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현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시연아, 다른 건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내 옆에 있는 건 네가 선택할 수 없어. 제대로 생각하고 먼저 나를 찾아오면 오늘 이 일은 내가 더는 묻지 않을게.”이시연은 그를 보며 가소롭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박강현인데 결국 용서받아야 할 사람은 그녀란 말인가?“아무렇게나 생각해, 난 더는 할 말이 없어.”말을 마친 이시연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 버렸다.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박강현의 두 눈에 화가 피어올랐다.서채진은 사무실에서 열 바퀴 넘게 왔다 갔다 하면서 비로소 이시연을 배치할 방법을 생각해 냈다.해성 엔터 대표님에게도 밉보일 수 없는데 하물며 유한 그룹 대표님은 더 말할 나위 없다.하지만 서채진도 이렇게 어려운 사람을 곁에 두고 싶지 않아 이시연이 알아서 물러나게 하려는 타산이었다.이런 생각을 하던 중 이시연이 마침 도착했다.배가 불룩하게 나온 그는 반갑게 인사하며 앉으라고 했다.“시연 씨, 회사 사람 모두 시연 씨가 일을 잘하는 걸 알아요. 지난 몇 년 동안 박강현 씨를 따라 이룬 실적도 적지 않았고 그만큼 고생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내 수하에 들어오니 정말 기쁘네요.”이시연은 입술을 깨물고 조용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신인 두 명을 붙여줄 테니 한번 잘 해보는 게 어때요?”그녀는 살며시 눈살을 찌푸리고 대답했다.“전 매니저를 해본 적이 없어서 못 할 것 같아요.”“너무 겸손하시네요. 박강현 씨를 직접 케어하신 걸 알아요. 박강현 씨가 바로 이시연 씨의 간판이니 분명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서 대표님은 당근 비법을 쓸 생각이었다.“하지만 제가 더 잘하는 건 감독과 촬영이에요.”감독은 이시연의 전공이고, 촬영은 취미생활인이데 둘 다 그녀가 열정을 퍼붓는 일이었다. 박강현을 챙기던 몇 년 동안 너무 바빠서 이런 일을 많이 줄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등한시하지는 않았다.특히 최근 2년간 박강현의 매니저 일을 하지 않은 뒤 미니시리즈에 몇 편 참여해 봤는데 반응이
이시연은 그가 단번에 알아맞힐 줄 몰랐다.올 때 잘 생각하고 할 말 있으면 바로 하려고 했지만 막상 선생님과 사모님을 마주하니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박강현이 아쉽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실망하는 모습을 볼까 봐 두려웠다.안필훈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네 사모는 영화제에서 박강현 그 자식이 네가 어렵게 받아온 팔찌를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걸 보고 이틀째 화를 내고 있어. 휴, 일단 들어와 얘기해.”이시연은 그의 한숨에 가슴이 아파졌다.“강현이 그 자식이 참 염치가 없어요. 날 말리지 말라고 했잖아요. 불러와서 한번 혼내줘야 해요. 그 팔찌는 시연이가 한 계단에 한 번씩 무릎을 꿇고 어렵게 구해 온 것인데 남에게 주다니.”“강현이는 당신이 사업을 도와준 거 알아요. 하지만 시연이도 당신 학생인데 그렇게 그 녀석만 감싸고 시연이는 신경 안 쓸 거예요? 왜 말을 안 해요?”사모님은 남편이 한참 동안 대꾸하지 않자 화가 나서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크게 싸우려 했다.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그녀는 이시연의 눈빛과 마주했다.“시연아?”세월의 흐름으로 사모님이 더는 젊지 않았지만 여전히 분위기가 우아했는데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모습도 엿보였다.그녀가 급히 일어나자 이시연이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다.“사모님, 저 왔어요.”박강현과 이별을 얘기할 때도 울지 않았던 그녀는 사모님 앞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다.“아이고, 착한 시연이가 마음고생이 많구나.”사모님은 가슴이 아파 이시연을 품에 안았다.목이 메어 가늘게 떨리는 그녀의 몸을 느끼며 사모님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따라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억울한 일이 있으면 나에게 다 말해. 내가 다 들어줄게. 박강현 그 자식 정말 너무 했어. 이렇게 너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니 나도 화가 나. 네가 헤어지더라도 나는...”“쿨럭.”안필훈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말할수록 이상하게 흘러가.”그는 한숨을 내쉬며 위로했다.“시연아, 너도 너무 슬퍼하지 마. 이 연예계라는 곳이 워낙 복잡해
안필훈은 아내가 더 화를 낼까 봐 지체하지 않고 바로 박강현에게 전화를 걸었다.나선영은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시연이가 자신의 사업을 발전시키고 싶어 하니까 촬영 감독 쪽으로 잘 아는 당신이 좀 도와줘요. 아직 우리 말이 힘이 있을 때 좀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줘요.”“그래, 이 일은 걱정하지 마. 시연이는 내가 아끼는 학생이야. 예전에 박강현 때문에 이 일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가장 슬펐던 건 나였어. 내가 이 일로 당신이랑 말다툼했다는 걸 잊었어? 당신이 함부로 중매를 섰다고 나무랐잖아.”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나서 말했다.“지금 와서 생각하니 후회돼요.”박강현은 전화를 받았을 때 조민아와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그녀는 대상을 받고 나서 먼저 그에게 밥을 사라고 했다.이시연과 헤어진 일로 마음이 심란했던 박강현은 조민아의 애교 섞인 목소리로 걸어온 전화를 받고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하며 이시연이 조민아의 반 정도만 부드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시연 씨가 오빠를 찾아요?”밥을 반쯤 먹던 조민아가 실망하며 물어보자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시연이 아니야. 선생님이 갑자기 집에 오라는데 가봐야겠어.”“안필훈 선배님이에요? 줄곧 그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함께 가면 안 돼요?”박강현은 거절하려다가 기대에 찬 그녀의 모습을 보고 말을 삼켰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하얀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가자. 하지만 거기 가면 말과 행동 조심해야 해. 선생님은 함부로 친한 척하는 걸 싫어하셔.”조민아는 퉁명스럽게 그의 손을 탁 손을 치며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안 선배님을 꼭 만나보고 싶었어요. 그분의 작품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그녀를 바라보는 안필훈의 눈빛이 부드러웠다.“선생님께서 다시 작품을 시작한다고 하면 내가 열심히 배역을 따볼게.”안필훈의 집은 작은 양옥집으로, 앞에는 크기가 맞춤한 마당이 하나 딸려 있고 대문은 일반 울타리 문이었는데 두 사람은 집 안에 앉아 창문을 사이에 두고 정문
조민아가 말을 절반쯤 하자 박강현의 안색이 이미 매우 안 좋아졌는데 그녀의 질문에 그 이웃은 기뻐하며 대답했다.“맞아요, 그 작은 얼굴은 정말 정교하게 생겼더라고요.”박강현은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완전히 냉랭해졌고 눈빛도 따라 어두웠다.그는 평소 이시연과 스케줄을 거의 다 주고받는데 지난 며칠은 이시연이 화를 내는 바람에 버릇을 들이기 싫어서 연락도 안 했다.어제 서채진이 그녀에게 반달 휴가를 준 것을 알았지만 오늘 선생님과 사모님께 일러바칠 줄은 몰랐다.어쩐지 평소 자신에게 이렇게 잘해줬던 두 사람이 오늘 이렇게 괴롭히더라니.옆에서 미간을 살짝 찡그리는 조민아를 힐끗 보던 그는 이시연이 교활하고 제멋대로일 뿐만 아니라 심술궂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이 거의 두 시간을 기다리는 것을 보고 나선영은 안필훈에게 전화를 걸라고 했다.“강현아, 나랑 네 사모가 정말 빠질 수 없어서 그러니 먼저 돌아가거라. 나중에 다시 찾을게.”박강현은 감정을 억누르고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전화를 끊은 후 쌀쌀한 눈빛을 지었다.이웃은 알아채지 못한 듯 계속 물었다.“아는 사람이에요? 혹시 남자친구 있어요?”박강현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걸 물었다.“혹시 오늘 안 선생님 부부가 외출하는 것을 봤어요?”그 이웃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아침엔 잘 모르겠어요. 그 아가씨가 온 이후로 안 선생님네 나가는 걸 못 봤어요. 그리고 그 아가씨가 떠난 지 얼마 안 돼서 당신들이 도착했어요. 오랫동안 밖에 서 있길래 궁금해서 물어봤어요.”조정린은 나와서 몇 마디 하지 않고 들어갔기 때문에 이웃은 마침 보지 못했다.하지만 이 말은 박강현의 추측을 뒷받침했다.이시연이 가자마자 선생님이 그를 부르시더니 들어오지 못하게 하셨다.이건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이시연을 위해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조민아는 그의 안색을 살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위로했다.“강현 오빠, 화내지 마세요.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닐까요? 두 사람 잠깐 트러블이 생긴 건데 그걸로 이
이시연의 목소리는 차갑고 담담했는데 마치 얼음물을 박강현의 가슴에 쏟는 것 같았고 눈빛도 점점 어두워졌다.비록 지금은 그녀가 인연을 기도한 일을 알았지만, 설사 모른다고 해도 그는 이틀만 지나면 이시연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예전처럼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그는 이시연이 헤어지자고 한 일을 없었던 일처럼 여겼다.이시아가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며 그도 마음이 아팠다.단향목 염주 팔지의 일을 알게 된 박강현은 겨우 이시연이 안필훈에게 고자질한 일을 참으며 그녀와 잘 얘기해 보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고집스러운 냉랭한 태도를 보며 박강현은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어 쌀쌀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선생님을 찾아서 고자질한 건 일부러 날 괴롭히려고 한 짓이지?”이시연은 이상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아니야.”박강현은 비아냥거렸다.“그래?”“시연아, 넌 어쩌다 이렇게 위선적으로 변했어? 자신이 한 일도 인정할 수 없어?”휴대폰을 든 이시연의 손이 가볍게 떨리더니 그녀는 휴대폰 화면에 적힌 발신자 이름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다.너무 낯선 박강현의 말투에 그녀는 자신이 전화를 잘못 받은 줄 알았고 심지어 박강현과 함께한 5년 동안 그를 정말 알고 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이시연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박강현은 그녀가 켕기는 줄 알고 차갑게 웃었다.“왜 말이 없어? 선생님에게 뭐라고 말한 거야? 우리가 싸웠다고 말해서 내가 선생님으로부터 욕을 먹고 널 달래는 게 목적이야?”“아무 말도 안 했어. 네가 달래주지 않아도 돼.”이시연은 고개를 떨구고 차분한 눈길로 발끝을 내려다보았다.“시연아,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다면 그러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줘. 우리가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서 내가 너를 어떻게 대해줬는지는 너도 잘 알잖아. 너를 사랑하지만 이런 성격을 다 받아줄 수 있는 건 아니야. 아직도 영화 프로젝트를 갖고 싶다면 회사로 날 만나러 와.”이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갈 수 없어.”이시연은 지
“너! 이 옷을 사달라고 너에게 부탁한 적 없어. 원한다면 돌아가서 벗어줄게!”박수지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되었는데 블러셔를 두껍게 발랐어도 소용없었다.이시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씩 웃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냉랭했다.“그래. 이참에 내가 준 모든 옷과 장신구들을 다 돌려줘. 내가 임대해 준 집에서도 나가고. 내가 박강현과 헤어졌으니 너도 내가 준 물건들을 남기고 싶지 않고 내가 임대해준 집에도 있기 싫겠지?”박수지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붉어졌다.‘오빠와 함께 있을때는 잘해주더니 헤어지자마자 다 쓸모없다 이거야? 가식적인 년, 그러니 민아 언니에게 남자도 빼앗겼지.’곧 싸울 것 같은 분위기를 보고 김성민이 말렸다.“수지 씨, 시연 누나, 모두 진정하세요. 다 가족인데 이렇게 싸우면 안 돼요.”화가 난 박수지는 아예 김성민에게 화풀이했다.“누가 가족이야? 이미 오빠와 헤어졌다고 말하는 걸 못 들었어? 그리고 너!”박수지는 경멸하듯 손으로 이시연의 코를 가리키며 계속해서 말했다.“이시연, 네가 쓴 돈이 모두 오빠 돈이잖아? 그러는 네가 무슨 염치로 그 물건들이 네가 산 거라고 말해? 또 무슨 자격으로 돌려달라는 거야?”쌀쌀한 미소를 지은 이시연은 여전히 냉담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워 시선을 뗄 수 없었다.“나는 강현과 5년이나 함께 있었지만 한 번도 강현이의 돈을 받아본 적이 없었어. 오히려 내가 5년 동안 일하면서 급여를 일원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강현이가 나에게 빚진 거야. 알겠어?”맑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지만 송백이 벼랑 끝에 우뚝 서 있는 숙연함이 묻어나 심금을 울렸다.박수지는 눈앞의 예쁜 얼굴을 보며 마음이 불편했다. 이시연이 말을 마칠 때 박강현이 들어왔는데 그녀의 말을 다 들은 그는 얼굴이 한껏 어두워졌다.박수지는 믿을 수 없었다.“그럴 리가?”박수지는 박강현 앞으로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오빠, 저년이 뭐라 하는지 들었어?”박강현은 잠자코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제 태성산에 가서 그들의 인연을 위해 기도했
박강현은 냉담한 눈빛으로 박수지를 쳐다보다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박강현의 꾸중을 듣자 박수지는 곧 냉정해지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시연이 오빠와 갓 갈등이 생기자마자 허은수 선생님에게 나를 가르치지 말라고 얘기했어요. 알다시피 졸업이 코앞인데 지금 선생님이 나를 가르치지 않으면 난 강현시 연극단에 들어갈 기회가 전혀 없어져요.”국내 유명한 뮤지컬계 대가인 허은수는 몰락해서 거의 유지해나갈 수 없는 강현 연극단을 오랜 시간을 들여 다시 발전시켰다.허은수는 이미 퇴직했지만 뮤지컬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그녀는 다시 초빙되어 연극단의 발전에 힘을 보탰다.박강현은 이 사촌동생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가족이라곤 삼촌네 식구밖에 없었기 때문인지 그녀의 일에 은근히 신경 쓰고 있었다.수고하는 박강현을 보고 이시연은 그를 도와 골칫거리를 해결해줬다. 이시연은 비록 손가락질하며 사람을 부려먹는 박수지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일을 직접 해주며 소홀히 대하지 않았다.학교 기숙사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하자 이시연은 학교 근처에 가장 좋은 집을 임대하였고 전문성이 좋지 않다고 하자 곧 제일 좋은 예절 선생님을 초빙했을뿐더러 육씨 가문의 인맥을 이용해 다년간 직접 제자를 가르지 않았던 허은수 선생님도 모셨다.어떤 의미에서 박수지는 허은수의 제자이니 업무능력이 너무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극단에서는 허은수의 체면을 봐서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하지만 졸업이 코앞이고 연극단의 시험도 다가오는데 허은수는 어제 갑자기 더는 가르칠 수 없다고 전화로 통지했다.박수지가 어떻게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그래서 박수지는 오늘 아침 일찍 와서 박강현에게 일러바치려 했는데 그 장본인을 만나게 될 줄 몰랐다.그ㄴ는 이시연을 가리키며 비아냥거렸다.“나의 미래를 이용해서 오빠가 먼저 고개 숙이고 너에게 돌아오길 바랐어? 잘난척하며 먼저 헤어지자고 하지 않았어? 그러면서 왜 이런 수작을 부리는 거야?”박강현의 눈빛은 여전히
이시연의 물음에 박강현은 눈살을 찌푸렸다.“더는 억지 부리지 마. 그깟 팔찌 때문에 넌 몰라볼 정도로 변했어.”이시연은 눈을 감으며 옆으로 늘어뜨린 손을 꽉 잡았다가 힘을 풀며 힘이 빠질 때까지 반복했다.박강현은 손을 들어 미간을 만지며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시연아, 넌 왜 민아를 받아줄 수 없어? 민아의 착하고 대범한 인품을 배우면 안 돼? 민아는 항상 널 존중했고 우리가 싸울 때마다 가장 먼저 너를 보호하고 너의 입장에서 문제를 분석하며 네 편을 들었는데 넌 민아의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이를 부득부득 갈며 마지막 질문을 하는 박강현은 인내심이 사라진 것 같았다.이시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민아가 그렇게 좋으면 너 당장 나와 헤어지고 민아와 사귀면 돼. 너희는 소꿉친구고 천생연분이어서 잘 어울려.”이시연은 코웃음을 쳤다.“마음속으로 민아를 생각하며 나와 엮이는 건 뻔뻔스러운 파렴치한 짓이야. 넌 쓰레기야.”“뭐라고 했어?”이시연이 욕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어 박강현은 환각이라도 생긴 줄 알고 되물었다.이시연은 그를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쓰레기라고 했어!”박강현의 안색이 극도로 나빠졌다.“왜 내가 민아를 받아들이지 못하냐고 물었어? 내 남자친구의 마음속에는 여신처럼 완벽한 여자가 있어 모든 일은 민아를 우선으로 하고 있어. 심지어 민아를 위해 나를 몇 번이고 버렸는데 그러고도 나에게 왜 민아를 받아들이지 못하냐고 물어볼 수 있어?”“박강현, 날 너무 높이 평가하지 마. 난 네가 생각한 것처럼 아량이 넓은 여자가 아니야.”“내가 민아를 받아들이지 못 하는 건 네가 그때 유정혁을 싫어하는 이유와 마찬가지야.”그녀의 말은 호수에 던진 돌처럼 파문을 일으켰다.박강현은 말문이 막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민아와 유정혁은 달라! 난 민아를 여동생으로 여기지만 넌 유정혁에게 끌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어?”유정혁은 집안이 좋고 총명하며 성격이 시원시원해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그는 두 사람이 함께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