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도예나가 아이를 낳았을때 아이는 죽어있었어.”도예나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눈물이 앞을 가로막았다.“그날 밤, 도씨 집안에 화재가 일었었어, 우린 도예나가 죽은줄 알았어. 그런데 죽었던 아이가 그날 갑자기 살아난거야……. 친모를 잃은 두 아이가 딱해서 이모인 내가 그들을 데리고 친부한테로 온거야. 이런 내가 뭘 잘못했는데?”“그때 난 세훈이와 세윤이가 언니의 유일한 핏줄인줄 알고 유전자검사보고서를 위조했어.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싶었어. 내가 언니를 대신해 두 아이를 지켜주고 싶었어. 난 두 아이를 생각해서 그렇게 한거야. 나도 아이들을 위해 4년이란 청춘을 바쳤어. 나도 잘못이 있지만 내가 없었다면 아이들은 4년동안 엄마가 없이 자랐어. 아이들한테 화목한 가정을 선물한 내가 무슨 잘못이 있는건데?”도설혜는 얼굴을 가리고 울부짖었다,강현식은 차가운 눈빛으로 도설혜를 바라보았다..자신의 과오를 포장하는 도설혜가 어이없었다.강현석은 이 여자를 어떤 방식으로 대가를 치르게 할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강현석은 도설혜를 잘 알고 있었다.강현석은 도설혜와 도씨 집안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을것이다.도설혜가 지금 할수 있는건 강현석을 진정시키고 성남을 떠나는것이었다.“현석아,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난 두 아이와 널 진심으로 사랑해.”도설혜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어갔다.“도예나는 널 사랑할리가 없어. 도예나가 널 접근하는건 네 곁에서 세윤이와 세훈이를 빼앗아가려는거야, 도예나를 멀리하는게 좋을거야. 도예나는 5년전의 일로 너한테 복수하고 말거야.”강현석은 도설혜의 다리를 밟았다.강현석은 종래로 여자는 때리지 앉지만 도설혜는 예외였다.“현석아, 나한테 녹취파일도 있어. 날 믿어야 할거야.”도설혜는 아픔을 참으며 핸드폰을 집어들었다.어제밤 도예나가 한 말을 녹음해두었었다.“너 강현석 좋아하는거야?”“애들뿐만 아니라면 그 사람이랑 엮일일 없어.”두 사람의 대화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도예나가 애들 때문에 자신의 여자친구가 되여
그의 귓가에서 마음을 사르르 녹이는 목소리가 들려오는듯 했다.그 아이는 다름아닌 자신의 딸이었다.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분노가 가라앉기 시작했다.아깐 너무 충독적이었다. 자칫하면 도설혜를 죽일뻔했다.자신을 손에 피를 묻히면서까지 도설혜를 죽일 필요는 없었다.강현석은 냉소를 지으며 거실에 걸려있는 가족사진을 바라보았다. 사진에는 도진호, 서영옥 그리고 도설혜가 있었다.도예나는 이 집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4년전 그 일을 도진호와 서영옥도 알고 있을까?’강현석은 지금이라도 유치원에 당장 달려가 아이들을 안고 싶었지만 참았다.도씨 집안 사람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하루라도 발 벗고 잠들수가 없었다.별장에서 걸어나온 강현석은 문밖에 몰려있는 하인들을 보며 물었다.“도진호랑 서영옥 어디있는지 알아?”하인 한명이 쭈뼛거리며 말했다.“대표님이랑 사모님 아직 회사에서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차에 올라탄 강현석은 도예나한테 문자 한통을 보냈다.“이따 곧장 집으로 갈게.”강현석은 보좌관한테도 문자 한통을 남기고 도씨 그룹으로 향했다.하늘에는 노을이 빨갛게 져있었다.퇴근시간이라 도씨 그룹 직원들도 회사문을 나서고 있었다.강현석이 회사에 발을 들이는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강현석한테 집중되었다.“헐, 나 잘못 본거 아니지? 저 사람 도씨 그룹 강씨 그룹 대표 강현석이지?”“진짜 너무 잘생겼어, 어떻게 저렇게 생긴 사람이 있을수 있지?”“강현석이 이 시간에 도씨 그룹은 웬 일이지?”“대표님과 얘기할거 있나보지, 강씨 그룹이랑 손 잡으면 우리 도씨 그룹 앞으로 웃을 일만 있을것 같아…….”“…….”강현석은 곧장 제일 윗층으로 향했다.예전에 몇번 와본적이 있었는지라 대표 사무실을 손 쉽게 찾았다.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안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도진호, 너 이 자식, 나 몰래 비서랑 잔거야? 그 년이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어서 자기 체면은 생각도 안 하고 덤비는건데?”이어 물건 깨뜨리는 소리와 여자 울음소리가 들렸다.강현석은
강현석이 나타나자 서영옥과 도진호은 싸움을 멈추었다.도진호는 옷깃을 정리하며 말했다.“현석아, 이 늦은 시간에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거야?”강현석이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한가지 묻고 싶은 일 있어서요.”“현석아, 뭐든지 물어봐.”서영옥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알고 있는거라면 다 알려줄게.”“여직까지 묻지 못했는데 강세윤이랑 강세훈 어느 병원에서 태여난거죠?”강현석이 웃으며 물었다.“도설혜한테 물었더니 까먹었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어……. 그게…….”서영옥의 얼굴이 삽시에 굳었다.서영옥은 눈알을 뒹굴리며 말했다.“4년전 일이라 나도 가물가물해. 현석아,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는거야?”강현석은 도진호를 바라보며 물었다.“도 대표님도 잊으신건가요?”도진호는 강현석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어찌할바를 몰라했다.“그때 설혜한테 진통이 몰려오는 바람에 병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애를 출산했어.”“도설혜가 그러는데 애 출산한 날 출혈이 많았다면서요? 집에서 어떻게 출혈을 막은거죠?”강현석의 물음에 도진호는 말문이 턱 막혔다.강세윤이 말을 잘 듣게 하기 위해 도설혜는 늘 그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4년이 지난 오늘 강현석이 지난 일을 물을줄 몰랐다.“우리 도씨 집안에도 의사가 있어. 그날 밤 다행히도 출혈은 멎었어…….”서영옥이 웃으며 말했다.“현석아, 누가 너한테 이상한 말 한거 아니야? 물 마시고 진정 해.”서영옥은 비서가 건넨 컵을 다시 강현석에게 건넸다.강현석은 컵을 들고 있던 손을 놓았다. 컵이 바닥에 닿으면서 산산쪼각나고 말았다.서영옥과 도진호는 강현석이 의도적으로 던진 질문이라는걸 알고 있었다. 강현석이 컵을 깨는 순간 더 확신이 들었다.도진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현석아, 너 도대체 뭘 묻고싶은건데? 내 사무실에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우리 도씨 그룹이 강씨 그룹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내가 강세윤과 강세훈의 외할아버지고 어른인데 행동이 너무 거만한거 아니니?”“당신은 두 아이의 외할아버지가 맞
‘아이의 일을 털어놓을까? 하지만 이 일이 아니라면…….’사무실은 분위기가 싸했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갔다.아이들을 차에 태운 도예나는 고뇌끝에 강현석 집으로 가기로 했다.강 사모님이 어떤 태도를 취하시든지 도예나는 강세윤과의 약속을 지키기로 마음 먹었다.갑자기 도제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야, 어디 아파?”도예나가 벡미러로 뒷좌석을 보았다. 수아가 한켠에 옹크리고 앉아있었다.“수아야, 엄마한테 말해줘, 수아 어디 아파?”도예나가 물었다.수아는 쿠션을 안고 머리를 저었다.“아니에요.”불안했다.수아가 물었다.“엄마, 아빠는?”어제밤 잠 들기전 아빠가 수아 데리러 온다고 약속했었다.도예나가 웃으며 말했다.“아빠가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먼저 집에 들어가셨어. 집에 도착하면 볼수 있을거야.”수아의 안색은 그제야 밝아진듯 했다.도예나도 싱긋 웃어보였다.요즘 강현석이 곁에 있은 덕에 수아는 자페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아이처럼 보이지 않았다.여전히 말은 하지 않지만 오빠와 엄마를 부르기 시작했고 점점 4살짜리 아이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7시쯤에 강씨 집안 별장앞에 도착했다.양집사가 마중 나오며 말했다.“도 아가씨, 오늘 10분이나 늦으셔서 안 오시는줄 알았어요.”도예나가 아이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좀 늦었네요, 사모님 안에 계세요?”“사모님은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셔서 집에 안 계세요. 아마 10쯤에야 들어오실거에요.”양집사가 웃으며 말했다.“수아 아씨, 양 할아버지가 안아봐도 될까요?”수아가 두 팔 벌려 양집사를 안았다.“수아 동생, 엄마!”강세윤이 별장에서 달아나와 도예나한테 안겼다.강세윤은 울먹거리며 말했다.“저 6시부터 엄마가 오늘 안 올가봐 조마조마했어요.”도예나가 멈칫했다.‘수아가 마음이 갑갑하다고 하지 않았던가?’도예나는 도제훈을 보며 물었다.“제훈아, 넌 어디 아픈곳 없어?”도제훈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비가 오려고 그러는지 가슴이 답답해요.”양집사는 수아를 안으며
훈전과학기술회사에서.밖에는 땅거미가 어둑어둑 져있었다.강세훈은 서류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려왔다.“양 할아버지.”“도련님, 도 아가씨가 수아 아씨와 제훈 도련님 데리고 왔어요. 아가씨가 언제 돌아오시냐고 물으시는데요?”강세훈이 서류를 체크하며 말했다.“10분 있다 갈게요. 저 기다리시지 마시고 먼저들 식사 하세요.”전화를 마친 강세훈은 서류들 중에서 기술분야의 자료들을 골라냈다.이 자료에는 강세훈은 예전에 A-F 프로젝트에서 보았던것과 비슷한 공식을 발견했다. 강세훈은 이 자료를 들고 도예나와 함께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강세훈이 자료를 들고 나오자 오연희가 강세훈 앞에 차를 세웠다.차 문을 열기도 전에 건너편에서 익숙한 모습을 보았다.행인들속에서 더 돗보이는 그 모습은 다름아닌 도설혜였다.“도련님, 도 아가씨 입니다.”오연희가 말했다.강세훈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솔직히 강세훈은 생모라는 이 분을 좋아할수가 없었다.강세훈이 몸을 돌려 물었다.“어머니, 거기서 뭐하세요?”도설혜는 강세훈 쪽으로 걸어왔다.강세훈은 그제야 도설혜 목덜미에 손 자국이 있는것을 보아냈다. 누군가 고의로 목을 조른것이 분명했다.“어머니, 누가 이랬어요?”도설혜는 옷깃으로 상처자국을 가렸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여기로 걸어왔다.아마 도설혜가 제일 믿는 사람이 강세훈이였을지도 모른다.“세훈아, 아버지가 너한테 연락 했었니?”도설혜는 강세훈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강세훈이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도설혜는 차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오연희, 너 내려.”오연희는 강세훈을 바라보았다. 강세훈이 머리를 끄덕이자 오연희가 차에서 내렸다.오연희는 강세훈 옆에 다가서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멀지 않는 곳에 있을테니 지시할 사항 있으시면 부르시면 됩니다.”“이만 퇴근해.”도설혜가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는 강세훈을 끌고 차안으로 들어갔다.강세훈이 차문을 열며 말했다.“저 데리고 어디 가시려고요?
도설혜는 자신의 생모였기에 자신을 해칠리는 없었다.강세훈은 손을 놓고는 뒷좌석에 올라탔다.붉은등임에도 불구하고 차는 도로에서 질주했다.강세훈은 찝찝했다.“어머니, 저한테 뭘 말하시려고 그러는거에요, 일단 차부터 세우고 말씀하세요.”도설혜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그래야만 불안과 공포를 떨쳐낼수 있을것만 같았다.차는 시내를 벗어나 교외로 향했다. 길 옆의 행인들과 차들도 점점 줄어들었다.20분이 지나서야 차는 멈춰섰다.여기에는 페기된 공장들이 있었는데 녹이 쓴 기계들이 가득했다.“내려.”도설혜가 말했다.강세훈을 창밖을 내다보았다. 오싹했다.강세훈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허리를 굽혀 차에서 내렸다.“세훈아, 너 나한테 어머니라 부르는거 날 진짜 사랑해서가 아니라 내가 너의 생모였기 때문에 억지로 부르는거였지?”도설혜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강세훈은 뜸을 들이며 말했다.“어머니 그걸 물어보시려고 절 이곳으로 데려오신거에요?”“만약에……. 만약에 말이야…….”도설혜가 살짝 웃어보이며 말했다.“내가 너의 생모가 아니라고 하면, 이게 다 거짓이라고 하면 그래도 날 어머니라고 부를수 있겠어?”강세훈은 멍해 있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가설이야.”도설혜가 강세훈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내가 너의 생모가 아니라면, 그래도 내가 널 4년동안이나 돌보았으니 그떄가 되어도 날 지금처럼 존중해줄수 있겠니?”그 누구도 갑자기 이런 황당한 질문을 던질수는 없었다.게다가 어머니는 자신을 이런 황량한 곳으로 데려와 이 질문을 하는거라면 이유가 있을것이다.강세훈이 물었다.“어머니는 제가 어떤 대답을 하길 원하시는데요?”“4년동안 내가 널 돌보았어. 어머니가 마땅히 해야 할 일 내가 다 해왔단 말이야.”도설혜는 강세훈의 어꺠를 짓누르며 말했다.“내가 널 낳지는 않았지만 널 돌보았으니 네 마음속엔 내가 너의 생모보다 차지하는 비중이 더 많아야 할거야.”강세훈이 말했다.“어머니 뜻은 어머니가 절 길러주신 분이시라는거에요?”“아니야
“세훈아, 내 말 좀 들어봐…….”도설혜가 강세훈의 팔을 붙잡았다.강세훈이 발버둥치려고 했지만 그는 아직 네살짜리 아이에 불과했다.“내가 너의 생모야, 너의 생모는 나야. 4년동안 내가 너의 둘 형제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내가 너희들을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돌봤는데 왜 난 아무것도 가질수가 없는건데?”도설혜는 미친 사람처럼 굴었다.강세훈이 또박또박 말했다.“당신이 나랑 강세윤의 어머니 노릇을 하긴 하셨죠. 하지만 어머니답게 행동하시긴 하셨나요? 저랑 강세윤이 갓 돌이 되었을때 우리한테 어떻게 대하셨는지 기억하세요? 사람 없는 틈을 타서 저랑 강세윤이 잡종이라고 그러셨잖아요. 그리고 옆에 사람이 있어도 우릴 꼬집군 하셨잖아요……. 1살 된 아이한테 어떻게 그러실수 있어요?”“저랑 세윤이가 크면서 우릴 학대하시진 않으셨지만 늘 다른 사람들한테 우리 둘은 그저 짐만 될뿐이라고 그러셨잖아요. 당신 늘 나한테 세윤이가 당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으셨지만 존중받을 만한 일 하신적 있으세요? 우린 당신이 우릴 낳으신 은혜때문에 늘 어머니라 칭한것 뿐이에요.”도설혜는 멍해있었다.예전에 세윤이와 세훈이를 학대한적이 있긴 했지만 그건 3년전의 일이었다. 두 아이가 그걸 기억하고 있을리는 생각지 못했다.두 아이가 크면서 도설혜는 자신의 행동을 억제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잘 감추어왔다고 생각했지만 두 아이는 진작부터 자신이 그들을 혐오하고 있다는것을 보아내고 있었다.“난 당신이 저랑 세윤이를 왜 그토록 미워하는지 알고 싶었어요. 많은 이유를 생각해봤지만 이 이유는 생각지 못했어요. 당신이 우리 둘 생모가 아니었네요.”강세훈은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도설혜가 인정하지 않았지만 강세훈은 이미 이 사실을 단정지었다.그럼 세윤이랑 자신의 생모는 누구일까?“세훈아, 그런거 아니야…….”도설혜는 머리를 저었다.“나 유전자검사도 했었어, 넌 나의 친 아들이 맞아!”강세훈이 실망한 눈길이었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 여자가 자
도예나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도설혜는 머리가 아파났다.‘설마 도예나가 진실을 말해주려고 걸어논건 아니지…….’강세훈이 진실을 알게 된다면 도설혜는 살 길이 없었다.“핸드폰 내 놔.”강세훈이 차갑게 내뱉었다.도설혜는 핸드폰의 전원을 껐다.도설혜는 막막했다.강씨 집안 별장에서.도예나가 전화를 두통이나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받는 사람은 없었다.“형 아직도 전화 안 받아?”강세윤이 머리를 갸웃거리며 물었다.“그럴리가 없는데.”양집사가 얼굴을 긁적이며 말했다.“도련님 전화를 꺼 놓은적이 없는데, 왜 하필 이때 배터리가 다 나간거지? 집에 도착할때도 되었으니 조금만 기다려보죠.”왜인지 모르게 도예나는 불안했다.저녁을 먹을 기분마저 들지 않았다.도예나는 입을 삐쭉거리며 물었다.“양집사님, 세훈이 비서님 전화번호 있어요? 비서님한테 좀 물어봐주실래요?”양집사는 머리를 끄덕였다. 이내 오연희한테 연락을 했다.“도 아가씨가 도련님 데리고 회사 떠나셨어요, 어디로 가셨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어느 도 아가씨 말하는거죠?”“도설혜 아가씨요. 오늘 아가씨 어딘가 좀 수상했어요. 무슨 일 있으신것 같았어요.”전화건너편 목소리에 도예나는 미간을 찌푸렸다.‘도설혜가 강세훈을 데리고 갔다고? 어디로 간거지? 데려가서 뭐 하려고 그러는거지?’어딘가 모르게 가슴이 답답했다.도예나는 거실에서 안절부절했다. 결국 강현석한테 연락했다.몇분이 지나서야 강현석이 전화를 받았다.“십분후에 갈게.”도예나가 물었다.“세훈이한테 연락해봤어?”도예나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전화 건너편에서 익숙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석아, 우리 천천히 얘기 나누자.”이 익숙한 목소리는 도진호의 목소리였다.‘강현석과 도진호가 왜 같이 있는거지?’이어 서영옥의 목소리도 들려왔다.“설혜가 널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아이들한테도 진심이고.”도예나는 멍해졌다.‘이 남자 유치원에 수아 데리러 가겠다더니 서영옥이랑 도진호 만나러 갔어? 그것도 도설혜의 일 때문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