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든 도예나가 갑자기 앞에 나타난 남자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누군가 했더니, 동운 씨였군요!”손동원의 입가가 씰룩거렸다.‘이 여자, 왜 이렇게 말주변이 좋지?’‘나는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욕한 건가?’‘나의 체면이 서겠는가?’“별일 없으면 먼저 갈게요.”도예나가 급히 걸음을 뗐다.손동원은 의식적으로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아직 묻지 못한 말이 있단 말이다.’그런데 결국 입도 떼지 못했다.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더니 손동원이 심하게 넘어졌다.이전에 리버 가든에서는 땅에 풀이 있어서 그런지 넘어져도 아프지 않았다.하지만 이번에는 대리석 바닥에서 넘어지니 뼈가 거의 부서지는 것만 같았다.이 장면을 쳐다보던 이민성이 흐읍하며 숨을 들이마셨다.‘도예나 역시 만만하지 않네…….’이민성이 얼른 가서 손동원을 일으켰다.“도예나, 너 미쳤어?”화가 나 시퍼런 얼굴로 손동원이 소리쳤다.“내가 손동원 씨한테 잘못하고 나면 어떤 결말이 있었는 지 알아요?”도예나는 손의 먼지를 탁탁 털며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다른 사람이 건드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손동원 씨 기억했죠?”그녀는 비웃으며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분명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인데, 어째서 애교 떠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이런 그녀의 단단함과 부드러움에 손동원은 다시 한번 멍해졌다.“큼! 큼!”이민성이 손동원을 힘껏 잡아당기며 물었다.“너 괜찮냐? 아니면 내가 사람 불러서 병원에 데려다 줄게.”“남자가 어떻게 안 괜찮다고 말하냐? 난 그런 말 못 해!”이민성을 밀어낸 손동원이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허리가 바로 땅에 부딪히며 넘어진 탓에 일어서자마자 뼈가 심하게 아파오며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 하마터면 다시 넘어질 뻔했다.이민성은 쳐다보지도 않고 웃으며 말했다.“예나 씨 안녕히 가세요. 저희 먼저 갈게요!”그리고 손동원을 끌고 건물로 들어갔다.“야, 왜 잡아당겨. 나 숨도 제대로 못 쉬겠어!”손동원이 짜증스럽게 말했다.“두 번이나
강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실력이 좋아. 이따가 너네도 보면 알게 될 거야.”이번 자동차 스마트 시스템 연구 개발 프로젝트는 그들 세 사람이 만든 팀으로, 말하자면 세 회사가 내부 협력한 셈이었다.이제까지 계속 적합한 칩 설계사를 찾지 못해서 이 프로젝트는 계속 지연되어 왔었다.그저께 강현석이 갑자기 전화했을 때, 두 사람은 놀라기도 했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처음이라 재능이 없는 사람은 이렇게 큰 부담을 감당할 수 없었다. 강현석이 실력 있다고 칭찬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두 사람 모두 너무 궁금했다.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세 사람은 거의 30분을 기다렸다.착한 이민성도 화가 나서 말했다.“이 천재는 시간 개념이 없구나.”강현석의 표정이 굳었다.‘설마 이 여자, 아직 퇴원을 안 한 건가?’그는 비서를 불러들였다.“도예나 씨한테 전화해 보세요.”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전화를 하러 갔다.그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일시에 멍했다.그들의 사교권에는 두 명의 도씨가 있다.‘이럴 땐 그 설계사한테 전화해야지, 도씨 집안 사람한테 연락해서 뭐 하려고?’“현석아, 왜 거기에 전화해?”이민성이 입을 열어 물었다.“도씨 집안 큰 딸이야, 아니면 작은 딸이야?”강현석은 담담하게 말했다.“도예나, A-F 프로젝트 파트너.”“뭐? 도예나가 네가 말한 그 천재 설계사라고?!”손동원이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장난치지 마. 그 여자 어디가 대단하다는 건지 도시 모르겠어!”‘칩 설계 분야의 사람들은 대부분 삼, 사십 대의 중년 대머리 남자들인데, 어떻게 도예나일 수가 있단 말이야?’‘예쁜 여자들은 모두 머리가 나쁜데 말이야.’이건 그가 오랜 세월 연애를 통해 깨달은 사실이었다…….강현석이 담담하게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그녀를 보고 나면, 내가 왜 그녀와 협력하려고 하는지 알게 될 거야.”“어, 우리 들어올 때 도예나 씨가 나가는 거 봤는데. 너희 이미 얘기 끝난 거 아니
정 비서가 눈을 가늘게 떴다.“강 대표님, 손 대표님, 이 대표님이 도예나 씨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요?”프런트 직원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변명했다.“정 비서님, 그분이 약속을 안 하고 왔다고 했어요. 저는 회사 절차에 따라 안내 한 게 확실해요……. 그 분, 그분도 뭐 때문에 왔는지 말을 안 하셔서, 진짜 대표님 손님인 걸 알 수가 없었어요…….”“됐어요, 대표님한테 어떻게 해명할 지나 생각해 보세요.”그녀를 째려보던 정 비서 다시 대표실로 돌아갔다.프런트 직원은 다리의 힘이 빠져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도예나는 차를 몰고 자신의 작업실로 갔다.이 작업실은 서지우가 그녀에게 찾아주었는데, 환경이 아주 좋았다.30평 정도 되는 작업실이 작아 보이는 듯하지만 곳곳에 아늑함이 배어 있었다.그녀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으니 정 비서였다.그녀는 담담하게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정 비서님, 무슨 일 있어요?”“아가씨, 강 대표님이 협력 건에 관한 얘기로 기다리고 계세요. 대충 몇 시쯤 회사로 오실 수 있으세요?”입술을 삐죽인 도예나는 전화를 끊고 작업실 주소를 보냈다.“저와 협력 건으로 얘기를 하고 싶으시다면, 대표님이 제 사무실로 오라고 전해주세요. 주소는 제가 문자로 보내 드릴게요.”문자를 보고 있던 정 비서는 머리가 아파왔다.강 대표의 성깔은 그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30분이나 기다렸는데, 이젠 그쪽에서 직접 오라고 한다.대표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막막한 정 비서는 골치가 지끈거렸다.하지만 그래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밖에는.정 비서는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갔다.그가 입을 열지 못하고 있자, 손동원이 말했다.“정 비서, 말하지 마. 내가 도예나, 그 여자가 어떻게 말했는지 맞혀 볼게.”정 비서가 쓴웃음을 지었다.“그 프런트 직원 해고 안 하면 여기에 발도 안 들일 거라고 했지?”손동원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속이 좁은 그 여자가 분명
그때가 되면 도예나와 강현석 두 사람은 이미 한 쌍이 되어 있을 텐데.그는 절대 나서서 돕지 않을 것이다.손동원은 무언가 생각난 듯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나는 여자가 깔렸으니까 한 명쯤 없어도 되지만, 현석이는 평생 한 번 밖에 없었잖아? 확실히 여자가 필요해. 내가 물러나면 되겠지?”자신의 이름을 들은 강현석이 뒤 돌아서며 물었다.“무슨 말 하는 거야?”“아무것도 아니야.”이민성이 손동원의 입을 막은 채 강현석을 따라 차에 올랐다.도예나는 작업실에서 자질구레한 잡다한 일들로 바쁘던 일들을 끝내고, 인터넷에 채용 정보를 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공고를 올리기도 전에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부동산에서 온 줄 알고 문을 열었던 그녀는 세 명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대표님이 정말 귀한 발걸음을 해 주실 줄은 생각 못했어요. 일단 들어오셔서 커피라도 마시죠.”한쪽으로 비켜선 그녀가 세 사람을 맞이했다.솔직히 강현석이 진짜 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었다.어쨌든 강씨 그룹은 성남시에서 가장 큰 기업이고, 강현석은 대표로서 매일 잠잘 시간도 없을 터였다.그녀가 오라고 한 것은 그저 장난삼아 한 말이었다.그런데 그가 왔다.그가 진심으로 파트너를 중시한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그럼 이제 대화를 나누기 쉽겠군.’도예나는 세 사람에게 커피를 타 줬다.냄새를 맡던 손동원이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거 인스턴트 커피죠? 도예나 씨, 맛있는 커피 없어요?”그저 두 손을 펴 보인 도예나가 대답했다. “작업실이 아직 준비가 덜 돼서 당분간 커피 머신 살 돈도 없어요. 양해 좀 부탁드릴게요.”“그렇게 돈이 없어요?” 손동원이 중얼거렸다.“나중에 내가 커피 머신 한 대 기부 해 줄게요.”“그럼 고맙죠, 사양 안 하고 받을게요.”도예나는 조금도 무시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받아들였다.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강현석은 왠지 사이가 좋아 보이는 두 사람 때문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강 대표님, 손동원 씨, 이민성 씨, 더 궁금한 건 없으세요?”자리에 앉아 있던 도예나가 서늘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훑어봤다.손동원이 턱을 만지며 말했다.“당신이 말했던 단어들을 전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더 프로페셔널 해 보이네요. 전 더 이상 질문 없습니다.”“도예나 씨, 확실히 칩 설계사가 맞군요.”이민성이 진심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당신이 우리 A-F 프로젝트에 합류한 이상, 이 차가 반드시 예정대로 출시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강현석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계약서에 사인합시다.”이민성이 꺼낸 계약서에는 수익 배분, 사인 등 몇 군데가 비어 있었다.손동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프로젝트의 이윤은 우리 세 그룹이 똑같이 나누고, 이제 도예나 씨가 합류했으니 나머지 10%를 드릴게요.”이렇게 큰 프로젝트의 10% 이윤은 사실 매우 높은 것이다.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이려 하자 강현석이 입을 열었다.“네 명이니까, 한 사람당 각각 25%.”손동원이 장난치냐는 표정을 지었다.“각자 최소 1억을 투자했어. 도예나 씨가 칩 설계 하나로 4분의 1의 수익을 가져간다?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도예나 씨가 없었으면 이 프로젝트는 밑지기만 하는 장사였어.”강현석은 놀라지 않고 말했다.“동원아, 손 털어도 돼.”“…….”손동원은 욕설을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됐다.원래 우정보다 사랑이 먼저라더니, 그 말을 오늘에야 겪어 보는 것 같았다.코 끝을 문지르던 이민성이 말했다. “현석이 말에 일리가 있어. 한 사람당 25%, 도예나 씨는 기술 지분으로 간주하고 그냥 이렇게 결정하자.”그는 손동원의 손에 억지로 펜을 쥐여 주었다.손동원이 욕을 퍼 부으며 사인을 했다.도예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시선은 강현석에게로 갔다.이 남자는 정말 그녀의 예상을 뒤엎는다.직접 찾아온 것만으로도 놀랐는데, 그녀에게 수익의 4분의 1을 분배해 주다니.그는 협력 상대인 그녀를 이렇게나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인가?
“너 말 좀 함부로 하지 마.” 이민성이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내 탓이야?”손동원은 상당히 억울했다.“인터넷에서 4년 전에 사생아 낳았다고 했잖아. 오래전에 죽은 줄 알았는데,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니. 도대체 이게 뭔 일이야?”강현석이 담담하게 말했다.“두 명 다 잘 살고 있어. 앞으로 그런 소리 하지 마.”손동원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러고는 침을 삼켰다.“그럼, 도예나 씨도 아이가 둘이고, 너도 아이가 둘이야. 만약 너희 둘이 합치면, 애가 네 명이야! 맙소사, 집안이 뒤집어지겠네?”강현석이 따끔한 눈길을 보내며 물었다.“누가 우리가 합친다고 한 거야?”“그래, 너 입 무거워!”손동원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도예나는 예쁘니까, 아마 남자들 모두 애들 새아빠가 되고 싶을 거야. 네가 안 채어 가면 다른 놈이 채 갈 거니까, 그때 후회하지 말고.”강현석의 눈앞에 어제 병원에서의 장면이 떠올랐다.그녀 주변에는 확실히 남자가 없지 않아.‘그 남자가 애들 친아빠인지, 아니면 그냥 새아빠인지…….’이런 생각을 하자 강현석은 마음이 가라앉았다.그가 일어서며 말했다.“ROCK이나 가자, 내가 쏠게.”“희한하네. 강씨 그룹 대표님이 오늘 술집에 가자고? 해가 서쪽에서 떴나?”손동원이 의아해하며 말했다.이민성이 얼른 그를 잡아당기며 말했다.“모르겠어? 현석이 기분이 안 좋은 거.”“쟤가 언제 기분이 좋았던 적이 있어? 맨날 인상 쓰고, 누구한테 수천만 원씩 빚진 것처럼. 가자, 가자. 술이나 마시러 가자. 오늘 강현석 파산이나 시켜버리자!”……두 아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온 도예나는 부엌에서 요리를 시작했다.음식을 다 차린 후에 설민준이 보이질 않자, 그녀는 눈을 찡그린 물었다. “제훈아, 삼촌은?”“미안해요, 엄마한테 말하는 거 까먹었어요. 삼촌이 아침에 중요한 거래처를 만나러 간다고, 저녁에 밥 안 먹는다고 했어요.”도제훈은 얌전히 음식 준비를 도왔다.도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아를 불러 식사를
도예나가 가게 문을 열자마자, 온몸이 묶인 설민준이 땅바닥에 던져져 있는 것을 보았다.“나나야, 드디어 왔구나…….”설민준은 애벌레처럼 꿈틀거렸다.그리고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에게 발길질을 당했다.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담배꽁초를 물고 걸어왔다.“돈은 가져왔어?”도예나는 손에 든 상자를 던졌다.“10억, 딱 맞게 가져왔어.”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은, 상자를 뒤에 있는 동료에게 던졌고, 10분이 지나서야 확인이 끝났다.도예나는 설민준의 옷깃을 잡아당겨 문밖으로 나갔다.“나나야, 내가 잘못했어, 화내지 마. 앞으로 다시는 이런데 안 올게…….”“너한테 화가 나? 참나, 내가 그렇게 할 일이 없냐?”도예나는 그를 밀치며,“경고하는데,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생기면, 나한테 전화하지 마!”25살이나 먹은 다 큰 어른이, 사기를 당했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여자를 밝히는 놈도 아니고, 오죽했으면 남의 함정에 뛰어 들었을까?도예나는 지금 그를 보고, 더럽다고만 느끼면 안 됐다. 그녀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작업비까지, 나한테 11억 빚진 거야.”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가버렸다.설민준은 비틀거리며 따라갔다.그는 설씨 집안의 큰 도련님이자, 처음으로 사기를 당해, 화가 나서 오장육부가 다 아픈 것 같았다.그러나 도예나가 화를 내는 걸 보고, 그는 함정으로 빠트린 사람들을 욕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쫓아갔다.그러나 그는 술도 마신 데다가 얻어맞기까지 해서, 빨리 걷다가 넘어져서, 주변 사람들이 웃음거리가 되었다.도예나는 화가 나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에워싸고 구경하고 있으니, 그녀는 자신의 얼굴에 똥칠을 하는 느낌이었다.그녀는 설민준에게 다가가 엉덩이를 걷어찼다.“일어나, 빨리!”설민준은 무릎을 가슴으로 끌어안으며,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나야, 나 못 걸어. 나 좀 부축해 줘.”도예나가 그를 훑어보니, 목에는 여자한테 긁힌 흔적과 키스 마크가 있었다. 그녀는 정말 자신의 손을 더럽힐까 봐 두려웠다
손동원은 술 한 잔에 아쉬움이 가득했다.이민성은 그를 노려보았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좀 돌려 말해.”말하면서 강현석은 눈치를 봤다.“방금 도예나랑 함께 있던 그 남자, 너희는 모를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사람의 별명을 자주 들어.”손동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걔 미국 사람이야. 전형적인 재벌 2세고, 사람들은 의자왕이라고도 해. 주변 여자들이 수시로 바뀌는데, 저 도련님 앞에서 나는 감히 명함도 못 내밀어.”이민성은 믿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너보다 더한 사람이 있다고?”“도예나 저 여자는 건드리기 힘들던데, 설민준이 낚아챈 건가?”손동원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저렇게 예쁜 미인을, 설민준이 가지기엔 너무 아깝지. 방금 술집 사장이 말하길, 한 부잣집 도련님이 사기를 당했대. 그게 설민준인 것 같지 않아? 저 설민준이 도대체 어떤 놈인지 한번 생각해 봐.”강현석은 눈살을 찌푸렸다.“누가 도예나가 설민준한테 넘어갔다고 했어?”“뻔한 거 아니야?”손동원도 옆에서 거들었다.“두 사람이 껴안고 같이 나갔잖아. 분명히 만나고 있을 거야.”강현석의 낯빛이 어두워졌다.“그녀가 저런 사람을 마음에 둘 리가 없어.”그가 오늘 저녁에 술을 마시러 온 것은, 원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방금 그 장면을 보고, 그의 기분이 더 나빠졌다.목을 젖히며, 술잔을 기울인다.손동원과 이민성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이걸 술로 푼다고?’“야, 현석아, 설마 도예나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손동원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그들 사이에서, 이렇게 노는 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다.오늘은 어떤 여자한테 관심이 있었지만, 내일이면 상대가 바뀔지도 모른다.예를 들면 그는 확실히 도예나한테 관심을 갖고 있지만, 만약 도예나가 그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그는 즉시 상대를 바꿀 수 있는 거다.하지만 강현석은, 이렇게 오래 알고 지냈지만, 이 자식이 여자한테 관심 있는 건 처음 본다.“현석아, 만약에 네가 정말 도예나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