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진윤은 대답했다.“그래 알겠어.”그렇게 두 사람은 전화를 끊었다.배준우는 머리가 아파졌다.그는 지금 량천옥이 고은영과의 관계에 몰두해 핸드폰을 볼 시간이 없길 바랄 뿐이었다.만약 이 기사들을 량천옥이 본다면 정말 큰일이 날 것이다.어찌 됐든 일단 지금 상황을 가라앉혀야 했다.이 일로 세상은 뒤집어졌고 진씨 가문의 평화는 완전히 깨져버렸다. 이제 모든 일은 새로운 국면으로 떠밀려갔다.온라인은 온통 진유경과 진성택을 비난하는 댓글로 가득했고 심지어 김영희도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많은 사람들은 김영희와 박경숙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파헤치기 시작했다. 다들 그렇지 않으면 김영희가 박경숙의 딸을 그렇게 애지중지 여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김영희는 예전에 박경숙과 진성택의 결혼을 반대했는데 왜 상대방의 딸을 보물처럼 여겼을까?진유경은 온라인의 소식을 보고 눈이 빨갛게 부을 정도로 울었다.이 순간 진유경은 정말로 절망했다.진유경은 진정훈이 이 정도로 매정하게 상황을 몰아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진정훈은 진유경에게 조금의 여지도 남겨주지 않았다.김영희는 진유경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더 마음 아파했다.“이 바보야 울지 마. 응?”“할머니 둘째 오빠가 날 진씨 가문에서 내보내려는 거예요. 제가 떠나지 않으면 계속 이런 소란을 피울 거예요.”김영희는 아무 말도 없이 진유경의 말을 들었다.“게다가 큰오빠도 지금 둘째 오빠를 도와주고 있는데 난 이제 어떻게 해요?”이 말을 하며 진유경은 더욱 크게 울었다.그녀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고 진정훈이 이렇게 냉정할 줄은 더욱 몰랐다.분명히 예전에는 그녀에게 너무나 잘해줬는데 왜 지금 이렇게 완전히 변했을까?진유경은 지금 자신에게 반응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진정훈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김영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김영희는 감히 전에 했던 말을 또 하진 못했다.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진정훈을 진씨 가문에서 내쫓고 진유경을 떠나지 않게
진성택이 위층에서 내려왔다.그는 내려와서 김영희 품에 안겨 울고 있는 진유경을 발견했다.진정훈이 소란을 피운 이후로 진유경이 한 번도 행복해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진성택은 마음속으로 말썽꾸러기 진정훈을 생각하며 분노했다.“아빠 제발 절 쫓아내지 말아 주세요. 그 일은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앞으로 동생 오면 잘 돌볼게요. 제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진유경은 고통스럽게 애원했다.그녀는 원래 진씨 가문의 지원을 받아 진씨 가문과 같은 수준의 가문으로 시집가 평생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싶었다. 그 때문에 항상 그녀의 목표는 배준우였다.그러나 지금 배준우와의 기회는 완전히 없어졌기에 최소한 그녀가 더 낳은 사람을 찾을 기회는 주길 바랐다.만약 정말로 진씨 가문을 떠나게 된다면 진유경은 이런 기회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걸 마음속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입양된 집에서 쫓겨난 딸을 어느 상류층 가문에서 좋게 보겠어?’이 순간 진유경은 배준우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한 걸 후회했다. 그때는 진정훈이 이렇게 빨리 친여동생을 찾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해도 모든 것은 이미 늦어버렸다.“아버지 부탁이에요. 제발 부탁드려요.”진유경은 계속 울었다.김영희는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네 아버지가 안 된다고 하는 게 아니라 네 둘째 오빠가 문제야...”지금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데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원래대로라면 진유경을 어디에 있게 할지는 가문의 두 어른이 결정할 일이지 진정훈이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진정훈이 이 일에서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애당초 그들에게 어떤 반응을 할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김영희는 이렇게 계속 소란이 지속되면 자신에게 불리할까 봐 약간 겁이 났다.하지만 진정훈의 얘기를 꺼내자 진유경은 더욱 심장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둘째 오빠는 이미 날 완전히 버렸어요. 오빠가 날 포기했어요.”오랜 세월
진윤이 말했다.“두 사람의 골수가 어떻게 일치할 수 있어? 이건 너무 우연 아니야?”이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진윤과 똑같이 우연도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냐고 말했다.량천옥과 고은지의 골수가 일치한다는 것은 정말로 우연만은 아니었다.“정말 우연이긴 하지만 지금 두 사람의 골수가 일치해. 그러니까 너희들도 지금은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게 좋을 거야.”“우리가 무슨 문제를 일으켰다고 그래요?”진정훈이 불만스러워하며 말하자 배준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았다.“은영이가 고은지를 정말 많이 신경 쓰고 있어.”고은영이 이렇게 고은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만약 그들이나 진씨 가문이 문제를 일으켜 고은지에게 나쁜 일이 생기면 고은영은 진씨 가문과 다시는 연을 맺지 않을 것이고 평생 원망할 것이다.이유를 들은 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겠어. 일이 어떻게 됐든 일단 고은지 씨의 수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게.”‘량천옥과 진씨 가문은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이제 고은영과 진윤 외할머니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것이 밝혀졌으니 고은영이 진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그렇다면 량천옥과 진씨 가문은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전에 량천옥과 진씨 가문 사이의 얽힌 일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만약 그녀와 진씨 가문이 정말로 어떤 관계가 있다면 이는 정말 원수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듯한 묘한 상황이었다.진윤이 말했다.“그래 알겠어.”“너는?”배준우는 또 진정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진씨 가문에서 소란을 가장 심하게 피우는 사람이 바로 진정훈이었다.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진유경을 진씨 가문에서 쫓아내려 했다.진성택과 진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지금 진정훈 때문에 아주 골치가 아플 것이다.진정훈이 말했다.“나도 문제없어요.”그는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진정훈은 지금 당장이라도 기세를 몰아 진유경을 완전히 집에서 쫓아내고 김영희도 혼내주고 싶었다.물론 김영희는 진정훈의 할머니
나태현은 순간 배준우의 눈을 아주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배준우는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 채 미간을 찌푸리며 나태현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순간 배준우의 머릿속에 뭔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설마 나태현이 바로.’“고은지를 위해서요?”배준우는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는 지금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워 머릿속이 윙윙 울리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았다.나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고은지를 위해서 왔어. 진청아 씨한테 더 이상 조사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해줘.”나태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쿵 하는 소리에 대화가 끊어졌고 동시에 배준우의 상각도 끊겼다.고은영은 창백한 얼굴로 휴게실의 문을 쾅 하고 열어젖히며 걸어 나와 문 앞에 섰다. 배준우는 고개를 돌려 고은영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몸은 머리보다 더 빠르게 반응해 바로 그녀의 앞으로 가서 그녀를 품에 안았다.배준우는 고은영의 머리에 살짝 키스하며 이런 방식으로라도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악몽이라도 꿨어?”이 순간 배준우는 고은영의 몸이 떨리는 걸 아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은영은 떨리는 입술을 움직이며 말했다.“나 아까 량천옥한테서 전화 받았어요.”배준우는 순간 말문이 막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고은영을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줬다.결국 량천옥은 기사를 본 것이다.지금 인터넷은 온통 진씨 가문과 고은영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었다.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이번에 진정훈이 진윤의 지지를 받으며 정말 모든 걸 걸었다는 것이었다.진정훈은 김영희와 진유경의 부적절한 행동을 모두 폭로했고 고은영이 진씨 가문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비록 량천옥과 고은지의 골수 이식 문제 때문에 진윤과 진정훈은 최대한 빠르게 이 소식을 잠재웠지만 결국 늦었다.결국 사건의 여파가 아직 남아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을 완전히 잠식시켰다.“량천옥이 뭐라고 했어?”“량천옥은.”‘량천옥이 뭐라고 했냐고?’이 순간 고은영은 무거운 한숨을 쉬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얘기를 나누고 있는 나태현의 얼굴은 좋지 않았고 아주 음산하고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이지훈은 긴장하며 앞으로 다가갔다.“대표님 무슨 일이 있나요?”나태현은 깊은 눈빛으로 이지훈을 바라보았다.나태현의 눈빛에 이지훈은 마치 깊은 심연에 빠질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 이 정도로 나태현의 눈빛은 아주 차가웠다.나태현은 이지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해서 의사에게 고은지와 관련된 것을 몇 가지 더 당부했다.이지훈은 옆에서 그 말을 듣고 멈칫했다.‘왜 대표님이 고은지의 일에 다시 관여하시는 거지? 게다가 골수 이식 같은 중요한 문제를? 설마 내가 모르는 일이 더 있는 거야?’의사와 얘기를 마친 뒤 나태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지훈을 보며 말했다.“따라 와.”“네.”이지훈은 서둘러 나태현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곧바로 비상계단으로 향했다.나태현은 먼저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이더니 한 모금 깊게 들이마셨다. 담배를 삽시간에 절반쯤 태우는 것을 보니 나태현의 마음이 지금 얼마나 복잡한지 알 수 있었다.‘왜 대표님이 이렇게 불안해하시는 거지? 고은지 때문인가?’바로 이때 이지훈은 그동안 나태현이 무심한 듯 고은지에 대해 계속 관심을 뒀던 것이 떠올랐다.하지만 고은지에 대한 관심이 너무 뚜렷하진 않았다.‘오늘 이건 도대체 뭐지?’나태현은 손에 든 담배를 계속 피우며 말했다.“지금 당장 고은지와 일치하는 골수에 대해 알아봐. 최대한 빨리 고은지와 일치하는 골수를 찾아야 해.”“네?”이지훈은 충격을 받았다.‘고은지와 일치하는 골수를 찾으라고? 아니 고은지는 배준우와 고은영의 가족 아닌가? 굳이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이지훈은 의문이 들었지만 나태현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더 이상 물어볼 용기가 없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바로 지시하겠습니다.”“지금 당장 시작해.”“네.”굉장히 급한 일이었다.‘아니 정말 고은지를 좋아하는 거야? 그럴 리가 없는데? 고은지는 이혼한 데다 아
량천옥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회사에 찾아왔다.사무실 문을 닫는 순간 량천옥의 분노는 거의 사무실 전체를 불태울 듯했다.량천옥은 마치 고은영을 잡아먹을 것처럼 증오가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량천옥의 눈빛을 마주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린 채 고은영의 차가운 손을 살짝 잡았다.“은영아 먼저 휴게실에 가 있어.”“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지금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량천옥이 지금 미쳐 있다는 것이었다.이런 미친 사람과 굳이 그녀가 맞서 싸울 필요는 없었다.그러나 고은영이 막 일어나려는 순간 량천옥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왜 숨으려고 해? 날 속일 땐 당당하더니 이제 와서 겁이라도 난 거야?”“내가 뭘 속였죠?”고은영도 화가 났다.비록 량천옥의 눈빛이 너무 무서웠고 고은영도 원래 겁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량천옥같은 사람에게 겁을 먹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자산의 이익과 관련 없는 사람에게 고은영은 한 번도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고은영은 순간 량천옥의 속였다는 말에 억울함을 느꼈다.고은영은 지금껏 상황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는데 량천옥이 자기를 속였다며 화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고은영도 이제 너무 화가 나서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제대로 알고 싶었다.그녀는 허리를 곧게 펴며 두 걸음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그쪽을 속였다고요? 말해보세요. 내가 도대체 그 쪽한테 뭘 속였어요?”배준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우리 은영이 아주 당당하게 나가네. 아까 량천옥한테 전화로 욕을 먹으면서 울던 모습은 어디로 간 거야?’지금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고은영는 원래부터 량천옥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량천옥은 당당한 고은영의 태도를 보고 더 크게 한숨을 쉬었고 아주 위험하게 눈빛을 번뜩였다.“뭘 속였냐고? 네가 나한테 무슨 거짓말을 했는지 몰라? 네가 내 딸이 되면서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는
사무실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량천옥도 화가 많이 났지만 고은영 또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난 상태였다.“너희한테 3일 시간을 줄 테니 천의와 지분을 전부 내 명의로 돌려놔.”량천옥은 아주 싸늘한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 뱉어냈다.그런 다음 량천옥은 몸을 일으켜 아주 위험한 눈빛으로 고은영을 째려봤다. 그 눈빛은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하이에나와도 같아 언제든 상대의 목을 물어뜯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은영은 량천옥의 이런 독한 눈빛에도 전혀 두려움 없이 마주했다.량천옥은 당당한 고은영의 모습을 보더니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시골에서 온 촌스러운 여자애가 얼마나 오래 잘나갈 수 있는지 보자.”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사람 입은 독설로 가득하구나. 역시 사람의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네.’사실을 알자마자 손바닥 뒤집히듯 변하는 태도가 전에 죄책감이 가득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량천옥이 고은영을 이렇게 모욕하자 배준우의 눈빛에 서린 위험한 기운이 더 깊어졌다.고은영이 말을 하려는 순간 배준우가 먼저 말했다.“은영아 이제 휴게실로 가서 쉬어.”“량천옥이.”“그만 화내. 착하지.”배준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고은영은 배준우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었기에 그에게 이끌려 가면서도 량천옥을 한 번 매섭게 째려본 뒤 휴게실로 들어갔다.량천옥은 고은영이 감히 자기를 노려본 것이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저 계집애가 더 혼나야 정신을 차리지.’고은영은 배준우와 량천옥이 무슨 얘기를 나눌지 몰랐지만 휴게실에 들어서자마자 안지영에게서 전화가 결려왔다.전화 속에서 안지영은 비행기를 타고 이미 강성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안지영도 관련 기사를 보고서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너 량천옥의 딸이 아니었어?”“나도 모르겠어.”고은영의 말투는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했다. 맞는지 아닌지 줄곧 량천옥 혼자 주장해 왔을 뿐이다.고은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사기꾼 취
전화를 끊자마자 안지영은 머리가 너무 아파서 터질 것 같았다.지금 안지영은 장선명과 차 안에 있었다. 그녀는 진씨 가문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거기에 고은영이 어떻게 얽히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진짜 말도 안 돼요. 진씨 가문 정말 미쳤나 봐요. 이러다 량천옥이 우리 은영이를 가만두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장선명은 얼굴이 어두워졌다.안지영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은영이 그 바보가 이번에 어떻게 할까요? 차라리 내가 은영이를 해외로 보내는 게 낫겠어요.”안지영은 거의 본능적으로 말했다.무슨 일이 생기든 안지영은 항상 고은영을 1순위에 놓고 생각했고 고은영을 보호하는 쪽을 선택했다.하지만 이 순간 안지영은 고은영에게 이미 보호자가 있다는 것을 잊은 듯했다.그리고 언제부터 안지영이 고은영을 보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안지영의 말을 들은 장선명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은영 씨를 해외로 보낸다고? 네가?”장선명의 의심 어린 말투에는 뭔가 다른 감정이 묻어 있었다.안지영이 말했다.“나도 량천옥 그 여자는 무서워요.”그녀의 말에 장선명은 참지 못하고 쯧쯧 혀를 찼다.“그래? 아주 보기 드물게 네가 무서워하는 것도 있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녀도 장선명의 말투가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난 선명 씨처럼 제멋대로 구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어떻게 무서운 게 없겠어요?”사실 량천옥은 정말 무서운 존재였다.전에 진씨 가문과 손을 잡고 고은영을 배준우의 곁에서 떼어놓으려 했을 때 그 기세는 정말 두려웠다.장선명이 말했다.“무서워하면서 왜 자꾸 끼어들어?”“내가 끼어들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 그 바보 같은 애가 또 당하고 있을 거 아니에요? 이번 일은 전과 달라요. 량천옥은 분명 이미 미쳐있을 거예요.”량천옥은 전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은영을 자기 딸이라고 확신하고서는 천의를 고은영에게 넘겨줬다.심지어 동영 그룹의 일부 지분도 고은영에게 넘겼다.그
고은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태현 씨는 량천옥이 언니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지.” 이 일은 병원에서도 크게 떠들썩하게 된 사건이라 나태현 쪽에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이어서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나태현과 고은지의 거래가 량천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맞아요. 언니가 천락 그룹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때 량천옥이 아직도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었는데 그 말투에 분노가 가득했어요.” 고은영은 고은지의 분노에 대해 말을 꺼내면서 마음속이 더욱더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나태현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지금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고은영은 머릿속이 완전히 엉켜버렸다. 그녀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배준우도 지금은 완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준우 씨가 나태현 씨에게 언니와 한 거래가 무엇인지 물어봐 줄 수 있어요? 그리고 희주가 본인 딸인 걸 알고 지신혜 씨와 약혼도 할 건데 왜 언니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하려고 하는지도 물어봐 줘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고은영은 공포감을 느꼈다. 그녀는 고은지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량천옥에 대해 강한 증오를 느끼고 있더라도 말이다. “내가 나태현 형에게 물어볼게. 너는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 “언니에게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안 돼. 내가 먼저 나태현이랑 얘기하고 나서 말해.”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고은영이 말한 대로 지금은 최소한 나태현이 고은지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만든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그럼 빨리 물어봐요.” “응, 알았어.”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그녀는 거대한 음모가 고은지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윤은 밖에서 시간을 확인했고 배준우가 10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문득 고은영이 대문 쪽에서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에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진윤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고은영이 가까워졌고 그녀는 진윤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큰오빠.” ‘큰오빠’라는 단 한 마디에 진윤의 마음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우 찾으러 온 거야?” 고은영은 너무 오랫동안 뛰어왔는지 호흡이 가빠졌고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안에 있어요?” “응, 안에 있어. 지금은 들어가지 마.” “왜요?” 고은영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진윤은 조용히 말했다. “지금 나태웅이랑 얘기 중이야.” “네? 나태웅이요?” 그 이름이 나오자 고은영의 말투도 달라졌다. 그녀는 전에 나태웅과의 영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에게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가 최근 동안 안지영을 괴롭힌 일이 떠올랐다. 고은영과 안지영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이 안지영이 화가 나면 고은영도 같이 화를 내주었다. 진윤은 그녀가 나태웅을 언급할 때의 그 표정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나태웅을 싫어해?” “싫어해요!” 고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 전에 그녀가 배준우와의 일에 그렇게 괴로워했던 건 대부분 나태웅 탓이었다. 정말 그땐 너무 힘들었다.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고은영은 그 당시 어떻게 버텼는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배준우는 이미 안에서 나왔다. 고은영을 보고 잠시 멈칫한 뒤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바로 왔어?” “준우 씨 찾으려고요. 급한 일이 있는데 전화도 안 받았잖아요.” 고은영은 불만을 섞어 말했다. 배준우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윤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것을 본
나태웅이 혼자 남았을 때 그의 세계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고요함은 더 큰 괴로움이 되었다. 그는 전화를 꺼내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전화는 바로 차단되었다. 그는 다시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사무실에서 안열은 겨우 안지영을 달래놓은 상태였다. 전화의 진동에 안열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안지영도 전화를 확인하고 또다시 통제불능이 되었다. 안열은 안지영이 또 움직일 것 같아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흥분하지 마요. 바로 차단할게요.” “받아요. 이 미친놈이 뭐라는지 봐야겠어요.” 안지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 안열은 입꼬리를 떨구며 말했다. “그냥 받지 말죠?” 안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받아요!”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안지영의 말에 그녀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열은 안지영을 한 번 쳐다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지영 지금 옆에 있나요?” “없어요!” ‘없어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지영은 나태웅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전화를 뺏으려 했다. 그녀는 그를 욕하고 나씨 가문이 망하길 저주했다. 하지만 손을 뻗자마자 안열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한 마디만 전해줘요.” “말하세요.” “안지영은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 번째는 오늘 밤 킹덤 타운을 떠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 밤 하주원에게 사과를 하는 겁니다.” “이틀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안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마음을 바뀌었어요.” 안열은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안지영은 분노에 가득 찼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안열의 손을 떼며 전화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태웅, 너 이 미친놈! 꿈도 꾸지 마!” “그래, 그럼 하늘 그룹이 네 손에서 얼마나 있을지 지켜보자고!” “너 이 자식, 내가 너의 조상을 건드렸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네!” 안열은 안지영의 욕설을 듣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주원에게 손을 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배준우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너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뭐냐고?” 항상 사고가 명확하던 배준우가 지금은 나태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한 나태웅인데 지금 그를 보니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안지영이 하주원에게 손을 댄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걸까? 그와 안지영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아직 명확히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나태웅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달라고만 말했다. 배준우는 담배 한 개비를 던져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태웅은 자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했다. 그는 아직까지 안지영과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이가 틀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어리석은 여자...!’ 만약 그때, 그녀가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면 그는 결코 그녀가 배준우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준우의 사람들에게 의지하려 했었다.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뒤 물었다. “너는 안지영과 장선명이 결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하주원 문제에서는 하주원을 도와주고 있잖아?” 그가 잠시 고심한 끝에 결국 핵심을 짚어냈다. “그건 전혀 다른 얘기지!”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맴돌았다.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르다고?’ 원래는 명확하게 사고하는 배준우였지만 나태웅의 말에 혼란스러워졌다. 나태웅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주원 문제에서 안지영이 반드시 사과해야 해.” 이 말을 듣고 배준우는 머리가 아팠다. 나태웅은 이 상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배준우는 담배를 다 피운 후 천천히 말했다. “너는 이걸 두 가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자들 세계에서는 이것은 분명히 한 가지 문제야.” “안지영은 도
방금 안열이 장선명더러 처리하라고 했을 때의 그 걱정은 이제 안지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든 말든 지금은 나태웅을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았다. 한편, 캘리포니아 반도의 한 장소에서는 배준우와 나태웅이 함께 있었고 진윤과 육범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몇 달 만에 다시 모인 이들이 장선명이 아닌 나태웅을 부른 이유는 사실 그들 모두 나태웅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태웅을 불러내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육범수가 패를 내자 나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패를 툭 치며 말했다. “난 끝났어.” 배준우는 그의 얼굴을 보고 찡그리며 물었다. “방금 그 전화, 안지영이었지?” 방금 나태웅은 나가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안지영이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응.” “너 또 안지영 건드린 거야?” 사실 오늘 배준우가 여기 온 이유는 장선명의 부탁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장선명은 나태웅과 장씨 가문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태웅이 이렇게 계속 안지영을 괴롭힌다면 일이 커질 것이다. 장선명은 본래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태웅의 이 일에 대해서는 배준우를 생각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지금 하주원의 문제도 있고 나태웅의 행동이 점점 더 미쳐 가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나태웅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육범수에게 말했다. “너 나한테 만 이천 원 줘야 돼.” 배준우는 말문이 막혔다. 육범수도 나태웅이 안지영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진윤은 본래 남의 일을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의 가문 일도 충분히 골치 아팠기에 그동안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둘째 형이 얘기하잖아. 말 좀 해봐. 대체 안지영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지만 육범수는 달랐다. 그는 직설적인 성격이기에
안지영은 화가 나서 전화를 부수고는 바로 사무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안열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앞으로 나가서 잡았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나태웅을 죽여야겠어요!” ‘아, 진짜 더는 참을 수 없어.’ 나태웅은 정말 죽어 마땅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손으로 그를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대표님은 아직 근육도 제대로 안 키우셨잖아요. 나태웅을 찢어낼 힘이 있을까요?” 원래도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안열의 말에 더 화가 나버렸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더는 못 참겠어!’ 안열은 안지영이 방향을 잃고 분노만 가득한 상태를 보고 바로 말했다. “이건 결국 넷째 도련님께 말씀드려야 할 문제예요.” “또 장선명 씨더러 처리하라고요?” 장선명의 수법은 이미 잘 봤다. 그는 가장 잔인한 방법을 써서 그녀조차도 반응할 틈 없이 모든 것을 정리해버린다. 그래서 만약 이 문제를 장선명이 처리하면 또다시 피비린내 나는 일들이 벌어질 게 뻔하다. “그건, 안돼요!” 안지영은 손을 휙휙 내저었다. 장선명은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다. 그건 안 된다. “왜요?” “그거 기억 안 나요? 지난번에 장선명 씨가 그렇게 처리했을 때 그 몇 억을 가지고 나태웅을 미쳐버리게 만들었잖아요. 이제 나태웅은 진짜 미친 사람이에요.” 특히 지금 그의 행동들은 안지영 마음속에 그가 정말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확신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라, 이 이유가 참 적합하네.’ 안열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안지영이 계속해서 말했다. “이번에도 강하게 나가면 그 사람은 진짜 미칠거예요. 그럼 우리 모두 큰일 난다니까요!” “혹시 대표님은 무서운 건가요?” “무섭지 않아요. 그런 문제는 제가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안지영은 화가 나서 말투가 거칠어졌다. 아까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나태웅의 집안까지 욕을 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이미 화가 나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해봐, 정말이야?” 다시 입을 열었고 그의 말투에는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 전화가 아니라 만약 눈앞에 있었다면 안지영은 나태웅이 자신을 바로 목 졸라 죽일 것 같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안지영!” “난 장선명 씨와 약혼한 상태야.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는 네 사촌 걱정이나 해. 내가 너희 나씨 가문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보네. 여자는 불여우처럼 순수한 척, 남자는 정신병자에 하나도 좋은 게 없어. 그 뿌리가 다 썩었어!” 그녀는 작은 입술로 욕을 퍼부었다. 안열은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이 저절로 떨렸다. 아까는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더니 지금은 완전히 미친 듯이 말하고 있었다. 안지영은 정말로 미친 듯이 화가 난 상태였다. “사과하라고? 대체 누가 누구한테 사과해야 하는 건데! 내 아버지는 아직 병원에 누워 있고 네 사촌은 와서 날 때렸는데 나더러 사과하라고? 너희 나씨 가문 집안 교육이 이 모양이야? 다 멍청이들이야?” 이제는 나태웅의 조상까지 욕을 먹었다. 안지영의 이 폭발적인 성격에 안열은 이제야 제대로 실감했다. 안지영은 욕하는 건 진짜 잘했다. 이제는 나씨 가문이나 하씨 가문, 심지어 그들의 조상까지도 욕을 먹었다. 그녀의 거침없는 욕설을 들으며 나태웅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갔다. 그리고 안지영의 입은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폭풍처럼 계속 퍼부어졌다. 한참 동안 욕을 쏟아내고 겨우 숨을 골랐다. “더 욕할 거야?” 그의 말투는 안지영의 폭발적인 분노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차갑고 차분했다. “하, 왜? 더 듣고 싶은 거야? 너...” “더 욕할 거 없으면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자.” 그의 말투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냉랭했다. ‘젠장, 이 사람은 정말 사람 말을 못 알아듣나?’ “나더러 사과하라고? 생각도 하지 마! 꿈도 꾸지 마!” 꿈속에서도 사과할 일 없을 것이다. “그럼, 한 가지 말할 게 있어.” “뭔데
안지영과의 대화를 끝낸 후 고은영은 마침내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더 이상 불안하게 이리저리 쫓기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안지영은 여전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고은영을 달래고 나서도 심장이 가라앉을 틈도 없이 나태웅의 전화가 집 전화로 걸려왔다. 그녀는 번호를 볼 수 없어서 그냥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틀 남았어.” 그 한 마디에 안지영의 화가 폭발했다. “뭐라는 거야?” “주원이에게 사과해!” 안지영은 입을 다물었다. ‘이 미친놈! 끝까지 이러는 거야?’ 만약 예전 같았으면 안지영은 그에게 말도 안 되는 반격을 했겠지만 지금은 화가 나서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안열이 들어왔을 때 안지영은 얼굴이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배씨 부인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안열은 안지영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불안한 이유가 결국 고은영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감정은 조금 달랐다. 안지영은 고은영으로 인해 말문만 막힐 정도였고 다른 사람 때문이라면 분명 엄청 화를 낼 것이다. “아니에요!” 사실 고은영에게 생긴 일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녀의 세상은 너무나 복잡했고 고은영이 또 울기 시작할지도 몰랐다. 안열은 안지영의 목소리에서 누그러지지 않는 화를 느끼며 궁금해했다. 고은영이 아니라면 또 누가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인지 궁금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일이죠?” “나태웅이 나더러 하주원에게 사과하라고 했어요. 이틀밖에 안 남았다면서요.” ‘이 사람이...!’ 나태웅에게 욕을 할 만큼 다 했는데도 그를 물리칠 수 없었다. 지금 안지영은 연달아 욕할 힘조차 없었다. 그의 존재를 설명할 만한 적절한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미친놈? 병신?’ 안열은 놀라며 물었다. “뭐라고요? 사과요?” ‘정말 이 사람 끝까지 그러는 거야?’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제가 왜 사과를 해야 하죠?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얼마 전 나태웅의 집착과 하주원
안지영은 잠시 침묵했다. 이렇게 큰일이면 분석하는 데 얼마나 큰 두뇌 용량이 필요할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고은영이 울려고 할 정도로 급해진 게 이해가 갔다. 자신이라도 정말 울고 싶을 정도였다. ‘이게 도대체 뭐야, 진짜?’ “그럼 나태현은 량천옥이 너희 언니의 친엄마라는 걸 알아?” “그건 나도 몰라.” 상황이 이미 너무 복잡해서 이젠 고은영조차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태현과 고은지가 거래를 했다는 것만 봐도 그의 동기는 좀 의심스럽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이제 지신혜와 결혼을 약속했고 고은지를 천락 그룹에 다시 데려가려 했다. 그동안 고은지가 천락 그룹에서 일했던 전력도 있으니 나태현의 속셈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게 분명했다. 안지영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음, 난 네가 차라리 네 언니에게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지금 말해?” “그럼, 무조건 말해야지! 량천옥이 아무리 미워도 네 언니의 친엄마잖아.” 진실을 알게 된 후 고은지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녀의 자유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계속 숨기면 만약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고은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태현이 구희주의 아빠라는 사실은?” “그건, 생각 좀 해볼게!” ‘이건 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말하지 말아야 할까?’ 안지영은 바로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지금 일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태현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역시 나씨 가문 사람이야. 어쩜 다들 이렇게 나쁜 자식이지?’ 전에는 나태현이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와 보니 하나같이 나쁜 자식들이었다. “그래도 얘기하는 게 좋겠어!” 이렇게 큰일을 말 안 하면 나중에 얼마나 큰일로 번질지 알 수 없었다. 안지영은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었다. 그래서 고은영더러 고은지에게 모든 일들을 잘 설명해 주라고 말했다. 어차피 고은지는 지금 모든 결정을 내린 상황이었고 아무런 일도 모르는 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