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아가 말을 절반쯤 하자 박강현의 안색이 이미 매우 안 좋아졌는데 그녀의 질문에 그 이웃은 기뻐하며 대답했다.“맞아요, 그 작은 얼굴은 정말 정교하게 생겼더라고요.”박강현은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완전히 냉랭해졌고 눈빛도 따라 어두웠다.그는 평소 이시연과 스케줄을 거의 다 주고받는데 지난 며칠은 이시연이 화를 내는 바람에 버릇을 들이기 싫어서 연락도 안 했다.어제 서채진이 그녀에게 반달 휴가를 준 것을 알았지만 오늘 선생님과 사모님께 일러바칠 줄은 몰랐다.어쩐지 평소 자신에게 이렇게 잘해줬던 두 사람이 오늘 이렇게 괴롭히더라니.옆에서 미간을 살짝 찡그리는 조민아를 힐끗 보던 그는 이시연이 교활하고 제멋대로일 뿐만 아니라 심술궂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이 거의 두 시간을 기다리는 것을 보고 나선영은 안필훈에게 전화를 걸라고 했다.“강현아, 나랑 네 사모가 정말 빠질 수 없어서 그러니 먼저 돌아가거라. 나중에 다시 찾을게.”박강현은 감정을 억누르고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전화를 끊은 후 쌀쌀한 눈빛을 지었다.이웃은 알아채지 못한 듯 계속 물었다.“아는 사람이에요? 혹시 남자친구 있어요?”박강현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걸 물었다.“혹시 오늘 안 선생님 부부가 외출하는 것을 봤어요?”그 이웃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아침엔 잘 모르겠어요. 그 아가씨가 온 이후로 안 선생님네 나가는 걸 못 봤어요. 그리고 그 아가씨가 떠난 지 얼마 안 돼서 당신들이 도착했어요. 오랫동안 밖에 서 있길래 궁금해서 물어봤어요.”조정린은 나와서 몇 마디 하지 않고 들어갔기 때문에 이웃은 마침 보지 못했다.하지만 이 말은 박강현의 추측을 뒷받침했다.이시연이 가자마자 선생님이 그를 부르시더니 들어오지 못하게 하셨다.이건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이시연을 위해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조민아는 그의 안색을 살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위로했다.“강현 오빠, 화내지 마세요.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닐까요? 두 사람 잠깐 트러블이 생긴 건데 그걸로 이
이시연의 목소리는 차갑고 담담했는데 마치 얼음물을 박강현의 가슴에 쏟는 것 같았고 눈빛도 점점 어두워졌다.비록 지금은 그녀가 인연을 기도한 일을 알았지만, 설사 모른다고 해도 그는 이틀만 지나면 이시연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예전처럼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그는 이시연이 헤어지자고 한 일을 없었던 일처럼 여겼다.이시아가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며 그도 마음이 아팠다.단향목 염주 팔지의 일을 알게 된 박강현은 겨우 이시연이 안필훈에게 고자질한 일을 참으며 그녀와 잘 얘기해 보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고집스러운 냉랭한 태도를 보며 박강현은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어 쌀쌀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선생님을 찾아서 고자질한 건 일부러 날 괴롭히려고 한 짓이지?”이시연은 이상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아니야.”박강현은 비아냥거렸다.“그래?”“시연아, 넌 어쩌다 이렇게 위선적으로 변했어? 자신이 한 일도 인정할 수 없어?”휴대폰을 든 이시연의 손이 가볍게 떨리더니 그녀는 휴대폰 화면에 적힌 발신자 이름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다.너무 낯선 박강현의 말투에 그녀는 자신이 전화를 잘못 받은 줄 알았고 심지어 박강현과 함께한 5년 동안 그를 정말 알고 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이시연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박강현은 그녀가 켕기는 줄 알고 차갑게 웃었다.“왜 말이 없어? 선생님에게 뭐라고 말한 거야? 우리가 싸웠다고 말해서 내가 선생님으로부터 욕을 먹고 널 달래는 게 목적이야?”“아무 말도 안 했어. 네가 달래주지 않아도 돼.”이시연은 고개를 떨구고 차분한 눈길로 발끝을 내려다보았다.“시연아,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다면 그러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줘. 우리가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서 내가 너를 어떻게 대해줬는지는 너도 잘 알잖아. 너를 사랑하지만 이런 성격을 다 받아줄 수 있는 건 아니야. 아직도 영화 프로젝트를 갖고 싶다면 회사로 날 만나러 와.”이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갈 수 없어.”이시연은 지
“너! 이 옷을 사달라고 너에게 부탁한 적 없어. 원한다면 돌아가서 벗어줄게!”박수지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되었는데 블러셔를 두껍게 발랐어도 소용없었다.이시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씩 웃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냉랭했다.“그래. 이참에 내가 준 모든 옷과 장신구들을 다 돌려줘. 내가 임대해 준 집에서도 나가고. 내가 박강현과 헤어졌으니 너도 내가 준 물건들을 남기고 싶지 않고 내가 임대해준 집에도 있기 싫겠지?”박수지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붉어졌다.‘오빠와 함께 있을때는 잘해주더니 헤어지자마자 다 쓸모없다 이거야? 가식적인 년, 그러니 민아 언니에게 남자도 빼앗겼지.’곧 싸울 것 같은 분위기를 보고 김성민이 말렸다.“수지 씨, 시연 누나, 모두 진정하세요. 다 가족인데 이렇게 싸우면 안 돼요.”화가 난 박수지는 아예 김성민에게 화풀이했다.“누가 가족이야? 이미 오빠와 헤어졌다고 말하는 걸 못 들었어? 그리고 너!”박수지는 경멸하듯 손으로 이시연의 코를 가리키며 계속해서 말했다.“이시연, 네가 쓴 돈이 모두 오빠 돈이잖아? 그러는 네가 무슨 염치로 그 물건들이 네가 산 거라고 말해? 또 무슨 자격으로 돌려달라는 거야?”쌀쌀한 미소를 지은 이시연은 여전히 냉담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워 시선을 뗄 수 없었다.“나는 강현과 5년이나 함께 있었지만 한 번도 강현이의 돈을 받아본 적이 없었어. 오히려 내가 5년 동안 일하면서 급여를 일원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강현이가 나에게 빚진 거야. 알겠어?”맑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지만 송백이 벼랑 끝에 우뚝 서 있는 숙연함이 묻어나 심금을 울렸다.박수지는 눈앞의 예쁜 얼굴을 보며 마음이 불편했다. 이시연이 말을 마칠 때 박강현이 들어왔는데 그녀의 말을 다 들은 그는 얼굴이 한껏 어두워졌다.박수지는 믿을 수 없었다.“그럴 리가?”박수지는 박강현 앞으로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오빠, 저년이 뭐라 하는지 들었어?”박강현은 잠자코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제 태성산에 가서 그들의 인연을 위해 기도했
박강현은 냉담한 눈빛으로 박수지를 쳐다보다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박강현의 꾸중을 듣자 박수지는 곧 냉정해지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시연이 오빠와 갓 갈등이 생기자마자 허은수 선생님에게 나를 가르치지 말라고 얘기했어요. 알다시피 졸업이 코앞인데 지금 선생님이 나를 가르치지 않으면 난 강현시 연극단에 들어갈 기회가 전혀 없어져요.”국내 유명한 뮤지컬계 대가인 허은수는 몰락해서 거의 유지해나갈 수 없는 강현 연극단을 오랜 시간을 들여 다시 발전시켰다.허은수는 이미 퇴직했지만 뮤지컬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그녀는 다시 초빙되어 연극단의 발전에 힘을 보탰다.박강현은 이 사촌동생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가족이라곤 삼촌네 식구밖에 없었기 때문인지 그녀의 일에 은근히 신경 쓰고 있었다.수고하는 박강현을 보고 이시연은 그를 도와 골칫거리를 해결해줬다. 이시연은 비록 손가락질하며 사람을 부려먹는 박수지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일을 직접 해주며 소홀히 대하지 않았다.학교 기숙사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하자 이시연은 학교 근처에 가장 좋은 집을 임대하였고 전문성이 좋지 않다고 하자 곧 제일 좋은 예절 선생님을 초빙했을뿐더러 육씨 가문의 인맥을 이용해 다년간 직접 제자를 가르지 않았던 허은수 선생님도 모셨다.어떤 의미에서 박수지는 허은수의 제자이니 업무능력이 너무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극단에서는 허은수의 체면을 봐서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하지만 졸업이 코앞이고 연극단의 시험도 다가오는데 허은수는 어제 갑자기 더는 가르칠 수 없다고 전화로 통지했다.박수지가 어떻게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그래서 박수지는 오늘 아침 일찍 와서 박강현에게 일러바치려 했는데 그 장본인을 만나게 될 줄 몰랐다.그ㄴ는 이시연을 가리키며 비아냥거렸다.“나의 미래를 이용해서 오빠가 먼저 고개 숙이고 너에게 돌아오길 바랐어? 잘난척하며 먼저 헤어지자고 하지 않았어? 그러면서 왜 이런 수작을 부리는 거야?”박강현의 눈빛은 여전히
이시연의 물음에 박강현은 눈살을 찌푸렸다.“더는 억지 부리지 마. 그깟 팔찌 때문에 넌 몰라볼 정도로 변했어.”이시연은 눈을 감으며 옆으로 늘어뜨린 손을 꽉 잡았다가 힘을 풀며 힘이 빠질 때까지 반복했다.박강현은 손을 들어 미간을 만지며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시연아, 넌 왜 민아를 받아줄 수 없어? 민아의 착하고 대범한 인품을 배우면 안 돼? 민아는 항상 널 존중했고 우리가 싸울 때마다 가장 먼저 너를 보호하고 너의 입장에서 문제를 분석하며 네 편을 들었는데 넌 민아의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이를 부득부득 갈며 마지막 질문을 하는 박강현은 인내심이 사라진 것 같았다.이시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민아가 그렇게 좋으면 너 당장 나와 헤어지고 민아와 사귀면 돼. 너희는 소꿉친구고 천생연분이어서 잘 어울려.”이시연은 코웃음을 쳤다.“마음속으로 민아를 생각하며 나와 엮이는 건 뻔뻔스러운 파렴치한 짓이야. 넌 쓰레기야.”“뭐라고 했어?”이시연이 욕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어 박강현은 환각이라도 생긴 줄 알고 되물었다.이시연은 그를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쓰레기라고 했어!”박강현의 안색이 극도로 나빠졌다.“왜 내가 민아를 받아들이지 못하냐고 물었어? 내 남자친구의 마음속에는 여신처럼 완벽한 여자가 있어 모든 일은 민아를 우선으로 하고 있어. 심지어 민아를 위해 나를 몇 번이고 버렸는데 그러고도 나에게 왜 민아를 받아들이지 못하냐고 물어볼 수 있어?”“박강현, 날 너무 높이 평가하지 마. 난 네가 생각한 것처럼 아량이 넓은 여자가 아니야.”“내가 민아를 받아들이지 못 하는 건 네가 그때 유정혁을 싫어하는 이유와 마찬가지야.”그녀의 말은 호수에 던진 돌처럼 파문을 일으켰다.박강현은 말문이 막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민아와 유정혁은 달라! 난 민아를 여동생으로 여기지만 넌 유정혁에게 끌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어?”유정혁은 집안이 좋고 총명하며 성격이 시원시원해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그는 두 사람이 함께 식
나선영은 손에든 털실 뭉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얼마 전에 당신 학생이 당신더러 다시 영화를 찍으라고 했을 때 관심을 가졌었잖아요?”나선영은 숄을 여미며 말했다.세월은 나선영을 야박하게 대하지 않았다. 비록 흰머리가 희끗거렸지만 눈매가 따뜻하고 분위기가 부드러워 자애롭고 온화한 기운이 온몸을 감돌았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눈 밑에는 안타까움과 유감스러운 기색이 서려 있었다. “전에는 나더러 하지 말라고 했잖아?”안필훈은 눈썹을 찡그리며 개구쟁이처럼 굴었다.‘이 여자가 변덕이 많네?’“그건 당신이 지칠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에요.”“그럼 지금은 지쳐도 돼?”안필훈은 어린애처럼 씩씩거렸는데 눈을 부릅뜨고 화를 냈지만 통통한 모습은 그저 귀엽기만 할 뿐 전혀 무서워 보이지 않았다.“말 끊지 말아요.”나선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노려봤다.“지금도 당신이 직접 하라는 게 아니라 도와주라는 거예요.”그런후 나선영은 살며시 웃으며 계속해서 말했다.“내 생각엔 만약 당신이 도와줄 수 있다면 그 캐릭터가 강현이랑 잘 어울리니 밀어주라는 뜻이예요.”“당신은 강현이에게 화가 나 있지 않아? 왜 또 도와줘? 마음이 약해졌어?”안필훈은 흐뭇하게 웃으며 차를 한 잔 따랐다.‘우리 착한 할망구.’“말 끊지 말라니깐요.”나선영은 안필훈을 노려보았다.“나는 강현이를 돕는 게 아니라 시연이가 아까워서 그래요. 당신이 이제 시연이를 촬영팀에 넣어줘 봐요. 당신도 시연이가 당신의 뒤를 잇기를 바라잖아요. 당분간 감독이 될 수는 없어도 당신이 힘써서 조감독으로 배정할 수는 있어요. 시연이는 능력을 갖추었으니 자리가 너무 낮으면 나도 내키지 않아.”안필훈은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셨다.“이 두 골칫거리...”안필훈은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지만 아내가 입을 열었으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박강현은 지난번에 이시연과 헤어지고 난 후 마음이 점점 더 답답해졌다.그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조민아도 특별히 시간을 내어 반나절 함께 보냈다.부드
이시연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여유로운 시간은 오랜만이라 유씨 가문으로 가 어른들을 뵈어야 했다.유태경은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눈치챘기에 일부러 시간을 내 하루 종일 그녀의 곁에 있어 주었다.이시연은 최대한 자신이 민망함을 느끼지 않도록 그날 밤 일을 그저 꿈을 꾼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그러나 그녀는 요즘 열심히 주위를 관찰했지만 유태경에게 다른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은 것 같았다.역시 유태경은 유태경이라고 생각했다. 여자친구를 이렇게나 꼭꼭 숨겼으니 말이다.“요즘 나한테 아주 흥미가 있어 보이던데?”유태경은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으며 느긋하게 말했다.그는 유한 그룹 대표로 일한 지 오래되었고 절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도 정장을 입은 그는 피지컬도 좋았을 뿐 아니라 표정도 차갑고 엄숙했다.오늘은 집에 있었던지라 유태경은 캐주얼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평소 차가웠던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지금 이시연을 보는 그의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이시연은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몰래 힐끔힐끔 보다가 들켜버린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휙 돌렸지만 언제나 단호하고도 정당한 논리로 말했다.“그건 관심이에요. 아저씨를 더 알아가기 위한 관심이라고요. 알겠어요?”유태경은 시선을 내렸다. 예쁜 그의 눈동자에 어둡고도 희미한 빛이 감돌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이시연은 그의 입가에 걸린 옅은 미소를 발견하고서야 얼렁뚱땅 상황을 넘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소파에 몸을 축 늘어뜨렸다.그 모습은 마치 고양이 같기도 했고 부잣집 딸의 우아한 기품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 나이대 소녀와 같은 활기와 명랑한 모습은 아주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눈을 깜박이며 천장을 보는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박강현이 정말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다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던 때 안필훈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전화를 받은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서 벌떡
이시연은 얼른 다가갔다.“선생님.”“선생님들, 안녕하세요.”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검은 긴 머리칼은 머리끈으로 단정하게 묶었지만 흘러내린 잔머리는 어쩔 수 없었고 그녀를 더 부드러운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아이고, 이 아가씨가 선생님이 그렇게 칭찬하던 그 학생이에요? 드디어 칭찬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었네요. 선생님이랑 몇 년 동안 알고 지냈는데 이렇게 다정한 모습을 본 적 없다니까요.”말을 꺼낸 사람은 영화의 감독인 윤철웅이었다.그는 안필훈의 학생이었을 뿐 아니라 안필훈과 성격이 비슷해 항상 작품에 대해 완벽을 추구했다.하지만 윤철웅은 항상 운이 부족했다. 매번 세계 영화제에서 2위로 밀려났을 뿐 아니라 촬영 도중에 두 번이나 캐스팅한 배우에게 문제가 생겨 꽤나 큰 손실을 보았다.그래도 실력은 뛰어났고 집안도 좋아 이번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수많은 인맥과 돈을 들였을 뿐 아니라 이번엔 안필훈까지 이번 작품에 끌어들였다.이시연은 그런 그를 존경하고 있었기에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선생님께서도 저희에게 감독님 칭찬 많이 하셨어요.”안필훈은 웃으며 그녀를 끌어당기더니 든든한 모습으로 말했다.“둘은 내 학생이었으니 시연이 너는 철웅을 선배님이라고 부르면 되겠구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내가 없으면 철웅이를 찾아가거라. 만약 이놈이 무시하면 바로 나한테 말하고. 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그들은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누었다. 안필훈이 그녀를 옆으로 끌어당겼다.“시연아, 내가 너한테 할 말이 있단다.”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꼭 잘못을 저지른 학생의 모습처럼 말이다.그녀의 말에 이시연은 바로 눈치를 챘다.“선생님, 전 선생님께서 무슨 말씀을 할지 알고 있어요. 선생님과 사모님도 이해해요. 하지만 전 두 분을 실망하게 해 드릴 것 같네요. 전 박강현과 그런 사이가 될 수 없거든요.”안필훈은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확고하고도 자신감이 흘러넘치는 이시연의 모습에 대학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한참 후 그는 짙은 한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