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알아요?”세윤이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표정으로는 위험한 신고를 보내고 있었다.안택이 바로 허리를 꼿꼿이 펴고 바른 자세로 고개를 끄덕였다.“둘째 도련님 안녕하세요.”“날 안다면 우리 저쪽으로 가서 따로 얘기하는 게 어때요?”질문이긴 했으나 세윤은 이미 안택을 끌고 옆쪽의 개인 휴게실로 이동하고 있었다.“택아!”수아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름을 불렀다.그러자 안택이 걸음을 멈춰서고 고개를 돌려 수아를 안정시키고 다시 세윤의 뒤를 따랐다.“큰일이라도 나는 거 아니에요?”나이란이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조금 있다가 누가 두발로 나오고 누가 실려 나오는지 맞혀볼까요?”[나는 세윤 오빠가 이길 것 같아. 그래도 전에 운동했던 사람이잖아.]강연이 신이 나서 타자를 했다.[안택의 얇은 몸집을 봐봐. 지금까지 음악만 하던 사람이니까 오빠한테 크게... 당하지 않을까?]“그럼 우리 내기해요!”나이란이 흥분에 겨워 말했다.“내기는 안택 씨가 얼마나 버틸지에 대한 거예요.”“그럴 필요 없어.”강연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안택이 이길 거야.”“네?”강연과 나이란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나이란이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너희들은 잘 모르겠지만 안택은 최연소 태권도 검은띠 6단을 따낸 고수야. 그러니까 우리 오빠가 아주 된 통을 당할 거라는 말이지.”“뭐... 뭐라고요?”강연과 나이란이 입을 딱 벌렸다.보기에는 얌전히 피아노만 연주했을 귀공자 스타일의 안택에게 숨겨진 힘이 있었다니.세윤뿐만 아니라 그들도 감히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었다.[세윤 오빠가 무사하길.]강연히 조용히 문자로 기도했다.“너희들은 먼저 돌아가 있어. 안택이 사람을 시켜 세윤 오빠를 데리고 올 거야.”수아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안택은 책임감이 넘치는 아이라 오빠를 내버려두지는 않을거야.”“...”두 사람은 다시 한번 손을 모아 세윤을 위해 기도했다.안택의 경호원이 수아 무리를 먼저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눈앞으로 펼쳐진 호화
“수아 아가,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니?”“혹시 우리가 준비한 게 부족한 거야?”안택의 어머니가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고, 할머니와 아버지도 자애로운 얼굴로 걱정을 담아 바라보았다. 행여나 자신들이 수아를 곤란하게 했을까 걱정하는 것 같았다.“아니에요. 여기 너무 좋아요! 준비해 주신 것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수아가 황급히 대답했다.“제 동생이 아직 어려서 시끄럽게 굴면 방해가 될까 봐 그래요.”“그게 무슨 소리냐. 우린 북적이는 걸 아주 좋아한단다. 손님이 오면 반가워서 얼마나 기쁜데!”안택의 할머니가 말했다.안택의 아버지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밖에서 지내고 싶다면 그래도 해도 괜찮단다. 너희들만 좋으면 되지.”안택의 어머니가 말을 보탰다.“너희들이 원한다면 호텔 주소만 알려다오. 그러면 우리 쪽 셰프를 붙여줄게.”그 말을 듣고 나니 강연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과하게 열정적인 가족이었지만, 수아와 자신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주는 게 느껴졌다. 오히려 가장 부드러운 태도로 걱정과 관심을 보였으며 불필요한 부담을 줄여 주려는 게 보였다.수아가 강연의 의견을 묻자, 강연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수아는 그제야 안택 가족의 마음을 받아들였다.이어 아주 화기애애한 식사 자리가 마련되었다.안택이 돌아왔을 때 에는 수아와 나이란이 이미 가족들과 친해져 편하게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수아는 얌전히 옆자리에 앉아 행복한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았다.안택은 조금 의아했으나 바로 숨길 수 없는 기쁨이 찾아왔다.미소를 지은 채로 앞으로 다가가자, 도우미가 바로 수아의 옆으로 자리를 세팅해 주었다.“벌써 돌아온 거야? 오빠는?”수아가 이미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물었다.안택은 코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피곤하시다며 호텔에서 쉬고 싶다고 하셔서 함께 오지는 않았어요.”‘피곤해?’강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앞으로 다가갔다.“피곤한 걸까요? 아니면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 걸까요?”나이란이 앞으로 다가가 쫑알쫑알 물
‘언제쯤 나와 선배를 이어준다는 거야? 정말 초조해.’안택 가족과 즐거운 식사 시간을 끝내고 강연은 세윤이 예약해 둔 호텔로 돌아왔다.방안으로 돌아간 강연이 가장 먼저 한 건 전서안과의 영상 통화였다.핸드폰 너머로 초췌해진 소년의 모습이 보이고 강연은 마음이 아파졌다.[자기야 많이 아픈 거야?]강연은 미리 준비해 둔 보드를 꺼내 그 위로 적어서 보였다.강연의 행동에 서안의 얼굴이 조금 굳어지더니 안타까워하는 게 느껴졌다.애써 입꼬리를 올린 서안이 대답했다.“아니야. 난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그리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난 하루빨리 여기 일을 정리하고 널 만나러 가고 싶어.”[정말 조심해야 해요. 전정해라는 사람은 교활하고 계략도 많으니 오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지 마요. 우리 두 가문이 손잡고 함께 잡아요.]강연이 빠르게 글씨를 써 내려갔으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탓에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서안은 얌전히 글씨를 써 내려가는 강연을 지켜보았고 얼굴에는 걷잡을 수 없는 그리움과 죄책감이 담겼다.‘내가 없었다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강연이 고개를 다시 들어 보드를 보이자, 서안은 바로 표정을 지웠다.온통 자신을 걱정하는 말에 서안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알겠어.”강연은 또 보충 촬영이 떠올랐고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글을 써 내려갔다.[참! 나 금방 다시 돌아갈지도 몰라요. 그러면 몰래 만나러 갈게요.]“백연주 배역의 보충 촬영을 말하는 거지?”‘응? 어떻게 알았지?’강연은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서안은 그 얼굴에서 강연의 마음을 읽었다.서안의 웃음이 잔잔하게 이어졌다.“대충 눈치챘어. 책임감 넘치는 네가 ‘백연주’랑 ‘이후안’을 이렇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걸.”“이후안”은 서안의 배역 이름이었다.그러니 이 문장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었다.이에 볼이 붉어진 강연이 눈꼬리를 예쁘게 접으며 글을 써 내려갔다.“당연하죠! 난 우리 후안이랑 영원히
그날 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수아는 연주회 준비로 여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고, 1초 만에 빠르게 매진된 티켓을 보며 강연은 감탄과 부러움을 자아냈다.‘나도 언젠간 언니처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부러워?”나이란이 바로 강연의 마음을 눈치채고 물었다.“연예계 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더 많은 신기한 장면을 목격하게 될 거야.”강연이 눈꼬리를 예쁘게 접더니 보드에 이런 글을 적었다.[전서안 콘서트보다 더 신기한 장면도 있어?]‘참, 강연은 서안이 골수팬이었지?’비록 서안이 현재는 실력파 배우의 길을 걸고 있었으나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었고 콘서트를 개최했을 때의 파급력은 말로 할 수 없었다.거의 연예계의 전설로 불렸다.이에 나이란은 바로 얼굴이 굳었다.“그렇네. 내가 전서안 씨 휘황찬란한 성적을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어. 이걸로 널 유혹하기에는 부족하네.”[에이 걱정하지 마. 난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연예계로 돌아갈 테니까.]강연이 대답했다.지금 이곳에서 편히 휴양할 수 있었던 건 촬영팀에 병가를 냈기 때문이었고, 배역이 여주인공, 남주인공에 비해 적은 편이었으므로 촬영이 조금 지체된다고 해서 큰 탈이 없기 때문이었다.목만 낫는다면 바로 꿈을 좇으러 떠날 것이다.현재의 강연은 마음도 편하고 약물의 도움을 받아 목소리가 조금 돌아오고 있었다.아침을 먹고 강연은 수아를 찾아갔고, 나이란은 몰래 세윤의 방을 찾아가 또 한 번 무자비한 비웃음 공격을 날렸다.강연은 먼 곳에서부터 세윤의 포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너 당장 입 닥쳐! 난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사람이라고!”그 포효에 나이란의 비웃음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강연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아 두 팔을 살살 어루만졌다.‘불쌍한 우리 세윤 오빠. 인생은 기니까 누군가는 오빠를 제압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강연은 미래의 세윤을 위해 기도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그리고 곧장 수아의 일터로 향했다.수아와 안택의 관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봐봐. 여기 온 사람들 다 커플이지? 부럽지?’강연의 마음을 알 리가 없는 수아는 몰래 인상을 찌푸렸다.‘우리 송이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걸까?’오빠들이 강연의 치료와 정서를 생각해 당분간만 이곳에서 머물겠다는 강연의 요청을 딱 잘라 거절하지는 않았으나, 강연은 한술 더 떠서 행동했다.그러나 수아는 별말 없이 강연이 이끄는 대로 좌석에 착석했다.품 안으로 거대 사이즈의 팝콘이 들어오고 수아는 자신의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였다.영화 내용은 어느 남녀가 친구가 된 과정과 연인이 되기까지 겪은 일들, 그리고 결혼에 골인한 내용을 담았다.전체적인 스토리가 아주 현실적이라 공감이 많이 되었다.수아 역시 감동이 되긴 했으나 강연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우리 송이랑 전서안이 친구 사이는 아니지 않았나?’이어 새로운 영화가 시작되었고 둘은 다른 상영관으로 자리를 옮겼다.스토리는 앞서 영화와 비슷했는데 사랑 없이 죽고 못 사는 영화를 보고 나니 사랑에 대한 환상이 절로 생겼다.강연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수아에게 감상을 물었고 수아는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말했다.“둘째 오빠를 제외하고 너한테 어릴 때부터 함께 큰 친구가 있나 생각해봤는데 없는 것 같아.”[언니, 나한테만 집중하지 말고 언니 스스로를 생각해 봐요.]강연은 빠르게 타자를 해 수아에게 건넸다.그러나 수아는 여전히 의문이 가득해 보였다.“네가 어릴 때부터 내가 옆에 있긴 했으나 우린 자매고 결혼할 수는 없잖아.”강연은 할 말이 없어 뒤통수를 잡았다.강연은 점점 안택의 기분이 어땠을지 이해가 되었다. 이 몇 년 동안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연은 어쩔 수 없이 수아와 함께 세 번째 영화를 보러 갔다.이번 스토리는 우여곡절이 담긴 사랑 이야기였는데 한 번의 차 사고에 두 사람은 하마터면 생사가 갈라질 뻔했다.남자 주인공의 병실에서 여자 주인공은 고통에 잠겨 엉엉 울었고, 그동안 티격태격하느라 다정하게 대하지 못한 것에 후회했다.다행히 결말은 해피 엔딩이었다. 남자 주
달려온 안택이 바로 수아를 품에 넣었고,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똑바로 설 수 있겠어요?”안택의 질문에 수아가 시도했지만, 발목 쪽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수아는 인상을 찌푸렸다.안택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이어 안택은 수아를 가로로 안아 들고 곧장 출구로 걸어갔다.수아는 반사적으로 안택의 목을 끌어안았다.가까워진 거리에서 안택의 매끈한 턱선과 섹시한 목젖이 훤히 드러났다.아직 어린 줄 알았던 후배는 애티나는 소년에서 어느새 건장한 성인 남자로 성장했다.얼굴이 붉어진 수아는 쿵쿵대는 안택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본인 역시 심장이 콩닥거렸다.낯선 감정이 천천히 수아를 삼켰다.한참 품에 안겨있던 수아는 불현듯 동생 강연과 함께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조급해하며 수아가 말했다.“안택, 우리 송이는...”안택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고, 인파 속에 몸을 숨긴 강연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게 보였다.고개를 돌린 두 사람을 향해 강연은 눈을 깜빡이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손을 휘휘 젓는 모습이 먼저 가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안택의 굳은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강연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넨 안택은 수아를 달래며 계속해서 밖으로 걸었다.“괜찮을 거예요. 사람을 시켜 데리러 가라고 할게요. 우린 일단 병원으로 가요.”“그럴 필요는 없어...”수아는 조금 쑥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품에 묻었다.“그냥 헛딛었을 뿐이야. 돌아가서 약 바르면 돼.”“안 돼요.”안택이 바로 거절하자 수아는 깜짝 놀란 눈치였다. 그러자 안택은 조바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선배, 제가 걱정되어서 그래요.”왠지 이 장면, 방금 본 영화에서 나온 장면 같았다.여자 주인공이 다치자 남자 주인공이 똑같은 얼굴과 말투로 이렇게 말했었다.“일단 병원으로 가요. 안 그러면 내가 너무 불안해서 안 돼요.”수아는 영화 속으로 들어간 기분에 심장이 짜릿해졌다.그래서 수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강연이 인파를 뚫고 영화관을 벗어났을 때 안택과 수아는 이
[알겠어요.]강연은 얌전히 답장하다가 물었다.[전정해 쪽 일은 어떻게 진행됐어요?][걱정하지 마.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강연은 더는 자세히 묻지 않았다. 전서안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호텔에 도착했다.강연은 핸드폰을 내려두고 샤워 후 잠에 들었으나 서안은 밤새 뜬눈으로 지새웠다.서안 쪽 시간은 새벽 5시였다.그러나 전씨 저택은 불빛이 환했다.전체 전씨 가문 친척 일가들이 모두 이곳에 모였다.가장 중간 자리의 전서훈은 검은색 재킷을 걸치고 차가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오늘 이 자리로 여러분을 모이라고 한 건 중요한 할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대체 누가 전정해를 돕고 있었던 겁니까?”“어떤 형태의 도움을 줬든, 아니면 단지 연락을 했던 것도...”“지금 당장 사실대로 밝히면 잘못을 묻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조사를 거쳐 드러나게 된다면...”서훈의 얼굴에 냉기가 돌았다.“그 사람의 모든 걸 파괴할 겁니다.”현장 모든 사람이 식은땀을 흘렸다.비록 나이로는 서훈보다 한참 위였지만, 서훈이 전씨 가문 가주로 된 이후 권력은 모두 서훈에게로 돌아갔다.전임 가주 전정민과 전정해처럼, 세력을 둘로 갈라 분열시키려는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서훈과 서안은 늘 같은 편에 섰었다. 심지어 서안은 서훈보다 더 상대하기 어려웠다.서훈은 가주로서 자제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면, 서안은 정신을 놓았다고 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다.다행히 지금 이 자리에 서안이 함께 하지는 않았다.그들은 서훈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웠다.분위기는 점점 긴장해지고, 사람들은 땀으로 등을 적셨다. 서훈의 질문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직계 가족들은 방계 가족이 눈에 거슬린 지 이미 오래되었었다.또한 솔직하게 인정한다고 해서 서훈이 책임을 정말 묻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서훈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아직 서안이라는 산이 남아 있지 않는가?서안 그 미친 녀석이 과연 어떤 일을 벌일지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었다.모두 걱정이 가
“저 녀석이! 저 미친 녀석이 여길!”“전서안이 대체 왜 여길 온 거야? 손에 뭘 질질 끌고 있는 거지?”사람들은 그제야 서안의 손에 끌려온 건 다름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정확히 말한다면 거의 죽어가는 사람.“전... 전사안! 지금 뭐 하려는 거야? 이 사람은 또 누구고?”서안이 냉소를 터뜨리며 손에 쥔 머리채를 휙 끌어 사람들 앞에 내던졌다. 그 사람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바닥을 뒹굴다가 얼굴이 드러났다.“전재석이잖아!”전재석은 전씨 가문 방계의 후손으로 실력이 좋은 사람이었다.적계 가족은 수가 적고, 가주인 전서훈은 나이가 서른이 되도록 자식이 없었다.그러다 보니 방계 후손들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전재석은 계속해서 간을 보며 가끔 서안을 도발했고 서안은 크게 한 번씩 되갚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사적인 원한이 존재했다.하지만 결국에는 가족 성원이었으므로 사적인 원한으로 이렇게 사람을 죽도록 팰 수는 없었다.나이가 지긋한 친척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서안에게 물었다.“감히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아무리 그래도 전재석은 전씨 가문의 후손이거늘 아무 이유 없이 이렇게 사람을 만들면 어떻게 하는가!”“가주님, 이번에도 전서안 저 미친 녀석을 감싼다면 우리 전체 전씨 가문 사람들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분노를 터뜨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침묵으로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다.서훈과 서안 형제가 이 기회를 통해 전정해와 연관이 있는 사람을 끌어내려는 수단으로 보였다.두 사람 모두 천부적인 두뇌를 가졌으니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방계 가족에게 원한을 살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렇다면 전재석에게 반드시 문제가 있음을 예기했다.일부분 사람들은 침묵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계속해서 언성을 높이고 잘잘못을 갈랐다.그들의 질타에 서훈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가장 사납게 덤벼드는 몇몇 사람을 묵묵히 기억했다.“아무런 이유가 없다고요?”서훈이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