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고은지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고 조영수와 진여옥도 고은지에게 집중하고 있었기에 아무도 고은영의 물음에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고은영은 눈물을 흘리며 시선을 고은지의 창백한 얼굴에 고정했다.“나 아니야, 정말 아니야!”조보은은 넋을 잃고 중얼거리기만 했다. 곧 고은지의 심장박동이 회복되었고 의료진은 바로 그녀를 구급차에 태웠다.진여옥은 조영수를 따라 구급차에 오르려고 했지만 조영수가 막았다.“엄마는 집에서 희주 돌보고 있어.”“그래, 돈 충분해? 가져다줄까?”이 순간, 진여옥의 얼굴에는 평소와 같은 악랄함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구급차에 함께 올라 병원에 가려는 그녀의 모습은 진심으로 보였다.조영수는 고개를 저었다.“충분할 거야!”고은영도 구급차에 타려고 했지만 진여옥이 그녀를 잡았다.“넌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았어.”고은영은 고은지가 걱정되었다.하지만 구급차 문은 굳게 닫힌 채 그대로 떠나가 버렸다.그제야 고은영의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조보은에게로 향했다.경찰은 아직 가지 않았고, 고은영은 진여옥에게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네 언니가 기절하기 전에 그랬는데, 엄마가 한 짓이래.”“우리 언니를 죽이려 했다고요?”고은영은 깜짝 놀랐다!그녀는 그 장면을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나와 네 형부는 다른 방에 있어서 구체적인 일들은 잘 몰라.”하지만 고은지가 조보은을 지목했으니 그들은 당연히 경찰에 신고할 수 밖에 없었다!지금 경찰은 조보은을 연행하려고 한다.고은영은 조보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그렇다면 조사에 잘 협조하게 해야죠.”그녀의 목소리를 더 없이 차가웠다. 조보은을 위해 경찰과 교섭하려는 의도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그 말에 진여옥은 잠시 멈칫했다!하지만 조보은의 평소 행동을 생각하니 고은영의 냉담함이 이해가 되었다.그녀는 고은지도 고은영처럼 이런 어머니에게 냉담하게 대할 수 있기를 바랐다!조보은은 정말 역겨운 인간이다. 돈 한 푼이라도 더 뜯어가려고 항
황급히 달려가는 고은영의 뒷모습에 배준우는 복잡하고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이 여자, 다 자기처럼 돈만 좋아하는 줄 아나 봐.’고은영이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조영수는 초조한 얼굴로 응급실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고은영이 조영수를 불렀다.“형부.”조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고은영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오늘 밤 일은 도대체 어떻게 발생한 건지, 그들은 현장에 없었으니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떠날 때 그 칼은 분명 고은지의 손에 들려있었다. 만약 그녀의 생각이 맞다면 고은지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발악했고, 상황이 극도로 치달으면서 이런 일이 생겼을 것이다.시간은 점점 지나갔다!이내 의사가 응급실에서 나와 마스크를 벗었고, 조영수는 한달음에 달려가 물었다.“선생님, 제 아내 지금 어떤가요?”조영수의 절박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확실했다.고은영은 평소에 조영수와 진여옥을 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오늘 밤 고은지가 응급차에 오를 때, 그녀는 그제야 이 두 사람이 어쩌면 그녀가 생각한 것과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의사가 말했다.“상처는 깊지 않은데 과다출혈로 몸이 아주 허약해진 상태입니다.”“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상처가 깊지 않다는 말에 조영수는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고은영이 물었다.“의식은 있어요?”“네, 의식은 찾았으니 곧 나올 겁니다.”“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고은영도 얼른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고은지가 깨어났다는 말에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의사가 가고, 고은지는 간호사에 의해 응급실에서 밀려 나왔다.고은영이 달려갔다.“언니!”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은지를 불렀다.조영수도 앞으로 나와 고은지의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었고 고은지는 눈시울을 붉히며 조영수를 바라봤다.조영수는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줄곧 조보은에게 시달렸고, 오늘 진여옥의 말을 듣고 결국 이런 결정을 내렸다.병실!고
고은영은 조영수가 돌아올 때까지 고은지의 옆을 떠나지 않았다. 한참 뒤 올아온 조영수가 고은지의 옆을 지키겠다고 약속했고, 고은영은 비록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병실을 떠났다.고은지도 그녀를 계속 가보라고 재촉했다!병원에서 하원 별장으로 돌아오니 시간은 이미 새벽 네 시를 넘어섰다!고은영은 많이 피곤했는지 소파에 드러누워 그대로 자려고 했지만 배준우가 그녀를 일으키며 말했다.“씻고 자.”고은영이 거부했다.“싫어요.”그녀는 정말 피곤한 데다가 고은지의 걱정까지 더해져 아무 힘도 나지 않았다.배준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가 씻겨줘?”배준우는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라 아무리 고은영이 침대에서 자지 않는다고 해도 소파를 더럽힐 것 같았다.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아니요, 씻을게요.”말을 끝낸 그녀는 다급히 욕실로 돌진했다!반쯤 씻었을 때, 그녀는 치명적인 문제를 발견했다. 옷을 갈아입지 않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깨끗이 씻고 나서 입었던 더러운 옷을 다시 입고 나올 수는 없다.그녀는 이렇게 꼼꼼하지 못한 자기의 뺨을 치고 싶었다!결국 그녀는 비스듬히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었고, 배준우는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배준우의 그윽한 눈빛과 마주친 그녀는 빼꼼 내밀었던 머리를 움츠리고 말했다.“대표님.. 나 잠옷 안 들고 왔는데..”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모깃소리와도 같았다.배준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의 꼼꼼하지 못한 성격에 어이가 없었다.회사에서 그녀의 이런 꼼꼼하지 못한 결점을 보지 못했더라면, 그는 그녀가 자기를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고 오해했을 것이다.결국 배준우는 고은영에게 대충 잡히는 잠옷을 가져다주었다.잠옷을 받는 고은영의 손은 떨고 있었다.“고, 고마워요, 대표님.”배준우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휴대폰을 들고 보니 백 어르신에게서 메시지가 한 통 왔다.메시지를 확인하니 전부 제비집에 관한 내용이다.낮에 백 어르신이 고은영에게 제비집을 많이 먹으라고 했던
설령 그렇다 해도 고은영은 배준우의 침실에서 자고 싶지 않았다.“저기, 제가 알아서 할게요.”고은영은 놀라서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배준우의 눈빛이 번쩍였다.“열이 나면 아무것도 못 하면서 어떻게 알아서 할건데?”사실이었다!그녀는 저번에 열이 났을 때도 거의 일어나지 못하고 죽은 듯이 잤다. 그런 상태에서 자기가 알아서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고은영이 말했다.“이번엔 괜찮을 거에요. 두 번이나 그랬던 경험이 있잖아요.”저번에 두 번 열이 났을 때 배준우가 자신을 어떻게 보살펴 주었는지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뼛속까지도 불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배준우의 그녀의 우물쭈물하면서도 고집스러운 모습에 더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아 낮은 소리로 물었다.“요즘 인테리어에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고 있어?”그의 말에 고은영은 긴장했다.왜 갑자기 지금 인터리어 얘기를 꺼내는지 의문이었다.그 집을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니겠지?전에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만약 그에게 순종적이지 않았다면 그 집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던 말 말이다.순간 고은영은 목구멍까지 숨이 막혔다.“저, 안방 침대가 푹신해 보이네요, 갈게요!”말하고는 배준우가 대답도 하기 전에 그의 방 쪽으로 뛰어갔다.고은영의 마지못해 순종하는 모습에 배준우는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미소를 지었다.고은영은 안방 문 앞에 멍하니 서서 침대와 소파를 쳐다보고 있었다.잠시 생각하다가 결심한 듯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고은영이 소파에 쪼그려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배준우는 차갑게 말했다.“내가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무서워?”이건 강성 여자라면 누구나 바라는 일 아닌가? 하지만 그녀한테는 아닌듯했다.고은영은 이불을 움켜쥐고 말했다.“대표님 같은 분이 저한테 그럴실 리가 없잖아요.”“글쎄, 너도 내 곁에 있더니 많이 배웠네”“네? 뭘 배워요?”고은영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배준우가 왜 갑자기 자기를 칭찬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배준우는 침대에 누우며
고은영은 겁에 질린 눈으로 말했다.”대, 대표님, 제가,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배준우의 눈빛은 날카로웠다.고은영은 두려움에 말을 삼켰다.그녀는 자신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자기 자신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진짜..... 미칠 노릇이다.배준우가 말했다.“다리 뺄 거야, 안 뺄 거야?”고은영이 대답했다.“뺄게요, 뺄게요. 당연히 빼야죠!”고은영은 서둘러 자기의 가느다란 다리를 뺐지만, 여전히 불안했다.잠이 든 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뛰어내렸다. 또 무슨 바보짓을 할지 두려웠다.어젯밤 분명히 그와 같은 방에서 잘 수 없다고 말했는데!열은 안 났는데 몽유병이 생겼나!그녀 마음속 그의 이미지는 너무 차갑고, 금욕수준이라고 할 정도로 이성적인 사람이라, 자기를 침대로 데려간 사람이 배준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죄송해요, 대표님. 진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죄송해요.”그렇게 말하고 고은영은 황급히 방을 뛰쳐나갔다.그녀의 허둥지둥한 뒷모습에 배준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뭐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건지. 또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같이 자는 게 그 정도로 소름 끼치는 일인가?고은영에겐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배준우는 저기압 상태로 식탁에 앉았다.진 씨 아주머니는 일찌감치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고, 방에서 나온 배준우를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주머니는 배준우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고은영이 죽을 담으러 주방에 들어갈 때 재빨리 따라 들어갔다.“사모님, 제가 할게요.”사모님이라는 호칭이 점점 자연스러워졌다.이것은 배준우와 고은영, 두 사람의 관계가 매우 확실해졌음을 뜻한다.고은영은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고 아주머니의 시선을 피했다. 진 씨 아주머니가 그녀가 배준우의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아주머니는 그녀의 손에서 그릇을 받으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도련님 기분은 왜 안 좋으세요?”“저, 저도 몰
배준우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의아해 했다.고은영이 이어서 말했다.“금방 식으니 얼른 드세요.”배준우가 코웃음을 치고는 앞에 놓인 죽을 한 입 떠먹었다.고은영은 그의 차가운 코웃음에 그의 화가 아직은 덜 풀렸다는 것을 느꼈다.“화 풀어요…”고은영이 또다시 달랬다.그 말에 배준우가 물었다.“내가 왜 화가 났는데?”“제가 대표님 침대에서 자서 그런 거 아니에요? 저 진짜 맹세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됐어!”고은영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준우가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그의 차가운 말에 고은영은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 왜 달래면 달랠수록 더 화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하지만 뭐라고 더 말할 용기는 없었다.“알겠어요. 말 안 할게요. 그럼 화 푸는거에요?”그녀는 더 이상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랐다. 입이 닳도록 달래도 소용이 없는 듯했다.배준우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발은 안 아파?”“네, 안 아파요.”화상이었지만 즉시 치료했고, 또 배준우가 의사를 불러 가장 좋은 약을 썼기 때문에이젠 아프지 않을 정도로 많이 나았다.하지만 발등의 흉터는 아직 남아 있었다. 아마 새살이 올라와야 나을듯했다.배준우는 고은영을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안 아프면, 월요일부터 다시 출근해.”“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휴가 기간 인사팀에게 연락받진 않았지만, 월급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렸다.배준우는 오늘 고은영을 데리고 고객을 만날 계획이었지만 그녀가 언니 걱정에 시름이 놓이지 않아 하자 더 강요하지 않았다.아침 식사 후. 배준우는 그녀를 병원에 데려다준 뒤 곧장 고객을 만나러 갔다. 고은영에게 점심때 약속 장소에 시간 맞춰 도착하라고도 했고, 고은영은 알겠다고 했다. 고은영이 고은지의 병실 앞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진여옥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은영은 재빨리 걸음을 멈추고 진여옥이 고은지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은지야, 넌 좋은 애야. 난 널 싫어한 적도 너에게 일부러 못되게
“네 엄마 좀 봐. 1년 동안 희주를 보러 온 적도 없잖니. 어쩌다 보러 올 때면 사탕 한 알도 안 사왔어. 가끔은 네 엄마가 친엄마가 맞는지도 의문이야!”친자식이라면 어떻게 자기 딸과 손녀에게 그렇게 냉정할 수 있을까?그 사탕 한 알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인데 조보은은 그럴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녀는 오로지 자기가 조씨 집안에서 뭘 얻을 수 있는지만 생각했고, 자기는 조금도 베풀려고 하지 않았다.그녀의 이러한 행동이 조 씨가문의 불만으로 이어졌다.고은지는 울며 말했다.“죄송해요.”지금 이순간, 그녀는 사과 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왜냐면 지난 몇 년 동안 조보은의 존재가 그와 그의 아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으로 다가왔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하지만 고은지도 조보은의 성화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진여옥이 말했다.“과거가 어떻든 간에 다 지나간 일이니까 괜찮아.”한숨이 섞인 말투였다.전에는 그나마 작은 액수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조보은이 서정우를 장가보낼 돈을 고은지에게 요구하려 하고 있었다. 진여옥은 그런 조보은의 생각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다. 돈을 줄 때까지 들러붙을 게 뻔했다. 진여옥은 두려웠다.“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고은지는 울며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지의 대답에 진여옥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이어서 말했다.“희주는 우리가 키울게. 희주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보러와.”“안 돼요. 희주는 제가 키워야 해요.”고은지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조희주가 그녀의 마지막 버팀목이었기에 보낼 수 없었다.그러자 진여옥이 말했다.“그럼, 먼저 네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다시 데려가.”조희주의 양육권에 대해선 진여옥도 그녀에게 강요할 생각이 없었다. 그동안 조씨 집안 사람들이 고은지와 조보은에게 인내심이 얼마나 바닥나있었는지 알 수 있다.진여옥이 병실에서 나왔을 때 복도에 서 있는 고은영과 마주쳤다.진여옥은 다소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들어가서 네 언니랑
고은영은 조보은에 대해 더욱 큰 혐오감을 느꼈다.아까 오는 길에 경찰서에서 전화 온 것도 조보은의 일일게 뻔해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 합의를 해주던 뭐든 간에 고은영은 조보은의 일을 해결해 줄 생각이 없었다. 고은영은 조보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소란을 피우고 고집을 부린다고 해서 절대 원하는 걸 얻을 순 없다는 걸 말이다.“은영아, 나중에 혹시 결혼하게 되면, 나처럼 이렇게 바보같이는 살지마.”고은지는 말할수록 서러웠다.“꼭 나처럼 살지 마!”고은지는 조보은의 성화를 견디지 못하고 번마다 그의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그렇다.그녀조차도 견딜 수 없을 정도인데 다른 사람은 오죽할까?“그만 울어!”고은영이 휴지를 건네며 말했다.고은지가 대답했다.“너까지 이 구렁텅이로 끌어들여서 미안해. 하지만 네 도움이 없었다면 나도 여기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거야.”지난 2년 동안, 고은영이 서정우의 생활비를 내주고 있었다. 도저히 고은지가 감당할 수 없는 액수였기 때문이다. 만약 그 많은 걸 고은지 혼자서 다 감당했었다면 지금까지 버틸 수도 없었을 것이다.“이혼해.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아.”“......”“그래. 내가 이혼해야 돈 달라고 의지할 사위가 없어지는 거니까.”고은지는 덤덤하게 말했다.고은영에게 당부하긴 했지만, 사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고은영은 합당한 이유 없이 조보은의 요구를 다 들어줄 사람이 아니라는 걸.예를 들어, 이번 일 같은 경우에도, 만약 경찰서 연락을 받은 사람이 고은지 였다면 그녀는 당연히 가서 조보은을 도왔을 것이다.하지만 고은영은 아니다. 조보은에게 똑똑히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자신이 얼마나 냉정하고 모진 사람인지. 감히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은영아, 난 가끔 네가 할머니랑 같이 사는 게 부러웠어.”비록 생활은 힘들었지만, 할머니는 고은영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었다.그때, 조영수가 돌아왔다. 얼굴을 보니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오는 길에 진여옥을 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