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분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시나요?”예나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저와 함께 리조트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분 혹시 계신 가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은 정적이 찾아왔다.아무도 장씨 그룹 내부 싸움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줄을 잘못 섰다가 회사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으니.지원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사촌 언니, 제가 사람 두 명 넘길 게요. 이런 인력으로는 절대 할 수 없을 거예요.”이렇게 큰 프로젝트는 관리 인원만 해도 열 몇 명이 필요했다. 독불장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엄마가 장씨 그룹에서 입지가 두터워서 다행이야. 엄마 말 한마디에 모두가 수그러들었어.’‘감히 나와 경쟁을 하고 싶은 거야, 도예나? 네가 하고자 하는 모든 일에 태클을 걸어 장씨 그룹의 우스갯소리로 만들어버릴 거야!’지원의 표정이 점점 환해졌다.바로 그때, 구석에 앉아있던 30여 살의 남자가 조금 겸연쩍어 하며 입을 열었다.“저는 시장부 부장 고지훈이라고 합니다. 리조트 시장 조사는 지금까지 제가 팔로잉하고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는데, 도예나 씨가 저에게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예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고지훈 부장님,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함께 잘해봐요.”그녀는 행여나 아무도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까 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녀는 인기가 없는 편이 아니었다.그리고 고지훈이 입을 열자 다른 부서의 부팀장이 손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를 따르겠다고 입장을 밝힌 사람은 총 두 명이었다.예나는 개의치 않아 했다. 한 사람뿐이라고 해도 그녀는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장서영은 두 아무개의 입장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자, 그러면 고 부장과 문 팀장 외에 리조트 사업에 참여하고 계신 분 있나요?”장서영의 물음에 회의실은 또 조용해졌다.장서영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석유 화학은 규모가 상당히 큰 프로젝트입니다. 그럼, 모두 수고해 주세요.”지원이
“예나야, 내 아래에서 일했던 두 매니저를 붙여주마. 비록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나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해 주마.”장대휘가 말했다.“두 매니저가 리조트 프로젝트의 돌파구를 찾는 데에 큰 도움이 되어줄 거다.”불과 며칠 전의 연회장에서만 해도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장대휘가 갑자기 태도가 바뀐 것에 예나는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미소를 지은 예나가 말했다.“할아버지, 이번 경쟁은 반드시 공평해야 해요. 제가 두 사람을 받아들인다면 지원에게 또 꼬투리 잡힐 게 뻔해요. 이겨도 찝찝할 거예요.”“지금 저들은 떳떳하다고 생각해요?”나이가 어린 장명훈은 화를 숨기지 못했다.“고위층 50명 중 40여 명이 고모 라인이에요. 이지원이 지는 게 더 이상한 경쟁이라고요!”씩씩거리는 명훈을 보며 예나는 왠지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그래서 이지원이 이길 거라고 생각해?”명훈은 입술만 매만질 뿐 대답하지 않았다.시작부터 두 프로젝트의 이익률이거나 참가 인원에 있어 차이가 벌어졌다. 출발선에서 벌어진 격차를 보면 대체로 누가 이길지가 예상이 되었다.“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명훈이도, 너무 걱정하지 마요.”예나가 입꼬리를 올렸다.“제 인맥으로 해 볼 게요. 장씨 그룹의 도움 없이도 할 수 있어요.”그녀는 성남시에서 반년 동안 두 회사를 운영하면서 꽤 많은 인맥을 모았다. 리조트 프로젝트 따위에 겁먹을 예나가 아니었다.“내가 두 직원을 붙여준다고 해도 네 고모가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장대휘가 덤덤하게 말했다.“두 명은 장씨 그룹의 오랜 직원이란다. 예나 나이 때부터 내 밑에서 일한 직원이라 장씨 그룹에 대해 모르는 게 없어. 그들이 있어야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야.”집안 어른이 보이는 호의인지라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던 예나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장대휘는 오늘 회의 상황을 예상했었다. 그래서 미리 두 매니저를 본사로 불렀다.한 사람은 부산 지역의 담당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인천 지역 담당자였다. 두 사람
오규태와 이서국은 모두 50대 중반의 나이로 가만히 앉아 있어도 그 위엄이 느껴졌다. 겨우 서른 남짓한 나이의 고지훈과 문해준은 진땀을 뻘뻘 흘렸다.하지만 예나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여전한 미소로 예나가 물었다.“오규태 매니저님과 이서국 매니저님은 할아버지가 가장 믿는 직원이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니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습니다.”“리조트 프로젝트는 잘하면 큰돈이 될 수 있지만, 굳이 석유 화학 프로젝트와 비교한다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아닐 듯싶네요.”오규태의 중저음 목소리가 회의 실내로 울렸다.“이 프로젝트를 아가씨께서 손풀기로 하시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이는 앞으로 장씨 그룹에서 일하는 데에 있어 좋은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예나의 표정이 점점 굳었다.“오규태 매니저님의 뜻은, 저더러 후계자 자리를 포기하라는 말인가요?”“아가씨, 오규태 매니저도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이서국 매니저가 대신 대답했다.“이지원 아가씨는 우리 그룹 내에서 이미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고 장서영 대표 아래서 배우고 있는데, 이건 도예나 씨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일당백 하더라도 지는 게임인데, 차라리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오규태 매니저님과 이서국 매니저님의 건의 감사합니다.”예나가 입꼬리를 올렸다.“하지만 지금 제가 듣고 싶은 얘기는 아닌 것 같네요. 만약 이번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다면 두 분은 이만 돌아가셔도 됩니다. 저 역시 마음 없는 사람 잡아 둘 생각 없습니다.”오규태와 이서국의 표정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둘은 장대휘의 오랜 직원으로서 그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천하의 장대휘라고 할지라도 둘에게 이렇게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돌한 예나는 둘을 내쫓으려 했다.‘과연 가문 밖에서 자란 아이라, 예의범절은 아예 배우지 못한 모양이구나!’“아가씨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저희는 이만
이 일이 장대휘에게 전해진다면, 오규태와 이서국은 장대휘에게 불려 갈 게 뻔했다.장서영에게 따로 이득을 취한 건 아니었지만 소문이라는 건 무서운 일이었다.“장서영 대표, 도예나 씨. 저희는 다른 일이 생겨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오규태와 이서국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장서영이 웃음을 터뜨렸다.“예나야, 그렇게 적대심을 보이지 않아도 된단다. 오규태와 이서국 매니저는 회사의 오랜 직원인데 그런 태도를 보이면 안 되지 않겠느냐?”장서영의 말은 예나가 오규태와 이서국을 존중하지 않았으며, 오랜 직원을 무시한다는 꼬리표까지 달아주는 것이었다.예나가 긴 한숨을 쉬었다.“오규태 매니저님과 이서국 매니저님 모두 정말 훌륭한 분이세요. 저도 그분들 아래서 열심히 배우고 싶었지만, 두 분은 고모와 함께 석유 화학 프로젝트를 더 하시고 싶은 눈치예요. 정말 아쉽게 되었어요.”장서영이 눈을 가늘게 떴다.‘지금 날 한 방 먹이려는 게냐!’이게 소문으로 퍼진다면 장대휘가 장서영을 한 소리 할 것이다.장서영은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으로 발을 구르며 말했다.“도예나, 한 달 뒤에도 이렇게 잘난 척할 수 있기를 바랄 게.”“저도 마찬가지예요.”예나가 입꼬리를 올려 까닥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또각또각 걸어갔다.고지훈과 문해준은 예나와 명훈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예나와 명훈이 눈앞에서 사라진 후에도 둘은 어깨가 뻐근했다.두 사람은 이지원에게 밉보인 사람들이었다. 이지원이 프로젝트 공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고자 하는 것을 두 사람이 거절했고, 그 후로 둘은 회사에서 떠도는 사람이 되어버렸다.그러다가 이지원이 정말 장씨 그룹의 후계자가 된다면 둘이 회사를 그만둬야 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비록 이지원의 눈에는 별 볼 일 없는 직위라 할지라도 부장과 팀장 자리도 6~7년 동안 고군분투해서 쟁취한 자리였다.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예나를 선택한 건 마지막 발악이었다.“고지훈 부장님, 도예나 씨가 정말 해낼 수 있을까요?”“모르겠
겨울바람은 찼지만, 히터를 튼 방안은 따뜻했다.도예나는 서재 카펫 위의 강현석의 품에 안겨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현석 씨, 전에 강씨 그룹도 리조트를 하지 않았던 가요? 장씨 그룹의 리조트 사업에 부족한 점이 있는지 봐줄래요?”현석이 진지하게 답했다.“리조트 계획서를 본다면 전반적으로 이익 창출 공간을 커요. 하지만 석유 화학 프로젝트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반드시 더 기발한 점이 있어야 겠죠. 그 기발한 점을 찾는 게 이번 경쟁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현석의 섬섬옥수 같은 손이 도화지 위로 선을 그었다.“이곳을 세 구역을 나눠보는 건 어때요? 첫 번째 구역에는 관광지, 호텔, 민속촌을 한곳으로 모으고, 두 번째 구역은 해상 레저를 개발하는 거죠. 해안선 면적을 이용해서 리조트 면적을 확대하는 거예요. 그리고 세 번째 구역에는 수상 클럽을 만드는 거죠. 수상 공연과 같은 고급 관광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시장 시각으로 봤을 때, 이 부분에서 적어도 절반 이상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예나는 귀를 기울여 들었다.그녀의 주 전공은 프로그래밍이었고, 부동산 계획은 다른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아니나 다를까, 현석이 수정해 준 리조트 계획서는 기능이 더욱 완선화 되고, 셀링 포인트가 두드러졌다. 예산 수익도 배로 늘어났다.두 사람은 서재에서 거의 한 시간 동안 리조트 보고서에 관해 토론했고, 드디어 대체적인 방안이 생겼다.“고마워요, 여보!”예나는 남자의 목을 끌어안고 말했다.“당신이 돕지 않았다면 난 며칠 동안 머리를 앓았을 거예요.”현석은 그녀를 품으로 고쳐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한 달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아요. 프로젝트 초안도 나오지 않을 수 있어요. 강씨 그룹 부동산 프로젝트의 인원을 절반 줄게요. 그 사람을 두 팀으로 나누어 저녁 타임에도 인원을 분배한다면 한 달 시간을 아낀 것과 다름이 없어요.”예나가 웃음을 터뜨렸다.“강씨 그룹 사람을 나한테 넘기면 강씨 그룹은 어떡하고요?”“인원을 넘기면 내
“아무것도 아니야.”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물 마시고 싶다며? 빨리 내려가서 마셔.”“네.”세윤은 몸을 돌려 한걸음 옮기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말했다.“유치원 친구가 어느 날 엄마랑 아빠랑 다투는 걸 봤는데 아빠가 엄마를 때렸 대요. 친구가 너무 무서워서 유치원 선생님께 말했어요. 아빠, 엄마 괴롭히면 안 돼요. 저는 유치원 선생님 말고 바로 경찰 아저씨를 찾아갈 거에요.”“…….”예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세윤아, 엄마랑 아빠랑 왜 다투겠어?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허튼 생각 하지 마. 자, 엄마랑 물 마시러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그리고 물 한 컵 들고 방으로 돌아가면 새벽에 목이 말라도 아래층으로 내려올 필요가 없어.”예나는 세윤에게 물을 따라주고 방안 침대에 눕히고 나서야 안방으로 돌아왔다.그리고 그녀는 방문을 잠갔다.“또 당신이 깜빡하고 문을 잠그지 않은 거 잖아요. 다음에도 이러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현석이 그녀에게 걸어와 품에 꼭 안으며 말했다.“걱정 마요. 절대 방심하지 않을 게요.”그의 뜨거운 체온이 피부에 닿자 예나는 얼굴이 붉어졌다.“아이가 방까지 쳐들어왔는데 왜 아직도…….”현석은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줬다.그의 키스에 예나는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된 것 같았다. 손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예나는 천천히 현석의 리드에 몸을 맡겼다.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머리 깊숙한 곳에서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밀어내!”“그 사람을 밀어내!”다급한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머릿속에 울렸다.“아!”예나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안았다.“예나 씨, 왜 그래요?”현석은 바로 하던 행동을 멈추고 그녀의 양 볼에 키스하며 물었다.“아니에요…… 아, 아파요!”그녀의 오른쪽 얼굴, 뒤통수가 너무 아파졌는데 마치 머리가 조각날 것만 같았다.현석의 거친 손가락이 그녀 오른쪽 얼굴의 상처를 부드럽게 쓸었다.“만지지 마요, 당장 꺼져요!”예나가 갑자기 두 눈을 떴다. 방금까지 나른하던 눈동자에 또 온기가 사라졌다.
눈이 또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솜덩이 같은 눈이 베란다 창가에도 내렸다.도예나가 눈을 좋아한다는 걸 강현석은 알고 있었다. 며칠 전 큰 눈이 내리고, 그녀는 아이처럼 눈을 한 움큼 잡아 방으로 돌아왔었다.하지만 지금의 예나는 창밖의 눈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였다.눈은 점점 거세게 내려 어느새 베란다에 두껍게 쌓였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 지 정확히 알지는 못해도 아마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는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그때, 베란다에 서 있던 여자가 갑자기 몸을 돌려 말했다.“현석 씨, 눈이 내려요.”그녀의 말에 마음을 졸이던 현석도 드디어 안심되었다.그는 베란다로 걸어가 여자를 품에 안았다.“눈이 내리면 날은 점점 더 추워져요. 내일은 그냥 집에서 푹 쉬는 게 어때요? 아랫사람들에 업무를 지시하면 되잖아요.”예나는 그에게 몸을 기대며 말했다.“그래도 어떤 일은 내가 직접 가서 해결해야 하는 걸요.”그녀는 하품하며 손목시계를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세상에, 벌써 새벽 두 시라니!”현석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방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늦은 시간이었어요. 한참 웃고 떠들었으니 이젠 잘 시간이에요.”그는 예나와 함께 침대로 돌아갔고 그녀에게 이불을 세심하게 덮어주고 나서야 무드등을 껐다.예나는 남자의 품에 안겨 잠을 청했지만, 따끔거리는 상처로부터 자신이 또 한 시간가량의 기억을 잃었다는 걸 눈치챘다.이 한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몰라도 그는 현석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왜 매번 오른쪽 얼굴이 아픈 걸까…….’‘엘리자가 내 상처에 무슨 짓을 한 걸까.’‘내일 회사로 돌아가고 설민준에게 연락을 해 봐야겠어. 엘리자의 잔여 세력을 찾아 원인을 물어봐 야지.’그날 밤, 두 사람 모두 제대로 잠에 들지 못했다.눈이 내린 탓에, 아침은 일찍 밝아왔다. 예나가 눈을 떴을 때, 현석은 이미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그녀는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 하품했다.“너무 돌려요.”“그러면 계속 자요.”현석이 그녀의 이
눈 때문에 현장 작업은 오늘 하루 쉬기로 했고, 근로자들은 하루 휴가를 받았다.그러나 저 멀리 해안선 부근에 십여 명의 근로자들이 여전히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도예나가 살풋 인상을 쓰며 물었다.“지금 저긴 뭘 하는 거에요?”고지훈이 대답했다.“제가 아까 가서 물어봤는데 가드레일을 작업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도면에는 가드레일 공사가 없는데요.”문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도면에서는 저 부분을 선박 운영 구역으로 나누었는데, 가드레일이 들어서면 이 프로젝트에 큰 영향을 끼칠 듯싶습니다.”예나는 외투로 몸을 꽁꽁 싸매고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바닥 위에는 각종 가드레일 작업 도구들이 놓여 있었는데, 얼핏 보아 규모가 300~400미터는 되어 보였다. 작업은 3분의 2 정도의 해안선을 가려버렸다.만약 가드레일이 완공되어 절반가량의 해안선을 가려버린다면 이 리조트의 특별함도 사라지는 것이었다.예나가 입을 열기 전 장명훈이 먼저 차갑게 말했다.“누가 지시한 겁니까?”작업 반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겨우 40살 남짓해 보이는 살집이 있는 남성이었다. 담배를 입에 지그시 문 그 사람은 가드레일 나사를 틀며 대답했다.“장씨 그룹의 구역이니, 당연히 장씨 그룹 사람이 보내온 거겠죠. 아니면 저희가 왜 이 날씨에 꿋꿋이 하고 있겠습니까?”예나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이 가드레일의 완공 시간은 언제 인가요?”“오늘 내로 완공입니다.”담배를 입에 문 남자가 여유작작한 태도로 보였다.“장씨 그룹은 정말 대단한 가문이에요. 제시한 금액이 시장 가격의 10배가 넘거든요.”명훈이 주먹 쥔 손에 힘을 주었다.“이게 다 고모가 벌인 일일 거예요. 해안선을 막아서 리조트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게 하려고!”고지훈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석유 화학 프로젝트는 가만히 있어도 이기는데 대표님은 왜 이런 일을 지시한 걸까요?”“장 대표가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걸 몰랐어요?”문해준이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경쟁에서 이겨보겠다고 지금까지 얼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