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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아무것도 아니야.”

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

“물 마시고 싶다며? 빨리 내려가서 마셔.”

“네.”

세윤은 몸을 돌려 한걸음 옮기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유치원 친구가 어느 날 엄마랑 아빠랑 다투는 걸 봤는데 아빠가 엄마를 때렸 대요. 친구가 너무 무서워서 유치원 선생님께 말했어요. 아빠, 엄마 괴롭히면 안 돼요. 저는 유치원 선생님 말고 바로 경찰 아저씨를 찾아갈 거에요.”

“…….”

예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윤아, 엄마랑 아빠랑 왜 다투겠어?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허튼 생각 하지 마. 자, 엄마랑 물 마시러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그리고 물 한 컵 들고 방으로 돌아가면 새벽에 목이 말라도 아래층으로 내려올 필요가 없어.”

예나는 세윤에게 물을 따라주고 방안 침대에 눕히고 나서야 안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는 방문을 잠갔다.

“또 당신이 깜빡하고 문을 잠그지 않은 거 잖아요. 다음에도 이러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현석이 그녀에게 걸어와 품에 꼭 안으며 말했다.

“걱정 마요. 절대 방심하지 않을 게요.”

그의 뜨거운 체온이 피부에 닿자 예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아이가 방까지 쳐들어왔는데 왜 아직도…….”

현석은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의 키스에 예나는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된 것 같았다. 손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예나는 천천히 현석의 리드에 몸을 맡겼다.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머리 깊숙한 곳에서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

“밀어내!”

“그 사람을 밀어내!”

다급한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머릿속에 울렸다.

“아!”

예나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안았다.

“예나 씨, 왜 그래요?”

현석은 바로 하던 행동을 멈추고 그녀의 양 볼에 키스하며 물었다.

“아니에요…… 아, 아파요!”

그녀의 오른쪽 얼굴, 뒤통수가 너무 아파졌는데 마치 머리가 조각날 것만 같았다.

현석의 거친 손가락이 그녀 오른쪽 얼굴의 상처를 부드럽게 쓸었다.

“만지지 마요, 당장 꺼져요!”

예나가 갑자기 두 눈을 떴다. 방금까지 나른하던 눈동자에 또 온기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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