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씨, 진정해요.”현석이 예나의 어깨를 가볍게 감쌌다.“이거 놔요!”예나는 갑자기 이성을 잃고 현석을 세게 밀어냈다.너무 힘을 준 나머지 링거 바늘이 뽑히고 피가 쏟아져 나와 흰 침대 시트에 튀었다.현석이 바로 그녀 손등의 상처를 확인하려 는데 예나가 손을 숨기며 소리쳤다.“나한테서 멀리 떨어져요! 강현석, 당신! 내 눈앞에 띄지 말라고요!”남자는 더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다.“예나 씨, 링거는 계속 맞아야 해요. 그러면 제가 간호사 불러올 테니 수액이라도 마저 맞을래요?”“수액 더 맞지 않을래요. 당신이 내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게 싫어요!”예나는 신발을 챙겨 신고 병실 밖으로 향했다.병실은 4층에 있었고, 4층에는 야외 테라스가 있었다.거기까지 생각을 마치자, 현석은 몸을 돌려 예나를 꼭 껴안았다.“이거 놔요! 날 놔줘요!”예나는 심하게 발버둥 쳤다. 그녀의 힘은 예상을 초월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광기가 담긴 것 같았다.하지만 현석의 힘은 당연히 예나보다 컸고, 두 팔로 예나를 품에 가둔 현석이 소리를 낮춰 말했다.“예나 씨, 이러지 마요. 예나 씨, 내 이름은 강현석이고 당신의 남편이에요.”“당신이 강현석이라는 걸 알아요! 그런데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 날 건드리지 말라고요!”그녀의 감정 기복이 더 심해졌다. 예나는 주먹 쥔 손으로 남자의 가슴을 내리치거나 심지어 남자의 손등을 깨물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현석은 절대로 품에서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현석은 손등에서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예나의 입안에도 피비린내가 퍼졌다. 그렇게 점차 그녀는 진정이 되었다.“예나 씨, 내 이름은 강현석이고 당신의 남편이에요.”현석은 이 말만 계속 반복했다.부드러운 목소리가 점차 예나의 분노를 잠재웠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품에 안긴 예나의 행동이 점차 누그러 들었다.“예나 씨, 우리 침대에 다시 누울까요?”떠보듯 물어본 말에 예나는 더 이상 반항을 하지 않고 그의 손길을 따라 병실 침대로 돌아갔
“우리 사이에 뭘 고맙다고 말하고 그래요. 편히 누워 있어요. 의사 불러올 게요.”현석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병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멀리 나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간호사를 불렀다.간호사는 새 링거를 들고 왔고, 이번에는 거즈까지 둘러주었다.예나는 두 눈을 감고 방금 있었던 일을 떠올리려고 애썼다.그녀는 자신이 방금 잠에서 깨어난 게 아니라고 확신했다. 링거도 잠결에 뺀 게 아닌 것도 알 수 있었다.‘또 뭔가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생긴 걸까.’‘이번에는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는데.’‘설마 이젠 내 몸을 점령해버린 걸까.’“예나 씨, 무슨 생각 해요?”현석의 목소리가 예나의 생각을 멈추게 했다.“별거 아니에요.”예나가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어 보였다.“언제 퇴원할 수 있어요?”“요즘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 대요. 푹 쉬면 된다고 하는데, 언제 퇴원할지는 예나 씨가 결정해도 돼요.”현석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적어도 일주일 동안 쉬어야 한다고 하는데, 일주일 동안의 업무는 내가 대신 봐줘도 될까요?”예나는 웃음을 터뜨렸다.“예성과학기술 회사와 도씨 그룹 일은 그렇다고 해도 장씨 그룹 프로젝트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어차피 제가 직접 해야 해요. 그래도 아프니까 현석 씨가 매일 출퇴근 때 바래다주고 데리러 오면 안 돼요?”그녀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현석도 미소를 지었다.방금 광기에 잡힌 모습과 지금 애교 가득한 모습은 정말 다른 사람 같았다.하지만 아무리 다른 모습이라고 해도, 현석에게는 모두 자신이 사랑하는 예나였다.현석은 복잡한 마음을 감추고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예나 씨 부탁이라면 다 들어줘야 죠. 예나 씨 회사로 같이 출근해달라고 해도 저는 좋아요.”예나가 입꼬리를 올리며 남자의 품에 안겼다.비록 몸이 불편해도 마음은 평온했다. 기댈 곳이 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었다.링거 하나를 다 맞기도 전에 네 아이들이 병실을 찾았다.“엄마, 괜찮아요?”제훈이 먼저 달려와 걱정
현석과 예나는 집을 찾은 손님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양 집사는 차 세 잔을 내왔고, 방안에는 향기로운 차 향이 가득했다.“예나 씨, 이분은 안데스에요.”현석이 소개를 했다.“안데스, 이쪽은 제 부인이에요.”“안녕하세요, 도예나 씨.”안데스는 까만 눈동자로 예나를 지그시 살폈다.예나는 이런 그의 시선이 조금 불편해졌다.전에 현석과 함께 외출할 때, 다른 남자가 예나에게 시선을 3초 이상만 두어도 질투하던 현석이었다.그러나 현재의 현석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이상을 느낀 예나는 탁자 아래로 남자의 허벅지를 꼬집었다.그러나 단단한 남자의 허벅지는 좀처럼 꼬집어지지 않았다.그녀는 화가 나서 현석을 살풋 노려보았다.현석은 그녀의 손등을 다독이듯 매만지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안데스는 악의가 없어요. 안심해요.”현석이 안데스 몰래 한국어로 예나에게 말했다.“도예나 씨는 너무 아름다우세요.”안데스가 미소를 지으며 건치를 드러냈다.“제가 진맥을 배운 적이 있는데 도예나 씨의 맥박을 좀 짚어봐도 될까요?”예나는 거절할 생각이었으나, 현석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아 탁자 위로 올렸다.그 순간 그녀는 모든 게 이해가 갔다.자신의 이상 증세에 현석도 많이 고민하며 결국 H 지역의 의사를 찾은 모양이었다.‘현석 씨도 내 이상 증세는 H 지역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야.’‘현석 씨도 내 이상 증세는 H 지역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야.’예나는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드디어 평화를 되찾았는데 더 이상 우여곡절을 겪고 싶지 않았다.부디 자신에게 이상이 없기를 예나는 기도했다.안데스는 그녀의 왼쪽 손목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다가 고개를 저으며 오른쪽 진맥을 요청했다.진맥만 거의 30분 동안 진행되었다.“도예나 씨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안데스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강현석 씨,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현석은 예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차 한잔하고 있어요. 안데스를 문 앞까지 바래다주고
현석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생물 칩이라…… 그건 강남천의 주 전공이잖아. 설마…….’“강현석 씨, 저는 무당이라 그쪽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안데스가 입을 열었다.“생물 칩은 H 지역에서 아주 흔합니다. 아래 부하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인체에 그러한 칩을 삽입해 뇌를 통제해 자신에게 복종시킨다고 했습니다.”현석이 입술을 매만지며 물었다.“이쪽 방면에 관해 물어볼 사람이 있을까요?”안데스가 고개를 저었다.“연구 개발 인원의 보안은 아주 철저해요. S급 보안 자료들이라 그 어디에서도 자료를 찾아볼 수가 없어요.”“네, 알겠습니다.”현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직접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을 시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레이가 대신 안부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H 지역은 무사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안데스는 몇 마디를 더 전하고 몸을 돌려 차에 올라탔다.현석은 별장 입구에 서서 거센 찬바람에 몇 분 동안 머리를 식히고 다시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방안에는 여전히 은은한 차 향이 맴돌았다. 예나는 어느새 차 한잔을 모두 비웠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방 안으로 들어선 남자에게 웃어 보였다.“차가 식어서 다시 한잔 따라왔어요. 따뜻할 때 마셔요.”현석은 그녀의 옆으로 앉아 조심스레 자신의 품으로 안았다.그의 턱이 여자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닿았고, 그의 손은 그녀의 허리를 매만졌다.평소와는 달리 그의 손길이 불안해 보였다.예나도 덩달아 마음이 불안해졌다.“현석 씨, 솔직하게 말해줘요. 도대체 무슨 일인 거예요?”“안데스는 무당이에요. 예나 씨의 상태를 살피러 온 거 에요.”현석은 더 이상 예나를 속일 수 없다는 걸 알았다.“H 지역의 주술에 걸린 게 아닐지 하는 의심에 안데스를 이곳으로 초대했어요. 하지만 안데스의 말에 따르면 주술에 걸린 게 아니라, 중독되거나 생물 칩이 삽입된 것 같다고 하네요.”예나는 어리벙벙한 표정이었다.그러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생물 칩에 대해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도예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강현석의 손을 잡은 채로 주방으로 향했다.세윤이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엄마 아빠 금슬이 너무 좋은 거 아니에요? 맨날 아빠가 엄마를 독차지하고 있어요.”현석이 세윤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요즘 덜 혼났지?”세윤은 황급히 세훈의 뒤로 몸을 숨겼다.“엄마가 퇴근하고 우리랑 놀지도 않는 단 말이에요! 이게 다 아빠가 독차지해서 그런 거 잖아요!”수아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요.”“나도 같이 잘래요!”세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를 높였다.“엄마한테 목욕시켜 달라고 할거고, 이야기도 읽어 달라고 할 거예요.”“유치하긴.”제훈이 입을 삐죽였다.“세 살짜리 애인가? 아직도 엄마가 씻겨줘야 한 다니.”“겨우 네 살인데 왜 애가 아니라고 생각해?”세윤은 그럴싸한 변명을 찾더니 바로 예나를 향해 달려가 애교를 부렸다.“엄마, 매일 아빠랑만 있지 말고, 저랑도 같이 있어요. 제발요.”예나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며칠 동안 현석과 예나는 정말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었다. 서재에서 함께 서류를 정리하거나 주로 안방에서 사랑을 나눴다.자제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불만을 품고 있을 줄은 예상 못했다.예나가 입을 열기 전에 현석이 먼저 말을 시작했다.“세훈이와 제훈이는 이제 회사를 홀로 운영할 수 있고, 수아도 솔로 피아노 무대를 시작했는데 세윤이 너는 그 실력으로 전시회를 열 수 있는 거야?”“…….”‘형이랑 제훈이보다 못한 건 그렇다고 해도, 점점 수아보다도 내세울 게 없어지고 있어.’“시간이 생기면 연습이나 더 하는 게 어때?”현석이 계속해서 말했다.“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외할아버지에게 전화 드리고.”“…….”자연스레 이 일은 장서원에게 떠넘겨졌다.예나는 현석을 힐긋 보다가 세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며칠 뒤면 우리 세윤이도 5살이 되니까 이제 목욕은 스스로 해야 해. 하지만 오늘 밤 잠자
세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눈가에 눈물이 대롱대롱 맺혔다.‘엄마가 어떻게 이렇게 매정한 눈빛으로 날 볼 수 있는 거지?’“엄마, 내가 싫어진 거예요?”세윤의 목소리가 떨렸다.“미안해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덤벙거리지 않을 게요.”세윤이 조심스레 예나에게 다시 다가가 예나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그러나 아이는 또다시 밀쳐졌다.“날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예나는 또 초조하고 불안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러더니 식탁 위의 초콜릿 딸기 케이크를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그녀의 돌발행동에 주방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 속에서 가장 놀란 건 네 아이였다.세윤이 눈물을 한 방울 두 방울 뚝뚝 흘렸다. 수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너희들은 모두 방으로 돌아가.”현석이 예나의 어깨를 누르며 말했다.“당신도 날 건드리지 마요!”예나가 현석의 손도 쳐내며 소리쳤다.“아무도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요!”그녀는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밖으로 뛰쳐나갔다.‘머리가 너무 아파!’‘너무 아파서 터질 것 같아!’그녀의 머릿속에는 한 줄의 음성이 반복되었다.‘저 사람들을 떠나!’‘이곳을 떠나!’그녀는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밖으로 내달렸다.네 아이는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현석의 표정이 굳었다.“양 집사, 왜 가만히 있어요! 네 아이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요!”“네, 네.”양 집사가 다급하게 걸어와 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제훈의 눈동자도 촉촉해졌다. 아이는 얌전하게 양 집사와 위층으로 올라갔고 방으로 돌아간 후, 커튼 너머로 밖의 상황을 지켜보았다.현석은 예나를 이미 품에 안았다.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으나 자신도 모르는 불안함이 목소리에 묻어났다.“예나 씨, 이러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요.”“예나 씨, 아이들이 많이 놀랐어요. 이러지 마요, 제발…….”“예나 씨, 집으로 돌아가요.”“이거 놔요! 놔요!”예나는 이성을 잃고 남자의 어깨를 물었다.온 힘
아이들의 방.세윤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내가 덤벙거려서 미안해. 엄마가 정말 화가 난 것 같은데 이제 어떡해?”세윤은 어쩔 줄 몰라 했다.“엄마가 왜 화가 난 걸까? 왜 갑자기 무서워진 걸까…….”엄마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원수를 향한 눈빛 같았다. 그 눈빛은 가시가 되어 세윤의 마음속에 꽂혔다.세훈이 입술을 매만지다가 말했다.“아빠가 선물해 준 아끼던 원피스라 그런 게 아닐까? 그래서 갑자기 화가 났을 수 있잖아.”“그렇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화낼 일이 아니었어.”제훈이 창가에 앉아 텅 빈 눈으로 말했다.“우리가 모르는 일이 있는 게 분명해.”수아가 울먹이며 말했다.“오빠, 엄마의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이런 엄마의 표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수아 역시 예나가 현석의 어깨를 깨문 것을 목격했다. 현석이 별장 안으로 들어왔을 때 현석의 어깨는 피범벅이었다.‘엄마는 아빠를 엄청 사랑하는데 아빠를 깨물어 피를 낼 리가 없어.’수아는 믿기지 않는 광경에 차마 이 사실을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 행여나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닐까 싶어서.“엄마는 하나도 무섭지 않아. 그렇게 말하지 마.”제훈이 입을 열었다.“내일 아침, 형이 직접 아침을 준비해서 엄마한테 사과하는 게 어때??”세윤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응, 진짜 준비 잘해서 엄마 화 풀어 줄게.”아이들은 방에서 불안한 마음에 떨고 있는데, 안방에 있는 현석의 표정도 심각했다.‘예나 씨에게 심어진 생물 칩의 거부 반응이 나한테만 있는 줄 알았는데 네 아이들도 포함이 되어 있었어.’‘정말 악독해, 강남천!’현석은 침대 옆에 자리 잡고 자기 어깨의 상처를 간단하게 치료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예나를 떠나지 못했다. 행여나 다른 이상 행동이 생길까 봐 걱정된 탓이었다.다행히도 예나는 그날 밤 깊은 잠이 들었다.이튿날 아침, 현석은 레이가 보내온 이메일을 확인했다. 생물 칩 피해자가 직접 쓴 글이었다.그는 핸드폰으로 거의 10,000자 가까이 되는
“엄마, 이건 제가 직접 끓인 국수예요. 사과의 의미로 끓여왔어요.”세윤이 미안한 얼굴로 국수를 내밀었다.“어젯밤엔 제가…….”“세윤아, 먼저 나가 줄래?”현석이 아이의 말을 끊었다.“엄마와 단둘이 할 얘기가 있어.”세윤이 불만이라는 듯 고개를 들었다.“아빠, 제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 말만 다 하고 나가도 될까요?”“안돼, 지금 나가.”현석은 아이의 손에서 국수를 받아 쥐고 아이를 밖으로 내쫓았다.그리고 방문도 잠가버렸다.“아빠 진짜 너무해!”세윤은 손을 허리에 꽂고 불만을 터뜨렸다.현석은 예나 몰래 메시지 하나를 보내고 몸을 돌렸다.“이 녀석이 끓인 게 내가 끓인 것보다 더 맛없을 텐데 굳이 먹을 거예요?”예나는 현석을 바라보며 물었다.“세윤을 내보내고 나한테 할 말이 있다는 게 뭐에요?”“아, 아무것도 아니에요.”현석의 시선이 그녀의 옷깃을 향했다.“이런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서 좋을 게 없잖아요.”예나는 고개를 낮춰 자기 잠옷을 확인했다. 옷깃이 아래로 떨어져 속옷이 조금 드러났다.비록 조금 민망해도 세윤은 예나의 친아들이었다!예나는 베개를 현석을 향해 던지며 말했다.“아무리 질투가 많다고 해도 아들한테까지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현석은 예나가 던진 베개를 받아 쥐며 드디어 표정을 풀었다.방문 앞에서 씩씩거리던 세윤을 세훈이 잡아당겼다.“형, 날 끌고 가지 마. 아직 엄마한테 사과도 못 했단 말이야!”세훈이 입을 오므렸다가 열었다.“아빠가 메시지를 보냈는데 우리한테 어젯밤 일을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셔.”세윤이 이해되지 않는 듯 물었다.“왜?”“왜긴 왜야.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세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엄마도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을 거야. 사과하지 마.”“안돼. 잘못했으면 반드시 사과해야 해!”세윤이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아빠는 나와 엄마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그러는 거야! 아빠의 검은 속내를 내가 모를 줄 알고?”제훈이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젯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