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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이시연은 순간 총알을 장전해 놓고도 쏠 곳이 없는 것 같은 허무함을 느꼈다.

요즘 촬영팀이 바쁘다 보니, 집에서 지내면 이동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그래서 그녀는 아예 촬영팀에서 마련해 준 호텔에 머물기로 했다.

심심했던 그녀는 침대에 누워서 한참 뒤척였다. 침대의 품질은 별로 좋지 못했다. 삐걱 소리가 나는 건 그렇다 치고, 너무 꺼져서 자고 일어나면 온몸이 맞은 것처럼 아팠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쑤시고, 그냥 온몸이 불편했다.

이튿날 일어난 그녀의 얼굴에는 생기가 별로 없었다. 윤철웅이 걱정돼서 한마디 건넸지만, 그녀는 말할 기분도 아니라 손만 흔들었다.

윤철웅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날 박강현이 떠난 후, 그는 안필훈에게 가서 둘의 관계가 별로 좋지 않은데 왜 촬영팀에 함께 온 건지 물어보았다.

그제야 그는 그 두 사람이 연애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시연이 기운 없이 보이는 걸 보고는, 그녀가 이별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윤철웅은 쉬는 동안 잠깐 눈을 붙인 이시연에게 시선을 던졌다가, 그날 자신이 첫 번째 목격자였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뒤늦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진현우나 유한 그룹은 박강현과 별다른 갈등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현우는 박강현의 캐스팅을 명확히 반대했다.

윤철웅도 원래는 이시연이 유정혁과 남매라고 했던 말을 박강현을 자극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현우의 태도를 곰곰이 떠올려 보니 마냥 거짓말 같지도 않았다.

“흡...”

윤철웅이 입술을 깨물며 턱을 만졌다.

진현우는 이시연의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유태경의 비서로서,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당연히 반박했을 것이다.

유한과 같은 재벌가는 사소한 일로도 큰 주목을 받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입양 딸에 관한 소식이 하나도 없을 수 있는가? 물론 소식이 없다고 해서 사건 자체가 없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우리 후배님 정말 재벌가 출신이었던 건가?’

이시연은 촬영팀에서 며칠 동안 바쁘게 지냈다. 하지만 호텔 침대에는 여전히 적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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