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능숙하게 현석의 번호를 눌렀다.뚜뚜뚜-[고객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걸어주시기를 바랍니다.]현석이 전화를 받지 않자, 마음속의 불길한 예감은 점점 커졌다.예나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한 번 더 해볼게.”윙윙-휴대전화가 먼 곳의 마루에서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다.현석은 눈꺼풀이 심하게 떨렸고 거듭 발버둥을 치더니 마침내 간신히 눈을 떴다.현석은 뒤통수가 좀 아파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려고 했다.막 손을 들려고 하는데 그제야 손발이 밧줄에 꽁꽁 묶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어떻게 된 일이야?’현석은 순간 경계 태세에 들어섰다.칠흑 같은 어둠에서 오로지 휴대전화에서만 희미한 빛이 발하고 있다.스크린에는 익숙한 번호 한 줄이 떠올랐는데, 현석의 마음속 깊이 새긴 열 자리의 숫자이다.“전화 왔어요?”한 여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칠흑 같은 실내에서 울려 퍼졌다.‘누구야?’현석은 소리를 따라 그 주인을 찾으려 했다.어둠에 어느 정도 적응된 후에 현석은 서서히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다.현석은 2미터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그 여자의 윤곽을 똑똑히 볼 수 있었고 목소리까지 익숙했다.현석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스위프트 여왕, 이게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스위프트는 허리를 굽혀 바닥에 있는 휴대전화를 주웠다.그리고 입가에 웃음을 띠며 입을 열었다.“이 사람한테서 총 세 통의 전화와 한 통의 메시지가 왔었어요. 언제쯤 집으로 돌아오냐고 묻던데요.”현석의 안색은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현석은 용솟음치는 분노를 억누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토끼를 다 잡고 나니 사냥개를 죽이는 격인가요? 여왕 폐하께서 이런 일을 적지 않게 한 것 같네요. 여러 해 동안 탄핵을 당하고 왕위가 위태로웠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스위프트는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일단 제 스토리부터 들어 보실래요?”지금 현석의 몸에서 뿜어져 나
스위프트는 만약 남편과 용모가 비슷한 사람을 찾으면 적어도 남편을 배신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제가 이미 말했듯이, 저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이 남아 있습니다. Y국에 남아 있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현석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여왕 폐하, 제가 마피아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는 동시에 다시 궐기할 수 있다는 점을 똑똑히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당장 저를 풀어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아니면 앞으로 여왕 폐하께서 감히 감당도 할 수 없을 만큼 괴로운 결과가 초래될 것입니다.”“그 어떤 결과라도 전 감당할 수 있어요.”스위프트는 입꼬리를 올리며 덧붙였다.“24시간 동안 천천히 생각하실 시간 드릴게요. 만약 저를 실망하게 하는 답이라면 전 앞으로 당신이 상상치도 못할 수단을 쓸 겁니다. 그때 가서 저를 탓하지 마세요.”말을 마치고 스위프트는 몸을 돌려 암실을 떠나 문을 잠갔다.주위는 또다시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현석은 숨을 죽이고 정신을 집중하여 바깥의 동정에 주시를 돌렸다.밖에 더 이상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현석은 움직이기 시작했다.현석은 뒤에 묶은 두 손을 밧줄에 따라 몇 바퀴 감더니 밧줄은 자동으로 풀려났다.그리고 허리를 굽혀 발의 끈도 풀고 걸어가서 바닥에 있는 휴대전화를 주웠다.하지만 배터리는 이미 바닥이 나 있었다.‘X발!’현석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휴대전화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나서야 암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암실의 면적은 약 7~8제곱미터로 되어 보이고 2미터 우에 작은 창문이 있다.의자에 서서 창문 밖을 내다보았는데, 길고 음산한 복도만 보였다.그리고 복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탈출을 시도해 봐도 돼.’하지만 지나치게 작은 창문이라 성인이 뚫고 지날 수 있는 크기는 아니다.현석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들었다.통풍기가 시야로 들어왔고 얼추 봐서는 한 사람 정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로 보였다.‘그래! 저곳으로 기어가야겠어!’막 움직이려고 할 때 창문 밖에서
공주는 이제 겨우 17살밖에 안 되는 어린 소녀다.계략에 있어서 정계의 베테랑인 현석과 비교할 수도 없다.“전에 어머니의 통화 내용을 들은 적이 있어요. 생물 엔지니어 두 분을 청해 바이오칩을 제조하여 그것을 당신의 뇌에 이식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일단 바이오칩을 손에 넣으시면 어머니는 주저 없이 사용하실 겁니다. 그 바이오칩으로 당신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고 당신의 사상, 언어, 행동까지 바이오칩의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저도 모르게 많은 일들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을 겁니다.”공주의 말을 듣고 현석은 고개를 떨구었다.‘나를 가둔 목적이 이거였어.’현석은 자신을 이곳에 가둔 스위프트의 진정한 목적을 알게 되었다.바이오칩에 대해서 현석도 들은 적이 있다.당시 남천의 언더 회사에서 이 방면의 업무를 경영했었다.이것은 도덕적 인륜을 위반하는 신흥 스마트 테크놀로지로 겉으로는 국가의 압박을 받고 있다.하지만 암암리에 많은 회사들이 연구 개발 실험을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어서 도망쳐요!”공주의 목소리는 애원에 가까웠다.공주는 자기 어머니가 이런 미쳐 날뛰는 일을 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일단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여왕의 자리에서 물러날 날도 머지않게 되는 것이다.조급해하는 공주와는 달리 현석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혹시 핸드폰 있어요?”공주는 얼떨결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며 물었다.“왜 그러세요?”“좀 빌려주세요.”현석은 휴대전화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연속 몇 통이나 보냈다.그리고 흔적을 깨끗이 삭제한 후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현석은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일깨워 주셔서 고맙습니다만 전 도망갈 생각이 없습니다. 그만 돌아가 주세요”‘뭐? 도망갈 생각이 없다고?’현석의 말에 공주는 화들짝 놀랐다.“왜 그러시는데요? 지금 아니면 도망갈 기회가 없다고요!”현석은 천천히 두 눈을 감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이런 곳에서 현석은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공주는 입
현석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아랑곳하지 않았다.“여왕 폐하께서 저를 계속 가두실 생각이십니까?”“흥, 공장 하나에 내가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았어요?”스위프트는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이미 두 시간이나 지났어요. 24시간이 지나고 나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알게 될 겁니다.”“그럼, 저에게는 아직 22시간이 남았네요.”현석은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말했다.“H 지역에 가치가 십억 대를 넘는 공장은 8개밖에 없어요. 만약 30분마다 공장을 폭발해 버린다고 하면 4시간 뒤면 Y국 경내의 공장도 봉변을 당하겠네요? Y국이 아무리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감당해 낼 수 있겠어요?”현석의 말을 듣고 스위프트는 분노가 치밀어올라 두 눈을 부릅떴다.“지금 협박하는 겁니까?”“제가 어찌 감히 여왕 폐하를 협박하겠습니까.”현석은 가볍게 웃었다.“전 단지 여왕 폐하께서 지금의 상황을 똑똑히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일깨워 주고 있는 것뿐입니다.”“여왕 폐하, 큰일 났습니다!”암실 밖의 경호원이 황급히 달려왔다.“H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공장이 폭발했습니다! 희귀한 자원도 모조리 다 타버렸습니다.”스위프트는 고개를 숙이고 시간을 보았다.첫 번째 공장이 폭발한 시간과 정확히 30분 차이가 났다.스위프트는 이를 악물고 히스테리를 부렸다.“미쳤어요? 두 공장 안에 있는 자원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나 해요? 당신이 얼마나 큰 손실을 초래했는지 아시냐고요!”“이게 저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현석은 한가로이 앉아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다음 폭발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스위프트 여왕은 분노하여 주먹을 꽉 쥐었다.공장 폭발도 문제이지만 공장 파괴로 인한 후속 문제도 골치가 아픈 일이다.이 일로 스위프트는 방금 세운 공적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마피아는 귀순했지만, 여전히 제 명령에 따릅니다. 제가 실종되거나 사망하면 마피아의 모든 사람이 집결하여 동란을 일으킬 겁니다. Y국을 차세대 H지역으로 만들 가능성도 높습니다.
무사히 돌아온 현석을 보고 예나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예나는 이미 준비해 둔 음식을 상에 올리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일단 아빠 식사부터 하시게 그만 매달리고 얼른 가서 손 씻어.”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맛난 음식이 잔뜩 차려져 있었다.아이들도 카엘과 피터도 게 눈 감추듯 흡족해하며 먹고 있었지만, 민준은 안색이 어둡고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다.식사를 끝내고 나서 카엘과 피터는 소화도 할 겸 게임을 하러 갔다.그리고 민준은 억지로 웃음을 자아내며 아이들한테 말했다.“삼촌이랑 놀러 가자!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어.”그렇게 모두가 떠난 뒤에 식당에는 예나와 현석 두 사람만 남았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예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30분 전에 현석은 예나에게 메시지 한 통을 보냈었다.오늘 밤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아이를 데리고 먼저 성남시로 돌아가라고 했다.예나는 분명히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았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밖에서 폭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자 예나는 불안한 마음에 숨까지 막혔었다.현석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예나의 손을 살포시 잡고 입을 열었다.“스위프트 여왕이 홍문연을 마련해주셨는데,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었어. 근데 이제 깨끗이 해결되었으니 걱정하지 마.”“그리고…….”현석은 말하다가 잠시 머뭇거렸다.“조금 전에 남천을 잡았다고 레이한테서 소식이 왔어. 마지막으로 보러 갈래?”예나는 순간 제자리에 굳어졌다.“정말 잡았어요?”어젯밤 남천은 예나에게 메시지를 보내 위협을 가했었다.예나는 한참 현석에게 이 얘기를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었다.“아니요. 만나지 않을래요.”예나는 입술을 오므렸다.“어떻게 처리할 작정이에요?”“아직 그와 나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는지 모르겠어.”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일단은 사람 시켜서 감시만 할 생각이야. 아마 평생 H 지역에 있을 수밖에 없을 거야. 우리 먼저 얘들 데리고 귀국하자.”
“됐어요! 먼저 갈 테니, 앞으로 될 수 있는 한 만나지는 말고 온라인에서만 얘기해요.”카엘은 가방을 메고 멋지게 손을 흔들며 떠났다.현석의 기억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피터는 먼저 그들을 따라 성남시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피터는 그들보다 하루 정도 늦게 떠날 예정이다.민준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별장 입구에 서서 홀가분한 척하며 말했다.“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바래다줄 수 없을 거 같아. 안전에 주의하면서 조심해서 가.”“민준 삼촌, 보고 싶을 거예요.”수아는 민준의 목을 꼭 껴안고 그의 볼에 뽀뽀도 했다.다소 쓸쓸했던 민준의 마음은 수아의 뽀뽀에 큰 위안을 받는 듯했다.“삼촌을 의부로 받아들인다고 하지 않았어?”민준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수아는 눈을 깜박거리며 예나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예나는 웃으며 현석에게 말했다.“현석 씨, 민준이가 정식으로 아이들의 의부가 되어줬으면 하는데, 어때요?”“아이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나도 다른 의견 없어.”현석은 성큼성큼 다가가 진지하고도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민준 씨, 그동안 제 아내랑 아이들 잘 챙겨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그게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민준은 이렇게 의젓한 모습을 하는 현석을 본 것은 처음이다.예전의 현석은 일단 민준을 마주치기만 신경이 곤두서곤 했다.온 세상 질투를 혼자서 다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기억을 잃은 후 질투 쟁이었던 모습은 가뭇없이 사라졌다.하여 민준도 덩달아 진지하게 말했다.“예나와 저는 오랜 시간 동안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내왔습니다.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니, 고맙다는 말은 넣어두셔도 좋습니다.”“이쪽의 일을 정리하시고 성남시로 돌아오시면 정식으로 자리 한 번 마련하겠습니다. 구두로만 의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격식을 갖춰야 하지 않겠습니까.”현석은 덧붙여 말했다.“앞으로 민준 씨도 아이를 품게 된다면, 그때는 저와 예나가 민준 씨 아이의 수양부모가 되겠습니다.”“와, 그럼
“아!”여자 화장실에서 갑자기 비명이 들려왔다.순간 놀란 얼굴로 허둥지둥거리며 여자 화장실에서 대여섯 명이 우르르 도망쳐 나왔다.그리고 곧 울음을 터뜨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우리 엄마 돌려줘요!”수아의 목소리에 현석은 순간 얼굴이 얼음장이 되어 아이 셋을 안고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화장실 창문이 크게 열려있고 괴한 두 명은 가냘픈 예나를 어깨에 메고 인산인해인 공항 안으로 도망갔다.“수아야, 울지 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빨리 말해줘.”제훈은 차가운 얼굴로 초조하게 물었다.“갑자기 괴한 두 명이 뛰어 들어와서 엄마를 기절 시켰어요. 그리고 엄마를 어깨에 메고 저기 창문으로 도망갔는데, 수아가 엄마 보호하지 못했어요.”수아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이때의 현석은 이미 품속의 아이들을 모조리 내려놓았다. 현석은 상황을 듣고 입술을 오므렸다.“세훈아, 아빠 대신 동생들 잘 지켜줄 수 있지?”그러자 세훈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잘 지키고 있을 테니 얼른 우리 엄마 데리고 오세요.”세훈의 말이 떨어지자, 현석은 화장실 창문으로 뛰어나갔다.그리고 세훈은 세 동생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 경비실을 찾아가 자리 잡고 앉았다.제훈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책가방에 있는 노트북을 펼치고 키보드를 미친 듯이 두드렸다.어느 붉은 점을 찾고 나서 제훈은 즉시 현석에게 연락했다.“아빠, 엄마 지금 남동쪽으로 가고 있어요. 그쪽에는 두 갈래 길이 있는데, 하나는 H 지역으로 다른 하나는 이웃 나라로 가는 길이에요.”그리고 세훈은 지금 현지 경찰에 연락하고 있다.“마피아 잔당이 무고한 민간인을 납치했습니다! 전방 통로를 봉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공항은 순간 계엄 상태에 들어섰고 출발하려던 비행기는 어쩔 수 없이 무한 대기에 들어갔다.한편, 예나는 뒤통수가 심하게 아프고 강렬한 흔들림에 불편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예나는 지금 좁은 공간에 갇혀있고 기복도 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그리고 몇
예나는 들어가자마자 두 손이 꽁꽁 묶였다.예나가 발버둥을 치자 괴한은 차가운 목소리로 위협했다.“한 번만 더 움직이면 손가락 잘려버릴 거야!”괴한의 목소리는 음침하고 더없이 차가웠다.예나는 괴한의 말이 결코 거짓인 것 같지는 않았다.일단 계속 발버둥 친다면, 이 사람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예나에게 손을 댈 것이다.불행 중 다행으로 괴한들은 수아에게 관심이 없었고 수아까지 납치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수아가 괴롭힘을 당했을 때 예나는 지금처럼 이성을 부여잡고 차분할 수 없었을 것이다.두 괴한은 예나를 꽁꽁 묶고 나서 단층집 밖으로 나갔다.이 단층집은 아주 작고 창문 하나 없이 작은 출입문밖에 없다.예나가 한창 탈출 계획을 생각하고 있을 때,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온몸에 검은 두루마기를 두른 여자가 음흉한 눈만 드러내고 서서히 들어왔다.“엘리자?”예나는 순식간에 여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예나가 알아본 이상 엘리자도 더 이상 위장하지 않았다.엘리자는 즉시 온몸을 두른 검은 두루마기를 찢고 음산한 얼굴을 드러냈다.“허, 미친 X! 언젠가는 네가 내 손에 잡힐 거라고 말했는데, 이제 믿겠어?”예나는 조용히 엘리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보란 듯이 저를 이곳으로 납치해 온 그 결과가 무엇인지 알기나 해요?”“결과? 내가 그딴 결과에 신경 쓸 것 같아?”엘리자는 미친 듯이 웃었다.“트레이북이 우리 아빠 죽였어. 내 밑에 있는 부하들도 모두 잡혀갔어. 지금 나한테는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없는 X이 눈에 보이는 게 있을 것 같아? 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트레이북이 가장 신경 쓰는 여자가 너잖아. 난 너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야. 그 사람이 너를 찾아냈을 때 완전한 시체 한 구도 품에 안지 못하게 산산조각 내버릴 거야! 그 사람이 가슴 찢어지게 우는 모습도 평생 지옥에서 발버둥 치며 사는 모습도 똑똑히 지켜 볼거야! 하하하!”엘리자의 말을 듣고 예나는 입술을 오므렸다.예나는 엘리자가 정말로 결과를 따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