 거야.”하예정이 조용히 말했다.“그 이상일걸.”하예진은 방윤림이 이윤미를 언급할 때마다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면 아마도 이윤미에게 남다른 감정이 있을지도 모른다.하예정은 웃었다.“윤미 씨도 없는데 노골적으로 말해도 돼.”하예진도 가볍게 웃었다.“윤미 씨가 축의금을 보내올 줄은 몰랐어. 아마 우리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을 거야.”“정확히 말하면 언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는 거지. 이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윤미 씨도 매우 똑똑하거든.”“만약 이모가 우리를 데리고 이씨 가문으로 돌아가 권력을 쟁취한다면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사람은 언니뿐이잖아. 윤미 씨의 가장 강력한 적수는 언니야.”“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언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며 모든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어야 만이 언니를 상대하기가 쉬워지거든.”하예진은 축의금이 들어있는 돈 봉투를 뜯지도 않은 채 가방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동생의 말고 다시 입을 열었다.“엄밀히 말하면 윤미 씨는 우리 사촌 이모야. 넌 그녀를 본 적이 없지만 난 이모와 윤미 씨를 만난 적이
하예진은 노동명과 우빈이가 함께 자는 모습이 마치 부자처럼 느껴졌다.하예진은 두 사람을 바로 깨우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직원들이 퇴근하기 전에 이미 가게 안의 모든 것을 깨끗이 치워놓았기에 가게는 말끔히 정돈되어 있었다.오늘은 오픈 첫날이라 그녀의 친척과 친구들 외 많은 사람이 들어와서 식사했다. 오늘 하예진은 가게로 들어와서 식사하는 손님마다 할인해주었고 자그마한 선물도 준비해 주었다.조금 전 하예진이 오늘의 장부를 계산해 보았는데 그 수입이 하루 토스트 가게보다 훨씬 많았다.가게 오픈 첫날에 많은 귀빈이 참석했고 그 귀빈들 때문에 이곳에 와서 식사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미래의 경영 상황을 잘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하예진은 자신의 하루 레스토랑이 하루 토스트 가게를 능가할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었다.눈앞의 목표를 달성한 후 하예진은 또 다음 목표를 연이어 진행하려고 계획했다.하예진은 의자 하나를 살며시 잡아당겨 자리에 앉았고 깊이 잠들어 있는 두 사람을 조용히 지켜보았다.하예정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퇴근했다. 하예정은 임신하고 있었기에 하예진은 친동생을 가게에서 늦게까지 있게 하지 않았고 점심 식사가 끝난 뒤 바로 제부에게 부탁해 동생을 집으로 데겨가게 했다.다른 지인들도 오후 늦게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밤늦게까지 하예진의 곁을 지킨 사람은 사랑하는 아들과 그녀를 1년 가까이 연모한 노동명이였다.노동명은 입원 기간 살이 많이 빠졌다. 퇴원 후로 마음을 추스르고 정신이 많이 좋아졌고 빠졌던 살들도 천천히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노동명은 만약 그가 매일 재활을 꾸준히 하지 않고 계속 살이 찌기 시작한다면 뚱보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그리고 하예진에게 만약 그가 뚱뚱보로 된다면 그를 좋아하게 될 수 있겠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하예진은 가볍게 웃으며 한마디 답했다.“노 대표는 뚱뚱해도 많은 여자가 좋아하실 거에요.”하예진은 자신이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말은 내뱉지 않았다.노동명은 입을 삐쭉 내밀며 말을 이었다.“그 사람들이 좋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
여운초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그녀는 다만 전이진을 대신하여 은행카드만 보관할 뿐일 것이었다. 그가 돈 쓰는 것을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도 그의 돈을 쓸 일이 없을 테였다.전이진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 나서 다시 그녀를 보면서 벙글벙글 웃었다.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기만 했다.“왜 계속 날 보면서 웃어요?”“좋으니까. 운초 씨, 나 지금 너무 좋아. 그냥 웃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이렇게 대답하면서도 그는 또 웃었다.그러는 전이진을 지켜보는 여운초도 참지 못해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둘이서 한참 동안 알콩달콩한 후 전이진이 시계를 보니 어머니가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는 약혼녀를 보면서 말했다.“운초 씨, 엄마가 곧 도착할 것 같으니 우리 지금 출발해. 우리가 구청에 도착하면 아마 엄마도 도착하실 거야.”그는 꽃집에 가서 장미꽃 한 다발을 사야 했다.여운초가 불시에 결혼 신고하자는 바람에 그가 아직 준비는 못 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서둘러야 했다.꽃다발, 다이아몬드 반지 둘 중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한평생 소중히 여길 여자임으로 절대로 서운하게 할 수 없었다.“그래요.”그가 일어나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자, 여운초도 편안하게 자신의 손을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그에게 이끌려 일어섰다.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자고로‘그대의 손만 잡고 이생의 끝까지 살아간다.’라고 했다.그녀는 전이진과 백년해로하고 평생 금실이 좋기를 원했다. 시부모님처럼 애들이 부러울 정도로 몇십 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첫 사람처럼 달콤하게 지내길 원했다.여운초는 저의 집에 있는 차를 안 타고 전이진이 운전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그녀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그녀가 16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기에 운전면허를 딸수 없었던 것이었다.집에 있는 운전기사는 전이진이 그녀에게 보낸 경호원인데 그녀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운전도 해줄 수 있었다.20분 뒤.구청 입구명해
“운초씨, 잠깐만 기다려. 내가 엄마한테 당장 전화할게.”전이진은 약혼녀의 볼에 입을 맞춘 후,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명해은은 전화벨이 한참 울린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엄마, 오늘 시간 돼요?”“이제 방금 일어났어. 오늘은 별일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아. 왜? 아들, 엄마 도움이 필요해?”명해은이 잠기가 채 가셔지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들이 다 크니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점점 적어졌다.애들한테 더는 필요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명해은은 너무 일찍 맛봤다.“저와 운초 씨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를 마치려 하는데 제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안 가져왔어요. 엄마 혹은 아버지가 지금 저한테 가져다줄 수 있어요? 혹은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보내줘도 되고요. 제가 돌아가서 가져오면 시간이 지체되어 아마도 오후나 돼야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후까지 못 기다리겠어요.”가족관계등록부만 손에 가지고 있다면, 전이진은 지금이라도 여운초를 데리고 혼인 신고하러 갔을 테였다.진정으로 여운초가 좋아진 그 시각부터 그는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하지만 그때의 여운초는 앞을 보지 못했기에 훌륭한 전이진을 앞두고 자비감에 모대기었다. 전이진의 사랑마저 그녀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받아들인 것이었다.그녀는 전이진이 자신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정 선생을 찾으러 여러 번 예진 리조트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남은 인생을 그와 함께하기로 하고 약혼을 한 것이었다.그래도 그녀는 진정으로 그를 볼 수 있을 때 가서 결혼하기를 원했다.그녀는 자기와 결혼할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고 싶다고 했다.전이진이 곧 시어머니로 될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들은 여운초의 얼굴은 또다시 붉게 물들었다.‘이 사람 뭐가 그리 급해...’이 반가운 소식을 들은 명해은은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진 듯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시간이 있고말고, 엄마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 금방 가져다줄게. 넌 지금 여씨 저택에 있니? 아니면 회사에 있니?” “저는 지금
그는 자신의 사람 보는 안목을 믿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도 믿었다. 그는 그녀와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녀의 인품, 일하는 스타일 등을 천천히 알게 되었다.“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한평생 같이 살아야 해요. 나는 이혼 따위는 할 마음이 없으니 잘 생각해서 결정해요. 당신처럼 훌륭한 남자는 앞으로도 나보다 더 좋고, 당신한테 더 잘 어울리는 여자를 만날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이 결혼은 할머니가 강요하셔서 한 거라고 하면서 그 여자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사랑이니 어쩌니 해도 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전이진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면서 말했다.“넌 아직도 바깥사람들이 우리 전씨 집안 남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몰라? 전씨 집안 남자들은 모두 아내한테 일편단심이야. 전씨 집안의 가훈에는 결혼 후 한평생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혼인에 충실해야 하며 바람을 피워선 안 되고 이혼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어.”“누구든 가훈을 어기는 즉시, 전씨 가문에서 쫓겨나서 더는 전씨 일가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돼버려.”“그리고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할머니가 당신을 선택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다면 할머니가 강요하셔도 소용없어.”전이진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누구한테 전화하려고요?”여운초는 그가 할머니에게 전화 드리려나 싶어서 한마디 물었다.“내가 가족관계등록부를 몸에 지니고 다니진 않아. 우리가 혼인신고를 하려면 내 가족관계등록부도 필요할 거 아니야.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급히 가져다 달라 하면 우리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 절차를 다 끝낼 수 있을 거 같아.”결혼 증명서를 받고 나면 그들은 합법적인 부부가 될 것이었다.전이진은 여태 자기가 한시 급히 여운초랑 결혼하여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애초에 여운초는 시력이 회복되어 그를 볼 수 있어야만 결혼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는 이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 끝내 그녀의 눈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어쨌든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은 운별 누나가 망치게 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우리 두 큰고모도 틀림없이 운별 누나를 달래서 모든 재산을 빼앗으려 할거에요. 운별 누나는 사람 말을 너무 잘 믿어서 조금만 달래면 뭐든지 나누어 줄 거에요.”여천우가 이렇게 한 이유는 단지 여씨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다.추미자 부부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여천우에게 물려주게 하고 또 여천우는 그 재산들을 모두 여운초에 돌려줄 셈이다. 여천우는 여운초의 사람 됨됨이를 믿었다.여천우는 여운초가 그녀의 재산이 아니면 탐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여운초도 그의 재산을 탐낼 필요가 없었다. 약혼자 전이진의 집에 재산이 엄청 많아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인 여운초는 여천우의 그깟 재산을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다.“누나, 우리 부모님 명의로 된 합법적 재산이 얼마나 남았어?”여천우는 부모님이 이전에 하신 부분적인 사업들이 법에 어긋난 사업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불법적인 사업들은 이미 차압되었고 따라서 그 수입도 이미 몰수되었다. 그가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부모님의 합법적인 소득뿐이었다.여운초가 대답했다.“불법적인 사업과 모든 수익은 차압되거나 몰수됐어. 여씨 가문 기업은 법에 어긋난 사업을 하지 않았어. 다행히 네 아버지께서 여씨 그룹을 불법적인 사업에 손을 대지 않게 했지. 지금 여씨 그룹이 하는 사업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이야.”“여씨 그룹의 주식은 우리 아버지가 대부분을 차지하셨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 아버지께 대부분 주식을 나눠주셨지. 게다가 아버지 본인도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주식의 절반을 차지하고 계셨거든. 그리고 나머지는 너의 아버지와 다른 소액주주들의 것으로 되었지. 현재 여씨 가문 주식 가격에 네 부모님 명의로 된 부동산 몇 채를 합치면 마침 200억 원 조금 넘을 거야.”여천우 친아버지 여태웅은 20여 년 전 추미자와 함께 친동생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범죄 때문에 중형
틀림없이 누군가가 여운초를 건드려 자극했을 것이다.여운초는 오랜 한을 억누르고 있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폭발한 게 틀림없었다. 하여 추미자 부부의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비우려고 했을 것이다.또 하나, 여운초는 추미자 부부방의 비밀번호를 몰랐다. 심지어 여천우조차도 몰랐다.추미자는 여천우가 여운초의 편을 든다고 많은 일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여운초도 사실대로 여운별이 일찍 감옥에서 나와 오늘 아침에 여씨 가문의 별장에 쳐들어온 사실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었다.여천우가 그 사실을 듣더니 한숨을 쉬었다. 알고 보니 사고뭉치였던 여운별이 나와서 사고를 친 것이다.여씨 가문은 또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다.여천우는 여운초에 말했다.“우리 부모님 방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내 방에 가져다줘. 그리고 운별 누나 물건은 운별 누나가 가져가게 해. 그리고 운별 누나 방도 깨끗이 치워.”여천우는 그 별장이 여운초의 별장이었기에 여운초가 여운별이 그 별장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으면 여운초를 존중해 주고 싶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예전에 어떻게 여운초를 괴롭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을 도와 여운초에게 사정하지 못했다.여운별이 감옥 안에서 일찍 나온 것도 아마 감옥에서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실제 성격을 잘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누나, 운별 누나가 소송을 걸어 재산을 나누려고 하면 나에게 알려줘. 재산을 너무 많이 주면 다 써버릴 거야. 아무리 많은 재산일지라도 운별 누나는 분명 다 탕진 할걸. 아무것도 모르면서 성질만 부리면서 돈만 쓰잖아.”여천우는 여씨 그룹을 여운초에게 맡기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이지 밤새 뛰어와서 여운별을 막고 싶었다.여천우는 두 누나의 인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여운별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응석받이로 키웠기에 패가망신할 사람이었다.“절대로 운별 누나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면 안 돼. 내가 지금 휴가를 내고 돌아갈게. 감옥으로 가서 우리 부모님을 만나 그들의 명의 아래에 있는 재산을
여미란은 추미자가 살아서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여미란은 마음속 깊이 추미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씨 가문의 사모님 추미자는 먼저 여미란의 남동생에게 시집간 뒤로 그 남동생을 죽이고 또 여미란의 오빠에게 시집갔지만 지금 그 오빠마저도 감옥으로 들어갔다.여미란의 동생이 죽었다고 해도 그녀의 오빠와 관계가 없을 수 없었다. 물론 그 화근은 역시 추미자였다.여미란의 오빠가 추미자와 정정당당하게 함께 있기 위해 동생을 죽인 것이다.여운초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여운초는 지금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고 전씨 가문이 그녀의 배후에 서 있었기에 여미란 일행은 감히 여운초를 찾아 복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여미란은 마음속으로 여운초를 수천 번, 수만 번 욕하면서 자신을 달래곤 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여씨 가문을 떠나 어디로 갈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의 피를 빨아들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예전에 여미란 자매의 집에 재산이 많았지만 늘 친정집에서 이득을 보려고 애썼다.이제 최씨와 김씨 집안은 부귀한 생활에 익숙해져 꿈에서라도 부자들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찰나에 여운별이 스스로 찾아와 도움을 청하게 되었기에 그녀의 피를 빨아먹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그때가 되면 여운별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적디적은 재산을 가지고 두 집안에 의해 피를 빨리게 될 것이 뻔했기에 여운초는 곁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지켜만 보면 되었다.여운초가 여천우와 말했듯이 여운초는 자신의 재산을 일전 한 푼도 그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지만 자신의 재산이 아닌 것은 전부 그들에게 돌려줄 것이다.추미자는 예전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꾸며진 큰 방에서 살았지만 정작 별장 주인인 자신이 가정부와 함께 방을 쓰게 된 기억을 떠올린 여운초는 집사에게 지시했다.“이 방을 깨끗이 청소하세요. 이 방을 다시 새로 꾸밀 거예요.”이 큰 방이 바로 주인의 방이다.여운초는 먼저 금고를 그녀가 지금 사는 방으로 옮기라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