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원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녀는 도예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그러자 예나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번거로우시겠지만 직원분들께서 장 여사님의 설계도 16페이지를 보여주시겠어요? 여러분들은 이 페이지의 공식을 보신 적 없으실 거예요. 그리고 28페이지, 이런 새로운 구축 모듈도 당연히 생소하시겠죠? 그리고 34페이지, 35페이지의 설계도도 완전히 새로운 구축 모델을 사용하셨어요.”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지원의 뒤에 있던 비서들이 입을 열었다.“이것은 우리 장씨그룹의 기술부가 장 여사님의 지도하에 개발한 새로운 구축 공식입니다.”“그래요?”예나는 살짝 웃으며 비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지원은 왠지 모르게 그런 눈빛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예나 씨, 할 말 있으시면 하세요. 괜히 빙빙 둘러 말씀하지 마시고요.”“반년 전, 핸버드에 있던 제 지도교수님께서 이 문제에 관한 과제를 주셨어요. 발표되기 전에 보여주신 논문 속엔 이 공식이 있었고, 같은 구축 모듈이 있었어요…….”예나는 확신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지도교수님의 논문은 외국의 아주 작은 기술 잡지에 발표되어서 국내에서는 아무도 본 적 없을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그 논문이 사라지는 건 아니죠. 논문 발표는 반년 전이고, 장 여사님은 3개월 전에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더라고요, 공식 모듈의 80%도 일치하고요. 장 여사님께서는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지원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고,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꺼낸 뒤 검색하기 시작했다.해외 사이트에 접속하여 설계도 속의 모듈 공식을 입력하니 곧바로 영어로 출판된 논물을 볼 수 있었다…….[헐, 예나 씨가 한 말이 사실이었어.][예나 씨 말처럼 논문이 발표된 날짜도 반년 전이고 내용도 장 여사의 계획서랑 똑같아!][허 참, 그러니까, 장 여사가 다른 사람 것을 베끼고
장지원이 분노한 뒤 자리를 뜨자 연회장 안의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서로를 바라봤다.장씨그룹 회장이 저렇게 밑바닥을 보여준 건 처음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도예나로 인해 일어 난 일이니…….예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조금 더 복잡해졌다.손동원은 술잔을 들고 허탈한 듯 웃음을 지었다.“이제야 제가 왜 항상 당신 손안에서 놀아나는지 알겠어요. 장지원 같은 이 업계의 대부도 당신 손안에 있는데 나 같은 이 업계에 첫 발을 디딘 재벌 2세들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지…….”예원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냈다.동원은 와인잔을 흔들며 계속 말했다.“맞다, 장 여사가 정말 그 논문의 판권을 산 거예요? 예나 씨, 빨리 교수님께 물어봐요.”예나는 가볍게 웃었다.“당연히 안 샀죠.”그 논문은 현지의 작은 잡지에 실렸다. 그 잡지의 연간 판매량은 10만 권도 안 될뿐더러 이미 생산이 중단되었다. 논문을 본 사람은 아주 적었기에 지원이 표절했다는 것을 발견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지원이 남의 노력을 쉽게 가로채었던 것이다…….‘장 여사가 저작권을 사지 않은 이상, 한 숨에 그녀를 짓밟아 버릴 거야.’동원은 가볍게 콧방귀를 끼었다.“작년에 우리 손씨그룹과 임씨그룹이 협력했을 때, 이익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정말 모든 걸 다 뺏겼었어요,”예나는 담담히 말했다.“또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잖아요, 일을 너무 크게 만들 필요 없어요.”……게다가 필리스는 형편이 좋지 못했다. 대학교수들은 한 사람당 집 두 채를 가지고 있다고들 하지만 필리스는 월세를 낼 형편도 되지 못해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쳤다. 그는 하루 종일 실험실에 틀어박혀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없는 것들을 연구했다. 그러니 전혀 돈을 벌지 못하고, 그의 삶은 더욱 궁핍해질 수밖에…….사실 그녀는 필리스가 굶어 죽을 걱정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원이 필리스에게 거액을 보내길 바랐다.동원은 예나의 눈빛을 읽고 그녀를 다시 한번 높이 샀다.“미안해요,
도예나는 연회장으로 돌아와 사람들과 계속해서 인사말을 주고받았다.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검증된 실력으로 한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명함을 받았다.밤 9시, 점점 파티가 끝나가는 분위기였다.“예나야, 내가 데려다줄게.”서지우가 따라오며 공손히 말했다.예나가 말을 하기도 전에 큰 그림자가 연회장 입구에서 성큼성큼 다가왔다.그녀가 고개를 돌려 보니 그것은 강현석이었다.‘벌써 오신 거야?’진작 알았더라면 그녀는 좀 더 일찍 나왔을 것이다.“오빠, 누가 날 데리러 온 것 같으니 피곤하게 안 데려다줘도 돼.”예나가 웃으며 말했다.서지우는 눈썹을 찌푸리곤 현석을 째려봤다.“예나야, 너랑 강 사장님은…….”“크흠!”예나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코를 쓸었다.“제훈이랑 수아 모두 강 씨네에 있으니 강 선생님을 따라 아이들을 데리고 올게.”서지우는 입을 다물고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도제훈과 도수아의 아버지는 강현석이고 아이들은 친아빠의 집에 살고 있다. 제 3자인 그가 이런 일에 간섭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다.단지 현석은 꿰뚫어 볼 수 없는 사람이고 예나가 그와 함께 있는 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을 뿐이었다…….“고마워요.”현석은 담담하게 입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지우는 손을 뻗어 그와 가볍게 악수를 했다.“강 대표님, 예나 잘 보살펴 주세요. 몇 년 동안 정말 많이 힘들어했어요.”예나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사촌오빠가 오해한 것 같아, 틀림없이 내가 강 선생과 함께 산다고 오해한 거야!’그녀는 현석이 몇 마디 말을 덧붙일 줄 알았다.그러자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하죠, 제가 잘 챙길게요. 걱정하지 마세요.”그의 말에 힘이 있어서인지 강 씨 집안 사람들이 원래 믿을 만해서였는지, 지우의 걱정되는 마음이 한순간 풀렸다.그는 연회장 입구에 서서 예나가 현석의 차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차에 오르자 예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저녁에 각각의 업계 대부들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건 정말 신
“그 사람을 너무 가까이 하지마요.”강현석은 핸들을 꽉 잡고 한 글자 한 글자 말을 내뱉었다.……방찬, 강현석.그는 현석의 쌍둥이 친형이었다.현석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방찬은 매우 위험한 사람이에요. 그에게 접근한 사람 중에 좋은 결과를 본 사람이 없어요.”도예나는 운전석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다.그녀는 어떻게 방찬을 언급할 때 현석의 기분이 더욱 안 좋아진다는 것을 알았을까?그의 반응이 그녀에겐 자신의 추측을 틀림없다고 느끼게 했다.밤길을 달리던 차는 20분도 안 되어 강씨네 별장 입구에 멈추었다.현석이 먼저 차에 내려 예나의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두 사람이 막 별장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네명의 아이들이 달려들었다.“엄마, 드디어 오셨군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언제나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예나의 품속으로 뛰어드는 강세윤을 예나는 순식간에 안아 들어 올렸다.수아는 원래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아이였는데 강씨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나서는 장난꾸러기가 되어 예나의 품에 달려들었다.양손에 각각 30킬로대의 아이들을 안은 그녀는 무거워 죽을 지경이었다.아래에는 또 다른 두 아이가 기대하며 뚫어질 듯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엄마는 이제 너희를 안아줄 손이 없어, 내가 안아줄게.”현석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서 강세훈과 도제훈에게 손을 흔들었다.세훈은 어색한 듯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저 남자예요, 안아줄 필요 없어요.”제훈도 담담하게 말했다.“저도 필요 없어요.”현석은 말을 잇지 못했다.“…….”‘괜찮아, 네 아이 중 아무도 날 필요로 하지 않아도…….’“아빠, 안아줘요!”도수아가 두 팔을 뻗었다.현석의 쓸쓸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그 순간, 강 부인이 방에서 나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수아야, 할머니한테 오려무나, 할머니랑 목걸이 고르러 가자.”아이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재빨리 강 부인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강 부인은 수아를 안고 웃으며 말했다.“예나야, 수아랑 난 오늘 같이 자기로 했단다.”
그녀는 다가가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부인, 이렇게…….”강 부인은 고개를 들어 말했다.“큰어머니라 부르거라.”“큰어머니.”도예나는 바로 고쳐 불렀다.“이렇게 하시면 수아가 자칫 버릇없어질 수도 있어요, 이 물건들은 하나같이 모두 귀중한걸요…….”“아이들이 이게 귀하다는 걸 어떻게 알겠어,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일 뿐이야.”강 부인은 강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어린 여자아이는 이런 반짝이는 액세서리를 좋아하지, 다음에 난 수아를 데리고 보석을 구경하러 갈 예정이란다. 보석을 좀 더 사주고 가지고 놀게 할 거야.”예나는 할 말을 잃었다.“…….”이런 부자들의 세계를, 그녀는 정말 이해하지 못했다…….강세윤이 다가와 에메랄드 귀걸이를 집어 들자마자 강 부인이 뺏어 들었다.“예끼, 만지지 마. 이건 한 쌍에 6백만 원이란다.”세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무슨 이유로 동생은 마음대로 바닥에 던질 수 있고 그는 건드릴 수도 없는 걸까?’이제 그에게 여동생이 생겼으니, 아버지가 그에 대한 사랑이 식은 건 상관없었지만 왜 할머니도 그를 사랑하지 않을까…….‘하……, 그가 정말 안쓰러웠다.’수아는 강 부인의 손에서 에메랄드 귀걸이를 뺏어 들고 예나의 귀에 갖다 대며 속삭였다.“엄마가 끼니까 예뻐요.”“그래? 그럼 너네 엄마한테 줄게.”강 부인은 에메랄드 귀걸이가 든 금상자를 예나의 손에 쥐어주었다.“아니에요, 전 가질 수 없어요…….”예나는 손에 든 물건이 뜨거운 것처럼 급히 땅바닥에 내려놓았다.“그래도 우리 수아 장난감으로 남겨 두려무나.”수아는 강 씨네 손녀라 그런지 이런 귀중품을 망가뜨려도 아무도 혼내는 사람이 없었다.그에 비해 그녀는 완전히 남인데, 어떻게 10억 상당의 귀걸이를 받을 수 있는가…….만약 이 일이 알려지면,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딸을 이용해서 부잣집 재산을 훔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가까이 있던 강현석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녀는 그의 어머니가 준 에메랄드 귀걸이를 받지 않았지만 만
거실 속의 공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강현석은 탁자 위의 상자를 가져와 강 부인이 앞에 툭 던졌다.“이건 누가 보낸 거예요?”강 부인의 눈은 죄책감으로 가득했지만 애써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가 보내준 거란다, 무슨 문제 있니?”“어머니, 제가 정말 바보인 줄 아세요?”현석의 입가엔 조금의 웃음기도 남아있지 않았다.“상자 우측 하단에 GNC라 쓰여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강남천의 습관이었어요. 그 사람은 제가 어머니와의 만남을 동의하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어머니께 본인 이니셜을 써서 선물을 보내는 거 보세요. 걔가 왜 그러는지 어머니는 아직 모르시겠어요?”그 순간 강 부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그녀는 선물 세트에 적힌 이니셜을 보고 목소리가 떨렸다.“현석아, 그 아이는 네 친형이잖니. 아직도 그 아이를 용서하지 못하겠니? 그 아이는 이미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안단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 수도 있잖니…….”“전 이미 몇번이고 기회를 줬어요. 그렇다고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아요!”현석의 목소리에는 침통함이 가득했다.“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신다면 전 그에게 100번의 기회도 줄 수 있어요!”강 부인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기 시작했다.“네 아버지는 원래 불치병이 있으셨잖니, 일찍 죽든 늦게 죽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넌 왜 항상 네 형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하니?”현석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으며 그 어떠한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그 일로 그는 아버지를 잃었고 강 씨네 집안 전체가 무너져 내릴 뻔했다.그는 평생 남천을 용서할 수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었다…….그는 위층 서재로 올라가 전화를 걸었다.“옐리토스 그룹 회장에게 연락해 방찬을 당장 유럽으로 돌려보내세요.”살금살금 서재 문 앞에 도착한 두 아이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강세윤은 믿을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형, 들어보니 아버지는 분명히 형이 있는데 난 왜 여태껏 아버지한테 형에 대한 이
그는 엄마가 영원히 그의 다른 모습을 보지 않기를 바랐다.갑자기 그가 입을 열었다.“엄마, 강 씨 아저씨 좋아해요?”도예나는 그를 바라보았다.“왜 아직 강 씨 아저씨라고 불러, 그분은 네 아버지야, 친아버지.”“죄송해요, 엄마. 근데 전 아빠라는 호칭에 익숙하지 않아요.”제훈은 진지하게 말했다.“엄마, 엄마가 만약 강 씨 아저씨를 좋아한다면, 전 엄마의 선택을 응원할 수 있어요.”예나는 진지하게 되물었다.“그럼 너는? 넌 아저씨가 좋아?”제훈은 눈을 깜박였다.“엄마, 제가 먼저 물었잖아요. 대답해 주세요. 그럼 제 대답도 들려드릴게요.”“아마도, 조금은 좋아하겠지…….”예나는 어두컴컴한 창밖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그는 그녀가 지금까지 본 어떠한 남자들보다도 훌륭했다. 그런 남자가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니 그녀는 그를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그는 네 아이의 아버지이다.그녀가 그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사실 그녀와 아이들에게는 좋은 점만 있을 뿐 나쁜 점은 없었다.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녀는 현석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수많은 일에 좋은 해결책이 되었다…….“그럼 저도 아저씨가 좋아요.”제훈은 미소를 지었다.“엄마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전 그게 누구라도 좋아요.”예나는 그의 얼굴을 쓸어내렸다.“훈아, 네가 좋다면 너 자신에게 스스로 물어봐야 해. 강 씨 아저씨를 정말 아빠로 받아들일 수 있어?”“그럼요!”제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아저씨는 수아랑 엄마를 좋아하고 나도 좋아해요. 그런데 제가 왜 아저씨를 싫어하겠어요?”예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녀는 어떻게 제훈의 이 말이 진심이 아니라고 느꼈을까?하지만 뭐가 되었든 그녀는 제훈이 현석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 정도면 충분하다.제훈은 입을 다문 채 계속 청소를 했다.‘강 씨 아저씨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엄마가 아저씨한테 시집가도 상관없어.’하지만 사람이라면 불확실성이 있다.‘아저씨는 지금 엄마
“도 대표님, 방금 옐리토스 그룹에서 전화가 왔습니다.”박정연은 공손하게 보고하면서도 일부러 옐리토스그룹을 언급했다.곽 대표 비서의 눈은 질투로 가득했다.도예나는 웃으며 말했다.“곽 대표님, 오늘은 제가 일이 있어서요. 다음에 제가 대접하겠습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정연과 함께 사무실로 가며 물었다.“옐리토스 그룹이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방 대표님의 비서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방 대표님께서 칩 디자인의 세부 사항을 도 대표님과 직접 논의하고 싶다고 하셨어요.”정연은 수첩을 꺼내 진지하게 보고했다.“저희가 제출한 첫 번째 초안이 너무 간단하기 때문에 방 대표님께선 주로 다음 측면에 대한 세부 사항을 알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첫 번째는 고객 데이터의 출처고 두 번째는…….”예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세부 사항의 자료를 정리한 후 자료를 들고 옐리토스그룹으로 갔다.그녀는 이제 옐리토스그룹의 파트너이므로 불필요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직접 대표와 세부 사항에 대해 소통해야 했다.“도 대표님,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방 대표님은 이미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이미 지시를 받은 프런트 직원은 공손히 예나를 데리고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탄 뒤 위층으로 올라가 그녀를 응접실 입구로 안내한 후에야 몸을 돌려 내려갔다.예나는 머리를 정리하고 문을 두드렸다.응접실에서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이 소리는 예나의 발걸음을 멈춰 서게 했다.그녀는 어제 강현석의 차 안에서 들은 말이 생각났다.[방찬이랑 가깝게 지내지 마.][정말 위험한 사람이니까.]순간 그녀는 두려워졌다.예나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다. 반대편 쪽은 비서 사무실이고 몇 명의 비서가 왔다 갔다 하며 바삐 돌아다녔다.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가 일부러 문을 닫지 않았다.“방 대표님.”예나는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띠고 방찬의 맞은 편에 앉았다.방찬은 열려 있는 문을 힐끗 훑어보고는 여전히 차갑고 어두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예나 씨, 오늘은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