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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이시연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여유로운 시간은 오랜만이라 유씨 가문으로 가 어른들을 뵈어야 했다.

유태경은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눈치챘기에 일부러 시간을 내 하루 종일 그녀의 곁에 있어 주었다.

이시연은 최대한 자신이 민망함을 느끼지 않도록 그날 밤 일을 그저 꿈을 꾼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녀는 요즘 열심히 주위를 관찰했지만 유태경에게 다른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은 것 같았다.

역시 유태경은 유태경이라고 생각했다. 여자친구를 이렇게나 꼭꼭 숨겼으니 말이다.

“요즘 나한테 아주 흥미가 있어 보이던데?”

유태경은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으며 느긋하게 말했다.

그는 유한 그룹 대표로 일한 지 오래되었고 절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도 정장을 입은 그는 피지컬도 좋았을 뿐 아니라 표정도 차갑고 엄숙했다.

오늘은 집에 있었던지라 유태경은 캐주얼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평소 차가웠던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지금 이시연을 보는 그의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시연은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몰래 힐끔힐끔 보다가 들켜버린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휙 돌렸지만 언제나 단호하고도 정당한 논리로 말했다.

“그건 관심이에요. 아저씨를 더 알아가기 위한 관심이라고요. 알겠어요?”

유태경은 시선을 내렸다. 예쁜 그의 눈동자에 어둡고도 희미한 빛이 감돌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시연은 그의 입가에 걸린 옅은 미소를 발견하고서야 얼렁뚱땅 상황을 넘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소파에 몸을 축 늘어뜨렸다.

그 모습은 마치 고양이 같기도 했고 부잣집 딸의 우아한 기품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 나이대 소녀와 같은 활기와 명랑한 모습은 아주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눈을 깜박이며 천장을 보는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

박강현이 정말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다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던 때 안필훈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전화를 받은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서 벌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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