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나와 선배를 이어준다는 거야? 정말 초조해.’안택 가족과 즐거운 식사 시간을 끝내고 강연은 세윤이 예약해 둔 호텔로 돌아왔다.방안으로 돌아간 강연이 가장 먼저 한 건 전서안과의 영상 통화였다.핸드폰 너머로 초췌해진 소년의 모습이 보이고 강연은 마음이 아파졌다.[자기야 많이 아픈 거야?]강연은 미리 준비해 둔 보드를 꺼내 그 위로 적어서 보였다.강연의 행동에 서안의 얼굴이 조금 굳어지더니 안타까워하는 게 느껴졌다.애써 입꼬리를 올린 서안이 대답했다.“아니야. 난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그리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난 하루빨리 여기 일을 정리하고 널 만나러 가고 싶어.”[정말 조심해야 해요. 전정해라는 사람은 교활하고 계략도 많으니 오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지 마요. 우리 두 가문이 손잡고 함께 잡아요.]강연이 빠르게 글씨를 써 내려갔으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탓에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서안은 얌전히 글씨를 써 내려가는 강연을 지켜보았고 얼굴에는 걷잡을 수 없는 그리움과 죄책감이 담겼다.‘내가 없었다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강연이 고개를 다시 들어 보드를 보이자, 서안은 바로 표정을 지웠다.온통 자신을 걱정하는 말에 서안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알겠어.”강연은 또 보충 촬영이 떠올랐고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글을 써 내려갔다.[참! 나 금방 다시 돌아갈지도 몰라요. 그러면 몰래 만나러 갈게요.]“백연주 배역의 보충 촬영을 말하는 거지?”‘응? 어떻게 알았지?’강연은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서안은 그 얼굴에서 강연의 마음을 읽었다.서안의 웃음이 잔잔하게 이어졌다.“대충 눈치챘어. 책임감 넘치는 네가 ‘백연주’랑 ‘이후안’을 이렇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걸.”“이후안”은 서안의 배역 이름이었다.그러니 이 문장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었다.이에 볼이 붉어진 강연이 눈꼬리를 예쁘게 접으며 글을 써 내려갔다.“당연하죠! 난 우리 후안이랑 영원히
그날 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수아는 연주회 준비로 여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고, 1초 만에 빠르게 매진된 티켓을 보며 강연은 감탄과 부러움을 자아냈다.‘나도 언젠간 언니처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부러워?”나이란이 바로 강연의 마음을 눈치채고 물었다.“연예계 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더 많은 신기한 장면을 목격하게 될 거야.”강연이 눈꼬리를 예쁘게 접더니 보드에 이런 글을 적었다.[전서안 콘서트보다 더 신기한 장면도 있어?]‘참, 강연은 서안이 골수팬이었지?’비록 서안이 현재는 실력파 배우의 길을 걸고 있었으나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었고 콘서트를 개최했을 때의 파급력은 말로 할 수 없었다.거의 연예계의 전설로 불렸다.이에 나이란은 바로 얼굴이 굳었다.“그렇네. 내가 전서안 씨 휘황찬란한 성적을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어. 이걸로 널 유혹하기에는 부족하네.”[에이 걱정하지 마. 난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연예계로 돌아갈 테니까.]강연이 대답했다.지금 이곳에서 편히 휴양할 수 있었던 건 촬영팀에 병가를 냈기 때문이었고, 배역이 여주인공, 남주인공에 비해 적은 편이었으므로 촬영이 조금 지체된다고 해서 큰 탈이 없기 때문이었다.목만 낫는다면 바로 꿈을 좇으러 떠날 것이다.현재의 강연은 마음도 편하고 약물의 도움을 받아 목소리가 조금 돌아오고 있었다.아침을 먹고 강연은 수아를 찾아갔고, 나이란은 몰래 세윤의 방을 찾아가 또 한 번 무자비한 비웃음 공격을 날렸다.강연은 먼 곳에서부터 세윤의 포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너 당장 입 닥쳐! 난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사람이라고!”그 포효에 나이란의 비웃음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강연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아 두 팔을 살살 어루만졌다.‘불쌍한 우리 세윤 오빠. 인생은 기니까 누군가는 오빠를 제압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강연은 미래의 세윤을 위해 기도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그리고 곧장 수아의 일터로 향했다.수아와 안택의 관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봐봐. 여기 온 사람들 다 커플이지? 부럽지?’강연의 마음을 알 리가 없는 수아는 몰래 인상을 찌푸렸다.‘우리 송이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걸까?’오빠들이 강연의 치료와 정서를 생각해 당분간만 이곳에서 머물겠다는 강연의 요청을 딱 잘라 거절하지는 않았으나, 강연은 한술 더 떠서 행동했다.그러나 수아는 별말 없이 강연이 이끄는 대로 좌석에 착석했다.품 안으로 거대 사이즈의 팝콘이 들어오고 수아는 자신의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였다.영화 내용은 어느 남녀가 친구가 된 과정과 연인이 되기까지 겪은 일들, 그리고 결혼에 골인한 내용을 담았다.전체적인 스토리가 아주 현실적이라 공감이 많이 되었다.수아 역시 감동이 되긴 했으나 강연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우리 송이랑 전서안이 친구 사이는 아니지 않았나?’이어 새로운 영화가 시작되었고 둘은 다른 상영관으로 자리를 옮겼다.스토리는 앞서 영화와 비슷했는데 사랑 없이 죽고 못 사는 영화를 보고 나니 사랑에 대한 환상이 절로 생겼다.강연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수아에게 감상을 물었고 수아는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말했다.“둘째 오빠를 제외하고 너한테 어릴 때부터 함께 큰 친구가 있나 생각해봤는데 없는 것 같아.”[언니, 나한테만 집중하지 말고 언니 스스로를 생각해 봐요.]강연은 빠르게 타자를 해 수아에게 건넸다.그러나 수아는 여전히 의문이 가득해 보였다.“네가 어릴 때부터 내가 옆에 있긴 했으나 우린 자매고 결혼할 수는 없잖아.”강연은 할 말이 없어 뒤통수를 잡았다.강연은 점점 안택의 기분이 어땠을지 이해가 되었다. 이 몇 년 동안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연은 어쩔 수 없이 수아와 함께 세 번째 영화를 보러 갔다.이번 스토리는 우여곡절이 담긴 사랑 이야기였는데 한 번의 차 사고에 두 사람은 하마터면 생사가 갈라질 뻔했다.남자 주인공의 병실에서 여자 주인공은 고통에 잠겨 엉엉 울었고, 그동안 티격태격하느라 다정하게 대하지 못한 것에 후회했다.다행히 결말은 해피 엔딩이었다. 남자 주
달려온 안택이 바로 수아를 품에 넣었고,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똑바로 설 수 있겠어요?”안택의 질문에 수아가 시도했지만, 발목 쪽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수아는 인상을 찌푸렸다.안택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이어 안택은 수아를 가로로 안아 들고 곧장 출구로 걸어갔다.수아는 반사적으로 안택의 목을 끌어안았다.가까워진 거리에서 안택의 매끈한 턱선과 섹시한 목젖이 훤히 드러났다.아직 어린 줄 알았던 후배는 애티나는 소년에서 어느새 건장한 성인 남자로 성장했다.얼굴이 붉어진 수아는 쿵쿵대는 안택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본인 역시 심장이 콩닥거렸다.낯선 감정이 천천히 수아를 삼켰다.한참 품에 안겨있던 수아는 불현듯 동생 강연과 함께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조급해하며 수아가 말했다.“안택, 우리 송이는...”안택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고, 인파 속에 몸을 숨긴 강연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게 보였다.고개를 돌린 두 사람을 향해 강연은 눈을 깜빡이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손을 휘휘 젓는 모습이 먼저 가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안택의 굳은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강연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넨 안택은 수아를 달래며 계속해서 밖으로 걸었다.“괜찮을 거예요. 사람을 시켜 데리러 가라고 할게요. 우린 일단 병원으로 가요.”“그럴 필요는 없어...”수아는 조금 쑥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품에 묻었다.“그냥 헛딛었을 뿐이야. 돌아가서 약 바르면 돼.”“안 돼요.”안택이 바로 거절하자 수아는 깜짝 놀란 눈치였다. 그러자 안택은 조바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선배, 제가 걱정되어서 그래요.”왠지 이 장면, 방금 본 영화에서 나온 장면 같았다.여자 주인공이 다치자 남자 주인공이 똑같은 얼굴과 말투로 이렇게 말했었다.“일단 병원으로 가요. 안 그러면 내가 너무 불안해서 안 돼요.”수아는 영화 속으로 들어간 기분에 심장이 짜릿해졌다.그래서 수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강연이 인파를 뚫고 영화관을 벗어났을 때 안택과 수아는 이
[알겠어요.]강연은 얌전히 답장하다가 물었다.[전정해 쪽 일은 어떻게 진행됐어요?][걱정하지 마.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강연은 더는 자세히 묻지 않았다. 전서안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호텔에 도착했다.강연은 핸드폰을 내려두고 샤워 후 잠에 들었으나 서안은 밤새 뜬눈으로 지새웠다.서안 쪽 시간은 새벽 5시였다.그러나 전씨 저택은 불빛이 환했다.전체 전씨 가문 친척 일가들이 모두 이곳에 모였다.가장 중간 자리의 전서훈은 검은색 재킷을 걸치고 차가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오늘 이 자리로 여러분을 모이라고 한 건 중요한 할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대체 누가 전정해를 돕고 있었던 겁니까?”“어떤 형태의 도움을 줬든, 아니면 단지 연락을 했던 것도...”“지금 당장 사실대로 밝히면 잘못을 묻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조사를 거쳐 드러나게 된다면...”서훈의 얼굴에 냉기가 돌았다.“그 사람의 모든 걸 파괴할 겁니다.”현장 모든 사람이 식은땀을 흘렸다.비록 나이로는 서훈보다 한참 위였지만, 서훈이 전씨 가문 가주로 된 이후 권력은 모두 서훈에게로 돌아갔다.전임 가주 전정민과 전정해처럼, 세력을 둘로 갈라 분열시키려는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서훈과 서안은 늘 같은 편에 섰었다. 심지어 서안은 서훈보다 더 상대하기 어려웠다.서훈은 가주로서 자제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면, 서안은 정신을 놓았다고 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다.다행히 지금 이 자리에 서안이 함께 하지는 않았다.그들은 서훈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웠다.분위기는 점점 긴장해지고, 사람들은 땀으로 등을 적셨다. 서훈의 질문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직계 가족들은 방계 가족이 눈에 거슬린 지 이미 오래되었었다.또한 솔직하게 인정한다고 해서 서훈이 책임을 정말 묻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서훈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아직 서안이라는 산이 남아 있지 않는가?서안 그 미친 녀석이 과연 어떤 일을 벌일지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었다.모두 걱정이 가
“저 녀석이! 저 미친 녀석이 여길!”“전서안이 대체 왜 여길 온 거야? 손에 뭘 질질 끌고 있는 거지?”사람들은 그제야 서안의 손에 끌려온 건 다름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정확히 말한다면 거의 죽어가는 사람.“전... 전사안! 지금 뭐 하려는 거야? 이 사람은 또 누구고?”서안이 냉소를 터뜨리며 손에 쥔 머리채를 휙 끌어 사람들 앞에 내던졌다. 그 사람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바닥을 뒹굴다가 얼굴이 드러났다.“전재석이잖아!”전재석은 전씨 가문 방계의 후손으로 실력이 좋은 사람이었다.적계 가족은 수가 적고, 가주인 전서훈은 나이가 서른이 되도록 자식이 없었다.그러다 보니 방계 후손들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전재석은 계속해서 간을 보며 가끔 서안을 도발했고 서안은 크게 한 번씩 되갚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사적인 원한이 존재했다.하지만 결국에는 가족 성원이었으므로 사적인 원한으로 이렇게 사람을 죽도록 팰 수는 없었다.나이가 지긋한 친척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서안에게 물었다.“감히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아무리 그래도 전재석은 전씨 가문의 후손이거늘 아무 이유 없이 이렇게 사람을 만들면 어떻게 하는가!”“가주님, 이번에도 전서안 저 미친 녀석을 감싼다면 우리 전체 전씨 가문 사람들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분노를 터뜨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침묵으로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다.서훈과 서안 형제가 이 기회를 통해 전정해와 연관이 있는 사람을 끌어내려는 수단으로 보였다.두 사람 모두 천부적인 두뇌를 가졌으니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방계 가족에게 원한을 살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렇다면 전재석에게 반드시 문제가 있음을 예기했다.일부분 사람들은 침묵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계속해서 언성을 높이고 잘잘못을 갈랐다.그들의 질타에 서훈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가장 사납게 덤벼드는 몇몇 사람을 묵묵히 기억했다.“아무런 이유가 없다고요?”서훈이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입을 열었다.
“전재석은 전씨 가문을 흠집 내고 더럽혔습니다!”사람들은 증거를 손에 펼치며 경악을 숨기지 못했고 볼수록 섬뜩해짐을 느꼈다.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던 전재석이 사적으로는 이렇게 추잡하고 위법 행위를 벌였다니.하지만 더 놀랐던 건 전서안의 수법이었다.이런 비밀은 깊숙이 숨겨져 있고 절대 쉽게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하지만 서안은 손쉽게 모든 일을 탈탈 털어냈다.심지어 전씨 가문의 힘을 빌리지도 않았다. 혼자의 힘으로 아무런 내색 없이 방계 후손이자 유력한 경쟁자를 무참히 무너뜨렸다.정말 대단하다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어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이제 아무도 감히 면전에 서안을 미친 녀석이라고 질타하지 못했다.대체 어느 미친 녀석이 아무 말도 없이 사람의 비밀을 까밝히고 모든 증거를 찾아 입증할 수 있겠는가?퇴로 하나 남기지 않은 서안의 수법에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서훈도 서안이 왜 전재석을 끌고 나왔는지 그 뜻을 알아차렸다.살계경후. 한 사람을 벌하여 본보기로 삼는다.이 자리의 가문 어르신들은 보기에는 다 점잖아 보여도 사적으로는 입에 담지 못할 일들을 많이도 했었다.감히 몰래 전정해와 연락을 주고받더니.서훈은 사람들이 먼저 솔직하게 고백하고 차차 잘못을 묻자고 했으나, 일단 전정해의 모든 지원을 끊어 고립되게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현재 서안의 행동에 계획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전재석을 끌고 가 가법대로 처리하세요.”서훈이 차갑게 지시했다.전씨 가문의 집행 인원은 한참 전부터 대기를 하고 있었다.명령을 받은 집행 인원은 바로 전재석을 밖으로 끌었다.위기의 상황에서 전재석은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뜬 여기가 어디고, 무슨 상황인지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전재석이 겁에 질려 애걸복걸했으나 서훈과 서안은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집행 인원은 문밖 멀지 않은 곳에서 처형을 했다.끊임없이 들려오는 비명은 모든 이의 귀에 생생하게 울렸다.가문 사람들의 하얗게 질린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짙은 어둠이 서서히 가시고 날이 서서히 밝아졌다.시간은 천천히 흘렀다.모든 사람의 자백을 받고 나니 어느새 날은 밝았다.가문 사람들이 저택을 떠나며 멀지 않은 곳의 선명한 핏자국에 질겁했다.그러나 전서안이 자기 목을 겨누지 않은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어젯밤 처형을 당한 사람이 자신이거나, 제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다행히 그들은 잘못을 되돌릴 기회가 주어졌다. 자신의 사리사욕과 반역에 가족들이 다칠 일은 막을 수 있었다.모든 사람이 저택을 떠나고 전씨 저택은 텅텅 비워졌다.부하들이 정리해 낸 기록을 확인한 전서훈의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이것들이 감히 우리 몰래 이딴 짓이나 벌이고 있었다니!”서안도 빠르게 자료를 훑었다. 잔뜩 찌푸린 인상이 드디어 조금 풀어졌다.“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를 건 없네. 우리가 모든 증거를 찾는 것보다는 그래도 당사자의 자백을 받아내는 게 사건을 더 전면적으로 알 수 있으니.”이게 바로 오늘 자리를 만든 이유였다.전정해는 전씨 가문에 뿌리를 깊게 박고 있었고, 그동안 전씨 가문 사람들과 많은 거래를 해오며 이득을 취했다.하지만 전정해는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도 절대 제 실력과 행적을 밝히지 않았다.그렇다면 전정해와 연락을 주고받았던 사람들의 자백을 통해 전정해의 행방을 추적해야 했다.서안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하루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프랑스로 가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었다.한참 동안의 분석 끝에 둘은 전쟁해가 몸을 숨길 장소를 몇 곳으로 추려냈다. 그리고 사람을 시켜 빠르게 조사를 시작했다.몇몇 지점 중 강씨 가문 구역에 속한 곳은 바로 세훈에게 전송했다.세훈은 알겠다고 깔끔하게 대답했고, 필요 없는 말은 하나도 붙이지 않았다.이에 서훈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서안아 처남들을 아직도 설득하지 못한 거야?”그 말에 서안은 바로 인상을 쓰고 짜증을 드러냈다.“아직도 노력 중이에요.”이런 서안의 모습에 서훈은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