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요. 너무 아파요.”어찌 됐든 안지영은 부상자인데 나태웅은 정말 너무 심하게 그녀를 마구 끌어당겼다.‘그 개자식은 정말 인간이 아니야.’생각하면 할수록 안지영은 더욱 억울해졌다.장선명은 안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부터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마.”“움직이지도 못하겠어요.”방금 조금 움직였다고 뼛속까지 고통이 파고드는 것 같았다.아까 안지영은 정말 나태웅의 얼굴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그 자식을 아주 죽여버려야 했는데.’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을 만나면 성격이 아무리 좋은 여자라 해도 결국 나태웅 때문에 화가 나 미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나태웅 정말 짜증 나는 인간이야. 이건 너무 심하잖아.’의사와 간호사가 모두 나가고 나서야 안지영은 장선명을 바라보며 말했다.“선명 씨 아까 정말 나태웅을 죽이려고 했어요?”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안지영을 말을 꺼낼 때 여전히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조금 전 안지영은 정말로 무서웠다.장선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난 더 이상 그렇게 혈기 넘치는 사람이 아니야. 예전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었겠지.”지금의 장선명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사람들은 흔히 남자든 여자든 마음속에 뭔가 얽매이는 것이 생기면 일을 처리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한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방금 장선명이 나태웅에게 총을 겨눴을 때 장선명이 정말로 나태웅을 죽일까 봐 많이 놀랐었다.“나태웅을 걱정하는 거야?”장선명이 물었다.그의 말투는 아주 차분했지만 누구도 그가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어낼 수 없었다.그래도 그가 이런 질문을 던진 것 자체가 이미 감정을 겉으로 내비쳤다는 걸 의미했다.안지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걱정한 건 여기서 사람이 죽으면 나는 나씨 가문에서든 장씨 가문에서든 모두 죄인이 되는 거예요.”지금도 안지영은 마음고생하며 살고 있는데 나태웅이 여기서 죽는다면 장선명은 분명 감옥에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지영은 정말
안지영은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저쪽에서는 고은영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영아 너 어디야? 괜찮은 거지?”고은영도 소식을 들은 것 같았다.안지영은 걱정이 가득 담긴 고은영의 목소리를 듣고 마음속 깊은 곳이 따듯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이 계집애. 그동안 내가 은영이를 아낀 게 헛된 일은 아니었네. 날 이렇게 걱정해 주고.’안지영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어떻게 늑대를 만날 수 있어? 늑대가 널 물었어? 많이 다친 거야?”안지영은 대답하지 못했다.“그리고 주사 맞는 것도 잊지 마. 야생 동물은 바이러스를 갖고 있을 수도 있어.”고은영은 연속으로 질문을 쏟아내더니 안지영에게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해결 방법까지 말해줬다.그런 고은영의 말에 안지영의 마음은 더욱 따뜻해졌다.“말했잖아. 나 괜찮다고. 걱정하지 마 은영아.”고은영이 며칠 동안 고은지의 일로 마음을 졸였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안지영은 깨어난 뒤에도 고은영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결국 고은영이 알아버릴 줄 누가 알았을까?고은영이 말했다.“너 정말 괜찮은 거지?”“언제부터 날 이렇게 믿지 않은 거야? 내가 널 속이겠어?”“그럼 언제 돌아와? 너 매하리에 있지 마. 거기 너무 위험해.”왜 사람들이 매하리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고은영이 생각하기에는 정말 위험한 곳이었다.전에 고은영이 배씨 가문에 들어가기 전에도 안지영은 고은영을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싶어 했다.그런데 그 결과 안지영이 여행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태환이 그녀를 불러들였다.그래서 고은영은 지금까지도 여행을 가보지 못했다.“여기서 빨리 돌아갈 거야. 걱정하지 마.”고은영이 걱정할까 봐 안지영은 전화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영은 지금 다급하고 초조한 상태라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그리고 전화기 너머로 고은영은 안지영이 강성으로 곧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그녀는 정말로 안지영이 무슨 사고라
당시 안지영은 정말로 고은영을 걱정했었다.하지만 지금 맞는 골수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으니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고은영이 말했다.“그래. 이제 나도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일은 정말 나도 깜짝 놀랐어.”골수를 기다리는 것은 사람에게 엄청난 고통이었다.고은지의 상태는 항상 불안정해졌고 특히 합병증이 나타난 뒤에는 더 걱정이 많았다.“어찌 됐든 이제 골수를 찾았으니 좋은 일이야.”고은영은 응하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장선명은 안지영을 보며 물었다.“고은영하고 전화한 거야?”안지영이 대답했다.“네. 고은지한테 맞는 골수를 찾았대요. 이제 은영이도 한숨 돌릴 수 있겠어요.”전에 고은영이 그렇게 야윈 모습을 보고 안지영은 고은영이 무너질까 봐 걱정했었다.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장선명이 물었다.“량천옥의 골수와 일치하대?”“맞아요.”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장선명이 말했다.“정말 이런 기막힌 우연이 다 있네?”고은영의 엄마가 고은지의 골수와 일치한다니.안지영이 말했다.“이건 아마 하늘이 량천옥에게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전에 은영이를 그렇게 괴롭힌 것에 대해 뭔가 대가를 치러야지. 이렇게 친딸을 인정만 하고 끝낼 수는 없잖아요.”안지영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사실 예전에 량천옥은 고은영을 심하게 괴롭힌 적이 많았다.량천옥은 사람을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거의 고은영을 죽일 뻔했다.물론 나중에 진실을 알고 난 뒤 고은영에게 잘해주긴 했지만 량천옥은 결코 선한 사람이 아니었다.설사 랴천옥이 고은영에게 보상을 해준다고 해도 실질적인 보상이 필요했다.장성명은 기뻐하는 안지영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감탄했다.‘이 두 여자는 정말 사이가 좋네. 거의 일심동체나 다름없이 어떤 반박도 용납하지 않네.’이 순간 강성의 병원에서 고은영은 골수가 일치한다는 검사 보고서를 보며 매우 기뻐했다.“언니 이제 드디어 살 수 있게 됐어.”의사
두 사람은 의사의 의아한 표정을 전혀 보지 못하고 그의 옆을 지나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걸어갔다.의사는 두 사람이 정말로 떠나려는 모습을 보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이런 부유한 가문의 사모님들은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차가운 심장과 무정한 마음이었다.그러니 사실은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도 관심 없는 사람은 끝까지 관심이 없을 것이다.고은영은 량천옥을 병원 아래까지 배웅하며 량천옥이 차에 오르는 걸 지켜보았다.량천옥은 차에 오른 뒤 말했다.“먼저 올라 가 봐. 너도 건강을 잘 챙겨야 해. 정 안 되면 요즘 내가 두 사람 도시락을 챙겨줄게.”“그렇게 번거롭게 하실 필요 없으세요. 그건 너무 고생스러우실 거예요.”고은영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젓는 걸 보고 량천옥이 말했다.“힘들지 않아. 그냥 그렇게 결정하자. 밖에서 파는 음식은 건강에도 좋지 않으니까.”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량천옥은 차 문을 닫고 떠났다.지금 량천옥은 고은영의 거절을 듣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고은영에게 바치려 했고 모든 것을 고은영에게 주고 싶어 했다.이전에는 기회를 찾지 못했지만 이제는 어렵게 기회를 얻었으니 량천옥은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할 수 없었다.량일은 량천옥의 기분이 아주 좋은 것을 보고 물었다.“결과가 나왔어?”“응 나왔어. 나와 고은지가 일치하대.”“그럼 고은지를 위해 골수를 기증하기로 했어?”“물론이지.”량천옥이 고개를 끄덕이자 량일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기증해야지.”두 사람은 매칭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이미 적합하기만 하면 바로 기증하겠다고 결정했었다.게다가 고은지가 고은영을 그동안 각별히 챙겼었기 때문이다.지금 두 사람에게 은혜를 갚을 기회가 주어져 정말 다행이었다.“아참. 내일부터는 점심을 우리가 가져다줘야 해. 은영이가 점심에 분명 병원에 와 있을 거야.”“그래.”량일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것에 대해 량일은 당연히 의견이 없었다. 그녀도 외손녀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오랫동안 우
배준우가 대답했다.“그렇지.”‘그래 일치하기만 하면 되는데 왜 하필 량천옥의 것이지? 이건 정말...’현재 상황을 생각하니 진씨 가문은 쪽은 이미 큰 소란이 벌어지고 있기에 어떤 일들은 잠시 억누르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배준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진윤에게 연락했다.고은영이 고은지의 병실에 들어가 회사로 돌아가야겠다고 말할 때 배준우도 진윤과 전화가 통했다.배준우가 말했다.“진정훈한테 먼저 내 사무실로 오라고 해줘?”“왜?”“여기 일이 좀 있어서.”진정훈의 협조가 필요했다.진윤은 배준우가 진정훈을 만나겠다고 하는 이유를 몰랐다.배준우는 이전에 진정훈의 이름만 들어도 항상 화를 냈었다.두 사람은 한동안 사이가 좋지 않았고 지금 진정훈이 란완리조트로 가면 배준우는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을 것이다.“알겠어. 내가 정훈이 보고 오후에 너한테 가라고 할게.”“바로 회사로 와서 날 찾으면 돼.”“그래.”두 사람이 전화를 끊었을 때 고은영이 병실에서 나와 배준우에게 말했다.“우리 이만 갈까요?”“언니한테 말했어?”“네. 말했어요.”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정신적인 이유 때문인지 지금 고은지는 기분이 아주 좋았고 안색도 훨씬 좋아 보였다.배준우는 고은영과 함께 병원에서 나왔다. 마음속에 고민이 있으니 점심은 그냥 밖에서 대충 때우려고 했다.점심 식사 동안 고은영만 계속 먹고 배준우는 거의 먹지 않았다.돌아오는 길에 고은영이 말했다.“왜 점심을 그렇게 적게 먹었어요? 입맛에 맞지 않았어요?”“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 것 같아. 입맛이 없네.”배준우가 말했다.고은영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나도 지금 별로 입맛이 없어요.”배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입맛이 없다고? 입맛이 없다는 말의 뜻을 오해한 거 아니야? 오늘 점심에 꽤 많이 먹던데?’하지만 고은영이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걸 보고 배준우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회사에 돌아온 뒤 고은영은 아마도 긴장이 풀린 탓인지 졸음이 쏟아져 바로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재 안의 분위기는 이상했고 너무 무거워 숨 막힐 것 같았다.진성택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제 만족하니?”그 말투는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워 당장이라도 진정훈을 베어버릴 것 같았다.진정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만족하죠.”강성 전체가 진성택과 김영희가 어떻게 친자식을 외면하고 첫사랑의 딸인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아이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알게 되었다.그 아이의 지위는 친자식을 훨씬 뛰어넘었다.진성택은 화를 냈다“너 이 자식.”그는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순간적으로 그의 얼굴은 더욱 새까맣게 변했다.진성택은 진정훈을 바라보다가 또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는 진윤을 바라보았다.진성택은 큰아들을 보고 마음이 더욱 복잡했다. 자기가 키운 자식들은 왜 다들 그에게 빚을 받으러 온 것처럼 행동하는 것일까?“네가 말해 봐. 지금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어?”“어떻게 처리하고 싶으신데요?”진윤은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진윤은 이미 수년 동안 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니 이 가문이 도대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는 그와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진성택은 진윤의 태도를 보고 더욱 분노했다.“진윤 여기는 네 집이야.”“내가 인정하면 여기가 내 집이고 인정하지 않으면 여기는 나와 반 푼어치도 관계가 없는 건가요?”지금 진윤의 태도를 보니 분명 인정하지 않을 것 같았다.진성택은 또 날카로운 눈빛으로 무심한 표정을 하는 진정훈을 째려보았다.“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봐.”‘분명 내가 전생에 이 녀석한테 빚을 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번 생에 이렇게 날 괴롭히겠어?’진정훈이 말했다.“이 결과 아버지는 만족하세요?”“닥쳐.”“내가 말했죠? 진유경을 내보내라고. 내 여동생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막지 말고 할머니와 아버지가 어디로 데려가고 싶으면 어디로 데려가라고 했잖아요.”진성택과 진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두 사람은 동시에 진정훈을 바라보았지만 각자의 마
“그만해.”진성택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이제는 내가 친딸에 대한 마음마저 의심하다니 정말 너무하네. 나라고 그 아이를 데려오고 싶지 않겠어?’진성택은 그동안 매일 밤낮으로 그 아이를 생각했다.“아버지는 그런 게 아니라면서요. 그럼 저희에게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세요. 왜 진유경이 샘플을 조작한 건지. 제대로 설명해 주셔야죠.”‘무시하라고?’지금은 진정훈이든 진윤이든 이 문제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회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진성택이 슬쩍 넘어가려고 했지만 두 사람은 진성택에게 삿대질하면서라도 설명을 요구했다.진성택은 또다시 심장이 요동쳤다.‘왜 유경이가 샘플을 조작한 거지?’이 일에 대해 진유경은 나중에 설명했지만 진성택이 듣기에도 그 설명으로는 용서를 받기 힘들 것 같았다.지금 진유경이 하는 모든 말에는 설득력이 없었다.진성택은 눈을 감으며 한숨을 쉬었다.“너희도 알잖니. 유경이의 신분이 특별한걸.”“허. 특별해요? 참으로 특별하네요. 그럼 이 이유로 진유경이 샘플을 조작해도 된다는 거예요?”‘도대체 이게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그 질문에 진성택의 얼굴은 잿빛이 되었다.진성택이 말하기도 전에 진윤이 말을 이었다.“다들 진유경한테 너무 잘해줘서 이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웠던 거예요. 진유경은 자기가 어떤 신분인지조차 잊어버렸어요.”진유경은 그걸 구분하지 못했다.정말로 진씨 가문에서 그녀에게 준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진윤의 말을 들으면서 진성택의 심장은 더욱 심하게 요동쳤다.몇 번이나 깊이 숨을 들이마셨지만 가슴의 답답함은 가라앉지 않았다.마침내 진성택이 입을 열었다.“지금은 일단 이런 얘기하지 말자. 이 일은 어찌 됐든 해결해야 해.”그 말을 하며 진성택은 무의식적으로 불만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진정훈을 바라보았다. 진성택의 생각에 이 일은 어찌 됐든 모두 진씨 가문 내부의 가정사였다.가정사라면 집안에서 해결해야 했다.그러나 지금 진정훈이 강성 전체가 다 알게 해버렸으니 이는 분명 진씨
동영 그룹.고은영은 어렵게 긴장을 풀고 온종일 날이 저물 때까지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몇 시가 되었는지도 말랐다.한편 배준우는 진씨 가문과 관련된 기사를 보고 머리카락이 곤두섰다.진정훈이 한 가지 실마리를 던졌으니 이제 뒤에 있는 누군가는 뒷이야기를 파헤칠 것이다.예를 들어 진유경이 그 샘플을 조작한 일과 또 어떤 기관에서 나온 두 개의 동일한 결과 보고서 등의 사건들 말이다.명확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방향은 바로 고은영을 겨냥하고 있었다.배준우는 진청아에게 이 일을 당장 잠재우라고 지시했다.진청아는 10분 정도 나갔다가 들어와서 말했다.“이번 일은 아무래도 진윤 도련님께 연락을 취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어떻게 된 일인데?”배준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진청아가 대답했다.“진씨 가문쪽에서도 지금 이 일을 잠재우려고 하지만 진윤 도련님이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진윤과 진정훈이 함께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걸까?그쪽은 아마 모든 문제를 처리하고 이미 만반의 준비를 끝냈을 것이다.진윤과 진정훈은 이미 고은영을 그들의 어머니가 낳은 딸이라고 완전히 믿고 있었다.게다가 고은영이 정정당당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고은영을 해치려고 했던 진유경을 완전히 진씨 가문에서 쫓아내려 했다.하지만 그들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량천옥과 고은지의 골수가 일치한다는 것이다.만약 량천옥이 이 기사를 본다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배준우는 고은영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다.여기까지 생각한 배준우는 두통이 밀려왔고 재빨리 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번에는 진윤이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준우야.”배준우는 분노를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왜 전화를 받지 않는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무슨 일 있어?”진윤이 물었다.“말했잖아. 진정훈한테...”“진씨 가문에 문제가 생겨서 정훈이가 지금 자리를 비울 수 없어.”“그러면 너라도 전화를 받았어야지.”배준우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그는 일단 골수 이식에 문제가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