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안지영의 아버지에게 중상을 입혀 병원에 입원시켰을 때 자기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 모르는 거야? 안지영이 자기를 이 정도로 싫어하는 이유가 뭔지 짐작도 하지 못하는 건가?’여기까지 생각한 왕여는 정말 머리가 아팠다.그런데 나태웅은 왕여의 말을 듣고서는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봤다.왕여가 말했다.“그때 안지영 씨는 정말 슬퍼했어요.”그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이 말은 나태웅에게 스스로 무슨 짓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걸 상기시켜 주려고 한 말이다.나태웅은 이 말에 정말로 잠잠해졌다.그는 눈썹을 찌푸리고서는 깊은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지금 이 순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잠시 후 왕여는 더 이상 이 문제에 관해 얘기를 나누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나태웅이 입을 열었다.“네 뜻은 안지영이 그 일로 날 원망한다는 거야?”왕여는 이 말을 듣고 멈칫했지만 뭔가 한 줄기 빛이 보이는 듯했다.‘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보스가 드디어 이해하기 시작한 거야? 지금까지 태도를 봐서는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지금 이건 생각이 바뀌어 가는 징조인가? 정말 그런 거라면 제발 좀 마음이 넓어졌으면 좋겠네.’여기까지 생각한 왕여는 다급하게 말했다.“안지영 씨 입장에서 생각하면 당연히 대표님을 탓할 수밖에 없죠.”‘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어?’비록 그 사건에는 장선명의 책임도 있었지만 애초에 모든 것은 나태웅의 계획하에 이루어진 것이었다.그래서 안지영도 계속 나태웅을 원망하는 것이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입을 열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난 일인데 안지영 너무 속 좁은 거 아니야?”왕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아니 방금 이해한 거 아니었어? 그걸로 끝이라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안지영 씨 아버지가 아직도 병원에 계시잖아요.”사람이 완전히 낫지 않았다는 것은 이 일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다.‘뭐가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거야?’왕여는 정말 머리가 아팠
“안지영이 목숨을 버리려 한다고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왕여는 잠시 멍해졌다.나태웅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로 장선명의 병실로 가서 안지영을 데려오려는 것 같았다.이건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잠깐만요. 가시면 안 돼요.”“놔.”“큰 도련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반드시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고요. 이렇게 하시면 죽을 수도 있으세요.”왕여는 거의 울 것 같았다.강성을 떠날 때부터 나태현은 계속해서 왕여에게 나태웅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당부했다.그 말은 곧 장선명 앞에서 나태웅이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라는 뜻이었다.지금 이렇게 나태웅이 장선명의 병실로 가는 건 죽고 싶어서 자기 발로 찾아가는 것이었다.하지만 나태웅은 정말 미친 것 같았다. 이제는 왕여가 아무리 막아도 듣지 않고 바로 장선명의 병실로 돌진했다.장선명과 안지영은 마침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 장면은 두 사람의 사이가 정말 친밀해 보였다.그러나 이 장면은 순간 나태웅의 신경을 자극했다.나태웅은 두 사람이 잡은 손을 뚫어지게 쳐다봤다.나태웅의 눈에서 차가운 분위기가 번뜩였고 마치 칼날처럼 두 사람의 손등을 뚫어버릴 것만 같았다.뒤따라온 왕여는 순간 이 장면을 보고 멍해졌다.안지영과 장선명의 사이가 이미 이 정도까지 발전했을 줄은 몰랐다.“넌 왜 왔어?”나태웅이 병실에 들어온 것을 보고 안지영은 화를 내며 말했다.‘이 인간 이제는 정말 귀신처럼 끈질기게 따라다니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병실로 돌아가자.”나태웅은 차가운운 목소리로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안지영이 나태웅을 배신한 것처럼 들릴 정도였다.안진영이 말했다.“꺼져.”‘내가 왜 저 인간하고 병실에 가야 해? 자기가 나한테 뭐라도 되는 줄 알아?’안지영이 또 꺼지라고 말하자 나태웅은 화가 너무 나서 이성의 끈을 놓쳐 버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할 말 있으니까 따로 얘기하자고.”“난 너랑 할 말 없
나태웅의 호흡은 순간 무거워졌다.안지영도 깜짝 놀랐다. 어제 산에서 들은 게 바로 이 소리였던 것 같다.장선명이 이런 물건을 항상 지나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다.안지영은 위험하게 번뜩이는 장선명의 눈빛을 보고 당황하며 말했다.“장선명 씨 제발 그러지 마요.”“지금 봤지? 장선명이 얼마나 위험한 인간인지. 저런 인간하고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거야?”나태웅은 죽음도 두렵지 않은 듯 말했다.왕여와 안지영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서는 바보처럼 나태웅을 바라보며 이 사람은 정말 멍청이가 아닐지 생각했다.이런 순간에 상대를 자극해서 뭐가 좋을 게 있다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왕여는 이미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그러나 안지영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빨리 그쪽 대표 데려가지 않고 뭐 해요? 여기서 나태웅이 죽는 걸 보고 싶어요?”왕여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서는 얼른 앞으로 다가갔다.“대표님 저희 먼저 가시죠.”“안지영.”나태웅은 이를 악물었다.말투도 그렇고 눈빛도 모두 안지영을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안지영이 말했다.“닥치고 어른 꺼져.”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아직도 여기서 질척거리는 나태웅을 안지영은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나태웅은 여전히 안지영을 병실로 데려가려 했다. ‘지금 장선명 같은 사람과 함께 있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거야? 그런데도 버티고 있네. 이 여자가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나태웅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왕여는 더 이상 여기서 나태웅이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다급하게 그를 억지로 끌고 갔다.“이거 놔.”나태웅은 여전히 발버둥 치고 있었지만 왕여는 못 들은 척하며 강제로 그를 병원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그렇다 병원 밖으로 끌고 갔다.이제 더 이상 이 병원에 있을 수는 없었다. 이러다 정말 사람 목숨이 위태로워질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그렇게 병원을 빠져나왔다.나태웅은 왕여를 세게 밀어내며 말했다.“너도 봤지? 장선명이 감히.”“네 다 봤
“아파요. 너무 아파요.”어찌 됐든 안지영은 부상자인데 나태웅은 정말 너무 심하게 그녀를 마구 끌어당겼다.‘그 개자식은 정말 인간이 아니야.’생각하면 할수록 안지영은 더욱 억울해졌다.장선명은 안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부터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마.”“움직이지도 못하겠어요.”방금 조금 움직였다고 뼛속까지 고통이 파고드는 것 같았다.아까 안지영은 정말 나태웅의 얼굴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그 자식을 아주 죽여버려야 했는데.’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을 만나면 성격이 아무리 좋은 여자라 해도 결국 나태웅 때문에 화가 나 미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나태웅 정말 짜증 나는 인간이야. 이건 너무 심하잖아.’의사와 간호사가 모두 나가고 나서야 안지영은 장선명을 바라보며 말했다.“선명 씨 아까 정말 나태웅을 죽이려고 했어요?”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안지영을 말을 꺼낼 때 여전히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조금 전 안지영은 정말로 무서웠다.장선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난 더 이상 그렇게 혈기 넘치는 사람이 아니야. 예전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었겠지.”지금의 장선명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사람들은 흔히 남자든 여자든 마음속에 뭔가 얽매이는 것이 생기면 일을 처리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한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방금 장선명이 나태웅에게 총을 겨눴을 때 장선명이 정말로 나태웅을 죽일까 봐 많이 놀랐었다.“나태웅을 걱정하는 거야?”장선명이 물었다.그의 말투는 아주 차분했지만 누구도 그가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어낼 수 없었다.그래도 그가 이런 질문을 던진 것 자체가 이미 감정을 겉으로 내비쳤다는 걸 의미했다.안지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걱정한 건 여기서 사람이 죽으면 나는 나씨 가문에서든 장씨 가문에서든 모두 죄인이 되는 거예요.”지금도 안지영은 마음고생하며 살고 있는데 나태웅이 여기서 죽는다면 장선명은 분명 감옥에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지영은 정말
안지영은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저쪽에서는 고은영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영아 너 어디야? 괜찮은 거지?”고은영도 소식을 들은 것 같았다.안지영은 걱정이 가득 담긴 고은영의 목소리를 듣고 마음속 깊은 곳이 따듯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이 계집애. 그동안 내가 은영이를 아낀 게 헛된 일은 아니었네. 날 이렇게 걱정해 주고.’안지영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어떻게 늑대를 만날 수 있어? 늑대가 널 물었어? 많이 다친 거야?”안지영은 대답하지 못했다.“그리고 주사 맞는 것도 잊지 마. 야생 동물은 바이러스를 갖고 있을 수도 있어.”고은영은 연속으로 질문을 쏟아내더니 안지영에게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해결 방법까지 말해줬다.그런 고은영의 말에 안지영의 마음은 더욱 따뜻해졌다.“말했잖아. 나 괜찮다고. 걱정하지 마 은영아.”고은영이 며칠 동안 고은지의 일로 마음을 졸였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안지영은 깨어난 뒤에도 고은영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결국 고은영이 알아버릴 줄 누가 알았을까?고은영이 말했다.“너 정말 괜찮은 거지?”“언제부터 날 이렇게 믿지 않은 거야? 내가 널 속이겠어?”“그럼 언제 돌아와? 너 매하리에 있지 마. 거기 너무 위험해.”왜 사람들이 매하리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고은영이 생각하기에는 정말 위험한 곳이었다.전에 고은영이 배씨 가문에 들어가기 전에도 안지영은 고은영을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싶어 했다.그런데 그 결과 안지영이 여행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태환이 그녀를 불러들였다.그래서 고은영은 지금까지도 여행을 가보지 못했다.“여기서 빨리 돌아갈 거야. 걱정하지 마.”고은영이 걱정할까 봐 안지영은 전화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영은 지금 다급하고 초조한 상태라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그리고 전화기 너머로 고은영은 안지영이 강성으로 곧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그녀는 정말로 안지영이 무슨 사고라
당시 안지영은 정말로 고은영을 걱정했었다.하지만 지금 맞는 골수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으니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고은영이 말했다.“그래. 이제 나도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일은 정말 나도 깜짝 놀랐어.”골수를 기다리는 것은 사람에게 엄청난 고통이었다.고은지의 상태는 항상 불안정해졌고 특히 합병증이 나타난 뒤에는 더 걱정이 많았다.“어찌 됐든 이제 골수를 찾았으니 좋은 일이야.”고은영은 응하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장선명은 안지영을 보며 물었다.“고은영하고 전화한 거야?”안지영이 대답했다.“네. 고은지한테 맞는 골수를 찾았대요. 이제 은영이도 한숨 돌릴 수 있겠어요.”전에 고은영이 그렇게 야윈 모습을 보고 안지영은 고은영이 무너질까 봐 걱정했었다.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장선명이 물었다.“량천옥의 골수와 일치하대?”“맞아요.”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장선명이 말했다.“정말 이런 기막힌 우연이 다 있네?”고은영의 엄마가 고은지의 골수와 일치한다니.안지영이 말했다.“이건 아마 하늘이 량천옥에게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전에 은영이를 그렇게 괴롭힌 것에 대해 뭔가 대가를 치러야지. 이렇게 친딸을 인정만 하고 끝낼 수는 없잖아요.”안지영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사실 예전에 량천옥은 고은영을 심하게 괴롭힌 적이 많았다.량천옥은 사람을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거의 고은영을 죽일 뻔했다.물론 나중에 진실을 알고 난 뒤 고은영에게 잘해주긴 했지만 량천옥은 결코 선한 사람이 아니었다.설사 랴천옥이 고은영에게 보상을 해준다고 해도 실질적인 보상이 필요했다.장성명은 기뻐하는 안지영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감탄했다.‘이 두 여자는 정말 사이가 좋네. 거의 일심동체나 다름없이 어떤 반박도 용납하지 않네.’이 순간 강성의 병원에서 고은영은 골수가 일치한다는 검사 보고서를 보며 매우 기뻐했다.“언니 이제 드디어 살 수 있게 됐어.”의사
입사 2년 차 고은영은 동영그룹 비서실 직원으로서 매사에 신중하고 성실하게 일해왔다.그런데 어젯밤, 그녀는 거대한 사고를 치고 말았다.고은영은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잡고 살짝 뒤집었다. 알몸 상태를 확인한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남자의 넥타이를 잡고 방탕한 여자처럼 유혹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아직 자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헉!”얕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 장면이 꿈이 아니라니! 어떻게 직속 상사를 상대로 그런 미친 짓을 벌인 거지?배준우, 동영그룹 대표이자 그녀의 직속 상사였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너무도 큰 충격에 고은영은 자신도 순결을 잃었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재빨리 일어나서 옷부터 입었다.그리고 배준우가 깨기 전에 이 끔찍한 범죄현장에서 도망쳤다.떨리는 다리로 겨우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애써 어젯밤 기억을 지우려고 노력했다.그런데 화장 중이던 안지영이 그녀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어제 대표님 방까지 모셔다드리고 온다고 하지 않았어? 전화해도 안 받던데 어떻게 된 거야?”고은영은 가슴이 철렁해서 말까지 더듬었다.“나? 바람 좀 쐬고 좀 늦게 돌아왔는데 너 자고 있길래 조용히 들어왔어. 아침에 대표님 호출이 있어서 나갔다 이제 들어온 거야!”조금 긴장했지만 군더더기가 없는 대답이었다.대표실 직속 비서로서 수시로 호출을 받는 일도 잦았고 지금은 출장 중이라 밤에 바람 좀 쐰다고 나갔다 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안지영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화장에 집중했다.무사히 넘어갔다는 생각에 고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로 가서 씻고 출근준비를 했다.두 사람은 식당으로 가서 대충 아침을 먹고 회의실로 바로 직행했다.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은 고은영은 평소의 진지하고 성실한 직원으로 돌아왔다.가방에서 핸드폰 진동음이 들리고 발신자에 찍힌 “대표님”이라는 글자를 확인했을 때, 그녀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지금 당
고은영은 어떤 마음으로 휴게실을 빠져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전시회장으로 돌아왔다.그녀를 본 안지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안색이 왜 그래? 어디 아파?”고은영은 중학교 때부터 자신과 함께한 친구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그 모습을 본 안지영은 급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급히 그녀를 끌고 화장실로 가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대표님한테 혼났어?”안에서 문을 잠그자 고은영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안지영은 다급히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대표님 너 이런 모습 보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날 텐데!”동영그룹 배준우 대표는 매사에 철저하고 냉철한 사람이었다.아무리 예쁜 여직원이라도 일하는 시간에 울거나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절대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과거에 어떤 여직원이 실연 당하고 회사에 와서 몰래 눈물을 흘린 적 있었는데 배 대표는 대차게 그 부서 전체에 징계를 내렸다.여자라서 절대 봐주는 법이 없는 배준우였다.고은영은 숨 넘어갈 듯이 흐느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지영아, 나 이대로 퇴사할지도 몰라! 하지만 난 강성을 떠나기 싫어!”“아니, 도대체 무슨 사고를 쳤길래?”안지영은 앞뒤 잘라먹은 그녀의 말에 조바심이 났다.“내가… 어젯밤에 대표님을… 추행했어!”안지영은 순간 온몸이 굳었다.공기마저 무거워지고 화장실 안에는 고은영의 흐느끼는 소리만 들렸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안지영은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다.“지금… 뭐라고 한 거야?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아?”도저히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어제 대표님 방에 밤새 있었다고!”고은영이 말했다.다시 정적이 찾아왔다.안지영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그러니까 네가, 대표님이랑 억지로 잠자리를 가졌다는 거야?”이게 사실이라면 커다란 재앙이었다.과거 배준우 한번 꼬셔보겠다고 그의 방에 숨어들었던 여자들은 그 결과가 전부 좋지 못했다.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