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준! 네가 어디 사는지 나 다 알아!”지원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그녀는 핸드폰을 손에 꼭 쥔 채로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바로 네 집으로 갈 테니까 딱 기다려.”이 말에 민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내가 사는 곳은 어떻게 알아낸 거야?”“난 네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 늘 주시하고 있었어. 그리고 네가 한 여자와 네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어…….”지원의 목소리가 한층 차가워졌다.“너, 도예나랑 함께 지내고 있었던 거지?”민준이 인상을 팍 쓰며 물었다.“너 나한테 사람 붙였어?”“그럴 필요가 뭐 있어. 네 카드 명세서만 확인해도 알 수 있는데. 네가 Y 국에 있다는 걸 알아내고, 여기저기 소식 좀 물어보니까 바로 네가 어디서 누구랑 뭘 하는지 알아냈지.”지원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강현석은 국내에서 도예나를 찾아 헤매고 있는데 아내가 너랑 해외로 도주한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될까? 도예나가 심지어 네 집에서 같이 살고 있었다는 걸 알아버린다면 설씨 그룹은 어떤 풍파를 겪게 될지 참 궁금하네.”민준이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지원이 입을 열었다.“너희 집 앞이야. 문 열어.”민준이 고개를 들자, 별장 앞에 선 택시 차와 화려하게 꾸민 지원이 보였다.그는 얼굴을 굳히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카엘, 피터. 거실에 있는 모든 장난감을 치워줘요. 들키면 안 되니까.”두 사람은 그의 표정에서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빠르게 상자에 장난감을 담아 베란다 커튼 뒤로 숨겼다.집을 간단히 치우고 나서 민준은 질문 밖으로 나섰다.“왜 이렇게 늦게 문 여는 거야?”이지원이 불만이라는 듯 쏘아붙였다.“일부러 너 보러 온 사람을 그런 눈길로 보지 마.”민준의 눈빛이 서늘했다.민준과 지원은 연인 사이였었다. 지원에게는 민준이 첫사랑이었고, 민준은 지원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예나에게 가짜 여자친구 행세를 해달라고 했었다.지원의 자존심을 지켜주려고 했지만, 그녀는 죽어도 포기하지 않았
카엘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그럼 당신은 뭔데 민준 씨에게 사랑을 강요하고 있는 겁니까? 사랑한다고, 잘해줄 수 있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이 당신의 사랑을 받아줘야 하는 거예요? 길 가다가 우연히 만난 남자가 사랑한다고 하면 당신도 역겨운 감정이 들지 않나요? 지금 당신이 느낀 그 기분을 민준 씨도 느끼고 있으니, 이만 가주세요.”쾅!카엘이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지원은 너무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폭발할 것 같았다. 그녀는 철문을 발로 걷어찼지만 되려 발을 감싸 쥐고 콩콩거리며 소리쳤다.그녀는 민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도예나 때문에 나를 이딴 식으로 대하다니, 네가 도예나를 선택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할 거야!”민준이 여전히 무표정으로 말했다.“그래, 기대할 게.”그리고 그는 몸을 돌려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별장 밖의 외부인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였다.카엘은 어딘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한국에 있는 강현석이라는 사람이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데, 정말 찾아오면 어쩌려고 그래요?”“진짜 현석 씨는 현재 마피아 우두머리예요. 근데 강남천 따위가 뭐가 두렵겠어요?”민준은 턱을 감싸 쥐며 말했다.“다만 현석 씨가 아직 기억을 찾지 못했으니, 둘이 싸울 일은 없을 듯싶어요.”민준이 핸드폰을 꺼내 예나에게 전화를 걸었다.별장 밖의 지원은 아직도 씩씩거리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먼 곳을 찾아왔는데, 별장 안으로 들여보내지도 않는 그가 원망스러웠다.민준이 자신을 원한다면, 하룻밤도 괜찮았다.‘여자 혼자, 낯선 이국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는 게 걱정도 되지 않는 거야?’지원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다가 손등으로 눈물을 쓱쓱 닦아내며 이를 악물었다.“매정한 건 너였어. 그러니까 앞으로 내가 무슨 짓을 하던 날 탓하지 마!”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Y 국에서 차로 세 시간 거리인 곳에서 강남천은 창가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검은색 옷차림의 남자 여럿이 그의
도예나와 아이들은 마트 쇼핑을 마치고 크고 작은 바구니를 들고 별장으로 돌아왔다.아이들은 거실 소파에 앉아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고, 예나는 주방에서 야채를 다듬고 있었다. 설민준도 예나를 따라 주방에 들어갔다.“지원이를 내쫓았어.”민준이 콩나물을 다듬으며 말했다.“미안해, 예나야. 내가 너무 방심해서 이런 일이 생긴 거야. 그래도 지원이가 널 만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야.”“만나도 상관없어.”예나가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불필요한 다툼을 피하고 싶어서 만나지 않았던 거지. 굳이 날 찾아온다면 만나지 않을 이유도 없어…… 그런데 이지원 그 성격에 바로 강남천한테 연락했을 텐데…… 그 사람도 나한테 당한 게 있으니 아마 찾아올 것 같아.”민준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감히 여길 오기만 해봐. 우리도 함정 파 놓고 기다리자.”예나는 말없이 야채를 다듬었다. 그녀의 표정이 아주 착잡해 보였다.‘기억을 잃은 현석 씨가 자신과 똑 닮은 사람과 마주한다면 아마도 강남천을 죽이지 못할 거야.’‘설사 기억을 찾았다고 해도, 자기 형을 죽이지 못할 거고.’‘강남천…… 정말 처리하기 어려운 사람이야.’‘어쩔 수 없이 직진하는 수밖에.’그녀의 표정을 읽은 민준은 빠르게 대화 주제를 돌렸다.“오늘은 어땠어?”예나가 바로 미소를 지었다.“순조로웠어. 스위프트 여왕에게 딸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바로 여왕의 유일한 약점이었어. 그쪽을 공략하니까 바로 술술 풀리더라고. 오늘 저녁 혹은 내일 아침에 현석 씨를 찾아가 여왕의 말을 전해주려고.”민준이 고개를 저었다.“H 지역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어. 대장로 쪽 사람들이 사방에 잠복해 있고, 넌 엘리자에게도 밉보인 상황이잖아. 네가 강현석 씨를 만나기도 전에 엘리자에게 잡힐까 봐 걱정돼. 차라리 전화를 걸어보는 게 어때?”“이런 기밀 사항은 전화로 하면 안 돼. 누가 도청할지 알고.”예나가 표정을 굳혔다.‘아무리 H 지역이 위험하다고 해도 꼭 한번은 가야 해.’“엄마, 제가 도청 장치를 차
예나가 고개를 들자, 네 아이와, 민준, 카엘, 피터 총 일곱 명이 컴퓨터를 둘러싸고 앉아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이 한순간에 빨개졌다.“그런 말 마요. 끊을 게요.”[오늘 저녁 보러 갈게요.]현석의 목소리가 조금 잠겨 있었다.[예나 씨. 보고 싶어요. 만나면 안 될까요……?]이런 직설적인 작업 멘트에 예나는 가슴이 떨려왔다.그녀는 이러다가 심장에 무리가 갈까 봐 빠르게 전화를 끊어버렸다.“어, 왜 끊었어요?”“엄마, 아빠가 말을 채 하지 못했는데, 왜 끊었어요?”아이들이 거실에서 소리쳤다.예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표정을 굳힌 뒤에 거실로 들어섰다.“앞으로 엄마 통화 내용 엿들으면 안 돼.”수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신이 발견한 점을 말했다.“엄마 귀가 엄청 빨개요.”“어어, 진짜네. 엄마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예요?”세윤이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빠가 보고 싶다고 말해서 엄마가 부끄러운 가봐.”“…….”‘이 녀석들 눈치가 왜 이렇게 빨라?”제훈이 얌전하게 앉아 물었다.“아빠가 저녁에 올 까요?”“맞아요! 아빠가 엄마 보러 온다고 했어요!”수아는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퐁퐁 뛰었다.“그러면 수아도 아빠 볼 수 있어요!”세윤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드디어 아빠를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너무 기뻐요!”세훈이 마른기침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아까 아빠가 한 말 못 들었어? 아빠는 엄마가 보고 싶어서 올 거라고 했어. 우리는 끼지 말자.”수아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빠, 왜 끼면 안 되는 거야?”“우리가 엄마 아빠 연애에 방해가 되니까.”세훈이 설명했다.“근데 우리는 방해하지 않을 건데…….”수아가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수아는 구석에서 아빠 얼굴만 봐도 좋은데.”수아의 눈망울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예나는 허리를 숙여 수아를 다독이며 말했다.“그럼 오늘 저녁에 우리 같이 아빠 기다릴까?”수아와 세윤이 다시 폴짝폴짝 뛰었다
안방은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했다.도예나는 남성의 강한 호르몬 냄새를 맡았다.처음에는 현석이라고 생각했지만, 자기 팔을 잡아당기는 힘이 너무 세서 그녀는 팔이 끊어질 것 같았다.기억을 잃기 전의 현석이든, 기억을 잃은 현석이든, 절대로 그녀에게 이렇게 거칠게 대한 적이 없었다.예나는 몰래 남자가 있는 방향으로 의자를 발로 찼지만, 그 사람은 쉽게 몸을 피했다.어둠 속 남자는 화가 많이 난 듯싶었는데,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 바로 침대로 끌고 갔다.거대한 그림자가 그녀의 위로 내려앉았다.“도예나. 이곳에서 꽤 재밌게 지냈나 봐? 내 생각은 했었어?”낮고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예나의 귓가에 울렸다. 예나는 눈을 크게 뜨고 상대를 살폈다.그녀는 바로 팔꿈치로 남자의 목을 가격하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호신술 배운 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고, 지금 나한테 함부로 대했다가는 당신이 크게 다칠 수가 있어.”“그래?”남천이 주머니에서 검은색 물체를 꺼내 예나의 이마를 노렸다.“지금도 내가 널 이기지 못할 거로 생각해?”검은색 차가운 물건,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 도예나는 자기 이마를 노리는 물체가 무엇인지 빠르게 눈치를 챘다.미약한 달빛을 빌려 그녀는 남천의 차갑고 정교한 얼굴을 확인했다.“이 먼 곳까지 찾아와 내 시체를 거둬갈 생각은 아닐 텐데.”“당연히 널 죽이지는 않을 거야. 아직 널 가지지 못했으니까.”남천은 천천히 총을 아래로 겨누며 그녀의 옷깃을 들쳤다. 검은색 총이 그녀의 쇄골로 향했다.“빨리 벗어!”예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강남천, 당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아?”“당연하지.”남천이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넌 너에 대한 내 감정을 이용해 여태껏 날 속였어. 널 사랑하게 했으니 네 몸도 내 것이야. 내 인내심은 이미 바닥났고, 셋 셀 테니 옷을 벗어. 안 그러면 옆방에 가서 아이들부터 죽일 테니까.”예나가 이를 악물었다.“결국 너희 가문 핏줄인데 어떻게 그런 미친 짓을 할 수가 있어?”
남천은 허리를 숙여 예나의 입술을 깨물려고 했다.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키스하지 마!”“왜 내가 역겨워?”남천이 그녀의 턱을 낚아채며 말했다.“도예나, 난 네가 싫어하는 모든 걸 할 거야. 그러면 넌 날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고, 그래야 네가 내 옆에서 도망가지 못할 테니까.”예나가 그를 노려보았다.“당신은 현석 씨한테 죄책감이 느껴지지도 않아?”“이미 죽은 사람한테 죄책감을 느껴서 뭐 해?”남천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그리고 이제 와서 죽은 사람 이름 꺼내지도 마.”예나가 눈을 내리깔았다.‘현석 씨가 살아있다는 걸 남천은 아직 모르고 있어.’‘그렇다면 이걸 이용하면 돼…….’한참 고민하는데 남천의 고개가 어느새 그녀의 목 가까이에 다가왔다. 1센치 거리를 남긴 상태에서 안방 베란다 문이 갑자기 열렸다.찬 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오고, 예나의 위에 올라탄 남자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남천의 살기가 도는 눈빛이 금색 가면을 쓴 남자에게로 향했다. 가면을 쓴 남자는 베란다에서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금색 가면, 검은색 외투…… H 지역 근처…… 남천은 원래 이곳에서 살던 사람인 만큼 금색 가면의 존재를 빠르게 눈치챘다.“트레이북, 날 구해줘요!”예나는 빠르게 외투를 챙겨 입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방 안으로 들어선 현석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베란다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는 한 남자가 예나의 위로 올라타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순간 그는 분노에 휩싸였다.첫 번째로 든 생각은, ‘배신’이었다.그러나 예나가 구해달라고 하자, 그는 자기 여인이 다른 사람에게 당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빠르게 허리에서 총을 꺼내든 현석은 남천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의 오른쪽 손목을 노렸다.예나는 방안을 진동하는 피비린내를 맡았다.“그래, 아주 좋아!”남천은 오른손 부상으로 허리춤의 총을 꺼내지도 못한 채로 말했다.“도예나, 너 재주가 아주 좋아. 벌써 마피아 우두머리를 꼬시다니. 내가 널 너무 쉽
현석의 말을 끝으로 방안은 정적이 찾아왔다. 방안에는 창밖에서 들려오는 매서운 바람 소리만 들렸다.예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우리가 결혼하던 날, 당신은 실종됐어요. 그리고 남천은 당신의 신분으로 강씨 가문에 들어왔고, 당신의 집에서 내 남편과 아이들의 아버지 노릇을 하고, 당신의 회사까지 손에 넣었어요…… 당신은 이곳에 버려졌고, 당신이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기구한 운명을 가지게 되었죠…….”그녀의 목소리가 현석의 귓가에 윙윙 울렸다. 그의 머릿속에 파편 같은 기억들이 떠올랐다.파편 같은 기억은 마치 주마등처럼 그의 머릿속에 그려졌다…….식은땀이 그의 이마 위로 뚝뚝 떨어졌다.“현석 씨, 왜 그래요?”예나는 다급하게 그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물었다.“머리가 너무 아파요.”현석은 두 눈을 꼭 감았다.“많은 기억이 어딘가 억눌러져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기억나지 않으면 그만해도 돼요.”예나는 그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그냥 당신이 제 남편이고, 아이들의 아버지고, 당신에게 행복한 가족이 있다는 것만…… 알아줘요. 당신이 H 지역 쪽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나면 우리 가족은 다시 돌아갈 수 있어요.”현석은 강제로 기억을 떠올리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안다. 하지만 그는 반드시 기억을 되찾고 싶었다.전에 알고 지냈던 사람을 모두 잊은 채 살고 싶지 않았다…… 자기 아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통스러워하는 현석을 보며 예나도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일단 마피아 일부터 처리하고 강남천을 상대하는 게 좋겠어요. 적어도 강남천 일은 마피아 쪽보다는 수월할 듯싶으니까요.”“그동안 고생 많았어요.”현석은 예나를 끌어안았다.그는 방금 남천과 예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남천의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게 손에 피를 묻히며 살아가는 사람 같아 보였다.그리고 현석은 이런 그녀가 어떻게 남천 옆에서 버텼는지 상상도 가
현석은 네 아이들을 전에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네 명을 동시에 만나니 전해지는 감동이 두 배였다.현석은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아빠가 미안해. 엄마도, 너희들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엉엉, 아빠는 나쁜 사람이에요.”수아는 현석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세윤이도 울먹였다.“아빠, 또 갑자기 사라질 거예요?”현석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다시 그럴 일 없어.”‘다시는 내 아내와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세훈의 눈꼬리도 빨갰다.“아빠, 우리 언제 집으로 돌아가요?”“여기 일들 처리되는 대로 아빠랑 집에 돌아가자.”현석이 크게 팔을 벌려 네 아이들을 품에 안았다.제훈은 작게 몸부림치며 말했다.“아빠, 엄마가 고생 많이 했어요. 앞으로 엄마한테 잘해야 해요.”현석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당연하지.”아이들을 껴안고 있는 현석을 본 예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평범한 일상이었던 이 모습이, 왜 이렇게 감동적인 거지?’아이들은 소란에, 잠에서 깨어났던 터라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꾸벅꾸벅 졸았다. 현석은 한 손에 아이 한 명을 안아 들고, 두 번 만에 아이들을 모두 방안에 눕혔다.방은 점점 깊어져 갔다.“예나 씨, 정말 미안해요.”현석은 예나를 품에 앉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마피아 쪽 일은 나한테 일주일 동안의 시간을 줘요. 일곱 날 동안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날 찾으러 오지 마요.”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일주일만 더 기다릴 게요.”현석은 그녀의 이마에 키스하고 베란다 창가로 뛰어내려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예나는 깜깜한 밤하늘에 그의 일이 무사히 끝나도록 묵묵히 빌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현석은 마피아 핵심 구역에 위치한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저 멀리서부터 입구 앞에 누군가 서성이는 게 보였다.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새벽 네 시에,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지?’그는 천천히 다가갔다.발걸음 소리의 입구에 서 있던 사람이 고개를 홱 돌리며 믿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