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 아들을 죽였어!”중년 여성이 갑자기 도예나를 향해 달려들며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이 높이 솟아올라 그녀의 옆얼굴을 향해 매섭게 다가왔다.도예나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담담하게 손을 들어 중년 여성이 휘두르던 손을 잡았고, 백핸드로 눌러버리자 중년 여성은 그녀에게 완전히 제압되었다.“누구시죠?”차가운 말투로 묻는 도예나의 미간에 냉기가 배어 있다. 중년 여성은 두 손목이 눌려 움직이지 못하자 무너져 울기 시작했다.“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내 아들을 죽였어! 내 아들을 부추겨 사람을 치게 하고, 네가 시켰다고 자백할까 봐 내 아들을 암살한 거야! 이 못된 것아, 내 아들 돌려줘! 돌려줘!”중년 여성이 울부짖기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친척한테서 이 교통사고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 가해자가 아이를 치고 도망갔다가 다음날 죽었대.”“사람을 쳤으면 도망가다가 죽어도 싼 거 아니야?”“우리 고모부가 경찰서 사람인데, 누군가 가해자에게 시킨 것 같대. 오래 전부터 계획했다는 거야.”“설마, 설마 도 대표가 시킨 건 아니겠지?”“설마 그렇겠어? 이렇게 예쁜 도 대표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시켜서 교통사고를 낼 수가 있어?”무슨 일인지 몰랐던 도예나는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듣고 그제서야 내막을 알게 되었다. 강세윤의 교통사고에 대해서 그 뒤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단순한 가해자의 도주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일에 이런 음모가 섞여 있었다니…….얼굴이 싸늘해진 그녀가 또박또박 말했다.“왜 제가 당신 아들한테 시켰다고 생각하는 거죠?”“너 말고 또 누가 있어?”중년 여성이 울면서 소리질렀다.“교통사고 전날 네가 내 아들을 찾아왔잖아! 내가 너를 봤어! 한 번 봤지만 이렇게 예쁜 얼굴은 잊을 수 없지. 바로 네가 내 아들을 죽인 거야! 너 말고는 아무도 없어! 내 아들은 죽었지만 나는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너를 죽여서 내 아들의 목숨을 갚을 거야!”중년 여성이 갑자기 소매에서 비수를 꺼내 몸을 돌려
그날 강세윤을 들이받은 차는 오랫동안 계획된 것이다. 경찰과 강씨 집안 사람들이 도시 전체를 수색하여 체포했는데, 결국 가해자의 차가 강으로 돌진해서 시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경찰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단서를 수집하는 중이었다.“착하고 숫기 없는 내 아들이 일부러 사람을 해칠 리가 없어! 모두 그 여자 때문이야, 그 여자가 내 아들에게 돈을 주고 나쁜 짓을 하도록 부추긴 거야! 멀쩡한 아들이 이렇게 없어지다니…….”그러자 경찰이 예리하게 물었다.“도예나 씨가 당신 아들을 찾아갔다고 말했는데, 정확히 언제, 어디였죠?”“저녁 8~9시, 바로 우리 집 앞이었어요. 나는 못 봤고, 이웃 집에서 보고 말해준 거예요.”중년 여성이 입을 가리고 큰 소리로 울자 경찰이 도예나를 바라보며 물었다.“그저께 저녁 8~9시에 뭘 하고 있었죠?”도예나는 웃으며 답했다.“피아니스트 알버트 씨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어요. 조사해 보면 아실 거예요.”알버트를 스승으로 모신 수아는 매일 저녁 8~9시에 영상통화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고, 그녀도 수아와 함께 피아노를 연습하곤 했다.알버트에게 연락해 30분 정도 조사를 한 경찰은 도예나를 무죄로 석방했다. 그러나 중년 여성은 더 조사할 부분이 있어 경찰서에 남아 계속 심문을 받고 있었다.경찰서 입구에서 찬바람이 불어오자 도예나는 머리가 조금 맑아졌다. 만약 중년 여성의 말이 사실이라면, 확실히 예쁘게 생긴 여자가 그 남자를 찾아갔다는 건데…….성남시에서 예쁘고 자신과 닮은 여자라면… 도설혜?설마, 도설혜가 그 남자를 찾아갔었단 말인가?도설혜가 강세윤을 죽이려 한다고? 왜?도예나가 눈썹을 찡그렸다. 도설혜는 강현석에게 시집가려고 하는데 그의 아들에게 잘 보여야 하지 않을까? 무엇 때문에 살해하려고 하는 걸까?계속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차는 이미 도씨 가문 저택 문어귀에 세워졌다.운전석에 앉은 그녀는 고개를 돌려 저택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18년을 살았던 집인데
중얼거리는 어르신의 잔소리를 들으며 도예나는 침묵을 지킬수 밖에 없었다.그녀와 도설혜사이에 사람 목숨 두개가 떵하니 가로놓여 있는한 평생 도설혜와 잘지내기는 만무했다.도예나는 입을 뻐끔거리면서 눈치를 보다가 겨우겨우 말하였다."할머니, 저번에 그 애 있잖아요. 사실 도설혜의..."펑-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였다. 도예나가 말하고 있는 그 찰나 갑자기 2층에서 들려오는 것이였다. 깨진 유리파편들은 날려서 앞마당의 풀밭에 흩뿌려졌다.도예나는 미간을 찌프리면서 채 말하다 말고 놀라서 멈뭇거리였다."뭐... 뭐지?"반면 어르신은 전혀 이상할거 없다는 표정이였다. 이런 일이 하루이틀이 아니라는 듯."설혜 쟤는 매번 짜증이 나면 물건 부수기 일쑤야,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저러는지... 아무튼 걱정할거 없어. 나나야, 너랑 설혜가 뭐 친한 사이도 아니고, 밥은 다음에 먹는걸로 하자꾸나."도예나는 어르신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개를 들어 윗층을 보니 마침 도설혜의 방이 보였다. 이내 눈썹끝을 내리고는 천천히 층계위로 올라갔다.한편 도설혜는 마구 물건을 내 던지면서 맘속의 화를 발설하고 있었다. 바닥으로 던져버린 꽃병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산산조각이 났다."빌어먹을! 이딴 일도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하다니!""그깟 도예나 하나 때문에 내가 이래야 돼?!"도설혜는 실성한듯 마구 욕설을 뿜어내고 있었다. 서영옥은 옆에서 이런 도설혜를 보며 타이르고 있었고."그래도 동영상은 찍었잖아, 그러니 완전히 헛수고는 아니니 그만해...""하지만 그 여자가 이미 경찰서에 넘겨졌다고요. 만일에 하나 내가 도예나를 해치라고 시킨거라 죄다 불어버리면 모든건 끝이에요. 그렇게 되면 결찰조사까지 받게 될게 뻔하고... 끔찍해요!"도설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문이 열리더니 도예나의 모습이 보였다.모녀 둘은 물끄러미 앞에 서있는 도예나를 바라보며 순간 할말을 잃었다.도예나는 다만 팔짱을 낀채 비스듬이 기대여 서있었다. 언제 왔는지 인기척도 느끼지
그리고 음성 메세지도 같이 남겼다."세훈아, 이건 내 친구가 보내온 영상이야. 저 영상속 중년 여자 보이지? 저 여자가 바로 우리 세윤이를 차로 쳤단다. 만약 이세 사실이라면 기필코 도예나의 짓일거야!"마침 세훈은 그날 오후 서재에서 책을 보고 있던 참이였다.우웅-이윽고 휴대폰의 진동소리가 울렸고, 확인해 보니 도예나의 이름부터 눈에 안겨왔다.혹시 강세윤이 유난히 도예나한테 관심을 가져서 일가, 아니면 어머니랑 원한이 있어서 그런 것일가, 어떤 이유였는지 강세훈도 점점 도예나한테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예전 같았으면 도설혜한테서 걸려온 전화거나 보내온 문자는 그냥 무시하기 일쑤였는데 이번은 달랐다.의구심이였는지는 몰라도 그는 메세지를 확인하기로 했다.이내 동영상이 튀여나와 자동적으로 재생되기 시작하는 거였다. 그리고 동영상이 끝나고 다시 바탕화면으로 되돌아가려는데 도설혜의 음성메세지가 도착해 있었다."세훈, 잘들어, 이번일은 저 도예나가 한 것이 틀림없어. 너 이번에 세윤이를 위해서 꼭 나서줘야해!"반면 강세훈은 잠시 입술을 만지작 거리고는 무시하기로 했다.그런데 순간 옆에서 팔이 뻗어져 나오더니 그 손에 잡혀있던 휴대폰을 채가는 것이였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글쎄 어느샌가 아버지 강현석이 와서 지켜보고 있었다.강현석은 다시금 동영상을 돌려보더니 냉소 한번 하였다."내가 소홀했군. 사고를 일으킨 자의 어머니도 조사해 봤어야 했는데.""아버지, 그만하세요."강세훈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뒤돌아 얘기하였다. 그러나 강현석은 아랑곳 하지 않고 담담히 답했다."정당한 이유라도 하나 대봐.""저 어머니란 사람의 눈길을 봐봐요. 어딘가 어수선하고 부자연스럽잖아요. 이게 뭘 뜻하는지 모르겠어요? 허위진술을 하고 있다는 증거에요.""게다가 공교롭게 어머니한테 발견되여 영상으로 찍혔다는것도 수상한 거에요. 도예나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이런 수작질까지 하면서 이러겠냐 이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성남에서 쫓아내려 하는 심보가 눈에 선해요. 그러니 아버지
도설혜의 목소리에 강세훈의 미간은 더욱 구겨졌다."네, 봤어요.""너도 조심해! 도예나 그년이 이제 하다하다 세윤이한테도 손을 대는거 봐서는 다음순서로 너일수도 있는거야. 우리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야.""너도 좀 어째봐, 어서 그년을 성남에서 쫓아내야..."그년이라는 단어에 강세훈은 답답한 감정을 억누르기 어려웠다.대체 어쩌다 일이 이지경까지 되였는지..."어머니, 적당히 하고 넘어가세요.""뭐라고?!"도설혜는 그만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말그대로 그만 하라는 말이에요. 이 영상 누가 봐도 자작극인게 뻔하잖아요. 아버지도 눈치 채셨을 거에요.""만약 아버지한테 티끌이나마 좋은 인상 남기고 싶으면 더이상 손떼요."도설혜는 주먹을 불끈 쥐였다. 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던 거다. 심혈을 쏟아서 계획하였는데 아무렇지 않게 들통나 버렸으니 한켠으로는 화가 났고 다른 한켠으로는 의아했다.어떻게 된거지?이게 말이 되냐고...?!오기가 났는지 도설혜는 막 변명하기 시작했다."세훈아, 이거 자작극 아니야! 이건 내 친구가 나한테 보내온 거라고.""너 어떻게 내가 너를 속일거라고 생각하는거야? 이번일은 나랑 상관이...""좀 그만하라고요!"강세훈은 끝끝내 소리지르고 말았다. 도설혜의 변명을 한마디, 심지어 한글자라도 듣고 싶지 않았다.강세훈의 언성에 횡설수설하던 도설혜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내 울상이 되여 중얼거렸다."어떻게... 너가 나한테 소리지를 수 있어? 난 네 어머니고 넌 내 아들이야, 열달동안 임신하여 너랑 세윤이를 이 세상에 데려온 사람이 나라고. 세윤이도 그렇고 너까지 이 어머니가 귀찮은거니...?"허나 도설혜의 눈물공세에도 강세훈은 미동도 없었다."래일 세윤이 출원한다는데 어떻게 할지나 생각해보세요. 이만 끊겠습니다."그리고 진짜 한마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강세훈은 전화를 뚝 끊어버리는 거였다.도설혜는 뚜뚜뚜 거리는 전화기를 한참동안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들인 강세훈의 매정함이 화들짝 놀란 것이다.그
그는 단 한번도 도예나한테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한적이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미 뱉어버린 말을 도로 회수해가기도 만무하고 되려 밥한끼 대접하지 못하는 옹졸한 사람으로 될가봐 강현석은 울며 겨자먹기로 수긍하는 수 밖에 없었다."괜찮다면... 저희 밥한번 먹읍시다."강현석의 긍정적 답변을 듣자 수아의 눈빛은 생기로 가득찼다. 밤하늘의 별마냥 반짝반짝 빛나며 강현석를 비추고 있었다.도예나는 여직 이해할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게 뭐라고 수아는 저리 좋아하는건지?저번에 강현석한테 "아빠"라고 한마디 한 것이 화근이 된거 같기도 하고, 다만 그뒤로 말을 꽤 아끼는 거 같기는 하더만...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수아가 강현석이랑 많이 친해졌으면 하는 맘이 없지 않아았었다. 그러나 또한 너무 친해져서 온종일 "아빠"라고 부를가봐 꺼져지는 두려움도 병존하는 이상한 맘이였다.진짜 그렇게 된다면 아마 제일 난감할 사람은 다름아닌 도예나 자신이였기 때문이다.문뜩 답을 하지 못하는 도예나를 보더니 혹여나 싫은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에 양집사가 급급히 입을 열었다."도 큰아가씨, 오늘 아침부터 집사가 장을 봐서 뭐 새우니 꽃게니 여러 해산물도 사오고 또한 삼계탕을 끓이려고 닭한마리도 사왔더군요. 요즘 이런 날씨에 삼계탕이 제법이죠. 더우기 아가씨 같은 나이에 여간 몸보신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에요. 그러니 개이치 말고..."그렇게 막 말을 하고 있던 양집사는 멀리서 익숙한 그림자를 힐끗 보았다. 도설혜였다."도 아가씨?!"도설혜한테 아가씨라 칭한거는 이미 몇년동안 지속되온 습관이였다.도 아가씨란 소리에 모두들 고개돌려 저쪽에서 숨어 일행을 훔쳐보던 도설혜한테 시선이 집중되였다. 원래는 몸을 숨겨 더 관찰하려고 했는데 하도 지금 이 상황이 배알이 꼴렸는지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걸 느꼈던 거다.그러다 양집사한테 발견되고 더이상 도망칠 기회도 놓쳐버렸다. 이상 피해 그 자리에서 탈주해버린다면 더 이상한 사람취급을 받을 거고 더 나아가 기피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도설혜는 너무도 화가 난 나머지 할말도 까먹어 버렸다.그녀야 말로 강씨 집안 두 도려님의 생모인거고 또한 미래 강씨 집안의 안주인인거다. 도예나가 무슨 자격으로 지금 강현석 옆에 있는거지?게다가 지금 이 자리를 떠나야할 사람은 도설혜가 아닌 도예나인건데, 막상 그녀가 쫓겨날 상황인거니 울분이 치솟았다."도 아가씨, 지금 작은 도련님이 금방 완쾌하였는데 감정기복이 생기면 않되니 어서 가세요."양집사는 도설혜가 갈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마디 덧보탰다.도설혜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강현석을 바라보았으나 후자는 애초부터 도설혜한테 관심이 없었다. 도설혜는 마침내 깨달았다. 여기에 계속 남아 있어봤자 불쌍해지는건 그녀밖에 없다는걸.이내 도설혜는 더이상의 미련을 버리고 뒤돌아 병실을 나갔다. 양집사는 그런 도설혜의 뒤를 따라 같이 나섰고.도예나는 다만 무덤덤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뒤따라 나가는 양집사의 뒤모습을 보노라니 생각이 많아졌다. ‘양집사가 도설혜한테 벌써부터 주인 대접을 하네...’하지만 더이상 부질없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도예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을 끄기로 하고 다만 앞에 있는 강세윤을 번쩍 들어올려 부드럽게 말했다."세윤아, 너 보러 여까지 왔는데 그렇게 하면 않되는거야, 알겠지?"도설혜가 나가자 강세윤은 다시금 고분고분한 고양이마냥 얌전해졌다. 그는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왜요? 어디가 틀렸어요?""누구든 무례하게 대해서는 않돼."도예나는 강세윤의 머리를 친근하게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예의를 가춰야 하는 법이야. 싫다면 그냥 무시해버려, 너는 강씨 집안의 도련님이야, 도련님은 도련님만의 예의가 있어야 하는법!""네, 알겠어요~"강세윤은 코를 슬슬 만지면서 고개를 숙였다.사실 강세윤은 종래로 누구한테 나가라느니 이렇게 무례하게 대한적이 없었다. 하지만 도설혜를 보면 왠지모르게 꼴사납게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그래, 어쩌면 이모 말마따나 싫다면 그냥 못본척하면 그만이지
도제훈은 두리번거리더니 강현석한테 물었다."아저씨, 세훈이형은 어디에 있어요?""세훈? 지금 회사에 있을거야, 금방 돌아올걸."도제훈은 알겠다는듯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리고 책궤앞으로 걸어가더니 어느새 책 한권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주방에는 이미 도우미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식사준비에 분주했다. 도예나는 주방을 힐끔 쳐다보고는 좀 있다 강세윤이 먹고싶다던 면을 해주기로 했다.그녀는 아무생각도 없이 소파에 털썩 앉았는데 면바로 강현석과 맞대하여 앉아버렸다.세윤이와 수아는 윗층에서 서로 놀고 있고 제훈이는 책을 열독하고 있고... 이렇게 되니 둘만 "한가하게" 객실에 남아있게 되였다.도예나는 순간 난감함을 느꼈다. 모든이가 바쁘게 돌아치고 있는 와중 둘만 "왕따"당한 기분이랄가, 그것도 강현석이랑 말이다.그녀는 멀찍이 객실의 구석쪽에 피아노 한대가 놓여있는걸 발견했다. 문뜩 뭘 해야하는지 깨달은듯한 미소를 보이며 도예나가 묻는다."강현석씨, 저 피아노 말이에요, 연주 가능할가요?""네, 편한대로 하세요."도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피아노를 향해 걸어갔다.여린 손이 건반에 닿자 잊고 있던 기억들이 익숙한듯한 음악소리를 동반하여 흘러나왔다. 이 피아노... 왠지 어디선가 본 기억이?미심쩍은 생각에 도예나는 세세히 피아노를 관찰하였다. 그러다 금석으로 조각된 브랜드 로고를 발견하고 그제서야 이 피아노가 그때 도설혜가 세배의 가격에 사가버린 그 피아노란 사실을 새삼스레 알게되였다.글쎄 강씨 집에 놓여있을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왠지 모르게 맘속에서는 은은하게 불쾌한 정서가 감돌고있었다.도예나는 피아노를 치다말고 다시금 소파에 앉았다. 저 피아노를 연주하느니 그냥 강현석과 멀뚱히 마주보고 있는데 훨씬 속이 편했다."왜 피아노를 피다 말아요?"강현석은 의아하다는듯 그녀를 보며 물어보았다."그냥요. 갑자기 연주하기 싫네요."그리고 옆에 아무렇지 않게 널려있던 잡지 한권을 잡고 어떠한 대화도 거부하겠다는 기색으로 잡지를 보기 시작했다.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