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녀석이! 저 미친 녀석이 여길!”“전서안이 대체 왜 여길 온 거야? 손에 뭘 질질 끌고 있는 거지?”사람들은 그제야 서안의 손에 끌려온 건 다름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정확히 말한다면 거의 죽어가는 사람.“전... 전사안! 지금 뭐 하려는 거야? 이 사람은 또 누구고?”서안이 냉소를 터뜨리며 손에 쥔 머리채를 휙 끌어 사람들 앞에 내던졌다. 그 사람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바닥을 뒹굴다가 얼굴이 드러났다.“전재석이잖아!”전재석은 전씨 가문 방계의 후손으로 실력이 좋은 사람이었다.적계 가족은 수가 적고, 가주인 전서훈은 나이가 서른이 되도록 자식이 없었다.그러다 보니 방계 후손들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전재석은 계속해서 간을 보며 가끔 서안을 도발했고 서안은 크게 한 번씩 되갚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사적인 원한이 존재했다.하지만 결국에는 가족 성원이었으므로 사적인 원한으로 이렇게 사람을 죽도록 팰 수는 없었다.나이가 지긋한 친척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서안에게 물었다.“감히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아무리 그래도 전재석은 전씨 가문의 후손이거늘 아무 이유 없이 이렇게 사람을 만들면 어떻게 하는가!”“가주님, 이번에도 전서안 저 미친 녀석을 감싼다면 우리 전체 전씨 가문 사람들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분노를 터뜨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침묵으로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다.서훈과 서안 형제가 이 기회를 통해 전정해와 연관이 있는 사람을 끌어내려는 수단으로 보였다.두 사람 모두 천부적인 두뇌를 가졌으니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방계 가족에게 원한을 살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렇다면 전재석에게 반드시 문제가 있음을 예기했다.일부분 사람들은 침묵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계속해서 언성을 높이고 잘잘못을 갈랐다.그들의 질타에 서훈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가장 사납게 덤벼드는 몇몇 사람을 묵묵히 기억했다.“아무런 이유가 없다고요?”서훈이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입을 열었다.
“전재석은 전씨 가문을 흠집 내고 더럽혔습니다!”사람들은 증거를 손에 펼치며 경악을 숨기지 못했고 볼수록 섬뜩해짐을 느꼈다.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던 전재석이 사적으로는 이렇게 추잡하고 위법 행위를 벌였다니.하지만 더 놀랐던 건 전서안의 수법이었다.이런 비밀은 깊숙이 숨겨져 있고 절대 쉽게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하지만 서안은 손쉽게 모든 일을 탈탈 털어냈다.심지어 전씨 가문의 힘을 빌리지도 않았다. 혼자의 힘으로 아무런 내색 없이 방계 후손이자 유력한 경쟁자를 무참히 무너뜨렸다.정말 대단하다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어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이제 아무도 감히 면전에 서안을 미친 녀석이라고 질타하지 못했다.대체 어느 미친 녀석이 아무 말도 없이 사람의 비밀을 까밝히고 모든 증거를 찾아 입증할 수 있겠는가?퇴로 하나 남기지 않은 서안의 수법에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서훈도 서안이 왜 전재석을 끌고 나왔는지 그 뜻을 알아차렸다.살계경후. 한 사람을 벌하여 본보기로 삼는다.이 자리의 가문 어르신들은 보기에는 다 점잖아 보여도 사적으로는 입에 담지 못할 일들을 많이도 했었다.감히 몰래 전정해와 연락을 주고받더니.서훈은 사람들이 먼저 솔직하게 고백하고 차차 잘못을 묻자고 했으나, 일단 전정해의 모든 지원을 끊어 고립되게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현재 서안의 행동에 계획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전재석을 끌고 가 가법대로 처리하세요.”서훈이 차갑게 지시했다.전씨 가문의 집행 인원은 한참 전부터 대기를 하고 있었다.명령을 받은 집행 인원은 바로 전재석을 밖으로 끌었다.위기의 상황에서 전재석은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뜬 여기가 어디고, 무슨 상황인지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전재석이 겁에 질려 애걸복걸했으나 서훈과 서안은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집행 인원은 문밖 멀지 않은 곳에서 처형을 했다.끊임없이 들려오는 비명은 모든 이의 귀에 생생하게 울렸다.가문 사람들의 하얗게 질린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짙은 어둠이 서서히 가시고 날이 서서히 밝아졌다.시간은 천천히 흘렀다.모든 사람의 자백을 받고 나니 어느새 날은 밝았다.가문 사람들이 저택을 떠나며 멀지 않은 곳의 선명한 핏자국에 질겁했다.그러나 전서안이 자기 목을 겨누지 않은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어젯밤 처형을 당한 사람이 자신이거나, 제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다행히 그들은 잘못을 되돌릴 기회가 주어졌다. 자신의 사리사욕과 반역에 가족들이 다칠 일은 막을 수 있었다.모든 사람이 저택을 떠나고 전씨 저택은 텅텅 비워졌다.부하들이 정리해 낸 기록을 확인한 전서훈의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이것들이 감히 우리 몰래 이딴 짓이나 벌이고 있었다니!”서안도 빠르게 자료를 훑었다. 잔뜩 찌푸린 인상이 드디어 조금 풀어졌다.“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를 건 없네. 우리가 모든 증거를 찾는 것보다는 그래도 당사자의 자백을 받아내는 게 사건을 더 전면적으로 알 수 있으니.”이게 바로 오늘 자리를 만든 이유였다.전정해는 전씨 가문에 뿌리를 깊게 박고 있었고, 그동안 전씨 가문 사람들과 많은 거래를 해오며 이득을 취했다.하지만 전정해는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도 절대 제 실력과 행적을 밝히지 않았다.그렇다면 전정해와 연락을 주고받았던 사람들의 자백을 통해 전정해의 행방을 추적해야 했다.서안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하루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프랑스로 가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었다.한참 동안의 분석 끝에 둘은 전쟁해가 몸을 숨길 장소를 몇 곳으로 추려냈다. 그리고 사람을 시켜 빠르게 조사를 시작했다.몇몇 지점 중 강씨 가문 구역에 속한 곳은 바로 세훈에게 전송했다.세훈은 알겠다고 깔끔하게 대답했고, 필요 없는 말은 하나도 붙이지 않았다.이에 서훈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서안아 처남들을 아직도 설득하지 못한 거야?”그 말에 서안은 바로 인상을 쓰고 짜증을 드러냈다.“아직도 노력 중이에요.”이런 서안의 모습에 서훈은
도우미들은 일찌감치 당부받고 절대 전서안을 방해하지 않았다.전서훈은 서안의 방문 앞을 여러 번 서성거렸으나 절대 문을 열지 않았다.방안에서 이따금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서안이 급한 일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먹지도 쉬지도 않다니...’서훈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인상을 찌푸렸다.‘계속 이러다가는 몸이 견딜 수 있겠어?’서훈이 참지 못하고 문을 열려는데 방안의 키보드 소리가 뚝 멈춰 섰다.어리둥절해하던 서훈이 바로 기쁜 표정으로 얌전히 방문 앞에서 서안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그리고 예상대로 서안의 방문이 열리고 피곤함에 찌든 서안이 걸어 나왔다.서훈을 보고 조금 놀란 서안이 물었다.“형? 형이 왜 여기 있어요?”“네가 죽지는 않았을지 걱정돼서 지키고 있었다, 왜!”서훈은 화를 쏟아내며 손목 시계를 척 보이며 말했다.“네가 직접 봐봐. 지금이 대체 몇 시야? 너 거의 8시간 동안 방안에 콕 박혀있었다고!”“8시간?”서안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더니 헛웃음을 지었다.“역시 해커의 제왕다워.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니까.”“해커 제왕이라니? 혹시 강제훈을 말하는 거야?”서훈은 얻어낸 정보로 빠르게 추리했다.“혹시 강제훈이랑 경기한 거야?”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먼저 내기를 신청했고 내가 이기면 나와 강연의 교제를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어요.”“결과는?”서안의 얼굴에는 기대와 긴장이 담겼다.제훈의 간섭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서안이 제훈을 이긴다면 서안의 명성이 한층 더 높아지는 게 더 중요했다.그렇다면 잘난척하는 세훈도 코가 납작해질 것이다.제 동생이 세훈의 동생보다 더 대단하니!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서훈이 다그쳤다.‘잘난 동생 하나 열 동생 부럽지 않다고!’서훈의 뜨거운 시선에 서안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맞춰보던가.”“...”서안은 결과를 알려주는 대신 바로 계단을 내려가며 외쳤다.“이모, 먹을 것 있어요? 배고파요.”“네! 있어요. 챙겨두고 있었어요!”
제훈과 서안의 대결 승부는 아무도 몰랐다.장장 8시간이 넘도록 대결을 펼쳤음에도 두 사람은 표정 변화도 없었다.하지만 제훈은 서안과 강연의 관계에 가입하지 않기로 다짐했다.이번 대결은 해커 대결 역사상 가장 신비로운 수수께끼로 남겨졌다.세월이 많이 흐르고 제훈의 아들이 이 길을 계속해서 걸게 되고, 4살이던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존경을 담은 표정으로 제훈에게 물었다.“아빠는 대결에서 져본 적 있어요?”“져본 적 있어.”제훈이 한참 침묵하다가 대답했다.“무승부였지만 나보다 어린 나이의 상대였으니 내가 졌다고 할 수 있지.”“누구데요?”제훈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 말을 아꼈다.송예은이 몰래 다가와 그 사람이 왜 서안이라고 알려주지 않냐고 묻자 제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조금 굳은 얼굴로 말했다.“우리 아들이 서안이 뒤꽁무니만 쫓아다닌 것도 넘쳐서, 아버지가 대결에서 졌다고 하면 아버지의 위신은 어떻게 되겠어?”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제훈의 모습은 어딘가 귀여워 보였다.예은은 아직도 아이처럼 구는 제훈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첫 만남에서 얼음처럼 차갑던 남자가 이런 모습을 여태껏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지금 후회하기는 너무 늦어버렸다.이번 생은 저기 부자와 끈질기게 엮여 버렸다.하지만 이건 먼 훗날의 이야기이고, 다시 현재.프랑스의 강연은 제훈을 이미 접수했다는 서안의 연락을 전해 받았다.너무 기쁘기도 놀랍기도 한 강연은 옆의 수아와 세윤을 바라보았다.어젯밤 나이란이 세윤을 찾아간 뒤로 두 사람 사이 미묘한 기운이 감돌았다.늘 털털하던 나이란이 갑자기 몰래 몸을 숨기지 않나 세윤과 시선을 마주하기 부끄러워했다.평소 건들건들하던 세윤도 갑자기 한껏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식사 자리에서 몰래 나이란을 훔쳐보기도 했는데, 시선이 오래 가지 못하고 자꾸 힐끔힐끔 훔쳐보았다.강연과 수아는 서로를 바라보며 새로운 가십을 발견한 듯 웃어 보였다.세윤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일을 보러 밖으로 향하자,
“내가...”세윤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실수로 첫키스를 가져갔다면 어떻게 할 거야?”“???”“...”“실수?”강연이 물었다.“실수로 닿아버린 거야?”“그게... 처음에는 실수였는데... 점점 좋아져서 키스로 되어버렸어.”세윤이 풀이 죽은 채로 말했다.그러자 강연과 수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강연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오빠, 나이란은 정말 순진하고 귀여운 아이예요. 오빠처럼 사랑에 헤픈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그 아이한테 그럴 수 있어요? 지금 나이란 갖고 장난하는 거예요?”“그런 거 아니야!”세윤이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사실 실수가 아니었어. 그냥 너무 설레서... 그랬던거야. 나이란도 거절하지 않아서 이어진 거고. 비록 뺨을 한 대 맞고 나이란은 도망쳤지만... 나도 많이 후회하고 있어!”“오빠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강연이 발을 동동 굴렀다.“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키스가 웬 말이냐고요!”“누가 좋아하지 않는대?”세윤이 마음이 급해서 빠르게 대답했다.“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눈앞에 이렇게 오래 두고 있었겠어? 내가?”그 말에 강연과 수아는 입을 다물었다.소름이 오소소 돋은 두 사람이 세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그래서 오빠.”수아가 물었다.“나이란 씨를 좋아하는 거야?”“그게...”세윤이 조금 뜸을 들이다가 좌절한 듯 고개를 푹 떨구었다.“내 마음이 뭐가 중요해. 나이란은 날 친구처럼 생각하는 걸.”여자는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절대 털털하게 굴지 않았다. 진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걸음걸이부터 바뀌는 게 여자였다.“나이란 씨가 여태껏 자기 마음을 몰랐다면?”수아가 물었다.며칠 동안 나이란을 지켜본 결과 세윤에게 관심이 없다면 절대 이런 이상 증세가 나타날 리가 없었다.아마도 키스 한 번에 이성에 눈을 뜨고 놀라서 도망을 치는 것 같았다.“정말?”세윤이 아직도 풀이 죽어 낮은 소리로 되물었다.“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요?”강연이
며칠 뒤, 세훈은 약속대로 강연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그 시절, 우리는” 촬영장도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다.여신 강연은 촬영장으로 돌아와 무사히 남은 촬영분을 모두 순조롭게 마무리했다.냉기로 사람을 잠식시킬 뻔한 전서안도 드디어 얼굴을 느슨하게 풀었다.또 새로운 점이 하나 있다면, 늘 텔레비전이나 기사를 통해 얼굴을 봐왔던 강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자존심이고 뭐고 버리고 한낱 어린 매니저 뒤꽁무니만 쫓아다닌다는 것이었다. 원수가 연인이 되는 스토리는 언제나 흥미진진했다.사람들은 예전에는 세윤과 서안이 경쟁 상대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이제는 그건 단지 허상일 뿐 진상은 따로 있음을 알아차렸다.또한 강연이 바로 전설속의 강씨 가문 어화둥둥 막내 공주님이자 세윤의 친동생임도 밝혀졌다.고귀한 신분의 공주님이 촬영장에서는 직원들을 편하게 대하고, 모든 일에 열심히 임하는 모습에 선배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제 모든 촬영장 직원이 강연을 좋아했다. 모두 강연을 제 친동생처럼 아꼈으며 예전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의 원정희와 도하경은 벌써 까맣게 잊어버렸다.연속 보름 동안 이어진 촬영에 모든 직원은 조금 지쳐있었다.다행히도 이제는 ‘그 시절, 우리는’ 촬영이 정말로 끝이 난다는 것이었다.종방연에서 감정에 북받친 감독은 소주를 연거푸 석 잔을 마시더니, 준비해 온 멘트를 시작하기도 전에 술에 취해 뻗어버렸다.어쩔 수 없이 조감독이 그를 대신해 모든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연예계에서 더 멀리 더 높게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정상에서 다시 만나요!”그 말을 끝으로 샴페인을 따고 사람들이 환호했다. 곳곳에 행복한 기운이 넘쳐났다.집에 돌아오니 어느새 새벽 1시가 되어있었다.수아의 프랑스 연주회도 드디어 시작되었다.강씨 가족은 모여 앉아 스크린을 통해 수아의 연주 라이브를 시청했다.연주회는 현장 모든 사람의 귀를 황홀하게 했다. 오케스트라 악단은 모두 글로벌 탑 클래스로 강연의 연주에 더 큰 힘을
[사귀어라! 사귀어라!]환호성이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졌다.수아가 관객석의 안택을 향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늘 차갑던 시선에 애틋한 마음이 담겨있었다.“우리가 알고 지낸 지 벌써 15년이 지났어. 그동안 내 곁을 지키고 응원해 주고 모든 비바람을 막아줘서 고마워.”“그리고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 앞으로 있을 모든 비바람을 나와 함께 맞서줄 수 있을까?”늘 말수가 적고 차분하던 수아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범한 말들 속에 안택을 향한 마음이 얼마나 큰지 감히 예상을 하지 못했다.안택은 아직도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없었다.안택은 무대 위 눈부신 수아를 보며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내가 잘못 들은 건가? 환청인가?’‘어떻게 나한테 이런 행운이 찾아온 거지?’그동안 오랜 세월 수아의 옆을 지키며 안택은 그 한 발짝을 내딛지 못해 전전긍긍했다.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세상을 수아에게 보여주며 자신은 몰래 쓴 술을 삼켰었다.하지만 안택은 단 한 번도 수아의 사랑을 탐하지 못했다.그런데...모든 게 반전되었다.수아가 안택을 향해 절절하게 고백하고 있었다!수아의 다정한 눈빛은 오직 안택 한 사람을 향했다.안택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니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고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이 녀석아, 대체 뭘 하는 거냐! 빨리 올라가거라!”옆에 앉아 있던 안택의 할머니가 안택을 다그쳤다. 그러나 할머니의 눈시울도 조금 붉어져 있었다.“내 아들아,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야.”안택의 어머니도 눈시울을 훔치며 말했다.“오래 기다리지 않게 빨리 올라가 봐.”가족들의 재촉에 안택은 얼떨떨해서 무대 위로 올라갔다.안택 역시 수많은 국제 대회에 참석하며 카메라와 관객에 익숙해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모든 게 덜컥 겁이 났다.내딛는 걸음마다 구름 위를 걷는 듯 현실 감각이 없었다.대체 무슨 정신으로 수아를 향해 걸어가고 수아의 손을 잡았는지 기억이 나지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