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장로는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제가 사람을 시켜 장로님 집을 수색이라도 해볼까요?”트레이북의 말에 사람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여태껏 몇십 년 동안 김두철을 속일 수 있었던 건, 그 사람이 장부 따위를 잘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겠죠. 그 사람이 몰랐다고 저도 모르는 척 넘어갈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김두철의 집정기간에 횡령한 돈은 고사하고, 제가 취임한 지 고작 한 달 안에 2천억이라니요! 1년이면 1조를 넘길 생각이세요? 어쩐지 마피아 운영이 하루가 다르게 힘들어져 간다 했더니, 다 이곳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었네요!”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장로를 찔렀다. 장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그 어떤 변명도 하지 못한 채로 벌벌 떨고 있었다.옆에 선 셋째 장로가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혹시 무슨 오해가 있으신 건 아닌지요?”넷째 장로도 맞장구를 쳤다.“둘째 장로는 여전히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별장 하나 사지 못하는 둘째 장로가 어떻게 그 많은 돈을……?”트레이북의 눈길이 그들을 향했다.“당신들은 뭐가 그렇게 떳떳한가요?”트레이북이 베개 옆에 둔 여러 자료를 던졌다.“셋째 장로는 외교 쪽을 담당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매번 저희 H 지역을 방문한 외교 인사들이 우리 구역에서 살해 협박을 당했다고 하는 겁니까? 어떤 사람에게는 무려 몇 십억의 보호비를 청구했다고 하던데…… 셋째 장로가 이 일을 묵인하고 있었던 겁니까?”“넷째 장로님. H 지역의 무너진 건물 보수를 당신이 책임지고 있다고 했죠. 그런데 동남 구역의 민간인 거주지역은 왜 3년이 지나도록 복구가 완성되지 않아, 수많은 사람이 거리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겁니까? 이 일에 대해 셋째 장로는 하시고 싶은 말이 없으십니까?”쏟아지는 질타에 셋째 장로와 넷째 장로도 땀을 비 오듯 쏟아냈다.“셋째 장로와 넷째 장로의 일은 사람을 시켜 차차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둘째 장로
마피아 내부 권력 다툼 이슈는 바로 현지 뉴스에 방송되었다.“보고에 따르면 마피아 둘째 장로의 횡령 사실이 적발되어 직위에서 사퇴당했다고 합니다. 지금 둘째 장로는 수천억의 횡령금을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또한 셋째 장로와 넷째 장로의 부실 근무가 적발되었습니다. 재임 중 여러 문제로 현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마피아 내부의 권력 다툼은 사실상 새로 부임한 우두머리와 대장로 라인의 권력 다툼 문제이며 갈등은 점점 더 격화되고 있습니다…….”뉴스를 보는 예나의 표정이 점점 더 굳어갔다.외부인이 보아도 긴장되는 상황이었다. 현석은 마피아 우두머리로서 이 소용돌이의 중심에 위치했다.“예나야,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민준이 텔레비전을 끄며 말했다.“현석 씨가 마피아 장로들을 완전히 장악했다면 네가 당장 그를 찾아간다고 해도 말리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현석 씨 주위에 그를 죽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깔렸어. 마피아 중 80%가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을 거야. 이런 사람의 아내가 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아?”예나가 침묵했다.그날, 현석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기억을 잃은 현석이 여전히 그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건 모두가 눈치챌 수 있는 일이었다.‘만약 내가 현석 씨의 적군에게 인질로 잡혀 그를 협박한다면, 그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해야 할 것인가…….’‘이 한 달 동안 이미 너무 많은 일을 겪었어. 더 이상 그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그래, 네 말이 맞아. 이런 상황에 내가 그를 찾아가는 건 아닌 것 같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세 날만 기다려 보자. 세 날 뒤면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잖아. 그러면 아이들을 데리고 만나러 갈 거야.”예나는 하루빨리 현석의 기억을 되찾아 주고 싶었다.그래야 마피아 세상에서, H 지역에서 떠나 성남시로 돌아가 평범한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민준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미 업계에서 유명한 정신과 의사한테 연락했어.
“그렇게 쉽지 않을 거야.”제훈이 쓴웃음을 지었다.“아빠는 마피아 우두머리니까 그렇게 빠르게 자리에서 물러날 수 없을 거야. 권력 다툼에서 죽거나, 이 구역을 깨끗하게 정리해서 다음 우두머리에게 넘기거나 둘 중 하나일 거야.”서재가 조용해졌다.한편, 별장 마당에서 놀고 있던 세윤과 수아의 기분도 많이 우울해 보였다.수아는 작은 삽으로 마당 흙을 파고 있었는데, 큰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했다.“수아야, 왜 울어?”세윤이 손에 쥔 장난감을 내려놓고 빠르게 수아에게 달려갔다.수아의 목소리가 물기에 젖어있었다.“오빠, 나 아빠 보고 싶어. 아빠가 너무 보고싶어…….”“나도 아빠 보고싶어…….”세윤도 덩달아 훌쩍였다.“하지만 엄마는 아빠가 기억을 잃었다고 했어. 우리가 보러 간다고 해도 기억하지 못할 거야…….”그 말에 수아는 더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까만 눈동자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우리 엄마한테 가서 아빠 보러 가자고 해보자, 그러니까 그만 울어…….”세윤은 수아의 눈물을 닦아주고 거실로 달려갔다. 예나는 지금 회사 일을 처리하느라 굳은 표정이었다.세윤은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다시 조용히 마당으로 돌아왔다.“수아야, 엄마가 지금 많이 바쁜 것 같아. 엄마가 볼일을 끝내면 다시 물어볼게.”수아는 아무 말없이 눈물을 삼켰다.이런 그녀의 모습에 세윤은 마음이 아팠다…….그러다가 드디어 결심한 듯 굳센 말투로 말했다.“수아야, 울지마. 내가 데려다줄게.”수아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던 눈에 놀라움이 담겼다.“그런데 엄마는 아빠가 있는 곳이 위험하다고 했잖아…….”“형이랑 제훈이도 안전하게 돌아왔잖아.”세윤이 고개를 쳐들며 말했다.“나는 제훈이보다도 형이니까 내가 널 지켜줄 수 있을 거야. 나랑 갈래, 수아야?”수아가 눈을 깜빡거렸다. 아이도 충동적인 감정이 들었다.세윤이 낮은 목소리로 수아에게 말했다.“민준 삼촌의 기사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아빠 얼굴 한 번만 보고 오는 거야. 한 시
세윤은 수아를 데리고 순조롭게 막힘없이 H 지대로 들어왔다.“여기 경호원 아저씨도 많고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도 않아.”세윤은 이리저리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추어 수아에게 말했다.“수아야, 오빠가 지도를 봤는데, 아빠가 계시는 곳은 저쪽이야. 우리 얼른 아빠 만나러 가자.”세윤의 말을 듣고 수아의 두 눈은 더없이 초롱초롱해졌다.그리고 두말하지 않고 세윤을 따라 핵심 별장 구역으로 달려갔다.별장 입구에는 군용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화가 잔뜩 난 얼굴로 엘리자가 지금 그 차에 타 있다.‘짜증 나!’김두철이 정권을 잡았을 때, 이곳은 엘리자가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나가고 싶으면 나가는 그런 곳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들어가지도 못한 채 밖에 가로막힌 그런 신세가 되어버렸다.엘리자는 마피아 가문의 아가씨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마피아 본거지에도 발을 마음대로 들여놓지 못한다.모든 사람의 웃음거리가 된 기분이 들지 않을 수밖에 없는 엘리자이다.엘리자는 차가운 얼굴로 명령을 내렸다.“집으로 가게 차 돌려!”‘트레이북! 두고 봐!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빌게 될 날이 올 거야!’차가 방향을 바꾸자마자 엘리자는 길모퉁이에서 달려오는 두 아이를 보았다.“차 세워.”엘리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두 아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엘리자는 전에 별장에서 두 남자아이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그들이 트레이북과 거의 똑같이 생겼다고 생각했었다.지금 엘리자는 또 다른 두 아이를 보았는데, 이번에도 전과 마찬가지로 트레이북과 판박이라는 느낌이 단번에 들었다.‘다 같은 아시아계 사람이라서 그런가?’엘리자는 그들이 모두 아시아계 사람이라 비슷하게 생긴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한편, 세윤은 수아의 손을 잡고 별장 입구의 경호원에게 달콤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저씨, 안녕하세요! 저희 트레이북 선생님을 뵙고 싶어서 그러는데, 대신 좀 전해줄 수 있으세요?”두 아이의 순진무구한 모습을 보고 하루 종일 전
엘리자의 두 경호원은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가 각자 한 명씩 들어 올렸다.공중으로 들어 올려진 세윤은 끊임없이 발버둥 쳤다.“당장 놔줘! 이 마귀할멈! 우리 아빠 나오면 너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반드시 복수해 줄 거야! 놔!”세윤은 화를 내며 자기 나라 언어로 말했는데, 엘리자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비록 알아듣지 못했지만, 엘리자는 어느 정도로 이 꼬마가 자기를 욕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너무 시끄러워, 좀 조용하게 해 봐.”엘리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경호원은 명령을 듣고 망설임 없이 세윤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세윤의 오른쪽 뺨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어떻해 감히 나를 때릴 수 있어!’세윤은 멍하니 두 눈을 부릅뜨고 순간 발생한 모든 것을 믿을 수 없었다.“이제 좀 조용해졌네.”엘리자는 앞으로 다가가 손을 들어 세윤의 턱을 들어 올렸다.“뭐 얼굴은 그런대로 잘 생겼네. 힘도 좋아 보이고, 아빠한테 술안주 드리면 딱 좋겠어.”엘리자가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세윤은 입을 벌려 엘리자의 손등을 꽉 깨물었다.“미친 XX! 당장 놔!”경호원은 화들짝 놀라서 얼른 세윤의 턱을 잡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엘리자의 손등에는 피가 났고 지나친 아픔으로 얼굴까지 일그러졌다.화가 제대로 터진 엘리자는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저 XX 반쯤 죽여 놔! 그리고 저 XX 이도 한 번에 말고 천천히 하나씩 깨뜨려!”이때 다른 경호원이 입을 열어 물었다.“아가씨, 이 여자애 이도 하나씩 깨뜨려야 합니까?”“아니, 예쁘게 생겼는데, 이가 없으면 얼마나 아깝겠어.”엘리자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깨끗이 씻어서 저기 빈민가로 보내! 나를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아픈지 제대로 보여주겠어!”“네! 알겠습니다!”두 경호원은 엘리자의 심복이다.여러 해 동안 엘리자를 지켜 오면서 이미 손에 수많은 피를 묻혔다.하여 두 아이가 자기들 손에 죽는다고 해도 그 어떠한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경호원은 손을 들어 세윤의 입을 강
트레이의 두 눈은 한겨울의 칼바람처럼 차가워졌다.품속의 안겨있는 아이는 벌벌 떨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은 그대로 트레이북의 목으로 굴러떨어졌다.아이의 눈물에 가슴이 갑자기 불에 데기라도 한 듯이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트레이북은 허리를 굽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괜찮아, 눈 감고 있어.”수아가 눈을 감자 맺혀있던 눈물방울은 볼을 타고 뚝뚝 굴러떨어졌다.트레이북은 고개를 숙이고 또다시 입을 열었다.“너도, 눈 감아.”그러자 세윤은 순순히 두 눈을 꼭 감았다.팡팡-곧이어 총성이 연거푸 두 번 울리자, 엘리자는 비명을 질렀다.‘아! 말도 안 돼!’엘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이 휘둥그레져 경호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방금 손과 다리만 다쳤던 두 경호원은 어느새 차가운 주검으로 변해버렸다.두 경호원은 엘리자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고 엘리자를 위해 그들은 수많은 죄를 대신 지었다.‘죽었어?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트레이북!”이사벨은 히스테리를 부렸다.“네가 오늘 저지른 일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는 날이 올 거야! 네가 앞으로 무엇을 하든 그 반대편에 내가 있을 거야! 딱 기다려!”트레이북은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트레이북은 문 앞에 누워 있는 시체 두 구를 한 번 보고는 담담하게 분부했다.“깨끗하게 처리해.”말을 마치고 트레이북은 세윤도 품속으로 껴안았다.그리고 두 아이를 데리고 별장으로 들어갔다.“이제 눈 떠도 돼.”트레이북의 말이 떨어지자 두 아이는 바로 눈을 떴다.안개가 자욱한 눈동자 속에는 찬란한 빛이 반짝였다.이러한 빛에 트레이북은 예나의 두 눈에 그렸던 찬란한 빛이 떠올랐다.예나와 판에 박힌 듯 똑같았다.“아빠! 왜 이제야 나타났어요?”“아빠, 너무 보고 싶었어요. 저 기억나세요?”두 아이는 새까만 눈동자를 부릅뜨고 트레이북을 바라보며 눈물을 억지로 삼켰다.이러한 모습에 트레이북은
트레이북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일단 지내던 곳으로 돌아가, 여기 안전하지 않아.”수아는 즉시 트레이북의 소매를 붙잡고 매달렸다.“아빠, 아직 제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저 가기 싫어요.”세윤도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정말로 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거예요?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겁니까? 어떻게 힘들게 찾아온 엄마한테 이럴 수 있어요?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우리 알아보지도 못하고…… 쫓아내고…… 아빠 꼭 후회하는 날이 올 거예요.”아이의 말에 트레이북은 가슴이 미어지다 못해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트레이북은 단지 아이들이 자기를 따라 위험을 무릅쓰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그리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반드시 먼저 확실하게 알아내야 했다.만약 제대로 알아내지 못하고 애들한테 돌아가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다음에는 이렇게 운이 있을지도 단언할 수 없다.“울지 마.”트레이북은 서투르게 세윤과 수아를 위해 눈물을 닦았다.“일이 끝나면 보러 갈게.”“거짓말!세윤은 울먹이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저랑 수아 기억도 하지 못하면서 찾아오기는 뭘 찾아와요!”수아도 흐느끼며 말했다.“아빠, 배가 너무 고파요. 뭐 좀 먹고 가도 돼요?”트레이북은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말했다.“다른 사람 있을 때 나보고 아빠라고 부르지 마, 알았어?”트레이북의 표정은 매우 엄숙하고 진지했다.세윤은 갑자기 큰형의 했던 말이 떠올랐다.큰형은 전에 아빠 신변에 있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적이라고 했었다.하여 세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저도 수아도 아빠라고 부르지 않을게요.”“그래.”트레이북은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리고 하인에게 음식을 가져오라고 분부했다.두 아이는 긴 식탁 옆에 얌전하게 앉아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곧 두 아이의 앞에는 십여 가지 각양각색의 음식이 올라왔고 모두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음식이다.이때 루이스가 황급히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보스, 예나 씨가 밖
“아빠, 저 가기 싫어요.”“저 아직 다 먹지도 못했어요.”세윤과 수아는 동시에 입을 열었고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가련하게 트레이북을 바라보았다.트레이북의 차갑고 딱딱한 마음은 순식간에 말랑말랑해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하여 트레이북은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천천히 다 먹고 가도 돼.”‘뭐?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옆에서 지켜보던 예나는 어리둥절해졌다.두 아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에 트레이북은 응했다.트레이북은 전에 예나의 말에 의문을 던졌었다.‘그때는 그렇게 말하더니, 왜 지금은 아빠라는 소리에 대답하는 거야?’세윤은 예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빠가 남들 없을 때는 아빠라고 불러도 된다고 그랬어요.”세윤은 이 말을 예나에게 할 때 두 눈에는 온통 찬란한 빛이었다.한 번 잃어봐야 비로소 아빠가 감싸주는 느낌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있었다.예나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식탁에 앉아 있는 트레이북을 바라보았다.트레이북도 이때 고개를 들어 담담하게 예나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공중에서 눈이 마주쳤고 맑은 공기 속에서 시선이 융합되었다.예나는 트레이북의 동공 깊은 곳을 바라보았는데, 순간 모든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다.설사 기억이 지워진다고 하더라도 혈연과 감정의 견인은 영원히 지워질 수 없다.바로 이때 때아닌 소리가 들려왔다.“택아.”최미연 부인이 걸어 들어왔다.트레이북을 부르며 무언가를 말하려던 참에 식당에 모르는 사람이 세 명이나 있는 것을 보고 놀라며 물었다.“택아, 이분들은?”최미연 부인의 소리에 트레이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분들이 누군지 사모님과 상관없습니다. 하실 말씀 있으시면 직접 말씀하시죠.”최미연 부인은 트레이북의 예리한 눈빛에 가슴을 철렁거렸다.더 이상 예나와 두 아이의 신분을 탐구하지 못하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언제쯤 집으로 돌아올지는 결정했어?”트레이북은 고개를 들고 차갑게 말했다.“당분간 돌아갈 생각 없습니다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