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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저를 쫓아내도 도 씨 그룹이 제 어머니가 일궈낸 회사라는 사실은 변함없어요.”

흔들림 없는 표정과 가벼운 말투는 버럭버럭 화를 내는 도진화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복도에 있던 몇몇 비서는 너무 놀란 나머지 숨소리도 내지 않고 구석에 숨었다.

소리 없는 전쟁이 계속될 때, 도예나는 정적을 깨트리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도진호를 빤히 보는 순간 흔들림 없던 그녀의 눈빛이 끝내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버지, 저를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수는 없어요?”

“네가 4년 전 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간 순간부터 난 너라는 딸을 내 마음속에서 지웠다.”

“만약 제가 불을 지른 게 아니라면 믿어주실 건가요?”

도진호의 눈은 순간 어두워졌다.

“네가 지른 게 아니라도 너 때문에 일어난 사고야. 넌 살아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어.”

“네, 아버지 뜻 잘 알겠어요.”

도예나는 끝내 포기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끝내 두 사람 사이에 남아있던 부녀 사이의 정도 말끔히 사라졌다.

그렇다면 그녀도 앞으로 우려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아빠, 언니, 그만들 싸워요…….”

도설혜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다급히 달려오더니 마치 중재에 나선 듯 두 사람을 말렸다.

“곧 있으면 주주총회가 시작돼요. 다른 분들 이미 회의실에서 기다리시는데 이렇게 싸우면 집안 망신이잖아요. 게다가 식구끼리 서로 얼굴 붉힐 필요가 없잖아요!”

하지만 도예나는 오히려 싸늘한 눈빛으로 도설혜를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지분 때문에 날 죽이려고까지 할 필요는 있고?”

도설혜는 멈칫하더니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언니, 그게 무슨 말이야…….”

“모른다고 발뺌해도 상관없어. 그런데 이것만은 기억해 둬. 내가 만약 증거를 잡으면 너를 내 손으로 직접 감방에 처넣을 거란 걸.”

도예나는 도설혜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이고는 긴 다리를 내뻗으며 회의실로 걸어갔다.

그 말을 들은 도설혜는 말없이 주먹을 그러쥐었고 도진호 역시 화가 잔뜩 난 듯 중얼거렸다.

“저런 애가 내 자식이라니…….”

“아빠, 도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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