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아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입술을 짓이겼다. 또 울먹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전...”“이시연, 대체 뭐 하자는 거야? 꼭 말을 그렇게 해야겠어?”박강현은 화를 내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민아는 착한 사람이라 네가 그런 말을 해도 화를 내지는 않겠지만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나와의 일은 나랑 해결하면 된 지 않나? 그런데 이시연은 왜 자꾸 조민아에게 화풀이하는 거지?'‘이시연은 대체 왜 조민아의 존재를 이렇듯 신경 쓰는 걸까?'이렇게 생각한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너는 내가 너만 바라보고 살라는 거야? 그런 거라면 차라리 배우 생활도 그만하라고 해. 매일 집에만 갇혀서 너만 보고 살면 되겠네!”박강현의 목소리는 아주 컸다. 사람들 앞에서 화를 내는 그의 모습은 꼭 이시연을 원수로 대하는 듯했다.이시연은 화를 내면서 예전에 옆집 살았던 동생의 편을 들어주는 박강현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픽 웃고 말았다.그는 명백히 조민아에게 흔들리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중요한 것을 잊은 듯했다. 그것은 바로 그녀와 헤어졌다는 것과 그녀가 더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박강현의 위협과 질책에도 그녀는 더는 반성하지 않았고 더는 먼저 사과하며 그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다투는 소리에 주위 사람들의 주의를 끌게 되었다.이때 한 여자가 말했다.“저 사람은 톱배우 박강현과 조민아 아니야?”“그러게! 친밀한 모습을 보니 역시 둘은 사귀는 사이였나 보네!”“조민아 손목에 있는 거 단향목 염주 팔찌잖아. 박강현이 항상 시크하기에 난 또 원래부터 그런 사람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네. 본인이 먼저 열애 사실을 밝힐 줄이야.”“그래도 두 사람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그들이 의논하는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의 귀에 들렸다.이시연은 아무것도 없는 박강현의 손목을 보다가 이내 천천히 시선을 돌려 조민아의 왼손에 있는 염주 팔찌를 보았다.분명 그녀가 신경 쓰고 있는 물건이었지만 지
수군대던 사람들은 그들이 자신들의 대화를 듣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박강현이 갑자기 자신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놀라워하며 기뻐했다.“박 배우님, 전에 출현하신 작품 정말 잘 봤어요. 연기 실력이 정말 대단하시던데요.”그러자 다른 한 여자가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저희는 박 배우님 연애 사실을 절대 말하지 않고 다닐 거예요. 비록 인터넷에 찌라시가 돌긴 하지만 저희는 정말로 박 배우님이랑 조민아 씨가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해요!”그들은 재잘대며 박강현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할 말만 한 뒤 흩어져버렸다.“...”이시연은 코웃음을 쳤다.“두 사람 축하해요. 전 다른 할 일이 있어 이만 가볼게요.”그녀는 에코백을 들며 걸음을 옮기려 했다.박강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그녀가 자극받아 미친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가 제일 싫어하던 것이 그가 다른 여자와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던가.조금이라도 그런 기미를 보이면 이시연은 슬쩍 다가와 애교를 부리거나 일부러 입술을 삐죽 내밀며 삐진 티를 냈다.그때의 그녀는 정말이지 너무도 귀여웠다.꼬치꼬치 캐묻던 그녀가 가끔 짜증 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묻지 않았다. 박강현은 그녀가 자신에게 전처럼 꼬치꼬치 캐묻길 바랐다. 설령 그때처럼 화를 낸다고 해도 지금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적어도 그녀가 여전히 자신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으니까.“강현 오빠, 인터넷에서 대체 뭐라고 소문이 도는 걸까요? 시연 언니는 분명 지금 오해하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화가 난 거예요. 제가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요?”조민아는 그를 보며 눈썹을 파르르 떨더니 바로 눈물을 그렁그렁 달았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박강현은 마음이 아팠다. 그가 알고 있는 옆집 살던 동생 조민아는 항상 세상에서 제일 밝은 아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시연 때문에 자주 두 눈에 눈물을 달고 있었다.이시연을 향한 감정이 어느새 다시 분노로 바뀌었다.이시연은 그와 재결합하기 위해 안필훈과 사모님에게 자리까지 만
안필훈이 이시연에게 물으니 윤철웅도 궁금했다. 윤철웅은 손에 든 펜을 내려놓으며 이시연에게 고개를 돌렸다.“후배님, 난 아직 시연 후배의 실력을 모르니까 얼른 시연 후배 생각을 말해 봐요.”그러더니 그는 이내 한마디 더 보탰다.“틀린 말을 해도 걱정할 것 없어요. 나랑 선생님이 있으니 틀린 부분을 고쳐줄 테니까요. 일단 저 여배우가 이 배역에 어울리는 것 같아요?”이시연은 펜을 내려놓았다.“연기 실력은 아주 좋아요. 이 배역을 저 여배우가 맡는다면 분명 아주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윤철웅의 눈빛이 분명하게 흔들렸다.박강현은 그런 그녀를 비웃었다. 그가 보아도 여배우의 연기 실력은 아주 좋았기 때문이다. 얼굴도 예뻤지만 이 배역과는 어울리지 않았다.그러나 이시연은 어울린다고 말했다. 윤철웅의 표정이 변한 것도 바로 이해가 되었다.“안목이 없으면 집 돌아가서 제대로 공부하고 도전해. 괜히 여기 와서 윤 감독님 시간만 낭비하지 말고.”박강현은 코웃음을 치며 그들에게 다가갔다.안필훈은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나이가 있었던지라 얼굴의 주름이 더 자글자글해졌다.그는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의 아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안필훈의 아내는 검은색 개량 한복을 입고 있었고 그 위에는 섬세한 무늬가 있었다. 머리는 단정하게 비녀로 고정한 뒤 어깨엔 흰색 숄을 걸치고 있었다.우아한 걸음걸이로 다가오자 따사로운 햇볕이 그녀에게 내리쬐면서 하얀 피부를 돋보이게 했다.분명 이젠 소녀라고 일컫기엔 많은 나이였지만 소녀보다 더 아름다웠고 세월이 그녀에게 준 흔적은 더 기품이 흘러넘치게 했다.“난 시연이가 틀린 말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저 여배우는 확실히 이 배역과 어울려요. 배우가 반전 매력이 있으면 더 몰입되지 않아요? 청순한 얼굴에 아주 짙은 화장을 하고 온갖 등장인물을 전부 처단하는 거죠. 그런데 유독 남자주인공에게만 마음이 약하다? 그럼 더 흥미가 끌리지 않을까요?”나선영의 목소리에선 성숙함과 우아함이 묻어났다.이시연은 고개를 끄덕
“사모님, 혹시 지금 시연이 편을 들어주시는 거예요?”그는 결국 픽 웃고 말았다.“먼저 헤어지자고 한 건 이시연이에요. 저도 물론 계속 기회를 줬어요. 시연이가 이 억지를 그만 부린다면 다시 전처럼 지낼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시연이는 고집이 아주 센 사람이죠. 대체 무슨 억지를 부리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모님께서 시연이 편을 들어주시려는 것이라면 일단 누가 문제인지부터 알고 들어주세요.”그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엔 비난의 의미가 다소 담겨 있었다.나선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여전히 그를 위아래 훑어보고 있었다.“강현아, 너 아직도 시연이를 사랑하긴 하니?”그도 미간을 찌푸렸다.“제가 시연이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계약을 해지한 사실을 밝혔을 거예요. 그랬다면 이시연이 저 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을까요?”나선영에선 온화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내가 너를 이 작품으로 추천한 건 너희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야. 하지만 넌 조민아를 이곳에 데려와서는 안 됐어.”박강현은 미간을 더 찌푸렸다.“사모님, 제가 민아를 오디션 보게 한 건 민아가 그동안 안필훈 선생님을 존경하고 있어서예요. 이 기회는 민아가 해외로 진출할 유일한 기회기도 해요. 그리고 저랑 민아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냥 옆집 오빠 동생 사이일 뿐이라고요.”“옆집 동생은 무슨 동생!”나선영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픽 웃었다.“어느 옆집 동생이 옆집 오빠의 팔찌까지 차? 또 어느 옆집 오빠가 옆집 아는 동생 때문에 여자친구를 제쳐둬? 이게 어딜 봐서 옆집 동생이야? 옆집에 사는 내연녀지!”“강현아, 넌 대체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거니, 아니면 정말로 눈치가 없는 거니?”그는 눈에 띄게 멈칫했다.“사모님, 말 가려서 하세요. 저랑 민아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사모님께서 믿든 말든 자유지만 전 이미 사실대로 말했습니다.”나선영은 그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 코웃음을 쳤다.“허, 그래. 넌 곧 후회하게 될 거다.”말을 마친 그녀는 이내 몸을 돌렸다.박강현은 멀지 않은
이시연은 안필훈과 윤철웅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손에 든 대본엔 글씨가 빼곡히 있었고 오디션 참가자들에 관한 특징과 연기 실력, 배역에 어울리는지에 대한 평가도 전부 자세하게 적어두었다.윤철웅은 이시연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몰래 그녀의 대본을 펼쳐 보다가 놀라게 되었다.그는 비록 이시연을 후배라고 꼬박꼬박 부르긴 하지만 속으로는 딱히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젊어도 너무 젊었기 때문이다. 만약 안필훈이 데리고 온 것이 아니었다면 절대 촬영장에 발도 못 들이게 했을 것이다.하지만 하루 동안 이시연을 관찰해보니 이시연의 안목은 꽤나 뛰어났고 대본엔 빼곡한 글씨가 있었다.윤철웅은 이시연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안필훈은 불룩 튀어나온 배를 만지며 물었다.“그래, 시연이를 지켜본 결과 어떤 것 같니?”“저보다 젊긴 한데 실력도 뛰어난 것 같네요.”윤철웅은 솔직하게 말했다.안필훈은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얼굴에 주름이 더 지게 되었다.“시연이는 실력은 있는데 조금 융통성이 없어.”만약 전처럼 박강현 케어하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이런 그녀의 능력조차 발견하지 못하고 끝났을 것이다.나선영은 안필훈의 어깨를 툭툭 쳤다. 힘을 주었던지라 안필훈은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여보, 왜 그래?”그녀는 한마디의 쓸데없는 말 없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오늘 조민아라는 여자가 오디션 보러 왔죠? 탈락시키세요.”윤철웅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왜요?”안필훈은 수염을 쓸어내렸다.“내가 집중적으로 보긴 했는데 연기 실력은 어중간했어. 탈락시키든 말든 일단 자세히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 우리는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탈락시키면 안 되잖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그러자 나선영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흥, 나도 아무 이유 없이 떨어뜨리라는 건 아니에요. 오늘 조민아와 같은 배역을 따내기 위해 오디션을 본 여배우는 여럿이 되잖아요. 뒤 순서로 나온 강수진이라고 했나? 그 배우가 조민아보다 연기를 더 잘한 것 같아서 그래요.”“조민아보다 더 잘한 사람이 있
조민아는 그 새로 홀쭉해졌다. 눈가는 빨갛게 부었고 볼에는 아직도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누가 봐도 한바탕 운 모습이었다.“오빠, 결과 나왔어요. 저... 저 탈락이래요.”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끝냈다. 박강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멀쩡하게 끝낸 오디션이 어떻게 탈락이야? 무조건 이시연 때문일 거야. 감독님한테 이상한 얘기를 한 게 분명해!’눈물 흘리는 조민아를 보고 그는 가슴이 아프다 못해 이성을 잃었다.“울지 마. 내가 지금 당장 이시연을 찾아가서 복수할게.”박강현은 똑똑히 알았다. 안필훈과 윤철웅은 그런 식으로 인재를 놓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시연에게도 그 정도의 힘이 없을 것이다.그러나 조민아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니 이성을 잃고 이시연의 죄라고 단정 지었다. 허은수를 이용해서 그를 협박하던 것과 똑같은 수단을 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독한 년!’박강현은 일까지 미루고 촬영장에 찾아갔다.그들과 마주쳤을 때 이시연은 마침 점심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오늘 식사가 꽤 훌륭하게 나왔다고 했다.그녀는 밥을 얼마나 먹을지 고민했다.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유태경 때문에 한참이나 대중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앞길이 막혔을 때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이시연, 너 어쩌자는 거야?”박강현이 대뜸 물었다. 이시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노려보며 아무 말도 안 했다.“네가 아무 말도 안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아? 너 진짜 최악이다. 허 선생님이 떠난 일은 내가 이미 충분히 양보했어. 내가 그 정도 약속도 안 지킬 사람 아니라는 거 알잖아. 계약 해지한 일 밝히지 않은 건 너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너 자기 힘으로 조감독까지 됐다고 잘난 척했었잖아. 세상 영화는 혼자 다 찍은 척했잖아. 근데 이제 와서 인맥을 더럽게 쓰는 건 무슨 경우야?”모든 말이 그녀를 탓하고 있었다.박강현의 눈빛은 아주 살벌했다. 그는 질문조차 하지 않고 모든 잘못을 이시
조민아는 이시연의 팔을 잡고 눈물을 뿜어냈다.“내가 언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왜 나한테 이래요? 왜 내 인생을 망치려는 거냐고요? 언니 강현 오빠를 좋아하는 거 알아요. 그래서 나 항상 양보하고 있었잖아요. 친구로서 나도 강현 오빠가 언니를 좋아하는 거 알아요. 그래서 계속 오빠한테 대신 설명해 달라고 했어요. 믿지 않은 건 언니 탓이에요. 나한테 이런 짓을 해서 무슨 이득이 있어요? 오빠가 얼마나 더 양보해야겠냐고요? 날 보고 싶지 않으면 솔직하게 말해요. 내가 강현 오빠랑 있는 게 싫으면 그냥 말로 해달라고요. 얼마든지 물러날 수 있어요. 일 갖고 장난질만 치지 마요, 제발!”조민아는 세상 억울한 일을 당한 것처럼 울었다. 눈물 자국에 눌어붙은 머리카락 때문에 더욱 불쌍해 보였다.그녀의 울음소리에 박강현은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래서 한껏 속상한 표정으로 그녀를 부축했다.이시연은 인상을 쓰며 조민아의 손을 뿌리치고는 목을 매만졌다. 뽀얀 피부에 빨간 자국은 유난히 선명했다.이번에 박강현은 정말 그녀를 죽일 기세였다. 그녀의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하긴, 조민아가 이렇게 울고 있지 않은가?“이시연, 너 대체 뭘 원하는 거야?”박강현이 이를 악물었다. 조민아는 여전히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잡는 듯 박강현을 꽉 잡았다.“왜! 나한테 왜 그래요!”박강현은 조민아 때문에 속상할 수록 이시연이 미웠다. 그는 다시 이시연의 목을 졸라서 잘못을 인정하게 하자고 했다.이때 이시연이 피식 웃으며 그의 뺨을 때렸다.“내가 만만해?”박강현은 순간 넋이 나갔다. 조민아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소리를 지르더니 박강현의 얼굴부터 살폈다.이시연은 더 이상 두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고 자세를 숙였다. 그리고 흩어진 담향목 염주를 줍기 시작했다.담향목의 무늬는 전부 달랐다. 거친 것도 있고 부드러운 것도 있는 것이 점점 늘어간 기술을 드러냈다.그녀의 왼쪽 손가락에는 아직도 흉터가 남아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
박강현은 겉보기에는 거리감이 느껴져도 속은 따듯한 사람이라고 알려졌다. 또 여자를 아주 존중하는 귀공자라는 말도 있었다.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윤철웅이 먼저 박강현에게 물었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후배님 목은 또 왜 그래요? 무슨 오해라도 있었어요?”박강현은 진현우가 누군지 몰랐다. 그가 대뜸 조롱하는 것을 듣고 그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하지만 그는 똑똑했다. 윤철웅이 진현우에게 공손한 것을 보고 그는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오해는 없어요.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고 있었어요.”그 말인즉슨 남은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특히 진현우가 말이다.박강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현우를 노려봤다. 그런데도 진현우는 신경 쓰지 않고 이시연에게 깨끗한 손수건을 건넸다.그녀는 창백한 손을 뻗어서 받았다. 표정은 그가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 의아한 듯해 보였다.‘설마 아저씨도 왔나?’진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독님, 대표님께서 촬영팀이 문제없으면 투자 건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하셨어요. 근데 그 전에 박강현 씨도 촬영팀에 속해 있는지 묻고 싶네요.”윤철웅은 순간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강현 씨는 안필훈 선생님 추천으로 왔어요. 배역도 거의 정해졌다고 보면 돼요.”“그럼 이분은요?”진현우는 또 박강현의 품에 안겨서 울고 있는 조민아를 바라봤다.그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그의 눈에 박강현은 얼굴도 유태경보다 못하고, 몸매도 유태경보다 못하고, 사회적 지위도 유태경보다 못했다. 바람까지 피우는 남자를 이시연이 왜 좋아했는지 이해가 안 됐다.‘대표님이랑 시연 씨가 그런 사이만 아니었어도 참 잘 어울렸을 텐데.’윤철웅은 울상이 된 조민아를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이분은 아니에요.”그 순간 윤철웅은 어딘가 이상함을 눈치챘다.조민아는 박강현의 추천으로 왔다. 그리고 이시연은 캐스팅을 도운 조감독이다.‘설마 후배님 때문에 조민아 씨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후배님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