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락-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도예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조금전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왜 또 샤워를 하는 건가?그녀는 몸을 돌려 욕실의 스크럽 글라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위에는 자욱한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 다. 즉, 그는 지금 냉수 마찰을 하고 있었다.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가을에, 찬물로 샤워를 한다고? 하지만 이내 뭔가를 깨달은 듯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자신이 남자 셔츠를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전에 남자를 떠보려 했는데, 지금 이미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그는 냉수 마찰을 할지언정 선을 넘지는 않았다.그가 정말로 그녀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도예나는 셔츠 맨 윗단추를 꽉 채우고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 누웠다.오늘 이런 상황은 아이들 얘기하기에 적합하지 않으니 다음에 다시 천천히 이야기하자. 그녀는 침대에 눕자마자 곧 다시 잠이 들었다.강현석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그녀의 백옥 같은 긴 다리가 이불 밖으로 드러났다. 강현석은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이불을 살짝 덮어주었다.그는 그녀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으려고 다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냉수마찰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그는 소파에 누워 어렵게 잠이 들었다.다음날 아침, 도예나는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습관적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신었다. 하지만 슬리퍼가 꽤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머리가 멍해져서 낯선 인테리어 장식을 돌아보고 나서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소파 위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강현석은 어디로 갔는지 이미 보이지 않았고, 소파 위의 이불도 가지런히 개어져 있었다.그녀의 침대 머리맡에는 옷 한 벌과 속옷이 놓여 있었다. 그녀가 옷을 펼쳐놓고 속옷 사이즈를 보니 평소 입던 사이즈였다.그녀는 욕실에 들어가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슬리퍼를 신고 내려왔다.문을 열자마자, 바로 맞은편에, 고귀하고 우아한 차림을 한 귀부인이 보였다.
도예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담담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갔다.거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멀리 떨어진 식탁에서는 웃음소리만 들려왔다.그녀는 천천히 걸어가서 식탁 입구에 서 있었다. 그러자 아주 따뜻하고 화목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수아는 강현석의 품에 안겨 뭘 먹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입을 오물거렸고, 강세윤과 강세훈은 한 명은 수아에게 밥을 먹이고 한 명은 수아의 머리를 땋아주고 있었다.하지만 그의 솜씨는 너무 서툴렀다. 서툰 솜씨로 땋은 머리는 잔머리가 삐쭉삐쭉 나와 있었다.그때, 도제훈이 보다못해 한 마디했다.“수아 머리는 정말 못생겼어요.”그 말에 수아는 입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시무룩하게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러자 강현석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제훈아, 아빠는 이제 막 머리 땋기를 배우고 있는 중이라 솜씨가 서툰 게 정상이야. 그러지 말고 여기 와서 같이 도와줄래?”그러자 도제훈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먼저 머리를 세게 묶은 다음, 여기를 이렇게 천천히 땋아주세요.”도제훈이 강현석은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다.그런 모습에 도예나의 가슴이 따듯해졌다.수아는 말로는 아버지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 는 강현석은 엄청 좋아했을 것이다.수아의 얼굴에서 그런 표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주방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냥 내가 머리 땋아줄게요.”강현석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입은 이 옷은 그가 특별히 골라준 것인데, 거위털의 노란색 상의에 베이지색 스커트를 매치하여 그녀의 몸매를 영롱하게 돋보이게 하였다.그는 갑자기 어젯밤 그녀의 차림새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의 셔츠를 입은 모습이야말로 가장 매혹적이었다."엄마, 일어났어요?”강세윤은 재빨리 도예나에게 다가갔다. 그는 아무런 의식도 없이 그녀의 가슴에 손을 얹었고, 그는 고사리같은 작은 손으로 도예나의 가슴을 이리저리 문질렀다. 그 모습에 강현석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다가가서 강세윤의 옷깃을
강씨 가문 고용인들은 열 명이 넘는데, 두 명의 어린 아이를 돌보는 사람도 있고, 위생적인 관리를 하는 사람도 있고, 꽃과 나무를 가꾸는 사람도 있고, 요리하는 사람도 있었다. 수아와 도제훈 때문에 집사는 또 몇 명의 보모를 모집했다. 때문에 강씨 가문은 항상 여기저기서 고용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네 아이 모두 그들을 돌보는 사람이 있으니 도예나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사실, 아이들은 강씨 가문에서 생활하는 것은 그녀와 함께 있는 것보다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생활상의 많은 일들은 누군가가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그녀의 얼굴에 복잡한 그림자가 비췄다.점심을 먹은 후, 강현석은 그녀를 파티 장소에 데려다 주었다.그녀는 원래 혼자 차를 몰고 가려고 했는데, 그녀의 차가 어젯밤에 강세윤 때문에 타이어 네 개가 모두 펑크가 나서 오늘 아침에 집사가 수리를 맡겼었다. 30분 뒤, 차는 성남시에서 가장 큰 건물 앞에 멈춰 섰다.“저는 연예인이 아니에요. 스타일링을 할 필요 없어요.”도예나가 말했다. 그녀는 이런 자리에 많이 참가했는데, 드레스를 입고 짙은 화장을 하면 충분했다. 특별히 스타일링을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막상 드레스를 입어보니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강현석은 차를 세우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축하 파티에 많은 여자 연예인들이 올 거예요. 모두 옐리토스 그룹과 합작한 여자 스타들이고요. 당신은 성남시 제일 미인인데 연예인들이 어떻게 당신을 이길 수 있겠어요?”도예나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직도 그런 거에 관심이 있어요?”그러자 강현석은 헛기침을 했다.그는 도예나에 관한 일이라면 다소 관심을 가지고 있다.강현석은 도예나는 자신이 신경쓰고 있는 여자이기 때문에 그는 그녀가 어디를 가든 가장 빛나고 주목받는 존재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녀가 탈의실에서 나오자마자 그는 조금 전 자신의 생각을 후회했다. 강현석은 도예나가 노출이 있는 옷을 입는 게 싫었다. 다른 어떤 남자도 그녀를 넘보게 하고
“오늘 밤 파티에 꼭 참석해야 해요?”강현석이 물었다.이건 옐리토스 그룹이 주최한 축하 파티였다. 때문에 오늘 저녁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모두 옐리토스와 협력할 파트너들이다. 그녀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자신의 인맥을 넓힐 수 있었기 때문에 참석할 수 있다면 당연히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강현석은 그녀의 눈빛에 그만 말문이 막혔다.설마 다른 남자들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니 파티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어떻게 그녀에게 할 수 있겠는가? 이런 말은 그를 때려죽여도 절대 할 수 없다.그는 하고 싶은 말을 꿀꺽 삼키며 담담하게 말했다.“세윤이가 당신을 많이 좋아해요. 대략 몇시쯤에 올 수 있어요?”“저녁 9시 쯤이요.”도예나는 머리를 손질하면서 말했다.“그럼 그때 데리러 올게요.”강현석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원래 필요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그녀의 차는 아직 수리 중이고, 수아와 도제훈이 아직 강씨 가문에 있으니 당분간은 강씨 가문에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옷깃을 여미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옷을 갈아입고 스타일링을 마친 후, 강현석은 그녀를 파티 장소로 보냈다. 그가 막 차를 몰고 떠나려 할 때, 휴대폰에 한 가지 메시지와 왔다.[대표님, 제가 최근에 성남시에 심리 클리닉을 열 계획인데, 사무실 하나 알아봐주실 수 있나요?]강현석은 키보드에 두 글자를 쳐서 보냈다.[OK.]캐서린은 그의 어머니를 그렇게 오랫동안 돌봤기 때문에, 그녀를 도와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 비서에게 맡기면 된다.도예나가 연회장에 들어서자 박정연이 마중 나왔다.“와, 대표님, 오늘 너무 예뻐요. 마치 연꽃 요정 같아요.”“정말? 제가 걸어다니는 연꽃처럼 보이나요?”도예나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아니요. 연꽃 요정인데, 청순하고 매력적이고 섹시해요."박정연이 그녀를 한껏 치켜세웠다.“제가 남자라면 대표님께 모든 걸 쏟아부었을 텐데.”“됐어요. 칭
저녁 7시 반, 정식적인 파티가 시작된다.스포트라이트 아래 은색 가면을 쓴 남자가 무대 위로 올랐다.조명을 받아 은색 가면이 반짝이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말을 멈추고 연회장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지금부터 옐리토스그룹의 다음 파트너를 발표하겠습니다…….”무대 위에 선 방찬은 특유의 중저음과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저분이 바로 옐리토스그룹의 지사장, 방찬이야.”손동원은 목소리를 낮추어 도예나에게 속삭였다.“저분이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갑자기 옐리토스그룹의 고위층에 올라왔다는데 아무도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물론이고 그에 대한 어떠한 자료도 찾아볼 수 없대, 좀 신기하지 않아?”그의 말에 이민성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옐리토스그룹의 고위층은 전부 서양인인데 방찬만 동양인이잖아……, 그 사람의 정보야 없으면 그만이지만 어딜 가든 가면을 쓰고 다니는 건 나도 이상하게 생각해.”예나는 고개를 숙이고 샴페인을 한 모금 마셨다.도제훈은 그녀에게 방찬의 자료를 찾아주었는데 그의 사진은 찾을 수도 없을뿐더러 이름조차 가짜였다.‘이 사람…… 정말 신비로운 만큼 위험할 것 같아.’“옐리토스의 최대 칩 공급업체가 된 서씨그룹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방찬의 말이 나오자 한 줄기의 빛이 서태형의 몸을 비췄다.그는 계속해서 말했다.“서씨그룹은 이처럼 오랫동안 기술에 기반을 두고 전면적으로 스마트 제품을 발전시켜 왔으며, 이 회사가 내놓은 스마트 칩은 시대를 앞서가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두 회사가 협력하여 전 세계에 한 획을 그을 영광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예성 과학기술 회사의 회장 도예나 씨가 옐리토스그룹의 수석 칩 디자이너가 되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방찬은 목소리를 높였고 한 줄기의 빛이 예나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그녀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고 단상에 선 남자는 멀리 샴페인을 들어 올렸다.[도예나 씨는 핸버드를 졸업한 고액의 칩 디자이너로 대학교수들 사이에서 칩계의 천재라고
[장 여사는 예나 지금이나 늙지를 않네. 10년 전에 장씨그룹 회장이 되었을 때랑 똑같아. 부럽다, 부러워.][장 여사의 무력과 수법은 우리 같은 여자들이 따라 하기 힘들다지만 도대체 여기에 왜 온 거야?][맞아, 임씨가문은 옐리토스그룹의 파트너가 되지 않은 것 같던데?][설마…….]많은 사람의 시선이 장지원과 도예나를 계속해서 번갈아 보았다.무대에 선 방찬은 이 파티의 주최자였다.그는 무대에서 내려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바쁜 와중에 장 여사님께서 참석해 주신다니 이는 우리 옐리토스그룹의 행운입니다. 저기요, 장 여사님에게 와인을 따라주시겠어요?”지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냉랭하게 말했다.“애써 말 돌리지 마세요. 제가 오늘 여기에 온 이유는 방찬 씨에게 옐리토스그룹이 정말 도예나 씨를 프로젝트의 수석 칩 디자이너로 정했는지 확인하러 온 거니까요.”방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옐리토스에서는 이미 공고를 발표했고 이 일은 이미 끝난 일이에요.”“아~ 그래요. 참 좋네요.”지원은 화내지 않고 웃으며 비아냥거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멍하니 그들을 지켜볼 뿐, 이 일이 어떠한 일을 불러일으킬지 전혀 알 수 없었다.“예나야, 보아하니 너랑 기 싸움을 하러 온 것 같은데?”손동원은 예나의 귓가에 대고 마치 이 상황이 흥미롭다는 듯이 속삭였다.예나는 담담하게 술을 한 모금 마셨다.“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경쟁하는 것은 각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일이 결정된 후에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트집을 잡으러 온 거라면 그건 장씨그룹의 위엄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뿐이야.’그녀는 관객들 사이로 한 걸음 더 다가갔고, 찾아온 장 여사에게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지원은 마치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지만 그녀의 시선은 예나의 얼굴을 향해 있다.사실 어제 그녀는 예나의 자료를 찾아보았다. 사진만으로도 그녀의 미모에 감탄을 금치 못했지만 사진이 실물을 못 담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만약 예나의 외모가 그녀의 기대에
모두의 시선이 도예나를 향했다.그녀 자체로도 매우 아름다웠지만 그녀가 입은 분홍색 드레스는 그녀를 한층 더 눈부시게 비춰주었다.그녀는 샴페인을 손에 들고 담담히 눈썹을 치켜세웠다.“장 여사님의 계획서가 없어진 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예나 씨, 지금 책임을 떠넘기려는 거예요?”장지원은 헛웃음을 치며 비꼬았다.“그럼 예나 씨한테 배워야겠다. 도대체 어떻게 하루 만에 이렇게 어려운 칩 설계 계획서를 완성했어요?”“어렵다고요?”예나는 눈살을 찌푸렸다.“왜요? 장 여사님의 눈에는 이 칩 설계 계획서가 어려우신가 봐요.”지원의 표정은 급격히 굳어졌다.그녀는 40년을 살면서 지금까지 그 누구도 감히 그녀에게 이런 말투로 말을 한 적이 없었다.‘이 여자애는 지원의 설계 계획서를 훔쳐 간 것도 모자라 사람들 앞에서 감히 장 여사에게 무안을 줘? 정말 장지원이 만만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거야?’그녀는 비웃으며 말했다.“예나 씨, 베끼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그녀는 딱 잘라 말했다.예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장 여사님께서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제가 훔쳤다고 공공연하게 말씀하시네요. 계속 그러시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겁니다.”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오늘 일어난 일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왜, 예나 씨는 법정에서까지 소란을 피우고 싶으세요?”파티장 안의 모든 사람은 비난의 시선으로 예나를 바라보았다.[예나 씨, 이 일은 명백히 예나 씨의 잘못인데 법정에서 무슨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훔친 게 오래갈 줄 알아요? 빨리 장 여사한테 사과하세요.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장 여사는 충분히 받아주실 거예요.][어떻게 따지지 않을 수가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바로 업계에서 빌런으로 불리는 거예요, 경찰에 신고해서 제대로 죄를 뉘우쳐야 해요!]“…….”사람들 속에서 서태형과 서지우 두 사람이 걸어 나와 예나를 말렸다.태형은 침착하게 말했다.“장 여사님, 당신이 이렇게
장지원은 차가운 눈초리로 도예나를 힐끗 쳐다보았다.“예나 씨, 설마 두 계획서가 몇 글자 다른 걸 가지고 표절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죠?”예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보고도 장 여사께서 표절했다고 하신다면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는 거겠죠.”지원은 비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돌리려 했지만 이런 예나의 무심한 모습이 눈에 익은데…….‘예전에도 어디선가 어떤 사람이 모든 것을 깔보는 것 같은 무심한 표정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이러한 그녀의 표정은 지원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린 후 입술을 쓸며 거들떠보지도 않고 시선을 거두었다.파티장 안, 무대 뒤쪽에는 아주 큰 전자 스크린이 하나 있다. 직원은 전원을 연결한 후 두 장의 설계 계획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장씨그룹의 입찰 계획서와 예성 과학기술 회사의 입찰 계획서, 두 개의 문서가 동시에 화면에 나란히 나타났다.파티장 안의 모든 사람이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바라보았다.다만 너무나도 전문적인 칩 설계였기에 이쪽으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한 글자도 알아볼 수 없었다.하지만 오늘 파티에는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참석했고, 이 프로그래머들은 계획서를 보면서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장 여사의 계획서는 상세하고 완벽하며 가장 표준적인 칩 설계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반면 예나 씨의 디자인은 다소 거칠고 세세한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정말 옐리토스가 왜 장 여사를 두고 예나 씨를 선택했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그리고 장 여사는 완전히 새로운 모듈 구축 공식을 사용하였는데 이런 방식으로 집적 칩을 만들면 향후 관리 운영에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저는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장 여사의 계획서가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은 후 지원의 입가에는 승산을 예측한 듯한 미소가 띠었다.그녀는 예나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더 이상 할 말이 있으세요?”예나는 술잔을 내려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