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 모두 비즈니스 계에서 수십 년을 구른 베터랑들이다. 때문이 강 씨 그룹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챘다.두 그룹 사이에 친분이 없다고 하자니 도 씨 그룹이 가장 위태로울 때 손을 내밀어 준 게 강 씨 그룹이었고, 그렇다고 친분이 있다고 하자니 수익도 없는 프로젝트를 제안해온 거다.그때 장기태가 입을 열었다.“어떻든 간에 프로젝트만 놓고 보면 장기적으로 회사에 유리한 건 맞지 않는가. 3년 뒤에 시공을 시작한다면 3년 뒤에 다시 의논하면 되지. 이 건은 이대로 넘어가고 둘째 아가씨가 회사에서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건 어떤가? 우리도 알고는 있어야 하니.”그의 말에 도설혜가 서류를 펼치며 다급히 보고를 시작했다.“도 씨 그룹이 현재 진행하는 큰 프로젝트는 도합 세개인데 그중 두 개는 이미 완공됐고 하나는 시공 중입니다. 그 외에 회사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또 준비하고 있는데…….”그런데 그때 여민석이 심각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그렇다는 건 회사에서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고작 하나란 말인가? 이렇게 큰 회사에서 프로젝트 하나만 운행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하반기 재부 보고서가 아주 가관이겠네. 그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프로젝트를 더 추가해야 할 거야!”“회사에서도 현재 노력 중입니다.”도설혜는 갑자기 화를 내는 여민석의 모습에 여리여리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태도에도 여민석은 표정을 구겼다.“현재 얘기가 오가고 있는 고객이 누군지 읊어 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게.”“죄송해요, 여 이사님. 고객 명단을 가져오지 않았어요. 회의가 끝나가 제가 따로 메일로 보내드릴게요.”도설혜는 며칠간 도예나에게 시달리는 바람에 회사 일을 관여하지 않는지 한참이 돼간다. 때문에 회사에서 교섭하고 있는 고객이 누구이고 어떤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는지도 몰랐다…….도진호는 그런 딸애의 상황을 알았기에 대신 대답했다.“현재 교섭하고 있는 고객은 모두 세 명인데 그중 한 명은
예쁘장한 얼굴과 시원시원한 말투 그리고 옅은 미소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확실히 그 고객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옆에서 듣고 있던 주주들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그리고 여민석이 가장 먼저 표정을 풀며 입을 열었다.“네가 알고 있는 게 있으면 한번 말해 봐.”“솔직히 권 씨 그룹과 임 씨 그룹보다 태성 그룹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남이 대형 기계 도시로 된 것도 솔직히 태성 그룹 덕이잖아요. 우리 회사에서 태성 그룹에 제공할 수 있는 부품이 얼마나 많을지 여러분들도 아시리라 믿습니다.”도예나의 유창한 보고에 도설혜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언니가 태성 그룹을 알고 있는 걸 봐서는 지난 4년간 도 씨 그룹을 계속 눈여겨본 건 맞는것 같네. 그런데 태성 그룹이 국내 회사와 합작하지 않는다는 건 모르나 봐?”여민석도 콧방귀를 뀌며 다시 표정을 구겼다.“네가 무슨 좋은 수가 있는 줄 알았더니 그저 탁상공론이었네.”“태성 그룹이 국내 그룹과 합작한다고 한들 우리한테 기회가 올 것 같아?”장기태마저 아니꼬운 듯한 마디 하자 다른 주주들도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다들 태성 그룹은 불가능하다며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그런데 그때 도예나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만약 제가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태성 그룹 책임자를 안다고 하면요?”그녀의 말에 회의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비즈니스 업계에서 인맥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를 알고 있다면 합작은 이미 반 성공한 셈이니.여민석과 장기태는 서로 눈빛을 고환하더니 도예나에게 물었다.“네가 정말 태성 그룹 책임자를 안다고?”도예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제가 이런 일로 거짓말할 필요는 없잖아요.”일이 잘 돌아가는 느낌에 안도하는 주주들과는 달리 도설혜의 눈빛은 어두워졌다.그녀는 테이블 아래에서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회의 시작 전 그녀는 주주들에게 몇 번이고 부탁했었다. 도예나에게 본대를 보여주라고,
태성 그룹의 이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수완을 좀 부린다면, 예를 들어 고위층과 하룻밤 잠을 잔다면 그 손이 느슨해져 계약서에 서명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이 프로젝트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도설혜는 태성 그룹과 합작하지 않을지 언정 도예나가 도씨 그룹에 입사하는 것만큼은 막고 싶었다…….도예나는 마치 굶주린 늑대 같았다. 만약 도예나를 회사에 입사 시킨다면 도씨 집안에 평탄한 날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언니, 태성 그룹은 까다롭기로 소문나서, 시간 낭비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언니가 진짜 도씨 그룹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면 권 사장을 만나 보세요…….”도설혜가 말했다.도예나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권씨 집안이랑 임씨 집안 프로젝트 10개가 있어도 태성 그룹 프로젝트 하나보다 못해. 사흘 내에 태성 그룹이 계약서에 사인하게 만들 거야.”그녀의 말투에는 약간의 오만함도 담겨있었다.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도예나의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하지만 희망의 끈은 놓고 싶지 않았다.만약 정말 태성 그룹과 협력하게 된다면, 앞으로 반년 동안 도씨 그룹은 사업 파트너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여민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3일은 너무 성급해요, 한달이면 모를까.”“도예나 씨가 정말 태성 그룹에서 사인을 받아온다면 도예나 씨가 확실히 능력이 있다는 뜻이겠죠.”이어 장기태도 말했다.“이런 큰 고객을 잡기만 한다면 도예나 씨는 부사장도 충분히 가능해요.”이렇게 된 이상 도설혜 역시 더 이상 반대만 할 수는 없었다.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말했다.“언니, 사업 협상은 장난이 아니에요. 잘 생각해 보고 결정했으면 좋겠어요.”도설혜는 도예나가 그룹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아예 주기 싫었다!0.1%의 확률이라도 있다면 완전히 밟아 없앨 것이다.“만약 3일 안에 태성 그룹을 잡지 못한다면, 앞으로 주총에 참석하지 않겠습니다.”도예나가 담담하게 말했다.“하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도예나가 말했다. “말해 봐.”“제가 1억을 더 얹어서 드릴게요. 대신 돈 받으면 성남시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데로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세요.”말을 하면서도 도설혜는 피눈물이 흘릴 것만 같았다.그녀의 계좌에는 이렇게 많은 돈이 없었다. 은행 대출을 받아야 겨우 돈을 모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강세훈이 그녀에게 사람을 붙여 감시하고 있었다. 도예나를 암살할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그리고 만약 그녀의 손에 묻은 피를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그녀는 영원히 강씨 집안에 시집갈 수 없을 것이다.만약 돈을 좀 쓰더라도 도예나를 없앨 수만 있다면, 그녀는 이를 악물고서라도 돈을 끌어 모을 것이다.돈이야 없어지면 다시 벌면 되지만, 일이 탄로난다면 더 이상 반전의 여지가 없게 된다…….도예나는 도설혜의 표정을 주시하며 가볍게 웃었다.“설혜야, 너는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는 사람이지. 누가 너에게서 약간의 이득만 취해도 너는 10배를 돌려받지 못해 안달이잖아. 근데 오늘은 왜 밑지는 장사를 하려는 거야? 네 목적은 주식이 아니라 나를 성남시에서 떠나게 하려는 거지?”도설혜는 얼굴이 굳어지면서 부인했다.“저는 언니가 도씨 가문에 들어와서 나와 경영권 때문에 싸우는 걸 원하지 않아요.”“그런데 너는 분명 두려워하고 있어…….”도예나가 도설혜 곁으로 한 발짝 다가갔다.“내가 도씨 집안에 들어가는데, 네가 왜 두려워? 설혜야, 너는 도대체 뭘 두려워하고 하는 거니?”“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제가 왜 언니를 무서워해요!”도설혜는 큰소리로 부인했다.“저는 그냥 언니가 보고 싶지 않아요. 내 구역에 언니가 있는 것도 보기 싫어요. 그냥 부탁이니까 제발 여기서 멀리 떠나요!”도예나는 그런 도설혜를 비웃었다.정말 그렇게 간단한 일이라면 좋을 터이지만, 아쉽게도 그렇지가 못했다.단지 도예나를 보고 싶지 않은 거라면 방법은 많이 있었다. 구태여 암살까지 할 필요는 전혀 없
“설혜야, 너 아직 모르지? 내가 작업실을 하나 열었어. 강씨 그룹과 합작을 준비 중이야.”도예나의 예쁜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그녀는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올렸다.“나와 강씨 그룹의 협력 건은 도씨 그룹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네가 왜 나를 못 가게 하는 거니?”도설혜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말도 안 돼! 강씨 그룹이 언니와 합작할 리가 없어요! 도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경고하는데, 강씨 집안이랑 강현석한테 접근하지 마세요!”도예나의 눈동자가 점점 가늘어졌다.‘이런 도발에 금방 넘어가잖아. 도설혜는 도대체 뭘 두려워하고 있는 거지?’‘설마 강씨랑 관련이 있는 건가?’‘도설혜는 나한테서 강현석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는 걸까?’‘참나, 웃겨서!’도예나는 더 이상 다투기 귀찮아서 몸을 돌렸다.도예나의 비웃음으로 인해 도혜나는 마음이 갈기갈기 찢긴 것 같았다.순간 머리가 텅 빈 그녀는 본능적으로 소유권 주장했다.“도예나, 나는 강씨 그룹 도련님들의 엄마야. 미래 강씨 그룹의 사모님이 될 몸이란 말이야. 네가 어떤 더러운 수단을 쓴다 해도 내 자리를 뺏을 수 없어…….”“뭐라고?!”고개를 돌린 도예나의 맑은 두 눈이 갑자기 매서워졌다.도설혜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바보 같은 말을 했는지 정신이 들었다.‘강씨 집안 도련님들에 대한 일을 엄마가 절대 도예나한테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왜 이렇게 화를 못 참았을까.’도설혜가 자신의 말을 주워 담으려고 했지만, 도예나가 이미 들어버렸다.“설혜야, 너는 내가 여기 4년이나 떠나 있었다고 여기서 일어난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니?”도예나가 비웃었다.“강씨 그룹 도련님은 올해 네 살이야. 내가 성남시를 떠날 때 너는 임산부도 아니었고.”도설혜는 눈을 크게 뜨며 따져 물었다.“올해 네 살인 건 어떻게 알았어요?”강현석은 두 아들을 잘 숨겨 왔다. 사람들은 아이들의 나이는 말할 것도 없고, 작은 아이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강씨 그룹 도련님
프런트 직원이라 해도 강씨 그룹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다들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자부심이 대단해서 인터넷에 떠도는 헛소문 따위는 믿지 않았다.그래서 프런트 직원도 눈앞의 도예나를 알아보지 못했다.그녀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단순히 그냥 예쁜 게 아니라, 그녀가 평생 본 사람들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흠! 흠!”도예나가 가볍게 기침을 했다.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프런트 직원이 물었다.“아아, 죄송합니다. 실례지만 대표실에 가려고 하는 건가요?”도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예약된 방문이신가요?”프런트 직원의 질문이 이어졌다.“아니요.”도예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저는 강 대표님이랑 구두로 약속했어요.”이 말을 듣고, 프런트 직원의 눈꼬리에는 의심이 더해졌다.매일 사장님을 찾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 중에는 아름답고, 요염하고, 육감적인 여자들도 많이 있었고…….비록 앞에 선 이 여자가 이전의 여자들보다 훨씬 더 예쁘다고 해도 이 여인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자신의 미색을 믿고 이 강씨 그룹에 와서 대표님을 꾀려고 하다니, 정말 하루 아침에 사모님이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프런트 직원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예약이 없으면 올라갈 수 없습니다. 돌아가세요.”도예나는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정말 대표님과 약속했어요. 못 믿겠으면 대표님한테 물어보세요.”“강 대표님을 찾아온 사람들 모두 전화를 해보라고 한다면, 대표실 비서는 하루 종일 전화 받는 것만 해도 정신없을 거예요.”프런트 직원이 불쾌한 듯 말했다.“손님께서 대표님과 구두로 약속했으니까, 차라리 대표님께 직접 전화 걸어서 만나는 게 낫지 않나요?”도예나가 가느다란 입술 끝을 올리며 살짝 웃었다. “그래요, 그럼 돌아갈게요.”그녀는 미련도 없이 돌아섰다.까닭을 알 수 없게도 프런트 직원은 갑자기 당혹스러움을 느꼈다.‘만약 대표님이 정말 이 여자와 약속했는데, 내가 이 여자를 입구에서 막은 거라면? 그럼 나 정
고개를 든 도예나가 갑자기 앞에 나타난 남자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누군가 했더니, 동운 씨였군요!”손동원의 입가가 씰룩거렸다.‘이 여자, 왜 이렇게 말주변이 좋지?’‘나는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욕한 건가?’‘나의 체면이 서겠는가?’“별일 없으면 먼저 갈게요.”도예나가 급히 걸음을 뗐다.손동원은 의식적으로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아직 묻지 못한 말이 있단 말이다.’그런데 결국 입도 떼지 못했다.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더니 손동원이 심하게 넘어졌다.이전에 리버 가든에서는 땅에 풀이 있어서 그런지 넘어져도 아프지 않았다.하지만 이번에는 대리석 바닥에서 넘어지니 뼈가 거의 부서지는 것만 같았다.이 장면을 쳐다보던 이민성이 흐읍하며 숨을 들이마셨다.‘도예나 역시 만만하지 않네…….’이민성이 얼른 가서 손동원을 일으켰다.“도예나, 너 미쳤어?”화가 나 시퍼런 얼굴로 손동원이 소리쳤다.“내가 손동원 씨한테 잘못하고 나면 어떤 결말이 있었는 지 알아요?”도예나는 손의 먼지를 탁탁 털며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다른 사람이 건드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손동원 씨 기억했죠?”그녀는 비웃으며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분명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인데, 어째서 애교 떠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이런 그녀의 단단함과 부드러움에 손동원은 다시 한번 멍해졌다.“큼! 큼!”이민성이 손동원을 힘껏 잡아당기며 물었다.“너 괜찮냐? 아니면 내가 사람 불러서 병원에 데려다 줄게.”“남자가 어떻게 안 괜찮다고 말하냐? 난 그런 말 못 해!”이민성을 밀어낸 손동원이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허리가 바로 땅에 부딪히며 넘어진 탓에 일어서자마자 뼈가 심하게 아파오며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 하마터면 다시 넘어질 뻔했다.이민성은 쳐다보지도 않고 웃으며 말했다.“예나 씨 안녕히 가세요. 저희 먼저 갈게요!”그리고 손동원을 끌고 건물로 들어갔다.“야, 왜 잡아당겨. 나 숨도 제대로 못 쉬겠어!”손동원이 짜증스럽게 말했다.“두 번이나
강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실력이 좋아. 이따가 너네도 보면 알게 될 거야.”이번 자동차 스마트 시스템 연구 개발 프로젝트는 그들 세 사람이 만든 팀으로, 말하자면 세 회사가 내부 협력한 셈이었다.이제까지 계속 적합한 칩 설계사를 찾지 못해서 이 프로젝트는 계속 지연되어 왔었다.그저께 강현석이 갑자기 전화했을 때, 두 사람은 놀라기도 했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처음이라 재능이 없는 사람은 이렇게 큰 부담을 감당할 수 없었다. 강현석이 실력 있다고 칭찬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두 사람 모두 너무 궁금했다.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세 사람은 거의 30분을 기다렸다.착한 이민성도 화가 나서 말했다.“이 천재는 시간 개념이 없구나.”강현석의 표정이 굳었다.‘설마 이 여자, 아직 퇴원을 안 한 건가?’그는 비서를 불러들였다.“도예나 씨한테 전화해 보세요.”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전화를 하러 갔다.그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일시에 멍했다.그들의 사교권에는 두 명의 도씨가 있다.‘이럴 땐 그 설계사한테 전화해야지, 도씨 집안 사람한테 연락해서 뭐 하려고?’“현석아, 왜 거기에 전화해?”이민성이 입을 열어 물었다.“도씨 집안 큰 딸이야, 아니면 작은 딸이야?”강현석은 담담하게 말했다.“도예나, A-F 프로젝트 파트너.”“뭐? 도예나가 네가 말한 그 천재 설계사라고?!”손동원이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장난치지 마. 그 여자 어디가 대단하다는 건지 도시 모르겠어!”‘칩 설계 분야의 사람들은 대부분 삼, 사십 대의 중년 대머리 남자들인데, 어떻게 도예나일 수가 있단 말이야?’‘예쁜 여자들은 모두 머리가 나쁜데 말이야.’이건 그가 오랜 세월 연애를 통해 깨달은 사실이었다…….강현석이 담담하게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그녀를 보고 나면, 내가 왜 그녀와 협력하려고 하는지 알게 될 거야.”“어, 우리 들어올 때 도예나 씨가 나가는 거 봤는데. 너희 이미 얘기 끝난 거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