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도예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강현석의 손을 잡은 채로 주방으로 향했다.세윤이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엄마 아빠 금슬이 너무 좋은 거 아니에요? 맨날 아빠가 엄마를 독차지하고 있어요.”현석이 세윤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요즘 덜 혼났지?”세윤은 황급히 세훈의 뒤로 몸을 숨겼다.“엄마가 퇴근하고 우리랑 놀지도 않는 단 말이에요! 이게 다 아빠가 독차지해서 그런 거 잖아요!”수아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요.”“나도 같이 잘래요!”세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를 높였다.“엄마한테 목욕시켜 달라고 할거고, 이야기도 읽어 달라고 할 거예요.”“유치하긴.”제훈이 입을 삐죽였다.“세 살짜리 애인가? 아직도 엄마가 씻겨줘야 한 다니.”“겨우 네 살인데 왜 애가 아니라고 생각해?”세윤은 그럴싸한 변명을 찾더니 바로 예나를 향해 달려가 애교를 부렸다.“엄마, 매일 아빠랑만 있지 말고, 저랑도 같이 있어요. 제발요.”예나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며칠 동안 현석과 예나는 정말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었다. 서재에서 함께 서류를 정리하거나 주로 안방에서 사랑을 나눴다.자제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불만을 품고 있을 줄은 예상 못했다.예나가 입을 열기 전에 현석이 먼저 말을 시작했다.“세훈이와 제훈이는 이제 회사를 홀로 운영할 수 있고, 수아도 솔로 피아노 무대를 시작했는데 세윤이 너는 그 실력으로 전시회를 열 수 있는 거야?”“…….”‘형이랑 제훈이보다 못한 건 그렇다고 해도, 점점 수아보다도 내세울 게 없어지고 있어.’“시간이 생기면 연습이나 더 하는 게 어때?”현석이 계속해서 말했다.“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외할아버지에게 전화 드리고.”“…….”자연스레 이 일은 장서원에게 떠넘겨졌다.예나는 현석을 힐긋 보다가 세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며칠 뒤면 우리 세윤이도 5살이 되니까 이제 목욕은 스스로 해야 해. 하지만 오늘 밤 잠자
세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눈가에 눈물이 대롱대롱 맺혔다.‘엄마가 어떻게 이렇게 매정한 눈빛으로 날 볼 수 있는 거지?’“엄마, 내가 싫어진 거예요?”세윤의 목소리가 떨렸다.“미안해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덤벙거리지 않을 게요.”세윤이 조심스레 예나에게 다시 다가가 예나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그러나 아이는 또다시 밀쳐졌다.“날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예나는 또 초조하고 불안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러더니 식탁 위의 초콜릿 딸기 케이크를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그녀의 돌발행동에 주방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 속에서 가장 놀란 건 네 아이였다.세윤이 눈물을 한 방울 두 방울 뚝뚝 흘렸다. 수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너희들은 모두 방으로 돌아가.”현석이 예나의 어깨를 누르며 말했다.“당신도 날 건드리지 마요!”예나가 현석의 손도 쳐내며 소리쳤다.“아무도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요!”그녀는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밖으로 뛰쳐나갔다.‘머리가 너무 아파!’‘너무 아파서 터질 것 같아!’그녀의 머릿속에는 한 줄의 음성이 반복되었다.‘저 사람들을 떠나!’‘이곳을 떠나!’그녀는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밖으로 내달렸다.네 아이는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현석의 표정이 굳었다.“양 집사, 왜 가만히 있어요! 네 아이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요!”“네, 네.”양 집사가 다급하게 걸어와 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제훈의 눈동자도 촉촉해졌다. 아이는 얌전하게 양 집사와 위층으로 올라갔고 방으로 돌아간 후, 커튼 너머로 밖의 상황을 지켜보았다.현석은 예나를 이미 품에 안았다.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으나 자신도 모르는 불안함이 목소리에 묻어났다.“예나 씨, 이러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요.”“예나 씨, 아이들이 많이 놀랐어요. 이러지 마요, 제발…….”“예나 씨, 집으로 돌아가요.”“이거 놔요! 놔요!”예나는 이성을 잃고 남자의 어깨를 물었다.온 힘
아이들의 방.세윤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내가 덤벙거려서 미안해. 엄마가 정말 화가 난 것 같은데 이제 어떡해?”세윤은 어쩔 줄 몰라 했다.“엄마가 왜 화가 난 걸까? 왜 갑자기 무서워진 걸까…….”엄마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원수를 향한 눈빛 같았다. 그 눈빛은 가시가 되어 세윤의 마음속에 꽂혔다.세훈이 입술을 매만지다가 말했다.“아빠가 선물해 준 아끼던 원피스라 그런 게 아닐까? 그래서 갑자기 화가 났을 수 있잖아.”“그렇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화낼 일이 아니었어.”제훈이 창가에 앉아 텅 빈 눈으로 말했다.“우리가 모르는 일이 있는 게 분명해.”수아가 울먹이며 말했다.“오빠, 엄마의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이런 엄마의 표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수아 역시 예나가 현석의 어깨를 깨문 것을 목격했다. 현석이 별장 안으로 들어왔을 때 현석의 어깨는 피범벅이었다.‘엄마는 아빠를 엄청 사랑하는데 아빠를 깨물어 피를 낼 리가 없어.’수아는 믿기지 않는 광경에 차마 이 사실을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 행여나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닐까 싶어서.“엄마는 하나도 무섭지 않아. 그렇게 말하지 마.”제훈이 입을 열었다.“내일 아침, 형이 직접 아침을 준비해서 엄마한테 사과하는 게 어때??”세윤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응, 진짜 준비 잘해서 엄마 화 풀어 줄게.”아이들은 방에서 불안한 마음에 떨고 있는데, 안방에 있는 현석의 표정도 심각했다.‘예나 씨에게 심어진 생물 칩의 거부 반응이 나한테만 있는 줄 알았는데 네 아이들도 포함이 되어 있었어.’‘정말 악독해, 강남천!’현석은 침대 옆에 자리 잡고 자기 어깨의 상처를 간단하게 치료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예나를 떠나지 못했다. 행여나 다른 이상 행동이 생길까 봐 걱정된 탓이었다.다행히도 예나는 그날 밤 깊은 잠이 들었다.이튿날 아침, 현석은 레이가 보내온 이메일을 확인했다. 생물 칩 피해자가 직접 쓴 글이었다.그는 핸드폰으로 거의 10,000자 가까이 되는
“엄마, 이건 제가 직접 끓인 국수예요. 사과의 의미로 끓여왔어요.”세윤이 미안한 얼굴로 국수를 내밀었다.“어젯밤엔 제가…….”“세윤아, 먼저 나가 줄래?”현석이 아이의 말을 끊었다.“엄마와 단둘이 할 얘기가 있어.”세윤이 불만이라는 듯 고개를 들었다.“아빠, 제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 말만 다 하고 나가도 될까요?”“안돼, 지금 나가.”현석은 아이의 손에서 국수를 받아 쥐고 아이를 밖으로 내쫓았다.그리고 방문도 잠가버렸다.“아빠 진짜 너무해!”세윤은 손을 허리에 꽂고 불만을 터뜨렸다.현석은 예나 몰래 메시지 하나를 보내고 몸을 돌렸다.“이 녀석이 끓인 게 내가 끓인 것보다 더 맛없을 텐데 굳이 먹을 거예요?”예나는 현석을 바라보며 물었다.“세윤을 내보내고 나한테 할 말이 있다는 게 뭐에요?”“아, 아무것도 아니에요.”현석의 시선이 그녀의 옷깃을 향했다.“이런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서 좋을 게 없잖아요.”예나는 고개를 낮춰 자기 잠옷을 확인했다. 옷깃이 아래로 떨어져 속옷이 조금 드러났다.비록 조금 민망해도 세윤은 예나의 친아들이었다!예나는 베개를 현석을 향해 던지며 말했다.“아무리 질투가 많다고 해도 아들한테까지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현석은 예나가 던진 베개를 받아 쥐며 드디어 표정을 풀었다.방문 앞에서 씩씩거리던 세윤을 세훈이 잡아당겼다.“형, 날 끌고 가지 마. 아직 엄마한테 사과도 못 했단 말이야!”세훈이 입을 오므렸다가 열었다.“아빠가 메시지를 보냈는데 우리한테 어젯밤 일을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셔.”세윤이 이해되지 않는 듯 물었다.“왜?”“왜긴 왜야.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세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엄마도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을 거야. 사과하지 마.”“안돼. 잘못했으면 반드시 사과해야 해!”세윤이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아빠는 나와 엄마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그러는 거야! 아빠의 검은 속내를 내가 모를 줄 알고?”제훈이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젯밤
“잊어버렸어요, 엄마.”세윤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하려던 말을 기억해 내려는 연기를 했다.예나는 이런 세윤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생각나면 다시 엄마한테 말해줄 래?”세윤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리고 예나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양 집사가 아래층에서 외쳤다.“도련님들, 아가씨. 어린이집 가야 할 시간이에요.”그 말에 세훈이 동생들을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이들이 떠난 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예나는 적어도 세 날 동안 집을 나가지 않고 꼼짝없이 쉬라는 엄포를 받았다. 그녀 역시 자기 몸이 걱정되었기에 얌전히 서재로 들어갔다.현석도 회사로 나가지 않고 서재에서 업무를 처리했다.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토독토독 울려왔고, 예나는 이 소리를 자장가 삼아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그러다가 그녀는 읽던 책의 재밌는 구절을 현석에게 들려주기도 했다.서재에 따듯한 햇살이 찾아 들고, 참 평화롭고 따뜻한 일상이었다.웅웅웅-그런데 핸드폰 진동 소리가 이 평화로움을 깨뜨렸다.현석은 수신자를 확인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전화 좀 받고 올 게요.”예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서재의 반대편 복도로 걸어간 현석이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강남천 지문을 본떠 이메일로 보냈어요. 다른 지시 사항 있으신 가요?”현석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강남천이 이상 행동을 하지는 않던 가요?”“오늘 아침 지문을 채취하러 갔을 때 전혀 반항하지 않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다만 함께 온 여성의 상태가 좀…….”레이가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온몸에 상처가 났어요. 많이 다친 것 같은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현석이 눈을 가늘게 떴다.‘며칠 전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왜 온몸에 상처가 났다는 거지…….’‘캐서린과 강남천은 옛정이 남아있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캐서린을…….’‘하지만 강남천은 내 아버지를 누명 씌워 죽게 만든 장본인이 아니던가. 그 사람이 못 할 일이 뭐 있겠어.’“사람
현석이 실소를 터뜨렸다.“방으로 돌아가요. 재워 줄게요.”“내가 수아도 아니고, 현석 씨가 재워줄 필요 없어요.”예나가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으나 표정만은 행복해 보였다.그녀는 남자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하던 일마저 해요. 난 책이나 더 볼 게요. 책 읽다가 잠에 들면 담요라도 덮어줘요.”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 손으로 여자의 허리를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 여전히 키보드를 두드렸다.예나는 도저히 책 내용 읽히지 않아 핸드폰을 꺼내 들어 기사를 읽었다. 그런데 본인의 새로운 기사 하나가 보였다.“공사 현장을 찾은 성남시 최고 미녀 도예나, 지나친 업무 강도로 현장에서 쓰러져.”기사를 읽은 예나는 어이가 없었다.‘뭘 또 이렇게 사연 있어 보이게 쓴 거야.’기사를 클릭하고 댓글을 살피는데 예나는 더 의문스러워졌다.이전의 기사에서는 모두 예나를 헐뜯지 못해 안달이었는데 오늘 기사에서는 모두 그녀를 걱정하는 댓글만 있었다.예나가 눈꼬리를 치켜세우고 물었다.“현석 씨, 이 일 혹시 현석 씨와 상관있어요?”현석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예나 씨, 너무 총명한 거 아니에요?”“정말 당신이 한 거예요?”예나가 그의 턱을 감싸 쥐고 눈을 마주했다.“왜 이런 기사를 썼는지 어디 한번 맞춰볼까요…… 장씨 가문에 압력을 주려고 그런 것 같은데, 이 기사 할아버지한테 보여주려고 일부러 지시한 거죠?”“그런 셈이죠.”현석이 입꼬리를 올렸다.“장서영이 먼저 시비를 걸어왔으니, 우리도 반격해야 할 것 아니에요?”예나가 고개를 들어 남자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예나와 현석은 그렇게 시공간에 둘만 남겨진 것처럼 서로에게 집중했다.다른 한편, 장씨 가문에서는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명훈의 얼굴도 싸늘했다. 겨우 화를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말수가 적은 명훈은 그 어떤 불공평한 상황에서도 먼저 고자질하러 올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렇게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모는 이미 큰
장서영이 이지원과 함께 서재를 나섰고 모녀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씩씩거렸다.“엄마, 할아버지 편애가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이지원이 이를 악물었다.“사생아 주제에 이렇게 감싸고 돌 필요가 있대요?”“그러니 지원아, 넌 더 노력해야 한단다.”장서영이 분노를 참으며 덤덤하게 말했다.“넌 장씨 성이 아니지 않느냐? 할아버지가 너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란다. 그러니 넌 반드시 명훈이보다 열 배, 백배는 더 훌륭해야 후계자가 될 수 있어.”지원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석유 화학 프로젝트는 내가 반드시 이겨요. 예나가 내 발 밑으로 무릎 꿇을 그날만 기다리세요.”장서영이 고개를 저었다.“도예나가 리조트 방향을 다시 정리를 했는데 계획대로 건설된다면 이익률과 영향력에 있어서 석유 화학과 견주어 볼 만해.”“리조트 사업이라는 건 끝없이 투자해야 이익이 나올까 말까 하는 사업이에요. 회사가 투자 금액을 주지 않는다면 무슨 수로 이익을 낼 수 있겠어요?”지원이 입꼬리를 올렸다.“엄마, 엄마가 대표잖아요. 엄마 말 한마디면 저쪽 팀에 투자 금액이 하나도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요.”장서영이 입술을 매만졌다.‘아버지가 살아 계시는 한 내가 회사 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어.’‘하지만 이번 후계자 경쟁에서는 그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지원이를 그 자리로 올릴 거야.’모녀가 서재를 떠나고 방안에서는 여전히 대화가 이어졌다.장대휘의 시선이 명훈에게로 향했다. 장대휘는 드디어 명훈에게 만족스러운 마음이 들었다.‘이번에야 말로 손자 녀석이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는 모양이구나.’“명훈아, 두 날 동안 직접 프로젝트를 운영해 본 소감이 어떠냐?”명훈이 무뚝뚝하게 말했다.“아직은 순조로운 편이에요. 고모가 다시 우리에게 태클만 걸지 않는다 면요.”장대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바로 나를 찾아오거라. 내 직고모와 면담할 테니.”명훈이 입술을 매만졌다.‘할아버지가 직접 면담한다고
장씨 그룹 건물은 주변 상가에 비해서도 한 뼘이나 더 높았다. 건물은 이 곳 상권의 랜드마크 건물이기도 했다. 몇 십 년 동안의 오랜 역사를 가진 장씨 그룹은 성남시에서 뿌리를 깊게 박았다.장씨 그룹이 정식으로 후계자 경쟁을 시작하고 회사 내부도 전보다 훨씬 바빠졌다.명훈이 문서를 재무팀에 건넸다.“도련님, 무슨 일로 이곳을 다 찾아오신 거예요?”재무팀 매니저가 빙그레 웃으며 명훈이 건넨 문서를 받아 쥐었다.“리조트 투자금 때문이었군요. 장 대표가 아침 일찍부터 전화를 줘서 알고 있었어요. 지금 바로 절차 밟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명훈이 고개를 끄덕이고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그러나 얼마 뒤 지출 목록을 받아 쥔 면 훈의 표정이 굳어졌다.“전기 프로젝트 투자 금액이 3,000억은 될 거라고 했는데요.”재무팀 매니저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애초에 계획서에 적힌 금액이 2,000억이에요. 저는 적힌 대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인지라. 남은 4,000억은 모두 석유 화학 프로젝트의 투자 금액이에요. 제 권한으로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요. 죄송해요, 도련님.”명훈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버렸다.최초 계획서의 투자 금액은 2,000억이었지만 수정된 계획서가 통과되면서 초기 투자 금액이 3,000억으로 책정이 되었다.3,000억의 회사 투자 금액 외에도 1,000억은 고지훈이 투자자들을 찾아 메꾸어야 했다.초기에는 최소 4,000억의 투자 금액이 있어야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도련님, 저희는 모두 서류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이에요. 장 대표가 서류에 도장을 찍어 보낸다면 저희도 금액을 더 늘일 수 있어요.”재무팀 매니저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그 말에 명훈은 모든 게 이해가 갔다.회사에서 지원 금액을 낮춘 게 아니라 고모가 재무팀을 억압해 리조트 프로젝트의 투자 금액을 낮춘 것이었다.명훈은 입술을 매만지며 재무팀을 나가 고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지훈이 투자자를 더 많이 찾는다면 재무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