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석과 도예나는 국내로 돌아온 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 위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예나는 황급히 자신의 시선을 거두고 현석을 쉽게 건드리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다.차는 빠르게 강씨 별장으로 도착했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현석은 예나를 품에 안고 길게 키스를 나눴다.별장 안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오자 예나는 다급하게 현석을 밀어냈다.“안에 손님이 온 모양이에요. 좀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현석이 별장 안을 훑어보며 말했다.“둘째 숙모예요. 손님 아니에요.”예나는 빠르게 정신을 가다듬었다. 박정화는 결코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정지숙을 만나러 별장을 찾아와 예나의 험담을 늘어놓는 그런 사람이었다…….예나는 정지숙이 자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상관이 없었지만 적어도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낸다면 화목하게 지내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박정화가 계속해서 이간질한다면 예나와 정지숙의 관계가 점점 나빠질 테고 결국 한집에서 살지 못할 것이다.예나는 옷을 매만지고 입구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입구부터 박정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 저녁 기사 봤어요? 온통 도예나 얘기로 도배가 됐어요. 정말 성격도 드세지,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서씨 가문 아가씨 뺨을 때리 다니요. 사촌 언니인데!”박정화는 계속해서 말을 늘려 놨다.“강씨 가문 사모라는 얘가 또 무슨 장씨 가문 후계자까지 되겠다고 이 난리를 부리는지, 다른 사람이 봤으면 형님이 예나를 구박하는 줄 알겠어요…….”“둘째 숙모 오셨네요?”예나가 안으로 들어가며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제 이름이 들리던데 무슨 얘기하고 계셨어요?”박정화의 얼굴이 굳었다.두 번의 험담을 한번은 아이들에게, 또 한번은 예나 본인과 현석에게 들켜버렸다. 정말 운이 좋지 않은 박정화였다.정지숙이 대신 입을 열었다.“오늘 장씨 가문 연회를 기사로 통해 보고 얘기를 하던 중이었단다.”박정화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예나야, 네가 장씨 그룹 후계자 경쟁에 참여하겠다는 기
박정화는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이에 정지숙은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예나의 일은 시어머니인 나도 간섭하지 않는데 올케 말은 더 듣지 않을 거야.”“형님은 시어머니고, 예나는 며느리인데 어떻게 어른한테 이렇게 예의 없이 구는 거예요?”박정화는 목소리를 낮추며 계속해서 험담을 늘려 놨다.“현석이 결혼하기 전 형님한테 보여준 제 가문의 조카 있잖아요. 얼마나 얌전하고 착한 아이인지, 현석이한테 시집을 갔다면 남편 내조며, 시어머니 수발도 참 잘했을 거예요. 어디 도예나처럼 막무가내로 사는 얘가 또 있겠나요?”정지숙은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정지숙은 박정화의 말을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오늘날, 정지숙과 현석의 사이가 나빠지면서 모자는 일주일이 지나도 한마디 말도 주고받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예나는 그 중간에서 싸움을 말리기는커녕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박정화가 소개한 아이가 시집을 왔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지지는 않을 텐데…….’정지숙은 예나의 잘못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예나가 둘 사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랐다.박정화가 아래층에서 투덜거리는 소리는 안방까지 미세하게 들려왔다. 박정화의 목소리라는 건 알 수 있었지만 정확하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예나는 현석의 품에 안겨 낮은 소리로 물었다.“현석 씨, 제가 방금 둘째 숙모한테 실례를 범한 거 아니에요?”“당신이 옳아요.”현석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둘째 숙모 성격을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 세게 나가면 다시 이러지 못할 거예요.”예나는 남자의 목에 팔을 걸며 말했다.“어느 날 제가 어머님이랑 다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거예요?”둘째 숙모와 예나 사이에서, 남자는 아무런 고민 없이 예나를 선택했다.‘어머님과 나, 이런 상황에서도 내 편을 들어줄까?’“내가 말했잖아요. 언제나 당신이 옳다고.”현석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얼굴에 입술 도장을 찍으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난
“그의 옆에서 떨어져!”반복적으로 이 말 한마디가 예나의 귓가에 울렸다.예나는 두 눈을 번쩍 떴다.“왜 그래요?”현석은 빠르게 하던 행동을 멈추고 그녀의 이마에 뽀뽀했다.“아, 아니에요…….”예나가 겨우 말 한마디를 하는데, 머리에 그 목소리가 또 울렸다. 머리가 마치 두 조각으로 쪼개지는 것처럼 아파왔다.그녀는 며칠 전 밤,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도 이런 고통이 찾아왔었다. 오른쪽 볼에서 시작된 고통이 뒤통수로 옮겨가고 그녀는 기억을 잃었다…….‘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돼!’‘절대로 안 돼!’아직도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결코 환청이 아니었다. 정말 그녀의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듯한 소리였다…….그 목소리는 자체에 힘이 있는 것처럼 그녀의 머리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현석에게서 떨어지라고 명령했다…….‘왜 이런 목소리가 들리는 걸까?’예나는 침대 시트를 꽉 쥐고 머릿속의 목소리와 대항했다.관계가 끝나자, 어느새 목소리마저 사라졌다.긴장했던 신경이 스르르 풀려 그녀는 무력하게 현석의 품에 안겼다.“오늘 좀 이상해요…….”현석이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를 살폈다.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현석이 자신을 안고 욕실로 데려가도 가만히 안겨만 있었다.두 번의 기억 상실 증세는 모두 현석과 다정한 스킨십을 할 때 벌어졌다…….첫번째와 두 번째 사건 발생 직후 그녀는 기억을 잃었지만, 이번에는 자신을 명령하는 그 목소리를 선명하게 들었다…….이런 이상 증세는 국내로 돌아오고 그 후에 생겼다.‘H 지역에서 트라우마가 될 만한 일이 없었는데 왜 이러지…….’“예나 씨, 무슨 일 있었어요?”현석은 다시 그녀를 안고 안방 침대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있긴요…….”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의심을 무마시켰다.정확히 무슨 이유인지 알아내기 전 현석을 걱정시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예나는 생각했다…….
겨울이지만 따스한 햇볕이 베란다를 통해 방안을 비춰왔다. 햇빛에 눈이 부실 때가 되어서야 강현석과 도예나는 잠에서 깼다.벌써 오전 여덟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늦잠을 거의 자지 않는 두 사람이었지만 밤이 길었기에 아침잠이 늘었다.예나가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려는 데 현석의 긴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예나 씨, 조금 더 자요. 어제 많이 피곤했잖아요.”“당신이 더 피곤해 보이는데요?”예나는 심장이 쿵쿵 울렸다.“오늘 회사도 나가봐야 하는데 이만 놔줘요.”그리고 예나는 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그녀의 움직임이 조금만 느렸어도 그녀는 또 현석의 품에 안겨 어젯밤이 계속되었을지도 모른다.예나가 빠르게 화장실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현석은 헛웃음을 삼켰다.그 역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창밖의 떨어지는 나뭇잎과 따스한 겨울 햇볕을 구경했다. 남자의 눈은 더 이상 차갑지 않고 부드러운 햇살 같았다.‘급한 일부터 해결하고 예나 씨와 따뜻한 나라로 가자고 해야겠어…….’예나와 현석은 준비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아이들이 이미 등원을 한 시간인지라 집이 아주 조용했다.아침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현석은 예나를 예성과학기술 회사로 바래다주었다.“저녁 퇴근할 때 전화 줘요. 데리러 올 게요.”예나는 그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하고 차에서 내렸다.“네, 현석 씨가 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릴 게요.”그녀는 가방을 고쳐 매고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해외로 돌아온 후 회사를 자주 나가지 않았기에 그녀의 책상 위로 한 달가량의 업무가 쌓여버렸다.그녀의 비서 박정연은 아주 훌륭한 비서로 간단한 일은 이미 그녀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예나의 앞으로 남겨둔 일은 모두 자금 투자가 큰 프로젝트였다. 예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문서를 하나씩 꺼내 보았다. 대부분 도씨 그룹의 오랜 골칫덩이로 남은 문제들이었다.‘그래서 박정연 씨가 직접 해결하지 않았던 거였군.’그녀는 업무를 손보며 가끔 커피도 한 모금 삼켰다. 시간은 그렇
예나는 속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자기 아내가 뺨을 맞았는데 남편이 되어서 오히려 사과하러 오다니.’비록 서슬기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었으나, 서슬기가 제 남편의 디딤돌이 된 것에 예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그녀는 왜 서슬기가 이혼하지 않고 버티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오늘 점심은 제가 대접해도 되겠습니까? 도예나 씨는 아량이 넓으시니 슬기 씨의 잘못은 잘 덮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주현무는 여전히 미소를 얼굴 가득 피운 채로 말했다.하지만 그의 가면 속 어떤 표정이 담겼을 지는 예나는 예상이 갔다.예나를 찾아오기 전, 주현무는 먼저 서씨 가문에 다녀와 예나와 현석이 이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이현숙의 말에 따르면 둘의 관계는 아주 좋았다.또한 정말 이혼한다고 해도, 예나는 강씨 가문 핏줄의 친모인 만큼 아무리 강씨 가문이라고 해도 절대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가 없을 것이다.그리고 예나는 장씨 가문의 유일한 아가씨이지 않은가.주씨 가문과 장씨 가문은 현재 협력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예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프로젝트가 장기화될 수도 있었다. 조금만 굽신거린 다면 영원히 돈이 나올 구멍이 생길 수 있었으니 주현무가 그녀를 찾아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예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제 사촌 언니를 어떤 식으로 혼을 냈는지 물어볼 수 있을까요?”“자꾸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뺨을 때려 다시 도예나 씨 앞에서 허튼소리를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주현무는 제 행동이 만족스러운 듯 당당하게 말했다.예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구겨졌다.그녀는 서슬기를 싫어했지만, 가정 폭력을 일삼는 남자는 더 싫었다.예나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저와 사촌 언니의 일은 당신이 끼어들 필요가 없으니 이만 돌아가 주시죠.”주현무는 그녀의 태도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도예나 씨 회사 근처 레스토랑에 예약을 해 뒀습니다. 점심 시간대에 레스토랑에 오시면 제가 대접하겠습니다.”예나가 얼굴을 굳히며 말했
오전 업무를 마치고 도예나와 박정연은 기타 직장 동료들과 회사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레스토랑에 들어서는데 창가 자리에 주현무와 화려하게 차려 입은 한 여자가 나란히 앉아있는 게 보였다.여자는 주현무 옆에 꼭 붙어 앉아 가슴을 은근슬쩍 주현무의 팔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주현무는 몰래 여자의 엉덩이를 만지고 있었는데, 예나는 여기가 레스토랑이 아니라 침대 위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예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다른 장소로 이동하죠.”그러나 그녀가 레스토랑을 벗어나기 전 주현무가 예나를 발견하고 걸어왔다.“사촌 동생, 빨리 여기로 와서 앉아요. 한참 기다렸잖아요.”그의 미소 가득한 얼굴을 보며 예나는 소름이 끼쳤다.“그럴 시간 없습니다.”“사촌 동생, 어차피 지금 점심 먹으러 온 거 아니에요? 함께 먹어요.”주현무가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를 잡았다.“마침 하고 싶은 얘기가 남아서 그래요.”“도예나 씨, 우리 현무 오빠가 점심 사게 해주세요. 사과의 의미로요.”화려한 옷차림의 여자도 걸어왔다.“서슬기가 정말 선을 넘었다는 걸 알아요. 공개적인 장소에서 돌아가신 이모를 들먹이다니요. 뺨 한 대에 제 속도 시원해졌어요…….”예나는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그녀는 도저히 이런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그녀의 앞에서 알짱거린다면 예나도 가만히 있을 위인이 아니었다.“서슬기가 선을 넘었다면 당신은 선을 넘은 게 아닌가요?”예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겨우 스무 살 넘은 것 같은데 미래가 창창한 나이에 왜 굳이 내연녀로 살아가는 겁니까? 내연녀로 살아도 된다고 댁 부모님이 가르치던 가요?”“그, 그게 무슨…….”여자의 표정이 구겨졌다. 레스토랑 곳곳에서 그녀를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왔다. 그녀는 발가벗겨진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을 느꼈다.주현무의 표정도 좋진 않았다.“사촌 동생,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주현무 씨, 서슬기를 핑계로 저한테 아는 척하지 마세요. 제가 서슬기에게 원한이 있다
주현무는 손을 툭툭 털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거기 서!”내연녀는 얼굴을 가리고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질렀다.다른 한편, 주씨 저택.서슬기는 주씨 가문으로 시집을 가고 주씨 가문의 셋째 사모로 평소에는 하릴없이 차를 마시고 여유롭게 살아갔다.현재, 그녀는 박해연 (서슬기 모친) 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어차피 저는 서씨 가문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어요! 어젯밤엔 정말 화가 나서 미치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서슬기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도예나한테 뺨을 맞았는데 외할머니는 아무 말없으시고, 아버지도 가만히 있기나 하고, 저 같은 딸은 이제 필요 없다는 말씀이잖아요! 서씨 가문은 처음부터 저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거기에 제가 돌아갈 곳은 없어요!”“우리가 언제 너를 가족으로 대하지 않았다고 그러냐? 저번에 주현무가 여자를 데리고 집에 왔을 때, 아버지가 직접 찾아가 혼을 내지 않았 더냐? 네 아버지도 너를 많이 아끼고 있단다. 그러니 제발 너도 정신을 차리거라, 자꾸 걱정만 시키지 말고.”박해연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러니, 이만 이혼을 하는게…….”“싫어요! 절대 이혼은 안 해요!”서슬기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녀는 입을 열 때마다 얼굴이 아팠다. 어젯밤 예나한테 맞은 뺨은 고사하고, 오늘 아침 주현무한테 맞은 반대편 뺨까지, 양쪽 얼굴이 모두 퉁퉁 부어버렸다…… 결혼 7~8년 동안 그녀는 자주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가장 옳은 선택이 바로 이혼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그녀가 처음 주씨 가문에 들어왔을 때 주현무는 주씨 가문의 막내아들로 아무 능력이 없었다. 모두 서슬기, 외가의 세력에 의지해 천천히 주씨 그룹에서 성장했다. 이젠 주현무가 주씨 가문의 차세대 후계자로 될 수도 있었다…… 조금 출세했다고,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를 만나는 꼴을 서슬기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박해연이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나이가 어리니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 그에게 목을
집을 찾아온 내연녀는 서슬기의 쏟아지는 욕설에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그날 밤, 주현무의 운전 기사가 서슬기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보고했고, 서슬기는 조금 어안이 벙벙해졌다.“그러니까, 도예나가 레스토랑에서 벌레 같은 저 남녀에 욕을 퍼부었다는 말이에요? 주현무는 쪽팔려서 내연녀 얼굴을 때렸고요?”기사는 서슬기의 거친 말에 이미 익숙해졌다.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셋째 도련님은 도예나 씨를 찾아가 장씨 그룹 프로젝트를 제안하러 갔는데 도예나 씨가 대차게 거절했습니다. 이유는 바로 도련님이 불륜남이라는 것이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슬기의 표정이 착잡했다.1초 전,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원망하는 사람은 바로 도예나였다. 그때 맞은 뺨을 열 배로 갚아주지 못해 이를 바득바득 갈았었다.하지만 오늘 있었던 일은, 예나가 서슬기를 대신해 복수를 해준 것 같기도 했다.서슬기는 주현무를 원망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그의 폭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도예나는 주현무를 속 시원히 욕하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체면을 구기게 했어. 그리고 주현무와 짜증 나는 불륜녀를 갈라서게 해줬지…….’‘정말 속이 시원해!’‘도예나를 찾아가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그딴 쓰레기 같은 놈이 수치스러움을 느꼈는지 알고 싶어…….’서슬기는 입꼬리를 매만졌다. 하지만 도저히 과거의 “원수”를 찾아갈 수는 없었다.다른 한편, 예나는 현석의 차에 앉아 통화를 하고 있었다.예나는 웃으며 거절했다.“이미 집에서 저녁 식사 준비를 마쳤다고 했어요. 며칠 뒤에 아이들과 찾아 뵐 게요.”끊자 현석이 예나에게 물었다.“왜 거절했어요?”“장씨 가문에서 아버지와 동생을 제외하고 저를 반기는 사람이 없어요. 가 봤자 트러블만 일으킬 거예요.”예나는 몸을 살짝 돌려 현석을 바라보며 물었다.“어쩐지 당신은 가고 싶은 모양이네요?”현석이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하며 말했다.“아직 장인어른을 정식으로 만나 뵙지 못했잖아요.”H 지역에서 돌아오고 회사 일에 발이 붙잡혀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