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은 조보은에 대해 더욱 큰 혐오감을 느꼈다.아까 오는 길에 경찰서에서 전화 온 것도 조보은의 일일게 뻔해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 합의를 해주던 뭐든 간에 고은영은 조보은의 일을 해결해 줄 생각이 없었다. 고은영은 조보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소란을 피우고 고집을 부린다고 해서 절대 원하는 걸 얻을 순 없다는 걸 말이다.“은영아, 나중에 혹시 결혼하게 되면, 나처럼 이렇게 바보같이는 살지마.”고은지는 말할수록 서러웠다.“꼭 나처럼 살지 마!”고은지는 조보은의 성화를 견디지 못하고 번마다 그의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그렇다.그녀조차도 견딜 수 없을 정도인데 다른 사람은 오죽할까?“그만 울어!”고은영이 휴지를 건네며 말했다.고은지가 대답했다.“너까지 이 구렁텅이로 끌어들여서 미안해. 하지만 네 도움이 없었다면 나도 여기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거야.”지난 2년 동안, 고은영이 서정우의 생활비를 내주고 있었다. 도저히 고은지가 감당할 수 없는 액수였기 때문이다. 만약 그 많은 걸 고은지 혼자서 다 감당했었다면 지금까지 버틸 수도 없었을 것이다.“이혼해.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아.”“......”“그래. 내가 이혼해야 돈 달라고 의지할 사위가 없어지는 거니까.”고은지는 덤덤하게 말했다.고은영에게 당부하긴 했지만, 사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고은영은 합당한 이유 없이 조보은의 요구를 다 들어줄 사람이 아니라는 걸.예를 들어, 이번 일 같은 경우에도, 만약 경찰서 연락을 받은 사람이 고은지 였다면 그녀는 당연히 가서 조보은을 도왔을 것이다.하지만 고은영은 아니다. 조보은에게 똑똑히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자신이 얼마나 냉정하고 모진 사람인지. 감히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은영아, 난 가끔 네가 할머니랑 같이 사는 게 부러웠어.”비록 생활은 힘들었지만, 할머니는 고은영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었다.그때, 조영수가 돌아왔다. 얼굴을 보니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오는 길에 진여옥을 마주
하룻밤 사이에 고은지의 삶이 완전히 변했기에 그녀는 혼자서 조용히 생각하고 싶었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말이다.고은영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고은지의 쓸쓸한 뒷모습에 입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바로 전화해.”“은영아.”고은영이 일어나려고 한 순간 고은지가 몸을 돌려 그녀를 불러세웠다.고은영이 물었다.“왜?”고은지가 말했다.“우리는 네가 모든 걸 다 줄 만큼 좋은 가족이 아니야. 그러니 네 인생만 열심히 살아. 그러면 돼.”그렇다. 고은영의 가족들은 다른 가족들과는 달리 그녀의 인생에 문제거리만 던져줄 그런 존재들이었다.그녀가 모든 걸 걸 만큼 좋은 가족은 아니었다.하지만 고은지는 다르다. “하지만 언니는 아니야. 언니는 나한테 좋은 가족이야.”고은지는 유일하게 그녀를 아껴주는 가족이다.“아니. 그럴 필요 없어.”고은지는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고은영에게 이렇게까지 단호한 말투로 말한 건 이번이 처음 이었다.예전에 조보은의 일에 있어서 항상 어쩔 수 없는 태도였지만, 자기 엄마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고은영이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은영이 말했다.“알겠어. 알겠으니까 일단 몸조리에만 신경 써.”“응.”고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더이상 머뭇거리지 않았다.뭔가 결심한 듯한 확고한 태도였다. 이전처럼 우물쭈물한 태도가 아니었다.고은영은 마음이 아팠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영이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전화가 울렸다. 전화기를 꺼내보니 배준우였다.“대표님.”“병원에서 나왔어?”“네. 나왔어요.”“지금 출발해.”배준우가 말했다.“네, 지금 갈게요.”고은영은 전화를 끊고 택시를 불렀다.오늘 점심 약속 장소는 승마장이었다. 전에 고은영도 가본 적이 있었다.택시에 올라타자마자 또 다시 전화가 울렸다.전화를 꺼내보니 모르는 번호였다.“여보세요.”“고은영 너 많이 컸다?”화가
조보은을 데리고 나오라고?뭘 위해서?계속 찾아와서 예물에 대해 말할 게 뻔한데, 고은지를 괴롭힐 게 뻔한데.그녀가 승마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점심 11시 반이었다.고은영이 차에서 내리자, 웨이터 한 명이 마중을 나왔다.“고은영님 맞으세요?”“네. 맞아요.”“배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시죠”고은영을 공손하게 안내했다.“고마워요.”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여기에 와 본 적은 있었지만 익숙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웬 유리 건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니 클래식풍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와 본 곳이었다.웨이터는 그녀를 데리고 VIP룸 앞에 도착했다. 들어가기도 전에 뭔가 안에서 “탁탁”하는 소리가 들렸다.웨이터가 조심스레 노크했다.문이 열리자마자 짙은 담배 연기가 얼굴을 덮쳤고, 고은영은 얼굴을 찡그렸다.안에서는 포커 게임을 하고 있었고, 커다란 방 한가운데 놓인 포커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현장에는 배준우와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들이 있었고, 여자들도 몇 명 있었지만, 다들 고은영과 초면이었다.“들어와!”가장 안쪽 자리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은영이 들어가 보니 배준우가 테이블 한쪽에 앉아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입에 담배를 물고 있는 그의 모습에 고은영은 놀랐다. 배준우의 이런 면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항상 진지하게 일하는 모습만 봐왔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뭔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녀에게 문을 열어준 남자는 고은영을 알아보지 못했다. 지난번 뉴스에는 고은영의 옆모습만 나왔기에 그녀를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배준우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에, 그제야 알아보고 인사했다.“아~ 형수님이시군요! 안녕하세요, 형수님. 저는 육범수라고 합니다.”남자가 고은영에게 악수를 청했다.이런 상황이 처음인지라 고은영은 조금 당황했다.이전에도 배준우와 함께 모임에 나간 적이 있긴 했지만, 그때는 고객을 만나는 자리였다.
고은영은 자기를 보는 그녀의 눈빛이 왜 심상치 않은지 대략 짐작이 갔다.“잠시 앉아 계세요. 아마 두 게임 정도 더 할 것 같아요.”주연은 그녀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네주었다.고은영은 웃으며 차를 건네받았다.“고마워요.”주연이 고은영에게 물었다.“준우 오빠랑은 어떻게 만났어요?”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윤설과 진승연은 고은영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 갑작스러운 질문에 고은영은 배준우가 자신의 존재를 이미 공개했음을 깨달았다.그녀를 부르는 형수님이라는 호칭이 이미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자기 약혼자도 올 거라고 배준우가 이미 말했었을 것이다. 이 상황에 자기를 그의 비서라고 소개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건 그를 창피하게 하는 행동이다.고은영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주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말하기 불편하신 건가요? 미안해요!”이 말은 들은 진승연이 하찮은 듯한 말투로 말했다.“준우 오빠가 어디서 주웠는지도 모르지.”“승연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주연이 타이르듯 말했다.하지만 진승연은 여전히 하찮은 듯한 태도로 코웃음 쳤다.진씨 가문의 딸인 그녀의 눈엔 사촌 언니인 이미월과 배준우가 더 어울렸다. 그래서 고은영을 보니 여러모로 거슬렸다. 특히 고은영이 입은 옷이 그녀의 눈에는 형편없어 보였다.“내 비서야. 무슨 문제 있어?”배준우가 낮은 목소리로 고은영을 옹호하며 말했다.고은영은 깜짝 놀랐다.주연과 진승연의 표정도 굳어졌다.진승연은 배준우를 쳐다보며 불만스레 말했다.“오빠!”배준우가 고은영에게 말했다.“내 옆으로 안 올 거야?”배준우가 화난 모습에 진윤과 육범수, 장선명, 모두가 놀랐다.진승연의 한마디에 바로 화가 났다. 고은영을 얼마나 아끼면 이럴까.고은영은 배준우 쪽으로 걸어갔다.그녀가 다가가자마자 배준우는 그녀를 끌어당겨 무릎에 앉혔다.고은영이 소스라치게 놀랐다.“뭐, 뭐 하시는 거예요.”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행동을 하다니.고은영은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배준
고은영은 원래 포커 게임을 할 줄 몰랐다. 하지만 배준우와 함께 자주 모임에 나가야 했기 때문에, 나 실장의 명령하에 포커 게임을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전에 함께 게임을 했던 상대는 모두 고객이었기 때문에 거의 지는 게임만 했었다.즉, 게임을 배우고 지금까지 쭉 지기만 했다는 뜻이다.“응. 이겨도 돼!”배준우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귀엽다는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녀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모습에, 다들 다시 놀랐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이겨도 된다는 말에 고은영은 금세 흥미를 느꼈다.배준우는 피식 웃고는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고은영은 자기의 패를 살펴보았다.육범수가 고은영에게 물었다.“형수님,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나요?”그녀가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마치 마음만 먹으면 이길 수 있다는 듯 했다.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한 번도 이긴 적 없어요.”사실이었다!이 말이 육범수와 장선명 귀에는 그녀가 초보라는 말로 들렸다.하지만 고영은 초보가 아니다! 한 판을 하고 난 후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육범수가 말을 더듬었다.“아니, 이게......”이게 무슨 상황인지. 한 번도 이긴적이 없다고 했는데?고은영은 배준우의 친구들 앞이라 더욱더 조심했다.하지만 배준우가 이겨도 된다고 했으니, 작정하고 해볼 생각이었다.이때 주연이 고은영의 뒤에 서서 말했다.“저 형수님이 이긴다는 것에 제 돈도 걸어요.”말하며 돈을 꺼내 고은영의 앞에 놓았다.고은영이 물었다.“제가 다 잃으면 어떡해요?”“그냥 즐겁게 놀아요. 괜찮아요.”“주연아, 나 아직 돈 다 안 잃었는데 이러기야?”육범수가 주연에게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주연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지금 상황을 보면 진 거나 다름없잖아.”방금 그 한판의 게임에 다들 더 이상 고은영을 얕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속수무책으로 고은영에게 당하고 있었다.고은영이 포커를 배운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
고은영은 배준우가 오늘 왜 자기를 그의 친구들에게 소개했는지 몰랐다. 그 자리는 그냥 단순히 소개만 하는 자리가 아닌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점심 메뉴는 역시나 양고기구이 이다.고은영의 입에도 그럭저럭 잘 맞았다.배준우는 밥 먹는 내내 고은영에게 양갈비를 썰어주면서 그녀를 챙겼다.하지만, 그들이 반쯤 먹었을 때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 들어왔다.이미월이다.“언니.”진승연이 이미월에게 손짓했다.이미월은 배준우를 힐끗 쳐다보고는 고은영에게 시선을 멈췄다.순간 고은영은 깨달았다. 진승연의 분노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녀와 진승연이 친한 사이였기 때문이라는 걸 말이다.이미월의 등장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다들 그 들의 사연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이 정도면 돼?”배준우의 시선은 오로지 고은영에게만 머물러 있었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거면 돼요. 대표님도 얼른 드세요.”구운 양고기는 뜨거울 때 바로 먹어야 제맛이다. 고은영도 양갈비 한 조각을 배준우의 그릇에 덜어 주었다.배준우는 미소를 지으며 휴지를 들어 그녀의 입가를 닦아주었다.“이것 봐, 아직도 어린애처럼 입에 묻히면서 먹네.”고은영도 미소를 지었다. 조금 부끄러웠다.이 둘은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이 자리가 매우 불편했지만 고은영은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 돈도 땄고 양고기도 맛있고 하니 말이다.두 사람의 모습에 이미월은 화가 치밀었다.“언니, 이것 좀 먹어봐, 여기는 양고기가 제일 맛있어.”진승연이 양갈비 한 조각을 이미월의 그릇에 덜어주며 말했다.이미월은 마치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듯 계속 배준우만 쳐다보았다.“언니, 언니?”진승연이 이미월을 불렀다.이미월은 잠시 멈칫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이미 어색한 분위기를 더 어색하게 만들었다.“배준우, 나랑 얘기 좀 할 수 있어?”배준우가 시선 한번 주지 않자, 이미월은 견딜수가 없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배준우의 시선이 드디어 이미월에게로 옮겨졌다. 눈물을
배준우는 고은영을 데리고 떠났다.혼자 남은 이미월의 얼굴에는 난처함이 가득했다.진승연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언니, 마음에 두지 마. 저 여자 그냥 촌년이야. 형부와는 그저 연기하는 것뿐이라고!”진승연은 고은영의 뒤를 캔 적 있다. ‘오직 성적으로 시골에서 올라온 여자가 감히 재벌 사모님이 되려고? 꿈도 야무져!’이미월은 눈물을 꾹 참았다.배준우가 갑자기 떠나자 진윤과 육범수 그리고 장선명 등 사람도 난처해졌다.육범수는 주연에게 눈빛을 보냈다.“주연아, 미월 씨 좀 챙겨”“아.”주연은 재빠르게 이미월을 위해 양갈비를 썰었다.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방문한 이미월의 행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두 사람에게 어떤 과거가 있든 지금 배준우는 이미 결혼했다.‘내가 진짜 우리 자기 때문에 봐주는 거야!’“미월 씨, 이것 좀 드세요!”주연은 양갈비를 이미월의 그릇에 담아주었다.하지만 이미월은 움직이지 않았다!그녀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문뜩 입을 열었다.“다들 저 여자 준우 와이프로 인정하는 거예요?”“미월 씨, 그렇게 말씀하면 안 되죠. 이건 우리의 인정이 필요 없어요!”참다못한 주연이 입을 열었다.이 자리에 있는 배준우의 친구들은 전에 배준우가 그녀와 함께 자주 만났던 친구들이다.그런데 오늘 배준우는 고은영과 함께 친구들을 만났고, 이것은 배준우가 고은영을 대하는 태도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그리고 배준우는 그녀를 데리고 나갔다.이미월이 이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따지려고 들자 주연은 상당히 불쾌했다!!그녀는 스스로 떠났으면서 마치 모두가 그녀에게 미안한 짓을 한 것처럼 굴었다.주연의 거침없는 말에 이미월은 안색이 창백해졌다.진승연이 주연을 힐끔 보며 말했다.“그 입 다물어!”“내가 왜 입 다물어야 해? 입 다물 사람은 따로 있구먼.”주연은 콧방귀를 뀌며 이미월을 힐끔거렸다.주연이 물러서려 하지 않으니 진승연은 버럭 화가 났다.“돈도 이기게 해줬는데 사람이 어쩜 저렇게 지조가 없대? 저
차가운 두 글자는 배준우가 이미월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다.고은영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많이 울던데요.”사실 고은영은 어떻게 이미월을 평가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그런 장소에 무턱대고 따라오더니 심지어 눈물까지 흘렸다. 이건......배준우는 그녀를 힐끗 보며 물었다.“그래서 내가 이미월을 위로해 줬으면 좋겠어?”이 말을 내뱉는 배준우의 목소리는 아주 차가웠고 고은영은 한기를 느꼈다.고은영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아니요. 그러니까 두 사람 사이 완전히 끝나건 아니네요? 이 말을 묻고 싶었어요.”“결혼이 그렇게 필요했는데, 왜 그 여자와 결혼하지 않았어요?”이미월의 태도로 보았을 때, 그녀는 전혀 배준우와 헤어지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였다.‘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래......’“그만해!”배준우의 말투는 더 차가워졌다.고은영은 배준우의 고함에 깜짝 놀랐다.‘사실대로 말했는데 왜 저렇게 화났대?’하지만 집 문제를 생각하니 그녀도 더는 배준우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됐다.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불쾌한 이 화제를 넘겨버리며 배준우를 위로했다.“그래요, 그만할게요. 화내지 마세요, 네?”배준우의 쌀쌀한 눈빛에 그녀는 움찔했다.‘그래, 굳이 가슴에 묻은 사람을 내가 꺼내서 뭐 하겠어. 괜히 심기나 건드렸지.’집에 돌아가는 길은 거의 저기압이었다.하원 별장에 거의 도착했을 때, 나태웅이 전화를 걸어 왔다. 배준우가 얼른 전화를 받았다.“말해.”“병원 쪽에 상황이 생겼어요!”배준우는 병원이라는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인데?”고은영은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으나, 이내 가슴이 철렁했다.전화기 저편에서 나태웅이 말했다.“오진이 아니라 안지영 씨가 그렇게 요구했다고 합니다!”고은영은 얼핏 나태웅의 말을 들었다.“휴......”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 순간 등줄기가 굳어지는 것 같았다.‘잠깐, 근데 병원 일은 왜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거지?’백 어르신의 말로는 배준우는 오진을 절대 용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