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나는 쓰레기통에서 그 피로 물든 양복을 주웠다.그녀는 옷주머니에 뭔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손으로 만지작거리다 멍해졌다.그것은 뜻밖에도--그녀의 마음은 또 한바탕 두근거렸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몇 초 후에 안색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그녀는 병상 옆으로 가서 양복을 건네주었다.강현석은 양복을 받아 더러운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주머니를 더듬은 다음 붉은색의 작은 상자를 꺼냈다.그는 눈을 들어 도예나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고 부드럽게 말했다.“나나야, 나랑 결혼해 줄래요?”그는 상자를 열어 찬란한 핑크빛 다이아몬드 반지를 드러냈다.반지는 완벽하게 만들어져 불빛 아래에서 반짝이는 빛은 도예나의 눈을 부시게 했다.오늘의 일이 없었다면 그가 준비한 청혼은 완벽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그들은 작은 병실에 있었고, 장미도, 낭만도 없이 오직 코를 찌르는 소독수 냄새와 똑딱똑딱 거리는 링거 소리밖에 없었다…….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가장 부드러운 무언가에 감싼 것 같았다.마치 심장에 의지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처럼, 그녀는 앞으로 더 이상 그렇게 강인할 필요가 없었고, 더 이상 아이들 앞에서 위장할 필요가 없었다.지난날의 화면이 도예나의 눈앞에 나타났다.이 남자를 알게 된 이후로 그녀의 생활은 확실히 많은 색채가 나타났다.그녀 뿐만 아니라 도제훈과 도수아도 얼굴에 웃음이 많아졌다.어쩌면 그녀는 정말 한번 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한 남자를 받아들이고, 그와 가정을 만들어 여섯 식구가 되어 행복하게 사는 것…….도예나는 자신의 눈가가 약간 촉촉하다고 느꼈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숨을 들이마시고 얼굴을 든 후, 밝은 미소를 지었다.“강현석 씨, 우리는 겨우 몇 달 밖에 알지 못했는데, 이렇게 빨리 나에게 청혼하다니,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빨라?강현석은 조금도 빠르지 않다고 느꼈다.그는 심지어 너무 느리다고 생각했다. 정말 너무 느렸다.이 놓친 5년의 시간을 그는 어떻게 보충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그러나 지금, 그녀의 두 손은 맞잡은 채 고개를 숙이며 긴 속눈썹을 끊임없이 떨고 있었다.“내가 너무 마음이 급한 거 같아요.”강현석은 천천히 입을 열어 병실의 조용함을 깨뜨렸다.그는 부드럽게 말했다.“우리는 먼저 결혼하지 않아도 되지만, 나는 먼저 약혼하고 싶어요.”“약혼이요?”도예나는 경악하며 고개를 들다.“맞아, 약혼이요.” 강현석은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너무 훌륭해서 성남의 많은 남자들이 당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나는 언젠가 당신이 다른 사람을 선택할까 봐 두려워서요.”이런 강현석을 보면서 도예나의 심정은 갑자기 복잡해졌다.이 도도한 남자는, 이 전 성남의 모든 여자들이 가장 시집가고 싶어하는 남자는 지금 뜻밖에도 열등감을 느꼈다…….누군가를 끔찍하게 사랑해야 이 사람 앞에서 열등감을 드러내겠지…….도예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좋아요.”“약속한 거예요?”강현석의 눈빛에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나타났다.그는 통제할 수 없이 손을 들어 여자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다.그러나 팔을 들자마자 수액관이 그를 잡아당겼다.그는 갑자기 이 수액관이 거추장스러워서 바늘을 뽑으려고 했다.도예나는 미간을 찌푸렸다.“뽑지 말고 잘 누워 있어요.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요.”그러나 강현석은 이미 눕고 싶지 않았다.그는 당장 도예나를 자신의 품 안에 안고 싶었고, 그녀의 입술에 힘껏 키스하며 그녀를 자신의 몸 속으로 비벼 넣고 싶었다.그의 눈빛은 정말 너무 뚜렷했다. 공격, 소유, 조금도 숨기지 않은 채 도예나를 뒤덮었다…….도예나는 놀라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녀가 이 남자가 그녀에게 고백하기를 기다릴 수 없었던 것은 그녀의 몸을 탐내기 때문이라 느끼기 시작했다.그녀는 지금 후회해도 될까?“날도 늦었으니 빨리 쉬어요. 난 나가서 물 좀 받아올게요.”도예나는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갔다.그녀가 황급히 하게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강현석은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여러 날 동
어르신은 품 안에 수아를 안고 손은 강세윤을 잡으며 뒤에는 강세훈과 도제훈이 있었다.그들은 병원 복도에 나타나자마자 모든 간호사와 의사들의 주의를 끌었고, 모두들 시선을 옮기지 못했다.그러나 이곳은 개인병원으로서 이곳에 입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재벌이었기에 간호사와 의사들은 감히 함부로 물어보지 못하고 즉시 눈을 떼며 자각적으로 떠났다.“아빠 다쳤어요?”도수아는 부인의 목을 껴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고, 큰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이른 본 어르신은 마음이 아팠다.“아니야, 네 아빠가 어떻게 다치겠어? 그는 좀 불편해서 병원에 와서 검사를 한 것 뿐이야.”도수아는 큰 눈을 깜박거리며 병실 문을 바라보았다.“그럼 아빠는 왜 문을 안 여는 거예요?”말이 떨어지자마자 문이 열렸다.도예나는 문앞의 선 몇몇 아이들을 보면서 다소 놀랐다.“너희들 왜 다 여기에 왔니?”어르신은 설명했다.“수아가 어젯밤 꿈을 꿨다고 했는데, 꿈에서 현석이 사고가 나서 굳이 아빠를 찾으러 온다잖아. 그래서 아이 몇 명을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어.”강세윤은 앞으로 나가 도예나의 품에 뛰어들려고 하다 멍해졌다.“어, 엄마,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도제훈도 미간을 찌푸렸다.“엄마, 열 나는 거예요?”“열이 나면 반드시 치료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아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요.”강세훈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우리 의사 찾으러 가요.”그녀는 바로 방금 강현석에게 강제로 품에 안겼기 때문에 얼굴을 붉혔다.이게 열이 나는 거랑 무슨 상관이라고?이 몇 명의 아이들은 말을 너무 잘했다!그녀는 기침을 하며 말했다.“난 괜찮아, 그냥 좀 더워서 그래, 너희들 먼저 아빠의 보러 가봐.”몇 명의 아이들은 줄줄이 들어왔는데, 수아는 맨 앞에 있다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아빠…….”강현석은 한 손으로 수아를 안았다.그리고 수아는 바로 그의 가슴에 부딪쳤다.“음!”강현석은 끙끙 소리를 냈다.어젯밤 그 사람들은 그의 가슴을 걷어찼는데
그는 머리에 거즈를 쌌는데, 뭐가 우습단 말인가?그리고 남자가 수염을 안 깎는데 왜, 웃겨?그는 우울함에 도예나를 바라보았는데, 이 여자가 입술을 오므리고 웃음을 참는 것을 보았다.그러니까 그는 어젯밤 이런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도예나에게 고백했단 말인가?“엄마, 엄마도 웃기다고 생각하죠?”강세윤은 도예나의 팔을 잡아당기며 하하 웃으며 물었다.강현석의 안색은 어두워졌다.도예나는 기침을 하며 말했다.“세윤아, 이렇게 아빠를 비웃으면 안 돼.”“네, 아빠를 비웃어서는 안 돼죠, 아빠가 나아지면 나 또 얻어맞아야 하니까요.”강세윤은 혀를 내뱉으며 도예나의 뒤로 숨었다.그가 언제 그를 때렸다고! 이 녀석은 정말 유언비어를 퍼뜨려 자신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데 일등이었다!그는 도예나를 보고 입을 열어 설명했다.“나나야, 나는 아이를 때린 적이 없어요. 정말이에요.”“맞아요, 때린 적 없어요. 그냥 자주 우리 벌 서게 했어요.” 강세윤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게다가 두 시간이나 서 있게 했는데, 그때 다리가 엄청 아팠어요.”강세훈도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이런 일이 있었죠.”도예나는 강현석을 바라보았다.그는 마음이 찔려서 감히 도예나의 눈을 보지 못했다…….“됐어, 됐어, 세훈아, 너는 동생들 데리고 나가서 놀아.” 노부인이 분위기를 수습하며 말했다.“나나야, 나는 현석에게 먹일 곰탕 좀 가져왔으니, 넌 가져가서 좀 데워 주렴.”도예나는 노부인이 강현석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즉시 탕을 받고 4명의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병실 문이 닫힌 후에야 노부인은 병상 옆에 앉아 입을 열었다.“네 몸의 상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강남천이 한 짓이에요.”강현석의 이 말이 나오자 노부인은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비록 자신의 다른 아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예상했지만, 이 말이 강현석의 입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을 꽉 쥐고 중얼거렸다.“그럴 리가. 남천은 나에게 좋은 사
도예나는 곰탕을 전자레인지에 넣은 후, 몸을 돌려 그녀의 뒤에 서 있는 네 아이를 바라보았다.햇빛이 층층이 떨어지자, 네 아이의 얼굴에는 순진한 웃음이 넘쳐흘렀다. 특히 강세윤과 수아, 그들 둘의 웃음은 그렇게 찬란했다.강세훈과 제훈은 좀 성숙한 편이라, 얼굴에는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강세훈의 눈빛은 적어도 앳된 면이 있었지만 제훈은 10살된 아이와도 같았다…….이 몇 명의 아이들 중에서 가장 성숙한 아이는 역시 제훈이었다.도예나는 한숨을 쉬었다. 만약 애초에 그녀가 너무 고생하지 않았더라면, 제훈도 어쩔 수 없이 성장할 일이 없었겠지?이것은 한 아이에게 있어서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하지만 다행히도 앞으로 한 사람이 더 생겨, 그녀와 함께 몇 명의 아이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럼 제훈도 더 이상 이렇게 힘들게 크게 않았을 것이다.도예나는 몸을 숙이고 도제훈의 작은 손을 잡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제훈아, 엄마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도제훈은 영리하게 고개를 들었다.“말해봐요.”“나…….”도예나는 입을 벌리다 한참 지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 너희 아빠의 청혼에 동의했어.”도제훈은 멍하니 있다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반응하기도 전에 강세윤은 기뻐서 뛰기 시작했다.“와, 엄마, 사실이에요? 정말 아빠한테 시집갈 거예요? 그럼 나 매일 엄마와 함께 살 수 있는 거잖아요, 엄마는 매일 나에게 잠자기 전에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 맞죠? 와, 너무 좋다!”녀석은 흥분해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수아는 청혼에 동의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덩달아 빙빙 돌면서 크게 웃었다.강세훈의 눈빛에는 한 줄기 빛이 나타났다.“엄마, 그럼 우리 여섯 식구는 앞으로 함께 사는 거예요?”도예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앞으로 우리 여섯 식구는 행복하고 즐겁게 살 거야.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헤어진 지 4년, 잃어버린 모성애와 부성애도 제자리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강세훈의
도예나는 도제훈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지며 목소리는 부드럽고 단호했다.“제훈아, 아이를 위해서라면 3년 전이나 2년 전에 난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했을 거야. 난 아이를 위해서 내 후반생의 행복을 마음대로 한 사람에게 맡길 수가 없었거든. 난 너희 아빠를 정말 좋아해. 나 자신을 그에게 맡기고 싶고 그와 남은 인생 함께 하고 싶어, 그리고 그와 함께 너희 남매 4명을 지키고 싶어.”그녀는 말이 떨어지자 뒤에서 이글거리는 시선이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느꼈다.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부인이 강현석을 부축하고 복도에 서있는 것을 보았다. 남자의 검은 눈동자는 마치 불길처럼 그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을 비추었다.그녀의 얼굴은 순간 벌겋게 달아올랐다.어젯밤 이 남자가 고백한 후, 그녀는 바로 도망쳤는데, 전혀 그에게 이렇게 직설적인 말을 한 적이 없었다.지금 그녀는 제훈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에게 전해졌다니…….그녀는 아무리 냉정하고 침착해도 20대 초반의 여자일 뿐, 이런 일에 직면하면 여전히 좀 부끄럽고 불편했다.강현석은 어르신의 부축에 앞으로 걸어갔다.그의 눈빛은 도예나에게로부터 도제훈의 얼굴에 떨어졌다.“제훈아, 나는 내 생명으로 맹세해. 나는 너의 엄마를 평생 사랑할 것이고 그녀를 보호하고, 그녀를 지킬 거야. 나의 생명이 끝나는 그날까지…….”도제훈의 미간은 점점 풀렸다.그는 턱을 들어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래요, 아빠, 믿을게요.”도예나는 마침내 한숨을 돌렸다.그리고 강현석의 입가도 점점 올라갔다. 그는 주먹을 내밀며 말했다.“넌 날 평생 믿어도 돼. 왜냐하면 나는 평생 너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테니까.”도제훈은 작은 주먹을 내밀어 그와 부딪치고는 턱을 들고 말했다.“만약 어느 날 아빠가 오늘 한 이 약속을 여겼다면, 나는 절대로 봐주지 않을 거예요.”강현석은 웃으며 말했다.“영원히 그런 날이 없을 거야.”“자, 됐어. 부자간에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도예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약혼 날짜가 이렇게 정해졌다니. 바로 다음 달 6일, 아직 열흘도 채 안 남았다.도수아는 화동이 될 기회를 쟁취했고 다른 세 녀석도 그녀의 드레스를 잡을 기회를 쟁취했다.다만 도예나는 의혹이 생겼다.약혼식에 화동이 필요할까?약혼식에 그녀는 드레스를 입어야 할까?이건 결혼식이 아닌가?“나나야, 우리 가문의 약혼식은 크게 치러야 하거든. 네가 현석의 약혼녀가 되면 강씨 집안 미래의 사모님이 되는 거니까 반드시 전 성남의 사람들이 미래의 강씨 집안 사모님이 누구인지 알려줘야 해.”노부인은 기쁨에 찬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약혼식에서의 모든 일은 내가 안배할 테니 너는 해야 할 일이 하나밖에 없구나.”도예나는 완전히 멍해져서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몰랐다.“무슨 일인데요?”“네 가족과 친구들에게 약혼식에 참석하러 오라고 알려주는 거야.”노부인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다음 달 6일, 시간 잘못 기억하지 말고.”강세윤은 껑충껑충 뛰었다.“나 엄마와 함께 통지하러 갈래요!”강세훈도 입을 오므렸다.“나도요!”“그래, 그러거라, 너희들 모두 가렴!” 노부인은 웃으며 몇 명의 아이의 머리를 만진 후 강현석을 바라보았다.“우리 병실로 돌아가서 약혼식의 디테일에 대해 상의하자구나.”진짜 이렇게 정했다고?왜 꿈만 같은 거지?어젯밤에야 청혼에 동의했는데, 9일 후에 약혼을 한다고?강세윤이 그녀의 팔을 흔들자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그래, 엄마는 먼저 너희들 데리고 도씨 집안으로 갈게.”그녀는 도씨 집안과 이미 관계를 끊었지만, 그래도 도씨 어르신이 그녀를 귀여워해 주셨으니 그녀가 약혼하려는 일은 확실히 그녀에게 알려야 했다.차는 도씨 별장 앞에 세워졌다.도예나는 문을 밀고 차에서 내려 이전과 다름없는 별장을 보면서 오직 쓸쓸함만 느꼈다.전에 언제 오든, 별장 정원에는 언제나 바삐 돌아치는 하인이 있었지만 지금은 잡초가 무성하고 치우는 사람도 없었다.별장이 텅 비어 있는 걸
지금 도예나야말로 그의 엄마였고, 엄마는 어르신을 할머니라고 불렀으니 그도 같은 존중을 주고 싶었다.“아이고, 그래.” 어르신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나야, 아이들 데리고 들어와서 앉거라.”“아니요.” 도예나는 입을 열었다.“제가 오늘 찾아뵌 것은 할머니께 제 약혼에 관한 일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다음 달 6일인데, 며칠 후에 제가 청첩장을 보내라고 할게요.”어르신은 멍해졌다.“약혼? 누구랑?”“우리 아빠랑요!” 강세윤은 턱을 들어 올리며 자랑스럽게 말했다.“우리 엄마랑 아빠랑 곧 결혼할 거예요!”어르신은 또 쓴웃음을 지었다.애초에 도설혜는 그렇게 애를 쓰면서도 강씨 집안에 시집가지 못했다.지금 도예나는 돌아오자마자 강씨 집안과 약혼을 하다니…….훔쳐온 것은 역시나 오래가지 못했다.“나나야, 네가 그렇게 많은 고생을 했는데, 이제 마침내 고생 끝에 낙이 왔구나. 앞으로 너에게 좋은 일만 생길 것이고, 아주 행복하게 지낼 것이네…….”어르신은 중얼중얼 입을 열었다.“설혜는…… 아직 감방에 갇혀 있어. 네 아빠는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설혜를 꺼낼 방법을 생각하고 있고. 설혜가 이 일을…….”“할머니, 별일 없으면 저 먼저 갈게요.”도예나는 어르신의 말을 끊고 차가운 눈빛으로 웃으며 아이들을 끌고 차에 올랐다.그녀가 앞으로 행복할 것이라고 해서 지난 5년 동안 겪었던 고통을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만약 그녀 혼자만 고생했다면, 그녀는 아마도 도설혜를 용서하려고 시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설혜는 그녀의 네 명의 아이까지 함께 고생시켰다.그녀는 아이들을 대신해서 그 악독한 도설혜를 용서할 자격이 없다.도예나가 차에 오르자 네 아이가 새까만 눈동자로 일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자, 이제 우리 서씨 할머니 만나러 가자! 엄마가 약혼했다는 이 좋은 소식을 그 할머니에게도 알려야지!”도수아는 웃으며 말했다.“우와 신난다, 난 서씨 증조할머니가 제일 좋아요!”강세윤과 강세훈은 서씨 집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