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다시 나왔을 때, 뜨거웠던 머릿속은 이미 충분히 식어 있었다.불만이든, 원망이든, 변심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과거는, 끝난 것이다.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문지성과 진윤아의 모습도 다 잊고, 나는 서재로 향했다.지금 나는 빨리 PPT를 준비해야 했다. 모레가 바로 고객과 업무 협상을 직접 해야 하는 날이라, 이 PPT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원래는 오늘 끝냈어야 했지만, 그 알 수 없는 파티 때문에 나도 밤늦게까지 미루고서야 비로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내가 일에 몰두하니 방금까지의 고민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었는지 깨달았다. ‘그건 그저 지나간 실패한 감정에 불과하고, 무슨 생각을 할 필요가 있겠어?’‘일이 중요하고, 돈 버는 게 중요하지!’나는 마치 에너지를 얻은 듯 이 일에 몰두했고, 그렇게 한참을 바쁘게 일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미완성된 PPT가 아직 3분의 1 정도 남아 있었다. 나는 남은 분량을 회사에 가서 마저 하기로 하고,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안석현을 만났다.그가 내게 자료 한 부를 건넸다.“곧 고객과 협상하러 간다고 해서, 이거 필요할 것 같아서 준비했어.”안에 들어 있는 것은 고객 회사에 대한 모든 자료였고, 굉장히 자세했다.이건 정말 가뭄에 단비 같은 도움이었다.“고마워!”“뭘, 얼른 가서 바쁘게 일 봐.”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렸다는 듯이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약간 머뭇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나야, 점심 같이 먹을 수 있을까?”“그래.”자료를 받은 덕분에 기분이 좋아 한 번에 대답해버렸다.잠시 멈춘 뒤, 나는 덧붙였다.“내가 살게.”안석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좋아.”나는 뒤돌아 엘리베이터에 들어갔지만, 눈가에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바로 문지성과 진윤아였다. 진윤아는 무언가 말이 있는 듯 발걸음을 재촉하여 나를 향해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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